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영상 퍼뜨린 웹하드 업체가 내 인생 망쳤다"
은밀한 모습 무차별로 퍼져… 최근엔 신상정보도 떠돌아
가족이 알게 될까 전전긍긍, 업체 상술에 유포자 못찾아… 경찰도 “너무 많아서…”"살얼음판을 걷는 것 같습니다. 모르는 번호로 전화만 오면 화들짝 놀라고, 세상 사람들이 다 저를 비웃는 것 같습니다. 웹하드가 제 인생을 망쳤습니다."
전문직에 종사하는 A(33)씨는 작년 1월 사무실에 든 도둑에게 현금 10만원과 외장(外裝) 하드 디스크(휴대용 파일 저장장치)를 잃어버렸다. 그때만 해도 A씨는 좀도둑의 소행이 자기 인생을 송두리째 흔들 것이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잃어버린 하드 디스크에는 A씨가 과거에 사귄 여자친구와 잠자리에서 찍은 동영상 수십 편이 들어 있었고, 동영상들이 시차를 두고 웹하드에 퍼지기 시작했다. A씨는 지난해 결혼했고 아내는 아직 이 같은 사실을 모른다.
"동영상을 여태껏 갖고 있던 제 잘못이 가장 큽니다. 하지만 꺼내 본 것도 아니고 까맣게 잊고 있던 터라 이런 일이 불거질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세상 사람들이 무섭고, 아내와 예전 여자친구에게 죄스러운 마음뿐입니다."
A씨는 작년 5월, 과거 사귀던 여자친구 B씨의 전화를 받고 동영상이 떠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당시 동영상은 웹하드 업체가 운영하는 F 사이트에 유포됐고, A씨는 F사를 찾아가 해당 파일을 삭제하고 관련 검색어를 금칙어로 지정해달라고 요청했다.
문제는 웹하드의 특성상 불특정 다수가 수없이 파일을 내려받고 다시 올린다는 것이다. A씨의 동영상은 지역명을 따 '○○커플'이라는 제목으로 계속 올라왔다. 업무도 제쳐놓고 시도 때도 없이 웹하드 검색에 매달려야 했다.
노력이 통했는지 동영상은 점점 잦아드는 듯싶었다. 그러나 작년 말, 이번엔 다른 동영상이 '○○○○(회사명)녀' 식으로 연관없는 제목이 붙어 유포됐다. 최근 들어서는 A씨의 신상정보까지 떠돌고 있다.
A씨가 가장 괴로운 것은 아내와 가족들이 이 같은 사실을 모른다는 점이다. "아내에게 먼저 이실직고하는 게 덜 상처를 주는 것일까요? 10대 조카들이 웹하드에서 다운받은 파일에서 삼촌이 등장하면 어떡하죠?"
경찰에 호소해도 소용없었다. 애초의 도난 사건을 신고했던 경기도의 경찰서 사이버수사대에 이 같은 사실을 털어놨더니 "업로더·다운로더가 너무 많아 다 잡아낼 수 없다" "주소지 관할 경찰서에 신고해라"는 식의 답변만 돌아왔다. 그러다 보니 그가 직접 웹하드에 매달려 해당 파일을 일일이 찾아내는 수밖에 없었다.
웹하드 업체의 얕은 상술도 빤히 보였다. 사실상 음란물 유통으로 대부분의 수익을 벌어들이는 웹하드 업체는, 별다른 인적사항을 입력하지 않아도 회원으로 가입할 수 있도록 했고, 업로더들의 아이디를 가려놓기 일쑤였다. 웹하드 주소를 외국 국적으로 두는 경우도 많았다.
그의 동영상은 지금도 '구글'에서 검색하면 쉽게 찾을 수 있다. 국내 검색 포털은 A씨의 요청에 따라 검색어를 차단했지만, 미국법을 따르는 구글은 국내에서 벌어진 사건에 대해서는 별다른 조치를 취해주지 않는다고 했다.
A씨는 요즘 출퇴근 전후로 1~2시간씩 웹하드 검색에 매달린다. 웹하드 업체가 300곳이 넘다 보니 매일 새로운 사이트를 찾아내 일일이 삭제 요청을 하는 형편이다. 최근에는 스마트폰 등으로도 동영상이 퍼지고 있다.
"웹하드 업체들이 너무 야속합니다. 경찰도 야속하고요. 저 같은 상황에 놓인 사람들은 대부분 해결책을 찾지 못하고 그저 숨어 사는 걸 택합니다."
스트레스로 간(肝)이 나빠졌다는 A씨의 낯빛은 붉고 검었다. 그는 "지구가 멸망하기 전에는 이 사건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 같다"고 했다.
☞웹하드
인터넷상의 저장공간을 이용해 불특정 다수가 음악·문서·동영상 파일 등을 올리고(업로드) 내려받을(다운로드) 수 있는 사이트. 최근엔 음란물의 주된 유통 경로 역할을 해 문제가 되고 있다. LG U플러스가 운영하는 사이트 '웹하드(www.webhard.co.kr )'는 웹하드 본연의 목적으로 운영되는 곳으로, 불법 음란물 등을 주로 공유하는 기타 웹하드 업체와는 성격이 다르다.
조선일보 뉴스에서 퍼옴
첫댓글 야동도 중독증이 있는 듯합니다. 마음에 경각심이 생기며, 자신을 위해서나 남을 위해서나 절제와 인내가 필요한 때라고 생각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