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아 솔아 푸른 솔아 -百濟. 6 - 박영근
부르네 물억새 마다 엉키던
솔아 솔아 푸르른 솔아
詩 : 박영근 작곡 : 안치환 노래 : 안치환, 노찾사, 임태경, 전교조 문화국, 밀물
거센 바람이 불어 와서
솔아 솔아 푸르른 솔아
평론가 임진모와 안치환의 대담 중에서
- ‘솔아 솔아 푸르른 솔아’는 가사에 그려져 있듯 감옥에 있는 동료를 위해 만든 곡입니다. 누구를 위해 만든 것이며 어떻게 대학가에 퍼지게 된 겁니까?
“저를 ‘울림터’에 데려간 선배가 주인공입니다. 지금은 음향회사 사장으로 있는 안종호씨지요. 당시 군대 갈 무렵이 된 선배들은 집회를 주도해 감옥에 가는 게 하나의 관행(?)이었죠. 그 선배 때문에 저도 가투(街鬪)라는 걸 처음 알았고요. 노랫말은 박영근씨의 시를 보고 이것저것 따서 완성했어요. 제 노래에는 시를 가사로 삼은 것이 많은데, 시집을 읽고 가사를 쓰는 버릇은 이때부터 시작된 겁니다. 음악적으로는 당시 음악계를 휩쓸던 록밴드 들국화의 공연을 신촌 그랜드백화점 10층에서 보고 충격을 받은 상태에서 썼지요.
그 노래를 처음 부른 것은 4학년 때 연세대 총학생회장 선거 유세에서였습니다. 당시 제가 지지한 2번 후보 유세 때 불렀는데, 결국 그 후보는 떨어졌고 1번 후보가 당선됐지요. 그러고는 한동안 잊고 지냈는데, 당선자가 저에게 총학생회 발대식 때 그 노래를 불러달라고 하더군요. 당시만 해도 발대식 때는 다른 대학 학생들이 많이 오곤 했어요. 덕분에 그때 다시 부른 ‘솔아 솔아 푸르른 솔아’도 삽시간에 서울지역 대학 전체로 퍼져나갔습니다. 맞는 표현일지 모르지만, 개인적으로는 이때부터 노래운동의 중심이 서울대에서 연세대로 옮겨졌다고 봅니다.”
- 신동아 2003년 6월호
솔아 솔아 푸르른 솔아 - 안치환
솔아 솔아 푸르른 솔아 - 노찾사
솔아 솔아 푸르른 솔아 - 임태경
솔아 솔아 푸르른 솔아 - 전교조 문화국
솔아 솔아 푸르른 솔아 - 밀물
솔아 솔아 푸르른 솔아 - 엠씨 스나이퍼
솔아 솔아 푸르른 솔아 샛바람에 떨지 말아
나의 영혼 물어다줄 평화시장 비둘기
아름다운 서울 청계천 어느 공장
나의 영혼 물어다줄 평화시장 비둘기
비에 젖은 70년대 서울의 밤거리
나의 영혼 물어다줄 평화시장 비둘기
나의 영혼 물어다줄 평화시장 비둘기
솔아 솔아 푸르른 솔아 - 엠씨 스나이퍼(MC Sinper)
'솔아솔아 푸르른 솔아' 원작시인 박영근, 못난 세상 버리다 오마이뉴스 이종찬 기자 ▲ 박영근 시인 ⓒ2006 민족문학작가회의 제공 "좋은 시는 울림이 크고 가슴에 오래 그 향기를 남긴다. <지금도 그 별은 눈 뜨는가>가 그렇다. 남보다 많이 울고 남보다 깊이 삭여온 덕분이리라. 등단 이후 지금까지 나는 그가 취한 모습을 더 많이 보아왔다. 어떤 크나큰 괴로움과 슬픔이 그의 속에 둥지를 틀고 있을 터이지만 나는 끝내 아무것도 묻지 않는다. 그 슬픔이 저 혼자 짓뭉개져서 스스로 빛과 향기를 뿜어낼 것이다. - 정희성(시인)
지난 1980년대, <취업공고판 앞에서>(청사, 1984)란 시집으로 이 땅에 현장 노동자 시인이 끌고 가는 '노동문학'의 뿌리를 심은 박영근(1958~2006) 시인이 이 험난한 세상과의 끈질긴 싸움에서 이기지 못하고 다시는 돌아올 수 없는 머나먼 길을 떠났다.
고 박영근 시인은 지난 3일, 알콜성 치매로 쓰러져 의식이 없는 상태에서 을지로 백병원 중환자실에서 투병 중 상태가 악화돼 서울 백병원으로 급히 옮겼으나 11일(목) 저녁 8시 40분 결핵성 뇌수막염과 패혈증의 악화로 끝내 일어나지 못했다.
박영근 시인은 1958년 전북 부안에서 태어나 전주고를 수학한 뒤 서울로 상경, 현장노동자로 일하다가 1981년 <반시, 反詩>6집에 시 '수유리에서' 등을 발표하면서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그 뒤 노동자 출신 시인 박노해와 백무산, 이소리, 김해화, 김기홍 등 노동자 출신 시인들의 출현을 몰고 왔고, 1980년대 민족민중문학의 주체논쟁의 한복판에서 노동시와 민중시의 상징으로 자리잡았다. 그는 민중가요 '솔아 솔아 푸르른 솔아'의 원작시인이기도 하다.
그 뒤 시인은 민족문학작가회의 인천지회 부회장과 인천민예총 사무국장, 인천민예총 부지회장, 2004년 민족문학작가회의 시분과위원장 등을 맡았고, 숨을 거두기 직전까지도 (사)민족문학작가회의 이사를 맡고 있었다.
시집으로 <취업공고판 앞에서>(청사), <대열>(풀빛), <김미순전(傳)>(실천문학사) <지금도 그 별은 눈뜨는가>(창비), <저 꽃이 불편하다>(창비) 등을 펴냈으며, 산문집으로 <공장옥상에 올라>(풀빛), 시평집으로 <빛>을 펴냈다. 1994년 제12회 '신동엽창작상'과 2003년 제5회 '백석문학상'을 받았다.
고운기 시인은 박영근 시인의 시집 <저 꽃이 불편하다> 표지글에서 "이제 나는 그를 '시인'이라고만 부르려 한다, 노동을 포기했단 말이 아니다, 노동자로서 시인이 아닌, 시인으로서 그의 삶 전부가 언젠가부터 나에게 너무도 뚜렷이 각인된 까닭이다"라며, "홀로 깊이 물으며, 잃었다가도 길을 찾고, 끝내 가고야 말리라 다짐하는 사람들에게 그는, 그의 이번 시집은, 호주머니에 담갔다가 언제라도 꺼내들고 싶은 선물이다"라고 평했다.
"그는 민중주의적 감상주의의 소산인 첫 시집 <취업공고판 앞에서>를 지배하던 연민과 애상의 긴 터널을 오랜 고통 끝에 이제 막 빠져나와 이 두 번째 시집에서 마침내 위대한 노동자들의 '대열’에 합류할 수 있게 되었다. 이 시집에는 80년대 노동현실의 거의 전국면이 다 들어 있으며 그에 대한 우리 노동자들의 가장 일차원적이고 즉자적인 대응에서 가장 수준 높고 치열한 대응까지가 망라되어 있다. 그리고 이러한 내용이 오랜 단련 끝에 얻어진 민중적 정서와 형식과 가락 속에 자신만만하게 용해되어 있다." - 두 번째 시집 <대열> '추천글' 몇 토막
장례위원으로는 민족문학자각회의 소속 고형렬, 공광규, 김남일, 김명환, 김사인, 김윤태, 김이구, 김창규, 김형수, 나종영, 나희덕, 도종환, 박관서, 박남준, 박두규, 박문수, 박상률, 박선욱, 박철, 방현석, 백무산, 서정균, 서홍관, 성효숙, 손동혁, 손세실리아, 송경동, 오철수, 유종순, 유용주, 이남희, 이도윤, 이영진, 이원규, 이은봉, 이인휘, 이재무, 전성태, 정세훈, 정우영, 최인석, 표신중, 하종오, 한창훈, 현준만, 홍인기, 황규관 등이다.
고 박영근 시인의 장례식장은 강남성모병원 영안실 6호실(02-590-2557)이며, 발인은 오는 15일(월) 아침 8시 강남성모병원 장례식장에서 '고 박영근 시인장'(민족문학작가회의 주관)으로 치러진다.
꿈속의 사랑
네이버 블로거 forfree1님
너에 대한
세상은 너무 넓어 어디로 흐르는지 알 수 없고
- 못난 벗 철수가
박영근 - 신현수
내 친구 영근이는 다만 술을 많이 먹어서 탈이지만
“술이건 문학이건 온몸을 던진 사람이었다”
한겨레 최재봉 문학전문기자
“너에 대한/말을 잊고/식전부터, 사십 년 전 뽕짝 듣는다/어이 맺은 하룻밤에 꿈//세상은 너무 넓어 어디로 흐르는지 알 수 없고/영원하라/꿈은”
‘노동자 시인’ 박영근씨의 이른 죽음이 알려진 12일 오전 민족문학작가회의 홈페이지 게시판에 동료 시인 오철수씨의 조시 〈꿈속의 사랑 - 박영근 시인이 죽었다. 편히 가소서〉가 올라왔다. 이 짧은 조시는 앞서 박 시인의 쾌유를 빌며 올렸던 다른 이들의 글에 대한 답처럼 읽혔다. 오씨의 조시에 이어 후배 시인 김주대씨는 ‘영근이 형, 전화번호를 지웠어요’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영근이형, 전화번호를 지웠어요
“형의 전화번호를 핸드폰에서 지웠어. 울었어요. 형이 취해서 새벽에 전화할까봐 그랬던 거 아니야. 내가 취해 형에게 전화할까봐, 이제 세상에 없는 형에게 전화하다가 내가 죽을까봐 무서워서 그랬어. 형 미안해. 형의 전화번호가 무서웠어.…”
박영근 시인의 죽음은 동료 문인들 사이에 커다란 충격과 슬픔을 몰고 왔다. 김준태·이재무·유용주씨 등 선후배 시인들이 다투어 추모 시를 쏟아 냈다. “형국은 다르지만, 김남주 시인이 시대와 불화하다가 병을 얻고 세상을 버린 94년의 일을 떠오르게 한다”고 시인 김사인(51)씨는 말했다. 지난달 말 발간된 그의 시집 〈가만히 좋아하는〉에는 박영근 시인의 생전 모습을 담은 시도 들어 있다. 지난해 봄 김사인씨가 현대문학상을 받던 수상식장에서의 일이다.
“어이, 이거 풀빵이여 풀빵 따끈할 때 먹어야 되는디, 시인 박아무개(47세)가 화통 삶는 소리를 지르며 점잖은 식장 복판까지 쳐들어와 비닐봉다리를 쥐어주고는 우리 뽀뽀나 하자고, 뽀뽀를 한번 하자고 꺼멓게 술에 탄 얼굴을 들이대는 봄밤이다.”(〈봄밤〉 부분)
시에서도 드러나지만 박 시인의 성급한 죽음에는 술이 큰 몫을 한 것으로 보인다. 언젠가부터 그는 술을 주식으로 삼을 만큼 통음을 하며 음식을 입에 대지 않았다. 결국 의식을 잃고 병원에 실려 가기 전까지 입원과 진료도 거부했다. 사인은 결핵성 뇌수막염과 패혈증이었지만, 그 전에 이미 콩팥과 폐 기능이 전면 손상된데다 알코올성 치매와 영양실조까지 와 있었다.
인생을 어느 대목에서 놓아버려
동료 시인 이재무씨는 “조심스러운 말이긴 하지만 일종의 소극적 자살이 아닌가 생각된다”고 했다. 김사인씨 역시 “자기 인생을 어느 대목에서 놓아 버린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그는 “시를 쓰건 안 쓰건 있어 줘야 하는, 귀한 자리가 있는 사람이었는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박영근 시인장’ 집행위원장을 맡은 시인 이승철씨는 “술이건 사랑이건 문학이건 온몸으로 투신하는 사람이었다”며 “그의 죽음 역시 노동문학이 쇠락한 시대적 상황을 온몸으로 보여준 것 아니겠는가”라고 말했다.
박영근 시인은 1958년 전북 부안 태생으로 명문 전주고를 중퇴한 뒤 상경해서 노동에 종사했다. 1981년 〈반시〉 6집에 〈수유리에서〉 등을 발표하면서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1984년의 첫 시집 〈취업공고판 앞에서〉를 비롯해 〈대열〉 〈김미순전〉 〈지금도 그 별은 눈뜨는가〉 〈저 꽃이 불편하다〉 등 다섯 권의 시집을 펴냈으며, 신동엽창작기금과 백석문학상을 수상했다. 첫 시집에 실린 〈솔아 푸른 솔아〉는 안치환씨가 만들어 부른 노래의 원작시이기도 하다.
“솔아 솔아 푸른 솔아/샛바람에 떨지 마라/어널널 상사뒤/어여뒤여 상사뒤//(…)//만나겠네. 엉겅퀴 몹쓸 땅에/살아서 가다가 가다가/허기 들면 솔잎 씹다가/쌓이는 들잠 죽창으로 찌르다가/네가 묶인 곳, 아우야/창살 아래 또 한 세상이 묶여도/가겠네, 다시/만나겠네.”(〈솔아 푸른 솔아〉 부분)
고 박영근 시인의 삶과 작품세계
그는 타고난 서정으로, 구호가 아닌 서정으로 노동의 질곡과 애달픔을 시로 써왔다. 한국 현대문학 최초의 노동자시인이라는 수식어를 달고 다녔다. 그는 술로 죽었지만, 달라진 시대와 부박한 문단, 좌절된 사랑 때문에 술을 마셨다.
“동지도 지났는데 시커먼 그을음뿐/ 흙부뚜막엔 불 땐 흔적 한점 없고,/ 이제 가마솥에서는 물이 끓지 않는다”(‘길’)
박영근은 고층빌딩이 늘어선 틈바구니의 허름한 인천 판잣집에서 가마솥에 물조차 끓이지 못하는 이 시처럼 이미 모든 장기가 파괴된 몸을 이끌고 하루하루를 연명했다. 백석문학상에다 신동엽창작기금까지 받은 문사의 영예를 누리며 남부럽지 않게 자존을 구가할 수 있었던 그가 왜 그리 술에 탐닉하다 허망하게 죽었을까.
모든 죽음은 허망하기에 허망은 허물이 아니지만, 그는 어쩔 수 없는 ‘노동자’로 살았는데 이른바 ‘학출’ 노동자들이 노동자들 사이에 들어와 혁명을 외치다가 세월이 달라지니 썰물처럼 빠져나가 증권회사에서 정치판에서 목소리를 높이는 현실에 대해 절망했고, 시대와 무관하게 지속되는 ‘노동’의 시를 문단조차 철 지난 유행가로 치부하는 현실에서 ‘별 볼일 없는 노동자 서정’으로 시밖에 쓸 수 없는 자신을 자학했다.
그리하여 그는 목소리를 높였던 지난날들은 이미 가고 없고, 이제 세상은 그 시절조차 “웃으며 팔아먹고” 있을 따름이어서 “단순하게 살게 해달라고 매일매일 나에게” 애걸했고, “해동을 하는 나무처럼 목도 팔도 다리도 잘라버리고” 싶다고 썼다.
그의 사망 원인 중 하나인 ‘패혈증’이란, 말 그대로 피가 부패하는 병이다. 시인의 맑은 피를 썩게 만든 것은, 지금 우리들의 비정이요 가벼움이다. 그는 비로소 저승에 가서야 시대의 비정과 변덕을 뛰어넘어 이렇게 춤을 춘다. 몸도 마음도 아프지 않은 영원한 그곳에서.
“아플수록 몸은 눈이 밝아진다// 열에 들린 몸이/ 꼼지락거리는 나무의 발가락을 본다/ 제 속을 날아가는 흰 나비를 본다// 넋이야, 넋이야 출렁이는 피// 열꽃이 터지는가/ 온몸이 근지러워라/ 다리며 허리/ 가랑이며 자지 끝까지/ 고름이 쏟아지고/ 몸 속 가지 가지마다 숨이 열리고/ 한 숨, 한 숨 돋아나는 물방울들// 어디서 사과 익는 냄새/ 신 살구 냄새/ 물소리/ 물소리/ 달구나 거렁뱅이 바람에도/ 진한 살 냄새// 아 뜨거운 몸이/ 한 발만 내디디면/ 그대로 춤이 될 것 같은데/ 허공에 피어/ 갖은 빛깔로/ 흐드러질 것만 같은데”(‘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