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역시스템의
임무는 적(세균, 바이러스, 기생충 등)이 인체에 침입 시 이를 퇴치하여 다른 시스템의 임무수행에 차질이
없도록 보호하는 것이다. 군과 경찰이 전 후방에서 국가와 국민을 알뜰히 보호하듯이. 만일 태초에 창조주가 인간을 만들면서 실수로 면역시스템을
잊었다면 아담은 태어난 후 백일상을 받지 못하였을 것이다. 실제로 신생아 중에는 희귀하게 2단계 방어(특이면역)에 필요한 림프구가 완전히 결핍된
상태(중증 복합성 면역결핍증)로 태어나는 경우가 있다. 이런 신생아는 자연상태(의학적 치료를 받지 않은 상태)에서 백일상을 받기 전에 하느님이
데려 간다. 일종의 recall이다. 의학적으로 사망원인은 미생물감염에 의한 폐염 또는 패혈증이다. 이들은 미생물 침입 시 제1단계
방어(자연면역)는 가능하지만 제2단계 방어에 필요한 림프구가 없기 때문이다.
면역시스템은 적의 침입에 대비하여 제1단계 방어계획과 제2단계 방어계획을 사 전에 수립하고(그림 1)
이에 필요한 것들(면역반응에 관여하는 각종 세포, 보체, 항체 및 각종 사이토카인 등)을 관리하는데 이에 필요한 예산은 총 인체운영 예산의 1%
미만인 것으로 추정된다. 참고로 99년도 우리나라 국방예산은 총예산의 16%이다. 인체 면역시스템이 심장에서 박출되는 혈액의 16%를 받아야 할
지경에 이른다면 인체는 사흘을 버티기 어려울 터라 면역시스템은 이 순간에도 대한민국을 경이로운 눈으로 바라보고
있다.
인간이 최초로 지구상에 두 발로 선 뒤 대를 이어 지금까지
생존 번창할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1% 미만의 작은 예산으로 면역시스템을 완벽하게 운영해 왔기 때문이다. 이처럼 작은 예산으로 운영하기 위해
면역시스템은 집단이기주의를 배격하고, 병무비리를 근원적으로 뿌리 뽑고, 무기도입에 따른 리베이트의 유혹을 뿌리치고, 승진(비활성 세포의
활성화)에 따른 치마바람을 근절하고, 지역감정에 따른 부당한 선발에서 해방되어 항상 일정한 비율의 T세포(출신지 흉선)와 B세포(출신지 골수)를
유지한다. 어떻게 이 모든 것이 가능할까. 물론 이것은 인체의 신비고 면역시스템의 신비다. 그 신비의 베일을 한 꺼풀씩 벗겨 이해하고 생각해
보려는 것이 이 글의 목적이다.
2)자연면역
적의 침입에 대비하여 면역시스템은 2개 단계의 방어계획을
수립하였다. 1단계 방어를 흔히 자연면역이라 부르는데 그 이유는 아래와 같다. 미생물이 침입하여 주위 인체세포를 괴롭히면 즉각(초 단위)
괴롭힘을 받은 세포는 적의 침입 신호(interleukin 1 beta, IL-1b)를 모세혈관 주위에 있는 비만세포에 보낸다. 이 신호에 의해
활성화된 비만세포는 비축한 단백질을 미세혈관에 분비하여 닫힌 혈관을 열린 혈관으로 전환 시키고 혈관의 충혈을 유도한다. 비만세포는 미생물에서
유리된 특정 물질에 의해 직접 활성화되기도 한다.
평상시의
미세혈관은 면역학적 관점에서 폐쇄회로(닫힌 혈관)에 해당한다. 혈관 내 혈액에는 방어에 필요한 여러 종류의 세포와 단백질이 비활성 상태로
존재하며 혈관을 따라 온 몸을 순환한다. 이들은 평상시에 혈관 밖으로 나갈 수 없다.
오직 열린 혈관을 통과하여 외출한다. 미생물 감염 시 열린 혈관을 통과하는 것은 일차적으로 혈장이다.
혈장이 혈관 밖으로 홍수처럼 밀려나가 그 부위에 부종이 발생한다. 모기에 물린 피부에 즉시 반경 5mm 정도의 부종이 생기는 기전도 이에 의한
것이다. 뒤따라 백혈구(중성구와 단핵구)가 통과한다. 혈액에는 5종류의 백혈구(중성구, 호산구, 호염구, 단핵구 및 림프구)가 있는데 이때
혈관은 중성구와 단핵구의 외출만 허락하고 호산구, 호염구 및 림프구에게는 외출증을 발부하지 않기 때문이다.
미생물이 침입한 병소에 집결된 혈장에는 보체라 부르는 한 무리의 단백질이 비활성 상태로 존재한다.
이들은 미생물의 세포막에 분포된 단백질이나 당과 결합한 후 연쇄적으로 활성화되고 서로 결합하여 막(미생물의 세포막)공격복합체 라 부르는 튜브
모양의 못을 미생물의 세포막에 박는다. 이 과정에 의해 한 마리의 미생물에 1천 개 이상의 막공격복합체가 고슴도치 가시처럼 세포막에 박혀
미생물은 용해된다.
한편 병소에 집결한 활성중성구(외출한
중성구)와 대식세포(외출한 단핵구를 대식세포라 부른다)는 식욕이 왕성하여 그들의 손에 잡히는 미생물은 살아 남지 못한다 위의 설명은 자연면역의
활약을 간략하게 설명한 것으로 보체와 중성구 및 단핵구는 자연상태로 혈액 내에 존재하고 미생물이 침입 시 그 지역의 혈관이 자연적으로 열리고
현장에 출동한 보체와 중성구와 대식세포가 자연적으로 활성화되어 침입한 미생물을 자연적으로 제거한다고 보기 때문에 이 모든 과정을 자연면역 이라
부른 것이다. 우리나라에 자연면역에 해당하는 방위기구가 있을까.
특전사? 맙소사. 그들은 씻을 수 없는 과거를 갖고 있다. 그러면 경찰? 맙소사. 그들은 탈옥범
1명을 검거하는데 2년 반을 소모하였다.
보체는 주로 간에서 생산되고
중성구와 단핵구는 골수에서 생산된다. 평상시에 보체의 혈 중농도와 백혈구의 수는 일정한 수준을 유지한다. 그러나 미생물 감염 시 보체와 백혈구는
병소에서 소모되므로 수요공급의 시장경제(또는 중앙통제경제) 원칙에 따라 이들의 생산과 출하가 증가한다. 특히 혈액 내 중성구의 수적 증가는
현저하다.
정상 혈액 1.0 입방 mm 내 백혈구(5종)의 총 수는
5000 내지 10000개인데 반하여 미생물 감염 시에는 중성구의 절대적인 수적 증가에 의해 그 수가 10000이상으로 증가한다. 환자를 진찰한
의사가 환자의 혈액을 검사하는 첫째 이유는 바로 혈중 중성구의 수적 증가여부를 확인하여 미생물의 감염여부를 가리려는 것이다.
청진기나 혈압계로는 백혈구의 수적 증가를 확인할 수
없다.
미생물
감염이 심각(중증)할 때 혈중 백혈구 총수는 2-3만 또는 10만에 이르기도 하는데 혈액검사를 해보면 완전히 성숙하지 않은 (미숙)중성구들이
다수 섞여있다. 다급한 면역시스템의 허둥대는 모습이다. 평화 시 군입대 영장은 20세에 발부되어 3개월간 훈련 받고 이등병이 되지만 전시에는
보다 어린 소년을 1주일 훈련시킨 후 전방에 투입한다. 허둥대는 모습은 그들이나 우리나 다름이 없다.
비만세포
수년 전까지만 해도 비만세포는 기관지천식과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문제의 세포로 지목되어 난처한 입장에
있었다. 이 세포의 억울한 누명을 벗겨준 것은 수년 전 Nature에 실린 2편의 역사적 논문(Echtenacher B. et al.
Nature.381: 75-77, 1996. Malavia R. et al. Nature. 381: 77-80, 1996)이다.
미국과 독일의 대학에서 동일한 시기에 서로 유사한 실험을 통해
근본적으로 동일한 결과를 얻었는데 요약하면 아래와 같다.
ㅍ
건강한 생쥐
집단(대조군)과 유전자 조작에 의해 비만세포가 없는 돌연변이 생쥐 집단(실험군)에게 복막염을 일으킨 후 각 군의 생존율을 비교하였다. 대조군은
약 25%만이 복막염으로 사망하는데 비하여 실험군은 5일 내에 100% 사망하였다. 복막염으로 살고 죽는 것이 비만세포의 존재여부에 따라
좌우됨을 재차 확인하기 위해 2차 실험에서는 실험군에게 정상생쥐에서 분리한 비만세포를 보충해준 뒤 복막염을 일으켜본 결과 이들의 생존률은
대조군과 같았다. 비만세포는 세균감염 시 병소의 닫힌 혈관을 열린 혈관으로 전환시켜 혈액 내 보체와 백혈구가 병소에 집결할 수 있도록 하는
우리의 둘도 없는 은인이었던 것이다.
물론 이들 비만세포는
그때나 지금이나 기관지천식과 알레르기성 질환 시 혈관의 문을 열어 환자의 증상을 악화시키지만 그것은 비만세포만의 잘못이 아니다. 주변상황이 그로
하여금 그렇게 하도록 강요하기 때문인 것이다.
적과 아군을 구별하는 자연면역
자연면역에 관여하는 보체와 중성구는 어떻게 적(미생물)과 아군(인체를 구성하는 모든 세포와 단백질)을
구별하고 침입한 적을 공격할까. 예를 하나 들어 설명하자.
한국동란이
막바지인 시기에 강원도 철의 삼각지대(평강, 철원, 김화를 잇는 삼각지대)서 칠흑같이 어두운 밤에 국군과 북한 인민군간에 총에 대검을 꽂고
처절한 백병전이 벌어 졌다. 같은 말을 하는 동족 간에 보이지 않는데 어떻게 서로 적군과 아군을 구별하였을까. 국군은 상대방의 철모 속에 손을
넣어 머리가 안 잡히면 공격하고, 인민군은 상대방의 철모 속에 손을 넣어 머리가 잡히면 공격하였다. 손에 잡히는 머리카락의 길고 짧음이 이들의
아군과 적군의 구별 점 이였다.
침입한 미생물에 대항하여 방어하는
입장의 보체와 중성구도 위의 실례와 비슷한 차이점을 근거로 적과 아군을 구별한다. 인체 면역계는 침입한 미생물의 세포막에 분포된 단백질과
탄수화물의 낯선 아미노산 배열, 낯선 기하학적 문양, 미생물에서 분비된 낯선 단백질이나 탄수화물등을 근거로 적을 구별한다. Gram 음성
세균(세균은 크게 Gram음성 세균과 Gram양성 세균으로 구분한다)의 표면에는 리포다당류(LPS)가 덮여 있다.
보체계를 구성하는 단백질 중 3번 보체(C3)는 세균의 리포다당류와 친화력이 강하여 결합 후 보체계의
연쇄활성반응을 일으켜 Gram음성세균에 막공격복합체를 조립한다
인체세포막에는 리포다당류가 없다. 또한 미생물 막에는 mannose (당의 일종)가 기하학적(3각형의
꼭지 점)으로 배열되어 있다. 인체의 혈장에는 보체계 외에 mannose와 결합하는 단백질(Mannose Binding Protein,
MBP)이 있다. 3개의 MBP 분자는 1다발을 만들고 미생물의 mannose 3각형 배열과 일치하게 가지를 치고 있다.
미생물의 mannose와 결합한 MBP는 보체계를 활성화하여
막공격복합체의 조립을 유도한다. 인체세포의 막에도 mannose가 있지만 이들은 당 사슬의 중간에 위치하므로 MBP와 결합할 수 없다.
MBP는 미생물 막의 mannose 외에 fucose, glucose
또는 glcNAc하고도 결합한다. 비활성 MBP 다발은 MASP(MBP Associated Protease) 및 aM(alpha
macroglobulin)과 결합한 상태로 존재한다. MBP가 미생물의 당과 결합하면 aM이 유리되어 MASP가 활성화된 후 직접 C4를
C4b로 활성화한다. 미생물의 당과 결합한 MBP는 C1r과 C1s를 활성화한 후 활성 C1s에 의해 C4가 활성화하기도 한다
(Epstein J. et al. The
collectins in innate immunity. Current Opinion in
Immunology.). 미생물의 항원과 결합한 항체(IgM 또는
IgG1)는 C1qrs를 활성화한 후 보체계주경로 활성을 유도한다.
보체와 더불어 현장에 출동한 중성구와 대식세포의 막에는 세균에 부착된 표지(C3b, C4b, MBP)
또는 세균의 mannose와 친화력이 강한 수용기가 있다.
현장에 출동한
중성구와 대식세포는 보체계가 사전에 표시한 목표물을 수용기로 단단히 잡은 후 식작용을 한다. 미생물을 조리하여 백혈구의 식욕을 돋는 것과 같다고
보아 이들 표지를 조리소(양념)라 부른다.
우리가 양념한 더덕 장아찌에
구미가 당기듯이.
구약성서 출애급기(12:22-23)에 보면
하느님이 이집트인과 한 동네에 섞여 사는 이스라엘 백성을 심야에 구출하기 위해 작전을 세우는 대목이 있다.
하느님은 적(이집트 백성)과 아군(이스라엘 백성)의 집을 구별하기 위해 이스라엘 백성에게 그들의 집
대문의 상인방과 좌우 문설주에 양의 피를 바를 것을 부탁한다. 하느님도 식세포처럼 표시가 없으면 적과 아군을 구별할 수 없을까.
보체 결핍증과 MBP결핍증, MBP수용기 결핍증 등 자연면역에
관여하는 요소가 선천적으로 결핍된 사람은 백혈구에게 조리 안한 씀바귀나물을 주거나 수저 없이 한정식을 먹으라는 것과 같다.
이들은 자주 감염되고, 감염되면 항상 탈이 난다. 이에 반하여
자연면역이 완벽한 사람은 대부분의 경우 감염사실을 알기 전에 자연면역이 완벽하게 처리한다.
청와대가 있는 청운동은 밤손님 걱정이 없다. 자연면역이 완벽하기 때문이다. 그 뿐이 아니다. 어느날
아침 청운동 주민이 깨어 보니 밤새 옆집이 불에 타서 젖은 숯이 되었다. 밤새 소리 없이 소방차가 출동하여 아무도 모르게 진화하고 조용히 돌아간
것이다.
청운동 1번지 청와대 주인이 밤잠을 설치면 다음날 국정에 차질이
생기기 때문이다. 그러나 자연면역은 우리 몸을 구성하는 모든 장기와 조직을 청운동 1번지와 다름없이 동등하게 대우한다.차례로 가기
3)자연면역의 특이면역
유도
미생물 감염 시 미생물 항원과 결합한 활성 C3b는 C5를 활성화 후 분해된다. 분해산물 즉 항원과
결합한 C3d(C3dg 및 iC3b 포함)는 인근 림프관을 따라 지역 림프조직으로 유입된 후 B세포와 결합한다. 이때 항원은 B세포의
항원수용기와 결합하고 C3d는 B세포의 CR2(2번 보체수용기, CD21)와 결합한다. 이와 같이 2개의 신호가 동시에 B세포에 전달되면
B세포는 이 항원에 대한 항체를 생산한다. 항원이 C3d와 결합한 사실은 항원이 보체의 활성을 유도한 미생물에서 기인한 것임을 입증하는 증거가
되기 때문이다. 즉 자연면역의 부산물에 의하여 특이면역이 유도된다.
특이면역에 의한 항체는 IgM과 IgG1 2종류가 있다. 2개의 신호에 의해 B세포는 세포분열을 한
후 형질세포로 분화하고 IgM 항체를 분비하는데 이에 소요되는 시간은 2, 3일이 소요된다. 한편 B세포는 Th1(1형 보조T세포)의 도움을
받아 IgM보다 특이성이 강한 IgG1을 생산하는데 이에 소요되는 시간은 약 1주일이다. 자연면역에 의해 유도된 특이면역에서 생산된 항체는
미생물의 항원과 결합 후 다시 자연면역의 과정(보체활성화와 식세포에 의한 미생물의 제거)을 밟게
된다.
4)특이면역의
특징
특이면역
특이면역은 미생물 감염 시 자연면역에 뒤따라 진행하는 면역반응으로 수지상세포와 대식세포 및 림프구에
의해 운영된다. 자연면역에 관한 설명을 보면 자연면역으로 모든 미생물이 제거될 것 같은데 왜 특이면역이라는 제2의 면역반응이 필요할까. 거기에는
사연이 있다.
비교면역학적 측면에서 살펴보면 하등동물은 단순한
체액면역의 일부만 운영하는데 비하여 보다 고등동물로 진화할수록 면역시스템은 점점 복잡해진다. 포유류에 이르면 극도로 복잡한 체액면역과 특이면역을
운영한다.
이는 동물의 진화에 앞선 면역시스템의 진화를
의미한다. 즉 보다 고등동물로 진화하려면 보다 새로운 기능을 지닌 단백질을 세포막에 표현해야하고 이 새로운 단백질은 미생물의 공격목표가 되어
이전의 면역시스템으로는 감당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인간사회도 이와 같아서 큰 감투를 쓴다는 것은 생물학적으로 보아 일시적으로 고등동물로 진화하는
것과 같다. 따라서 이들은 일반 서민과 달리 다양한 공격의 목표가 된다. 일반 서민과 큰 감투를 쓴 사람(또는 쓰려는 사람)간에는 머리에 박히는
화살의 수가 다르다. 우리 같은 서민에게는 아무도 활을 쏘지 않지만 감투가 크면 클수록 화살이 많이 박혀 감투인지 고슴도치인지
구별이 안 된다. 화살은 감투를 쓴 사람뿐 아니라 그의 부인(옷
한 벌 얻어 입으려다 열흘 동안 화살 맞은)과 자식(체중 미달로 군 면제된 후 해외유학 중 화살 맞은)과 사돈의 팔촌을 구별하지
않는다.
심지어 이웃에 사는 사람은 신변의 위협을 느껴 멀리 이사 간다.
우리 같은 서민은 체액면역만으로 충분하지만 그들이 살아 남기 위해서는 감투를 쓰기 전에 특이면역에 관한 학습이
필요하다.
특이면역의
증거제일주의
특이면역현상을 설명하는 여러 개념이 있다.
그 중 나와 남의 구별(Self nonself
discrimination) 이라는 개념이 있다. 면역시스템의 근본은 나 아닌 남(침입한 미생물, 제3자의 장기 이식 등)을 구별하고 낯선 남을
거부할 목적으로 진화하여 왔다는 것이다. 이 용어와 개념은 Melbourne 대학교 실험의학 명예교수 Macfarlane
Burnet경(1899.8.3.-1985.8.31. 호주 태생의 바이러스 학자. 이식거부반응의 기전이 특이면역에 의함을 밝힌 공로로 1960년
Peter B. Medawar경과 노벨의학상 공동수상)이 그의 저서 면역학적 순시 (Immunological Surverillance, Halstead Press, Sydney,
1970)를 통해 제시하였다.
사실 이 용어와 개념이 처음 제시될 당시 학계에서는 개념 그 자체보다 나와 남의 구별이라는 남다른
비과학적 용어에 거부반응을 보였다. 이유는 나와 남의 구별이 면역반응을 떠나 개인 이기주의, 집단 이기주의, 지역, 민족, 피부색간 대립을
암시하고 충동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때나 지금이나 저자의 학계에 미치는 영향력(노벨상 수상은 상금보다 수상자가 제시하는 가설의 파급효과)은
막강하여 모든 면역학자는 나와 남의 구별의 개념에서 실험을 계획하고 실험결과를 설명하고 결론 지었다.
그러나 미 국립보건원(NIH) 세포분자면역학연구실의 여류 면역학자 Paul Mazinger가
1994년 이에 정면 도전장을 낸다(Mazinger P., Tolerance, danger, and the extended family,
Annual Review of Immunology 12: ***-****, 1994). 면역시스템은 나와 남의 구별에는 관심이 없다는 것이다.
면역시스템은 오직 개체가 위기(danger)에 처할 시 이를 극복하기 위해 행동한다는 것이다. 그 후 5년이 지난 현재 대부분의 면역학자들은
그들의 연구를 Mazinger여사의 위기설에 입각하여 연구를 계획하고 진행하고 분석하고 결론을 맺는다.
그렇다. 면역시스템은 낯선 것들에 대해 무조건 특이면역을 동원하지 않는다. 시골 마을에 낯선 사람이
방문 시 마을 사람들은 그를 내쫓지 않는다. 낯선 사람이 쌍둥이네 외양간에서 몰래 송아지를 몰고 가려고 하면 마을 사람들은 그를 잡아 집단
폭행한다. 이와 마찬가지로 특이면역을 동원하기 위해서는 보다 결정적인 물적 증거가 필요하다. 미생물의 침입에 의한 아군의 피해상황보고와 구조
요청이 공식 채널을 통해 접수 되야 특이면역은 동원된다. 특이면역은 손상에 따른 증거제일주의를 채택하고 있는 것이다. 왜 특이면역은 나와 남의
구별을 버리고 위기설을 택하였을까. 거기에는 2가지 중요한 이유가 있다.
이유 1.
우리는 생존을 위해 영양분을 섭취한다. 우리가 섭취하는 영양소는 모두 동물성 및 식물성 단백질,
탄수화물, 지질이다.
이들은 모두 미생물의 것과 다름없는 낯선
것들이다. 아미노산 배열이 다르고 탄수화물의 문양이 다르다. 그러나 이들 영양소는 인체세포에 손상을 주지 않고 보체계를 활성화하지 않는다.
증거제일주의에 따라 면역시스템은 이들 우리에게 손상을 주지 않는 낯선 영양소를 아군 또는 우군으로 분류하고 공격하지 않는다. 이와 같은 현상을
면역학적 관용이라 부른다. 면역시스템이 이들에 대해 관용을 베푼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유 2.
바이러스에 감염 시 특이면역이 동원되면 비무장상태의 림프구 중 소수 엄선된 림프구는 무장되고, 무장된
림프구는 그 수가 약 4000배로 증가한다. 이들은 혈액의 흐름을 따라 전신을 순회하다가 병소의 혈관을 통과 후 병소에 집결하게 된다. 이는
전시에 전국에 운행하는 민간 열차와 고속버스와 항공기의 승객 중 약 10%가 완전 무장한 흥분한 군인인 것과 다름 없다. 어떤 예상 못한
불상사가 발생할지 모른다. 드물지만 사고가 발생한다. 이 사고를 의학적으로 자가면역질환이라고 부른다.
미생물감염 시 특이면역의 비상은 위의 예와 견줄 수 있어 적의 침입에 의한 아군 손상의 물적증거를
요구한다.
특이면역의
지연작전
자연면역이 미생물 감염 시 즉시 그 효과를 보이는데
반하여 특이면역의 효과는 3일 내지 1주일 후에 발현된다. 특이면역의 효과발휘가 이처럼 지연되는
첫째 이유는 미생물 감염에 관한 정보수집과 전달에 시간을 요하기 때문이다. 전신에 배치된 수지상세포는 주위에
미생물이 침입 시 현장의 피해상황과 자연면역에 의한 방어실상과 침입한 미생물의 종류와 생활습성 (인체세포 내에서 번식하는지 아니면 외에서
번식하는지) 및 미생물의 세포막에서 유리된 단백질(제일 중요한 증거) 등 모든 필요한 정보를 수집한 후 지역 림프조직으로 이동한다. 수지상세포가
림프조직까지 여행하는데 소요되는 시간은 약 24시간이다.
둘째 이유는 이래와
같다. 림프조직에 도착한 수지상세포는 현장의 상황에 가장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형태의 특이면역을 선택하여 즉시 가동한다. 이때 수지상세포가
선택할 수 있는 특이면역의 종류는 체액면역과 세포면역이다. 어느 방법을 택하건 수지상세포는 림프조직에서 선택한 소수(십여 개)의 T세포를
약4000배(1개의 림프구가 1일 4회 4일간 세포분열하면 약 4000개가 된다)로 증식시키고 활성화시킨다. 즉 T세포선택과 증식과 활성화에
4일이 소요된다.
셋째
이유는 필자의 가설인데 면역시스템은 가능하면 특이면역을 가동하지
않으려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 정보가 접수되었지만 병소에서 계속 전달되는 제2, 제3의 정보를 보아 만일 그 사이에 자연면역에 의하여
상황이 종료되면 즉각 준비 중인 특이면역을 중단하려는 것이 아닐까 (면역시스템은 필요 시 진행 중인 반응을 정지시킬 수 있는 기구를 갖고
있다). 특이면역으로 활성화한 림프구는 무장된 세포와 다름이 없어서 자가면역질환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때 영국과 아르헨티나 간에 남미대륙 끝 대서양 남단에 있는
Falkland 군도를 놓고 심각한 소유권 분쟁이 있었다.
발단은
1833년 이후 150여년간 영국이 통치해온 이 섬을 1982년 4월 2일 아르헨티나가 특전대 10000명 투입하여 무력으로 점거하였기
때문이다.
영국의 Margaret Thatcher수상은 즉각
Falkland 군도를 전쟁지역으로 선포하고 이 군도를 탈환하기 위해 함대를 출동 시킨다.
그러나 열흘이면 도착할 수 있는 함대가 현장에 도착한 것은 출항 후 한 달이 지나서다. 그 사이
그녀는 외교협상을 통해 이 사태를 비 폭력적으로 해결하려고 노력하지만 실패하고 드디어 공격을 명령한다. 특이면역에 의한 공격을 명령한 것이다.
5월 2일 영국 잠수함은 즉각 아르헨티나 순양함 General Belgrano호를 격침하고 이에 대한 반격(아르헨티나의 특이면역)으로 아르헨티나
공군은 영국해군의 구축함 2척과 프리깃함 2척을 격침한다.
결국 영국은
Falkland군도를 6월 20일 완전히 탈환하지만 그 사이 250명이 전사하는 손실을 입는다. 특이면역은 위의 예와 같아서 가급적이면 사용을
자재하는 것이 좋다.
차례로 가기
5)조직항원
면역시스템은 특이면역을 원활히 운영할 목적으로 다양한 장비를
갖추고 있는데 그 중 제일 중요한 장비가 조직항원이다. 비교생물학적 측면에서 보면 하등동물의 면역시스템은 조직항원이라는 이 단백질을 수 십억 년
전에 이미 개발 운영해 왔지만 이것이 학계에 알려진 것은 지난 40년대이다. 피부조직 이식에 관한 실험결과 이식하려는 조직은, 수혈 시 적혈구
항원(혈액형)이 일치해야 하듯이, 조직항원(의학용어로는 주조직적합성복합체, Major Histocompatibility Complex,
MHC)이 환자의 것과 완전히 일치해야 거부반응이 발생하지 않음을 알게 되었다.
그 당시 조직항원의 진정한 생물학적 기능이 밝혀지지 않은 시점에 장기이식을 시행하려는 외과의사의
입장에서 본다면 조직항원은 애물단지이었다. 차라리 인간에게 조직항원이 없으면 어떨까 하고 한때나마 생각한 사람이 필자뿐일까. 그러나 1976년
2명의 과학자(Zinkernagel과 Doherty)에 의해 조직항원이 특이면역에 없어서는 안될 중요한 장비(단백질)임이 밝혀 지고 이 두
과학자는 그 공로로1996년 노벨 의학상을 수상한다. 머리에서 발끝까지 우리 몸을 구성하는 모든 것은 하나도 쓸모없는 것이 없다. 발에 채는
돌도 쓸모가 있다는데.
조직항원의
기능과 종류
특이면역은 미생물의 침입 사실을 림프구에게
알려주는 정보제시 시스템과 이 정보에 의해 활성화된 림프구가 침입한 미생물을 공격하는 효과 시스템으로 구분된다. 미생물에 감염된 세포는 미생물의
항원을 토막 내어 그 중 한 토막(토막항원)을 조직항원에 첨부한 후 세포막에 전시(정보제시)한다. 조직항원에는 단백질 토막이 결합하는 함몰된
부위가 있어서 이 함몰부위를 구성하는 조직항원의 아미노산과 단백질 토막을 구성하는 아미노산간의 상호 친화력에 의해 결합한다. 따라서 한 종류의
미생물 항원이 단백분해효소에 의해 1000-10000여 개로 토막 나지만 실제로 한 종류의 조직항원과 결합하는 토막항원은 그 조직항원과 가장
강한 친화력을 지닌 것이다. 위의 사실로 미루어 조직항원은 토막항원 제시분자로 개명해야 하나 그 기능이 세상에 알려지기 이전에 이미 조직항원으로
널리 사용된 탓에 그대로 쓰고 있다.
만일 미생물 침입 시 그
미생물의 항원 토막 중 조직항원과 결합되는 것이 없으면 침입사실을 외부에 알릴 길이 없다. 이와 같은 상황에 대비하여 면역시스템은 100여
종(대립형질)의 조직항원을 개발하고 각 개인은 이 중 12종의 조직항원을 소유하도록 프로그램을 입력하였다. 그리고 각자가 갖고 있는 12종의
조직항원을 2다발로 나누어 그 중 1다발(6종의 조직항원)을 자식을 만들 때 상속하도록 입력하였다. 이와 같은 조직항원 상속법에 의해 모든
사람은 부와 모로부터 각각1벌식 도합 2벌(12종)의 조직항원을 소유하게 된다. 12종의 조직항원은 인류에 침입하는 거의 모든 종류의 미생물의
토막항원을 결합하기에 충분하다고 면역시스템은 판단한 것이다..
조직항원 상속법은 만인에게 공평하여 재벌의 장남이나 대통령의 외아들이라고 남보다 많은 조직항원을
소유할 수 없다. 조직항원 상속법에 의해 부모와 자식간의 조직항원은 각자가 지닌 2벌의 조직항원 중 1벌은 일치(50% 일치)하고 Mendel의
유전법칙에 의해 형제간 2벌의 조직항원이 모두 일치(100% 일치)할 확률은 25%이다. 혈연관계가 없는 제3자간에 2벌의 조직항원이 일치할
확률은 약 1400만 분의 1이다. 따라서 형제가 많은 가족은 장기이식이 필요할 때 형제의 수가 작은 가족보다
유리하다.
한때(1970년대) 조직항원 검사는 법의학적으로
친자감별에 이용되기도 하였다. 내가 상속한 조직항원을 버리고 옆집 총각의 조직항원을 갖고 있다면 그 아이는 옆집으로 보내야
한다.
극히 희귀한 면역결핍질환으로 발가벗은(bare)
림프구증후군이 있다. 림프구가 옷을 벗었다는 의미가 아니다. 부모로부터 상속 받은 2형 조직항원(조직항원에는 1형과 2형이 있다)을 세포막에
전시하는데 필요한 작은 부품의 선천적결함(돌연변이)으로 인해 항원제시세포 (수지상세포, 대식세포 및 B세포)의 세포막에 2형 조직항원이 전시되지
않음을 의미한다. 이로 인해 이 환자는 특이면역에 의한 항체생산을 할 수 없다.
조직항원의 다양성과
Amerindian
조직항원에 별도의 관심을 보인 학자들이
또 있다. 이들을 인류유전학자라고 부른다. 조직형이 다발로 대를 이어 상속되는 점에 착안한 이들은 각 민족을 대상으로 집단조직형검사를 시행하고
그 자료를 분석한다. 수천, 수만 년 전에 민족의 대이동이 있었고 그 과정에 민족들은 제각기 다른 민족과 섞여(혼혈) 오늘에 이른 것이다.
따라서 각 민족의 조직형을 조사 분석하면 이들이 어디에서 왔고 어느 민족과 섞였는지를 파악할 수 있다. 조직형 검사와 유전자 지문검사를 통해
인류 태초의 고향은 아프리카임을 이들은 밝히었다. 그래서 태초에 아프리카에 거주한 인류의 조상을 아프리카의 아담과 이브라 부른다.
이야기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Yale대학 역학 및
예방의학교실의 Black은 그 동안 여러 기관의 보고자료를 분석하였다. 인류의 고향인 아프리카 사하라 사막 이남에 현재 거주하는 토착민
1342명을 대상으로 조직형 검사를 시행한 결과 이들이 지니고 있는 조직항원 중 A와 B 대립형질의 가지 수는 총40종(A 12종, B
28종)이었다. 구라파인(1069명)은 37종, 동아시아인 (4061명)은 34종인데 비하여 남아메리카 원주민(1944명)은 10종, 북아메리카
원주민(1163명)은 17종이었다. 북미와 남미 원주민의 조직형의 대립형질의 가지 수가 이렇게 소수인 점으로 미루어 수 만년 전(Bering해
가 형성되기 전) 미 대륙으로 이주한 아시아 인은 젊은 남녀 10여 쌍 미만이었음을 의미한다. 이들의 자손의 일부가 파나마를 지나 남미 대륙까지
이주하였음을 알 수 있다. 남북 아메리카 대륙에 거주하는 이들의 자손을 Amerindian이라 부른다.
이야기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160톤의 범선 Mayflower호가 영국의 Plymouth를
출항하여 66일의 항해 끝에 1620년 11월 21일 최초의 이주민 102명을 Cape Cod에 하선 시킨 시점의 남북 아메리카 대륙의 원주민
수는 5600만 명으로 추정되나 그 후 이들의 수는 10%로 감소한다. 그 이유를 Black은 명쾌하게 설명한다. Mayflower호의 승객
명단에는 백인들만 있지만 쥐와 각종 미생물도 무임 승선하였다. 이들은 다같이 손에 손을 잡고 하선하였다. 번식력이 왕성한 쥐는 백인들 보다 빠른
속도로 서부로 진출한다. 불행하게도 원주민집단이 갖고 있는 10 내지 17종의 조직항원 (HLA-A와 B)은 신대륙에 상륙 후 서부로 진출하는
구대륙의 쥐가 퍼뜨린 미생물(특히 바이러스)을 방어하기에 충분치 못하였다. "그들의 인구가 급격히 감소한 것은 그들이 갖고 있는 조직항원의
종류가 몇 개 안되었기 때문(Black F.L., Why did they die?, Science 258:1739, 1992)이지 우리 조상이
그들을 집단 학살한 탓은 아니다. 우리의 조상은 늑대와 춤을 추었을 뿐이다."
Charles Darwin의 적자생존론으로 해석하면 구대륙 원주민 5600만 명중 새로운
환경(미생물학적으로 구대륙화한 신대륙)에 적응 생존할 수 있었던 원주민은 560만 명뿐이었다. 지난 일이지만 아쉬움이 남는다. 원주민 여성들이
모두 대서양 해안에 한 줄로 서서 상륙하는 백인 남자를 유혹하였다면, 비록 피는 섞이겠지만,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새 생명을 얻었을 것을.
그들은 선택의 기로에서 고민하였음이 확실하다. 민족의 순수 혈통을 지킬 것인가 아니면 새 환경과 타협할 것인가. 불행하게도 그들은 전자를
택하였다. 그들은 거룩한 아시아의 딸이기에.
제1형 조직항원과 바이러스 감염
조직항원은 세포막에 표현되며 기능에 따라 1형과 2형으로 분류한다. 1형 조직항원은 모든
세포(적혈구는 제외)의 세포막에 표현된다. 면역시스템은 모든 세포에게 자신이 생산하는 단백질 샘플을 토막 내어 1형 조직항원에 결합 후 세포막에
전시하도록 프로그램을 입력하였다. 이는 마치 음식점에서 제공되는 품목의 모형을 입구에 제시하도록 강요하는 요식업소 식품 전시법과 같다. 이
규정에 따라 바이러스에 감염된 세포는 바이러스 단백질을 생산하게 되고 그 토막항원은 자동적으로 6종의 1형 조직항원 중 최소한 1종에 결합되어
세포막에 전시된다. 따라서 감염되지 않은 세포는 정상 인체단백질의 토막항원만 세포막에 전시하는데 반하여 감염된 세포는 2종류(인체와 바이러스)의
토막항원을 세포막에 전시하고 현장에 출동한 세포독성T세포에게 자신이 바이러스에 감염되었음을 고백한다. 세포독성 T세포는 감염사실을 고백하는
세포만 골라 사살한다.
그러나 몇몇 바이러스는 세포에 침입 후
침입사실을 은폐하기 위해 1형 조직항원의 세포막 표현을 방해한다. 면역시스템은 이와 같은 상황에 대비하여 자연살세포를 확보하고 있다.
자연살세포의 임무 중 하나는 세포막에 1형 조직항원을 전시하지 않은 세포를 골라 제거하는 일이다.
만일 모든 건물(가옥, 빌딩, 공장 등)에서 가공 생산되는 제품의 샘플이 자동적으로 건물입구에
전시되는 프로그램을 개발한다면 마약이나 각종 해적판, 불량식품 등은 쉽게 근절될 것이다.
2형 조직항원과 항원제시세포
B세포(B림프구), 대식세포 및 수지상세포를 항원제시세포라 부른다. 이들은 외부로부터 수집한 미생물의
항원을 토막 내어 세포막에 제시하는 세포이기 때문이다. 이들 세포는 미생물 항원의 토막항원을 조직항원에 결합한 후 세포막에 제시하는데 이때
이들이 사용하는 조직항원은 2형 조직항원이다. 1형 조직항원에 결합되는 토막항원이 세포 내에서 생산된 단백질에서 유래된 것이기 때문에 내인성
토막항원이라고 부르는데 반하여 2형 조직항원에 결합하는 토막항원은 그 출처가 세포 밖에서 유래된 단백질이기 때문에 외인성 토막항원이라고 부른다.
이들 항원제시세포는 내인성 토막항원은 1형 조직항원에 결합 후
세포막에 제시하고 외인성 토막항원은 2형 조직항원에 결합 후 세포막에 전시한다 (이 부분의 설명은 면역학 개요(2), 항원의 처리와 제시에서
다룰것임). 항원제시세포가 항원을 제시하는 과정은 근본적으로 같으나 이들이 항원을 제시하는 목적은 서로
다르다.
구조요청을 하는 항원제시
대식세포
일부미생물은 대식세포에 잠입한 후 그 안에서
증식한다. 원래 대식세포는 침입한 세균을 탐식 (식작용)할 수 있고 탐식한 세균을 용해할 수 있는 막강한 힘을 갖고 있다.
그러나 이들 미생물은 오히려 대식세포가 자신을 탐식하도록 유도하여 세포
내로 잠입한 후 대식세포의 용해작용을 방해한다. 이와 같은 상황에 대식세포는 세균이 침입 전에 생산한 단백질 즉 외인성 토막항원은 2형
조직항원에 결합하고, 침입 후에 생산한 단백질 즉 내인성 토막항원은 1형 조직항원에 결합 후 세포막에 제시하고 활성 T세포가 오기를 기다린다.
즉 감염된 대식세포가 항원을 제시하는 목적은 활성화된 T세포의 도움을 받기 위해서다.
일부 학자들은, 아직도, 감염된 대식세포가 직접 림프조직으로 이동하여 T세포를 활성화한다고 설명하지만
그것은 틀린 말이다. 원칙적으로 감염대식세포는 대식세포 이동금지법(대식세포 이동억제인자, MIF Macrophage Immobilization
Factor)에 의해 이동을 할 수 없다.
감염대식세포가 림프조직으로
이동하면 림프조직에 감염이 확산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병적으로
감염대식세포가 림프조직으로 이동하여 염증이 확산되는 경우는 MIF 또는 이와 관련된 미지의 물질에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감염된 대식세포가
항원을 제시하는 목적은 감염의 확산을 막고 활성화된 T세포의 도움을 감염현장에서 받기 위해서다
면역시스템의 결제를 요청하는 항원제시
B세포
인체에 침입하는 미생물은 그 종류가 많은데 이들의
대부분은 침입 후 인체세포 밖에서 증식하며 이들을 세포 외 미생물이라 부른다.
이들 미생물의 세포막에서 유리된 항원은 림프액의 흐름을 따라 지역 림프조직에 도착한다.
림프조직에는 고유한 항원수용기를 세포막에 표현하는 1000만종 이상의
B세포가 진을 치고 있어서 림프조직에 도착한 항원은 이들 B세포 중 친화력(항원과 B세포 항원수용기간의 결합력)이 강한 B세포에 수용될 수밖에
없다.
항원을 접수한 소수의 B세포들 (10개 내외)은 4000배로
증식한 후 초당 30만 분자의 항체를 생산 분비하는 형질세포로 탈바꿈한다. 분비된 항체는 근본적으로 항원을 수용한 B세포의 항원수용기와
동일하다.
따라서 혈액의 흐름을 타고 현장에 출동한 항체는 미생물의
세포막에 표현된 동일 항원과 강하게 결합한다. 미생물의 항원에 결합된 항체는 보체계의 활성을 유도하여 미생물을 용해하거나 대식세포에 의한
식작용을 유도한다.
그러나 항원을 수용한 B세포는 독자적으로 항체를
생산 분비할 수 없다.
항원을 수용한 B세포는 외인성 토막항원을 2형
조직항원에 결합하고 세포막에 제시한 후 면역시스템의 결재를 받아야 한다. 결재를 받지 못한 B세포는 IgG1항체를 생산할 수
없다.
B세포가 항원을 제시하는 이유는 면역시스템으로부터 항체생산의
허락을 받기 위해서다. 면역시스템은 B세포가 제시하는 증거와 현장에서 수지상세포가 갖고 온 정보가 일치할 때 B세포의 요청을
허락한다.
왜 면역시스템은 B세포
단독으로 제시하는 정보를 신뢰하지 않을까
그 이유는
간단하다. B세포는 적과 아군의 단백질을 구별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정상 시 계속 림프조직으로 흘러 들어오는 림프액의 단백질은 모두 인체
단백질이고 1000만종 이상의 B세포 중에는 이들 단백질과 친화력이 강한 B세포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미생물 감염이 없는 평상시에도 B세포는 토막항원(인체 단백질의)을 면역시스템에 제시하고 결재를
요청한다. 만일 이와 같은 상황에서 면역시스템이 B세포를 믿고 항체생산을 허락한다면 생산된 항체는 해당 인체단백질과 결합하여 단백질 고유의
생화학적 기능을 차단할 것이다. 만일 그 단백질이 성장 호르몬이면 성장이 정지하고 인슈린이면 당뇨병이
발생한다.
군사정권 시절 어느 대통령은 2개의 정보수집 통로를 양
손에 쥐고 있었다. 오른손에는 중앙정보부를 쥐고 왼손에는 보안사를 쥐고 있었다. 그는 매일 아침상을 받기 전에 양 손의 일일보고를 비교
확인하였다.
면역시스템이 B세포와 수지상세포가 올린 정보를 비교
확인하듯이. 그는 어느날 새벽 안전한 집에서 벌린 술좌석에서 그의 오른손에 의해 살해된다. 그 뒤 안전한 집은 헐리고 잘 가꾸어진 정원은 청운동
주민의 휴식공원이 된다. 우리의 면역시스템은 그때나 지금이나 술을 멀리하기 때문에 아직도 건재하다.
정보를 수집 후 T세포를 활성화시키는 항원제시
수지상세포
특이면역에 관여하는 모든 세포가 각자 중요 임무를
지니고 있지만 그 중 제일 중요한 세포가 수지상세포이다.
전신 특히
적의 침입이 용이한 취약지구에 다수 전진 배치된 수지상세포는 미생물의 침입과 이에 따른 세포손상의 신호가 감지되면 미생물에서 유리된 보체
C3d가 결합된 항원을 수집 후 림프관 내 림프액의 흐름을 따라 지역 림프조직으로 이동한다.
이동 중 수지상세포는 자신이 수집 절단한 외인성 토막항원을 2형 조직항원에 결합 후 세포막에
제시한다. 미생물이 직접 수지상세포에 침입 시 외인성 토막항원은 2형 조직항원에 그리고 내인성 토막항원은 1형 조직항원에 결합 후 세포막에
제시한다.
이와 같이 정보를 수집하고 그 증거를 세포막에 제시한
수지상세포가 림프조직으로 가는 이유는 달마가 동쪽으로 간 이유와 다르다.
수지상세포는 감염현장의 상황에 최적(4종의 특이면역 중 택1 또는 택2)으로 대처할 수 있는 소수의
T세포를 엄선한 후 이들을4000배로 증식 활성화 시키기 위해서다.
즉
수지상세포가 항원을 제시하는 목적은 특이면역의 유형을 결정하고 비활성 T세포를 활성화하기 위한 것이다.
면역시스템은 적의 침입 시 자연면역에 의한 방어의 효과, 현장에 분포된 혈관의 상태(열린 혈관인가
아니면 닫힌 혈관인가), 침입한 미생물의 독성의 정도, 미생물의 생활습성(세포 외 미생물인가, 세포 내 미생물인가), 미생물의 종류(세균인가
아니면 바이러스인가 아니면 장내기생충인가) 등 모든 실상을 직접 보고, 측정하고, 수집하고 평가한 수지상세포에게 작전계획을 수립하도록 위임 한
듯하다.
1950년 한국전 이전에 대한민국 국민은 "만일 전쟁이
발생하면 점심은 평양에서, 저녁 은 압록강에서"라는 정부의 선전을 철석같이 믿었다. 북한의 군사력과 그들의 움직임에 관한 정보가 없었음을
의미한다.
수지상세포의 중추적
역할
한때 모든 종류의 항원제시세포는 비활성 T세포를 직접
활성화할 수 있다고 믿었다. 따라서 비활성 T세포는 혈액의 흐름을 타고 전신을 순시한다고 믿었고 이와 같은 현상을 Burnet는 T세포의
면역학적 순시(Immunologic Surveillance)라고 이름 하였다.
돌이켜 보면 면역학적 순시의 개념은 마치 총 병력의 절반이 비무장 상태로 온 나라를 여행(순시)하다가
적이 침입 시 그 지역을 통과 중인 군인을 무장시켜 대처하는 것과 같다. 누가 전국에 분산되어 여행중인 이들을 통제하고, 먹이고, 입히고,
잠재울까. 우리도 하지 않는 그런 일을 설마 면역시스템이 할 리가 없다.
필요한 장소에 군 부대를 설치하고 관할지역에 적이 침입 시 정보참모의 보고에 입각하여 작전참모가
병력을 무장시켜 현장에 투입하듯이 면역시스템도 이와 유사한 운영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군의 정보참모와 작전참모에 준하는 기능은 수지상세포가
담당한다. 간혹 택시기사가 동해안 해변에 좌초된 정체불명의 잠수함을 새벽에 지나다 보고 군에 그 정보를 제시하는 일이 있으나 면역시스템이라면
틀림없이 수지상세포가 보고 하였을 것이다. 수지상세포는 결코 자신의 주어진 임무를 택시기사에게 미루지 않는다.
최근 수지상세포도 경우에 따라 맡은 임무를 수행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음이 밝혀 졌다 (Fugier-Vivier I. et al., Measles virus suppress
cell-mediated immunity by interfering with the survival and function of
dendritic and T cells. J. Exp. Med. 186: 813-826, 1997). 홍역 바이러스는 인체에 감염 즉시 수지상세포와 T세포에 침입하여 이들 세포의 기능을 차단하고 수명을
단축한다는 것이다.
선제공격에 의한 상대방의 정보, 작전, 병력의 마비
(특이면역의 마비)를 초래한다는 것이다. 홍역은 이제 예방이 가능한 전염성 질환이지만 아직도 제3세계의 어린이는 년 간 150만 명이
사망한다.
암세포
암세포는
세포분열을 조절(억제)하는 단백질의 돌연변이에 의해 발생한다.
따라서
이들 암세포는 돌연변이된 단백질을 세포 내에서 합성하고 그 중 일부는 1형 조직항원에 결합하여 세포막에 전시한다. 그러나 암세포는 비활성
T세포를 직접 활성화할 수 없다. 비활성 T세포는 오직 수지상세포에 의해서 활성화되기 때문이다. 암은 대부분의 경우 소수의 세포가 암세포로
변형된 후 무절제하게 증식하지만 이들의 일부는 세포소멸의 기전에 의해 소멸되고 그 잔해는 인근 대식세포에 의해 즉시
청소된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암세포의 세포소멸은 면역시스템을 자극하지
않는 것으로 판단된다. 따라서 암세포 주위에 배치된 수지상세포는 암세포의 세포소멸에 대해 관심을 기울이지 않게 된다. 정보와 작전참모에 해당하는
수지상세포가 암세포의 세포소멸에 무관심한 상황에서 암세포에 대한 특이면역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다.
암세포 집단의 크기가 1mm이상 커지면 이들 암세포는 그나마 1형 조직항원을 표현하지 않는다.
정상세포가 1형 조직항원을 표현하지 않는 경우 자연살세포가 이들을 사살하는데 비해 암세포가 1형 조직항원을 표현하지 않을 시 자연살세포는 왜
암세포를 공격하지 않는지 그 이유를 아직 모른다. 만일 독자가 그 기전을 밝히고 자연살세포로 하여금 암세포를 공격하도록 재교육시킬 수 있다면
암은 정복되고 노벨의학상과 평화상은 당연히 독자의 몫이 된다.
근본적인 의문은 "특이면역의 임무에 암세포에 대한 방어가 포함되는가"이다. 이에 대한 간접적인 해답은
면역결핍증 환자에서 얻을 수 있다. 만일 암세포에 대한 방어가 특이면역의 임무에 포함된다면 면역결핍 환자군은 대조군에 비하여 암의 발생빈도가
증가할 것이고 임무에 포함되지 않는다면 암 발생빈도가 증가하지 않을 것이다.
조사결과 면역결핍 환자군의 암 발생빈도는 대조군에 비하여 증가하지 않았다.
오직 일부 한정된 암이 증가하는데 그것은 대부분 바이러스 감염에 의해
발생한 암이었다. 면역결핍 환자군은 암을 유발하는 바이러스에 감염 시 면역결핍으로 인해 바이러스를 공격할 수 없기 때문인 것이다. 이로 미루어
특이면역의 임무는 미생물과 기생충 감염에 한정된 것으로 추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