오늘은 닷새 앞당겨 아버님 사도 요한님의 제23주기 연도를 바치기로 가족들과 약속을 하고 대구로 내려 가는 날이다.
간밤에 2시 무렵에서야 취침을 하였더니 아침에 기상하는데, 상당한 지장을 초래하는 듯 하였고, 결국 조금씩 늑장을 부리다가 8시 정각 무렵에서야 집을 출발하게 되었던 것이다.
아직 단풍은 중부지방에 머무르고 있는 듯 한데, 그래도 가을철 행락객들이 많아 고속도로 교통 상황이 제법 많은 차량들로 붐비는 듯해 보이는 아침이었던 것이다.
역시나 단풍은 정상적인 아버님의 연도일(11월 1일경) 무렵이 남쪽 지방에서는 피크 타임임을 재확인이라도 하듯 하였었는데, 그래도 쏜살같이 달려 가는 차창 너머로 바라 보는 우리나라 산하의 가을 풍경은 언제나 우리들의 가슴을 후련하게도, 낭만에 젖게 하기에도 충분하였던 지 모를 일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집에서 늦게 출발한 것을 만회라도 한답시며 악셀레이터를 세차게 밟아 정각 11시 무렵에 수성성당에 도착하니, 우리 신부님이 집전하시는 연중 제30주일 주님의 날 교중미사는 어느새 대영광송을 부르고 있지 아니한가.
봉사자의 안내를 받아 성당 안에 좌정을 하고 미사에 참례하는데, 오늘은 마침 대구 평화방송에서 나와 녹음하는 방송 미사로 집전되고 있었고, 신부님의 강론말씀도 미리 준비한 원고를 중심으로 조심스럽게 대처해 나아 가시는 것을 경청할 수가 있었던 것이다.
오히려 그것이 더욱 정제된 강론말씀인 것 같아 보였다고 나중에 베드로형님은 극찬을 아끼지 않았고, 나도 그렇게 생각이 들었던 것이란 게다.
미사 말미에 오늘의 미사에서의 여러 의미를 설명하시다가 아버님 연도일에 맞춰 이 미사에 함께 하고 있다며 우리 가족들을 대표하여 큰형님과 베드로형님을 소개하기도 하시는 신부님의 열정적인 사목활동은 언제 보아도 대단하시다는 느낌을 지울 길이 없게 하였던 것이다.
미사 참례 후 본당 내 <대부, 대자 만남의 날> 행사를 가진 덕분(?)에 문화관 4층에 단체로 식사를 준비해 두어 모두 그리로 이동하였는데, 구남매 가운데 누님과 요안나와 마지아가 빠져 6형제와 그 가족들이 모여 있음을 확인할 수가 있었고, 우리들의 2세는 단 한 명도 참석하지 않은 최초의 아버님 연도일이 되고 있음을 인지하게 되었던 것이란 게다.
아뿔싸~~
물론 누님은 장거리 여행 하기에 아주 적합치 않은 건강 상태라고 하시고,
요안나는 내년 1월말에 정년퇴직하는 권 서방의 직장에서 반드시 부부동반해야 하는 행사가 열려 어쩔 수 없이 불참케 되었다 라고 사정을 말했으며,
얼마 전 아프리카 여행을 다녀 오다가 다리를 크게 다쳐 아직도 기브스를 풀지 못한 상태여서 도저히 산소에 오기도 힘이 든다며 불참한 마지아 등등,
각각 나름대로의 사정과 이유가 있음을 알게는 되었지만, 그래도 조금은 아쉬움으로 남게 되었던 지 모를 일이라는 것이다.
그 가운데 누님이 부모님의 연도 날짜를 어찌 이리 저리 옮겨 가며 바칠 수가 있느냐는 강력한(?) 문제 제기사항을 형제들에게 전달해 드렸더니, 다들 크게 공감하는 분위기들.
밤에 귀경하려는데, 신부님께서 연도 본날이라 할 11월 1일(금)에 마침 경기도 가평군 현리 작은예수회에서의 초청 특강을 마치고 서울로 와 큰집에서 연도 기도를 다시 바치는 문제를 적극 검토해 보자고 말씀하셔서, 누님의 의견이 크게 반영(?)되고 있음을 잘 알 수가 있었던 것이란 게다.
어찌튼 식사를 마치고 잠시 성당 구내에서 현애 마멜다 사촌 누이가 자신의 큰아들 형빈이가 서울의 대기업에 입사 하였고, 둘째 아들 후빈이도 대학 4학년 재학중인데도 불구하고 삼성전자에 입사가 예약되어 있기에 기분이 매우 좋다 라며 우리 가족들에게 성당 구내 카페에서 커피 한 잔씩을 쏘아 환담을 나누다가, 홍국 야고보가 운전하는12인승 봉고 승합차에 전원이 탑승하고 오후 2시가 다 되어 경산 갑제공원 묘역으로 출발을 하였던 것이다.
다음 주일(11월 3일)이 출산 예정일이라는 지수 데레사의 산전, 산후 구완을 위해 내일 오전 11시 비행기로 미국 방문길에 오르신다는 아가다 형수씨와 베드로형님은 연도 기도를 바친 후 산소에서 바로 서울로 올라 가신다고 하여 따로 개인 승용차를 이용하였으나, 나머지 가족들은 성당에 차들을 세워 두고 한 대의 봉고 승합차에 탑승을 하여 대화를 나누며 움직이니, 이 또한 별미(?)의 맛을 더해 주고 있었던 듯 하였던 것이다.
산소로 가는 길에 현애가 추천해 준 동아백화점 꽃집에 들러 꽃을 구입하여 산소에 도착.
바로 연도 기도를 바치고 예절을 한 다음, 기념 사진촬영과 음복의 시간을 가지며 긴 담소의 시간.
좋은 가을날을 만끽하며 형제애를 나누었던 것이다.
비록 삼남매의 불참으로 많이 허전해 보였던 것은 사실이었고, 사진을 찍을 때나 기도를 바칠 때나 현저히 적은 인원수가 신경을 쓰이게 하였던 지 모를 일이기는 하다는 게다.
음복을 끝내고, 오후 5시 07분, KTX 편 서울행 차표를 준비해 오신 큰형님 내외분을 동대구역에 시간에 맞춰 도착하게 해 드려야 한다며 서둘러 이동.
간신히 5시가 임박하여 도착.
안도의 숨을 몰아 쉴 수가 있었던 것이다.
그러니까 산소에서 헤어진 베드로형님 내외분 까지 빠지니 남은 가즉의 숫자는 더 적어진 셈.
그대로 성당에 도착하여 식관에서 이른 저녁 식사.
수면 부족으로 눈도 따갑고 어지럼증 까지 생기는 듯 하여 식관 빈 방에서 잠시 휴식.
저녁 8시 미사를 집전하러 들어 가시려는 신부님과 함께 성모상 앞에서 기념 사진 촬영 후 하직 인사를 드리고, 20시경 서울을 향해 출발을 하였던 것이다.
그런데 고속도로는 단풍객들로 붐빈 듯 대구에서 서울에 올라 올 때 까지 많은 차량들을 만나게 되었던 것이다.
문경과 이천에서 두 차례 휴식을 취하고 집에 도착한 시각은 대충 자정 무렵.
꼭 4시간 만에 귀경을 하였던 셈이란 게다.
천상에 계시는 아버님과 어머님의 영혼이 천주님의 자비하심 속에 영원한 복락을 누리시게 되기를 절절히 기도를 바치며, 좋았던 아버님의 제23주기 연도일을 지나 보낸다.
천주님께 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