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Lauren Schuker Blum
로스앤젤레스의 부동산 개발업자 프랭크 다마반디는 캘리포니아주 산타모니카에 모던한 젠 스타일 주택을 짓기로 했을 때 가장 신경 쓴 부분이 있었다. 바로 물을 집 가까이 두는 것. 그래서 해변에서 한 블록 떨어진 곳에 집을 지었다. 그러나 짓고보니 태평양으론 부족했다.
물에 대한 갈증을 채우기 위해 그는 150만 달러를 들여 자신의 주택(0.5에이커)에 물 조경을 조성했다. 주택과 도로를 분리하는 대지 경계선에 7피트 높이 폭포를 설치한 것. 정원에 잉어 연못도 4개 만들어 작은 폭포와 개울에 연결시켰다. 마지막으로 해수 풀과 자쿠지를 집에 바짝 붙여 설치, 부엌의 유리 마루 아래로 수영장이 펼쳐지도록 했다.
다마반디는 “인생 대부분의 시간을 해변에서 살아서 물을 보면 마음이 편안해진다”면서 “물로 둘러쌓인 집에서 물이 주는 ‘힐링’ 효과를 누리며 살고 싶었다”고 말했다.
과거에는 주택에서 흔히 볼 수 없었던 물 조경이 주택 건설 시장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주택 부지에 인공 강, 암초 수족관, 물 미끄럼틀과 대형 연못이 있는 인공 산 등을 조성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하지만 주택 건설업자들은 이러한 시설은 설치 및 관리 비용이 상당히 높다고 말한다.
인공폭포를 설치 및 유지보수 하는 데 드는 비용은 매우 높다. 물 조경을 전문으로 하는 건축설계 사무소에 의뢰하는 경우 집 한 채 가격과 맞먹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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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verett Fenton Gidley
- 주택 건설 시장에서 물을 이용한 인공 조형물이 인기를 끌고 있다. 슬라이드쇼 보기
100만 달러 이상의 비용이 들기도 한다. LA에서 건축설계사로 활동하고 있는 데이비드 몬탈바는, 80만 달러짜리 인공폭포를 집에 조성해달라고 주문했던 고객이 비용 부담으로 결국 마지막에 마음을 바꾼 적도 있었다고 말한다.
유지보수비도 만만치 않다. 다마반디는 집의 물 조경을 유지보수하는 데 매년 20만 달러 이상을 지출한다고 말한다. 수도세며 전기비도 매달 7,000달러씩 나간다고 한다. 관리비가 어찌나 많이 나왔던지 공사가 끝난 후 로스앤젤레스 수도전력국에서 그의 집에 감사원을 보내 아무 이상이 없는지 확인하라고 했을 정도였다. 그가 집을 팔기로 한 이유 중에는 이처럼 관리비가 높은 것도 있다. 집은 1,875만 달러에 매물로 나왔다.
마이애미에서 최고급 빌딩 건축을 전문으로 하고 있는 찰스 시저 건축설계사는 “인공 물 조형물에는 재활용된 물을 사용하는 것이 정석”이라면서 “이제서야 이 말에 귀기울이는 고객들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마이애미에 있는 시저의 집에는 호수가 있는데 이 호수에는 집과 연결된, 표면을 목재로 작업한 다리가 놓여있다.
몬탈바는 요즘 고객 중 절반 정도가 물 조경을 하고 있다고 말한다. 10년 전만 하더라도 몇 명 안 됐던 것에 비해 크게 늘었다. 그는 “그 때만 하더라도 물을 이용한 인공 조형물을 제작해달라고 주문하는 손님은 한 두 명 정도였다. 그랬던 것이 요즘엔 모든 고객이 집에 수영장이나 분수를 짓고 싶어한다”고 설명했다.
물 조경은 실용적인 목적으로도 사용될 수 있다. 자동차 소음이나 이웃집 소음 등 불쾌한 소리를 막아주는 역할을 한다. 애틀랜타에서 조경공사업체를 운영하고 있는 샘 존슨은 이러한 실용적 기능 때문에 물 조경 주문 건수가 5년 전에 비해 4배 가까이 늘었다고 말한다. 존슨은 “모든 사람이 아름답고 고요한 인공 호수를 갖춘 집에서 살 수 있는 건 아니지만 우리는 그러한 호수를 설치해 줄 수 있다”고 덧붙였다.
마이애미의 건축가 시저도 물 인공조형물이 멋지게 조성된 집을 짓고 싶었다. 대학에서 프랑스 성(城)을 공부했던 시저는 늘 그런 집에서 사는 것을 꿈꿔왔다. 그래서 5년이라는 긴 시간을 들여 2만제곱피트 규모의 성 같은 집을 완공했다. 집 주변의 버려진 토마토 밭을 파서 만든 대형 호수에 둘러쌓인 집이다. 호수 바닥의 자연석을 깎아 만든 징검다리를 건너면 정자 두 채가 나온다. 정자 측면으로는 침실 7개, 욕실 7개가 딸린 대저택이 자리를 잡고 있다.
시저는 연못에 잉어와 거위, 백조 등을 풀어놓았다. 인근 에버글레이드 습지에서 오리와 왜가리, 거북이도 건너왔다. 이제 이곳에서 시저의 자녀와 손주들이 카누를 즐기기도 한다. 폭포와 분수, 운하, 석호, 잉어 연못, 수영장도 있다. 담수 우물도 4개 있는데 그 중 2개는 집의 수도원으로 사용하고 있어 수도세가 거의 나오지 않는다고 한다. 시저는 “이것이 플로리다의 매력”이라면서 “물이 가까이 있는 부동산을 사거나 아니면 땅을 파서 물이 나오게 할 수 있다”고 말한다.
댈러스에서 수영장 사업을 하고 있는 유진 로쉬만에 따르면 2008년 이후 수영장 등 물을 이용한 인공 조형물 관련 지출이 세 배 가량 뛰었다고 한다. 그는 “5년 전만 해도 집에다 멋진 수영장이나 물 조형물을 짓겠다고 12만 달러나 들이는 사람을 듣도보도 못했는데 지금은 다반사가 됐다”면서 “비싼 여행에 돈을 쓰느니 집 마당에다 투자하겠다는 사람이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로쉬만도 이런 사람 중 한 명이다. 몇 년 전 그는 아내 앤지와 함께 25만달러(집값의 3분의 1도 넘는 금액)를 들여 287피트 규모 인공 강을 설치했다. 굽이진 물길을 따라 텍사스주 프로스퍼 주변을 유유히 떠다닌다든지 노를 저어 강에서 대형 수영장까지 가기도 한다. 인공 강을 채우기 위해 필요한 물의 양은 총 4만5,000갤런이며, 해류를 만드는 데 10마력 모터 두 개가 사용된다. 인공 강은 리모콘으로 조작이 가능하도록 설계했다.
랄프와 아만다 들루가스(유타주 드레이퍼)는 100년 이상된 폭포가 있는 집에서 살고 있다. 8,000평방피트 규모의 주택 부지를 두 쪽으로 나누고 있는 7피트 너비의 협곡은 둑길과 연결돼 있다. 뒷 마당에는 물 미끄럼틀과 폭포 11개가 있는 인공 산이 조성돼 있다. 폭포수는 대형 수영장과 아동용 수영장으로 흘러 들어간다. 산으로 물을 끌어올리고 내리기 위해 11개의 펌프가 가동되고 있다. 산 안에는 TV와 소파, 바가 설치된 동굴 공간도 있다.
하지만 물 조경물은 설계가 복잡한 만큼 청소하는 작업도 까다롭다. 들루가스는 “솔직히 말하면 유지보수 작업은 정말이지 끔찍하다”면서 “매주 스쿠버다이버를 고용해 수영장 청소를 한다”고 관리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정기적으로 청소하지 않으면 바위에 초록색 찌꺼기 같은 것이 낀다고 한다. 매년 청소비로만 5,000달러 가량이 지출된다. 작년에는 눈과 얼음으로 인한 균열을 방지하기 위해 수영장을 밀봉하는 데 3만 달러가 추가로 들었다.
아쿠아리움도 요즘 인기 있는 물 조형물 중 하나다. 상대적으로 가격이 낮을 뿐 아니라 유지보수비도 적게 들기 때문.
위스콘신주 브리스톨에서 7.5에이커 규모의 주택에 거주하고 있는 빌 완(사업가)은 몇 년 전 세계에서 가장 큰 개인 암초 아쿠아리움을 집에 설치했다. 길이가 24피트에 달하는 2만 갤런짜리 수족관으로 그가 개인적으로 제작한 것이다. 그는 “수족관을 우선적으로 만든 뒤에 집을 설계하고 건축했다”고 말한다. “집을 지을 때만 해도 거실에 앉아서 물고기들을 바라보고 있는 모습을 상상했다. 그런데 물고기들이 우리를 바라보고 있더라. 우리가 움직이면 물고기들이 수족관을 헤엄치며 우리를 따라온다. TV도 보더라.”
아쿠아리움에서 어마어마한 양의 습기가 발생하기 때문에 완은 수족관 뒷쪽의 침실을 플라스틱으로 막아버리고 수족관 전용 통풍 시스템도 설치했다. 그는 “전에도 집에 아쿠아리움을 설치한 적이 있었는데 어찌나 습하던지 천장 장선이 다 꺼지고 지붕도 무너지기 일보 직전이었다. 거기서 교훈을 얻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물 조경이 인기를 끌면서 보다 환경친화적인 방법을 도입해 주택을 건설하고자 하는 개발업자들이 늘고 있다. 물이 많은 지역에서 주택을 짓고 절수 효과가 있는 식물을 조경에 사용하는 등 다양한 시도가 이루어지고 있다.
CFI 글로벌 피셔리 매니지먼트에서 어류 서식지 및 수자원 컨설턴트로 활동하고 있는 섀넌 스켈톤은 “미국에서 물은 금보다 절대적으로 가치있는 자원”이라고 말했다. 최근 몇 년 동안 넓은 부지를 구입했으나 수리권이 없어 다른 곳에서 물을 구입할 수 밖에 없는 클라이언트들이 늘고 있는 추세라고 그는 덧붙였다.
일부 주택에서는 물 조경으로 돈을 절약하는 효과를 볼 수도 있다. 건조한 기후 지역에서 조경을 하려면 대규모 수화 작업이 필요하지만 물 조경을 조성하는 경우에는 거의 필요없다.
라스베가스에서 상업용 부동산 브로커로 활동하고 있는 토미 이솔라(35)도 대형 수영장과 폭포, 잉어 연못 등 2만6,000갤런 규모 물 조경이 조성된 대저택으로 이사했을 때 이 사실을 깨달았다.
이솔라는 “잔디로 뒤덮인 정원을 조성하는 것에 비해 수도세가 4분의 1밖에 나오지 않는다”면서 “라스베가스에서는 물이 비싸다. 그런데 여기서는 잔디 정원을 조성하는 것보다 물 조경을 조성하는 것이 훨씬 싸서 놀랐다”고 말했다.
하지만 확실히 물이 많이 드는 건 사실이다. 프랭크 맥키니 부동산 개발업자는 몇 년 전 팜 비치 카운티에 1만5,000평방피트 규모의 주택을 건설할 때 물 조경물을 많이 설치한 것을 후회한다고 한다. 이 집을 팔기로 했을 때 매수자자 나타날 때까지 무려 15달이나 걸린 것. 집은 2년 전 2,270만 달러에 팔렸다.
인트라코스탈 워터웨이와 대서양 사이 부지에 조성된 1.6에이커 규모 주택단지인 ‘아쿠아 리아나’에는 일명 ‘물 마루’와 ‘물 벽’이 시공돼 있다. 수영장을 덮고 있는 3인치 두께의 방탄유리는 집 로비의 ‘물 마루’ 역할을 하고 있다. 버튼을 누르면 해안쪽 창문에서 물 폭포가 쏟아져 ‘물 벽’이 만들어진다.
맥키니는 “집을 다시 짓게 된다면 물 조경의 비중을 낮출 생각이다. 이 집을 본 일부 매수자들은 물 위를 걷고 있다는 느낌을 받지 못하는 것 같더라”면서 “어쩌면 우리가 너무 트렌드를 앞서 간 건지도 모르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