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경매시장에선…50억안팎 중소빌딩 인기최고

[조인수]

요즘 경매시장에선…50억안팎 중소빌딩 인기최고

 

아파트서 등돌린 투자자, 업무·상업빌딩으로…감정가 수십억 호가 불구 입찰경쟁 치열

 

[머니투데이 송지유기자][아파트서 등돌린 투자자, 업무·상업빌딩으로…감정가 수십억 호가 불구 입찰경쟁 치열]

# 지난 4일 서울중앙지방법원 경매법정. 서울 강남구 역삼동 서울철강빌딩(토지면적 497㎡, 건물면적 2662㎡, 지하 3층 지상 7층) 경매가 시작되자 15명의 투자자가 입찰신청서를 제출했다. 이 물건은 지난 8월 첫 입찰에서 유찰됐지만 이번 경매에서 감정가(119억9960만원)보다 높은 121억2921만원에 낙찰됐다. 최저입찰가가 감정가의 80%선인 95억9968만원으로 떨어졌지만 투자자들이 몰리면서 최종낙찰가가 높아진 것이다.

↑경매법정 전경ⓒ사진제공=머니위크

# 지난달 19일 서울북부지방법원에서 첫 경매가 진행된 서울 동대문구 장안동 유진빌딩(토지면적 460㎡ 건물면적 1546㎡, 지하 1층 지상 6층)은 감정가(54억9612만원)를 훌쩍 웃도는 67억1500만원에 낙찰됐다. 투자자 1명이 단독응찰했지만 낙찰가율(감정가 대비 낙찰가 비율. 100%를 넘어서면 입찰가격이 감정가보다 높다는 뜻)은 122%까지 치솟았다.

최근 부동산 경매시장에서 감정가 50억원 이상 업무·상업용 빌딩의 인기가 치솟고 있다. 중소형빌딩, 근린상가, 주유소 등 수십억원을 호가하는 고액물건에 투자자가 몰려 낙찰가율과 입찰경쟁률, 낙찰률 등 지표가 일제히 높아지는 이른바 '트리플 강세'를 보이고 있다.

이는 미국발 금융위기 이후 좀처럼 침체 국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아파트 등 주택물건과 대조적인 상황이다. 수도권 아파트의 경우 경매 낙찰가율이 최근 3개월(7∼9월) 연속 하락하며 80%를 밑돌고 있다.

19일 부동산경매정보업체 지지옥션에 따르면 지난달 전국의 감정가 50억원 이상 업무·상업용 경매물건의 낙찰가율은 56.9%로 전달(54.1%)보다 2.8%포인트 상승했다. 이들 물건의 월별 낙찰가율은 지난 4월 47%를 기록한 이후 △5월 48.4% △6월 48.7% △7월 49.5% 등 줄곧 오름세다. 5개월새 지표가 10%포인트 뛰면서 50%를 밑돌던 낙찰가율은 60%에 육박하고 있다.

투자자가 몰리면서 입찰경쟁도 세졌다. 감정가 50억원 이상 업무·상업용 물건의 입찰경쟁률은 지난 8월 1.88대 1에서 9월 2.33대 1로 높아지더니 10월 14일 현재는 3.5대 1을 기록하고 있다. 2개월새 입찰 경쟁이 약 2배 치열해진 셈이다. 지난해 10월 같은 기간 입찰경쟁률은 2.57대 1로 3대 1을 한참 밑돌았다.

낙찰률도 상승세를 지속하고 있다. 지난 8월 16.7%였던 낙찰률은 9월 18.9%, 10월 14일 현재 27.9%로 뛰었다. 이달 낙찰률은 올들어 최고치로 지난해 같은 기간(16.9%)보다는 무려 11%포인트 높은 것이다.

↑한 투자자가 경매법정 게시판을 보고 있다ⓒ사진제공=머니위크

감정가보다 높은 가격에 낙찰되는 고가낙찰 사례도 잇따르고 있다. 서울 용산구 한남동 근린상가는 감정가 67억2700만원보다 8억원 이상 높은 75억5000만원에 팔렸다. 낙찰가율은 112%. 감정가가 68억609만원인 대구 달서구 감삼동 주유소는 13명이 입찰 경쟁을 벌인 끝에 72억5000만원을 써 낸 투자자에게 돌아갔다. 충남 당진군 당진읍과 서울 송파구 가락동 근린상가도 감정가(각각 53억6035만원, 52억8256만원)보다 비싼 값에 낙찰됐다.

전문가들은 주택시장 침체 장기화, 글로벌 금융시장 불안 등으로 갈 곳을 잃은 뭉칫돈이 비교적 경기를 덜 타는 업무·상업용 빌딩으로 몰리고 있다고 분석한다. 남승표 지지옥션 선임연구원은 "업무·상업용 물건 경매처럼 10명이 넘는 투자자가 벌떼입찰을 하고, 감정가보다 수억원 높은 값에 고가에 입찰하는 사례는 최근 주택경매에서는 찾아보지 못했다"며 "집값 전망이 불투명한 상황이 이어지면서 경매시장도 보다 안전한 물건으로 돈이 몰리는 양극화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머니투데이 송지유기자 cli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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