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북정맥 9구간 보충산행 후기 - 산행지 : 한북정맥 9구간 - 산행일자 : 2009년 3월 28일 (토요일) - 산행날씨 : 맑고 화창함(섭씨 0도 ~ 10도) - 산행인원 : 설총 / 제임스(총2명) - 산행코스 : 샘내고개(들머리) – 도락산갈림길 - 창업굴고개 – 임꺽정봉 – 오산삼거리 – 산성 - 작고개- 호명산 - 절문고개 - 한강봉 - 오두구간 분기점 - 말머리고개(날머리) - 산행거리 : 16.1Km - 산행시간 : 약 5시간 (09:35 ~ 14:45)
작년 10월 온누리 산악회에 가입하여 3구간부터 걸어온 한북정맥 산행길도 이제 그 막바지에 다다라있다. 완주를 한 산우들은 종주패를 제작하여 간직하게 될 것이니 살아가며 이따금씩 그것 바라볼때마다 그간의 인내와 정성이 스스로 대견스러울 뿐만 아니라 가슴뿌듯한 보람또한 영원할 것이다. 강원도 화천 수피령고개에서부터 이제 문산까지 한걸음 한걸음 걸어온 것인데, 산우애 가득 쌓아가며 함께 흘린 땀으로 적시며 지나온 길이니 어찌 새록새록 가슴 북받치는 감정 없겠는가. 나 또한 그 대열에 합류하고 싶을뿐더러 어차피 시작했으니 오점없이 끝내리라 마음먹은 자신와의 약속도 저버릴 수 없어 본산행 종주대따라 함께걷지 못했던 9구간 보충산행에 나서는 길이다. 설총 운영총무님과 단둘이 호젓한 데이트산행이다. ^^*
등산로 초입의 묘지석
나마스테 대장님과 칠갑산 회장님의 산행후기를 꼼꼼히 읽어보고 두툼하게 사진까지 몽땅 인쇄해서 나선길이라 걱정할 일은 전혀 없다. 그래서인지 샘내고개 도착하여 LG 주유소 건너편 정맥길 들어서며 산행을 시작하려는데 주변 경관이며 등로가 마치 데쟈뷰현상을 겪는듯 많이 익숙한 장면이다. 알바를 하지 않으려고 나름 이미지 트레이닝까지 하고 온 터인데... 그래서 선답자들의 산행후기는 이렇게 뒤따라 길좇는 후배들에겐 말 그대로 나침반이며 교본 그 자체가 아닐 수 없다. 천군만마를 얻은듯 참으로 든든하고 감사한 마음이다.
가벼운 걸음으로 10여분 오르니 저 앞쪽으로 아련히 임꺽정봉이 시원스레 그 위용을 자랑한다. 잡목 사이로 훌쩍 솟은 봉우리가 시원스럽기만하다.
임꺽정봉과 불곡산 |
도락산 갈림길에 다다라 사진한컷으로 증거 남겨두고 좌측으로 안내된 정맥길 따라 가벼운 걸음 옮겨본다.
산행의 묘미는 무엇인가라는 질문과 대답을 오늘도 또 여러번 스스로 묻고 대답한다.
말없이 그자리에 항상 똑같이 서있는 산이고 그 산 찾아 오르는 사람들은 계절에 따라 다르게 치장된 산의 모습을 보며 감탄하기도 하지만...오늘 산행에서 내가 느끼는 것은 그와는 장르가 좀 다른것 같은데, 많은 산우님들로 구성된 종주대따라 오손도손 걸으며 체험하는 산행과는 사뭇 다르게 듀엣으로 하는 오늘산행은 이런저런 이야기 도란도란 나누며 걷는 걸음이 그져 편안한 뒷동산 산책과 같이 한가롭고 호젓하기만 하다.
몇번이고 와본길 다시 걷는것같은 착각을 계속 느끼며 걷지만 그래도 헷갈리는 길은 여지없이 헷갈리게 마련이다. 그때마다 베낭 옆구리에 갈무리해둔 후기글과 사진 한 컷까지 살펴보면 모든게 정말 딱 들어맞는다.
유격장 표지석과 사유지 수대농장 끼고 길도 제대로 안나있는 희미한 등로 낙엽길따라 올라가니 손에 잡힐듯 한층 가깝게 불곡산 정상 눈앞에 보이고 조금더 오르니 유격장 인공 암벽훈련장이다.
멋진폼으로 인공 암벽훈련장 올라보는 설총총무님(ㅎㅎㅎ)
잠시 숨도 돌리고 장난도 쳐보면서 휴식을 취하고선 다시 가파른 암릉과 어지럽게 설치해 놓은 철조망을 이리저리 피해가며 오르는데 눈앞에는 정겨운 달팽이바위 어서오라 손짓하고 그 즈음에서 뒤돌아 바라본 광백저수지는 시원한 바람을 보내 산객들의 등줄기 땀을 식혀준다.
임꺽정봉 오르는중 조망해본 광백저수지 원경
산 아래 여기저기엔 이제 제법 노오란 생강나무와 개나리 진달래마져 피고지고 하는데 마루금 턱머리 도처에 남아있는 잔설을보면 한 계절 그냥 쉽게 보내기 아쉽다는 저 달팽이 마음인지 상극의 계절마져 서로 조화되어 그 기운 번갈아 호흡하는 산객들의 마음을 즐겁게 하니 저잣거리 인간들의 삶도 저와같기만 하면 오죽 좋으리..
주변엔 아직 잔설이 남아있는 달팽이바위
임꺽정봉에 올라 사진한장 남기고 사방으로 펼쳐진 조망도 감상하는데 눈앞으로 한눈에 들어오는 불곡산 상봉과 능선이 손짓하고 있다. 한북정맥길 좇아가는 터이니 훑어가기엔 너무멀다. 지난번 본산행 대원들도 나처럼 모두들 아쉬운 마음 남겨둔체 뒤돌아 다음걸음 이어갔을 터이지만, 그나마 나는 몇주전 저너머 암봉들 다녀간 적 있어 그럭저럭 아쉬운 마음 달래고 돌아선다.
임꺽정봉
임꺽정 봉에서 오산삼거리쪽으로 내려가는 길에 근간에 새로 설치되었다는 철제계단때문에 많은 산객들이 아쉬운 모양이다. 자연을 훼손하고 인공구조물을 설치해 놓은 것이 가장 큰 아픔일테지만, 다소 위험한 암릉일지라도 로프타고 오르고 내리는 재미를 없애버린데 대한 아쉬움을 갖는 산객들도 많은 모양이다. 내려서며 마주치는 한 산객이 대뜸 밧줄이 있더냐고 묻더니만 대답을 듣고선 아쉬움 가득한 표정이다. 그러고보니 여기뿐만이 아니고 불곡산 상봉이며 상투봉등 오르는 여기저기에 철제계단이 모두 설치되어 있던데 산객들 안전과 편의를 위한 것이겠지만 산객들의 마음은 그게 아닌게 대세 아니겠는가. 전형적인 탁상 관료주의의 단면은 아닌것인지...
임꺽정에서 오산삼거리 방향 암릉길에 설치된 철제난간
오늘따라 무슨 소방훈련을 하는지 물푸대 늘어뜨린 산림청 헬기가 이리저리 날라다니고 유격조교를 연상시키는 붉은 모자를 쓴 연세 지긋한 자치대원쯤 되어보이는 분들은 천제단처럼 쌓아놓은 돌무덤옆에서 삼삼오오 모여 하릴없이 소일하고 계시는 듯하고, 지난번 종주대가 점심식사한 돌탑아래 매점을 지나는데 기막히게 맛있게 쑤었다는 묵과 막걸리로 호객하지만 아직 시간이 일러 과감히 유혹을 뿌리치고 갈 길 나아간다. ^^*
돌탑과 매점을 지나쳐 또 나아간다...
오직 둘이서 두런두런 이야기 나누며 한가롭게 걷다보니 달리 시간 보낼일도 없고 그러다보니 일부러 걸음 재촉하지도 않는데 제법 빠른 속도이다. 이제 얼마 안 있으면 온누리 백두대간 2기의 대장정이 시작될텐데, 1기 대간중 겪은 난관과 재미난 에피소드, 귀가 박히게 들었고 그러면서도 재미나고 감명깊었던 금비령대장의 폭탄과 인간승리 이야기를 들으며 걷다보니 이건 산행을 하고있는건지 그져 길을 스쳐가는건지 오늘같은 날은 산과의 호흡과 조우보다는 그냥 하이킹 그 자체가 좋은 날이다. 내가 조만간 걸어가야 할 백두대간 길 이야기인데 따로 돈들이고 시간내어 다 듣지도 못할 터인데 잘됐지 싶다. ^^*
그렇게 오산삼거리로 나와선 늘 다니던 길 가는것처럼 별 머뭇거림 없이 대교아파트 지나 능선길 붙어 다시 등로에 오르고 나마스테 대장님 답사시 점심식사 하셨다는 정자도 지나서 제법 가파른 등로따라 잠시 오르니 잣나무 군락지도 나오고 낙엽길밟고 두런두런 내려가보니 이윽고 작고개(어둔동고개)라 불리우는 7번 지방도로에 다다른다. 길건너 능선으로 올라가다 한적한 곳에서 점심식사를 위해 자리를 잡아보는데 뒤돌아 바라보는 불곡산 모습이 아련하다. 한걸음 한걸음 걸어왔을 뿐인데... 그 느릿느릿한 한걸음이 무섭다. 인생사도 조바심 낼 것 없이 그렇게 목표를향해 그져 한걸음 한걸음 옮겨야 할 터...
호명산 오르는 등로에서 뒤돌아본 불곡산
식사후 한 20여분 올라보니 금방 호명산이다. 사실 내가 서있고 걷는길이 산이고 산길일뿐인것이지 표지판있는 이곳이 산 봉우리란 느낌도 전혀없으니 그저 그런가보다 하고 한강봉으로 좌회전해서 걸음을 이어갈 뿐이다.
호명산 표지판
10여분 더 진행하니 한강봉과 흥복산 갈림 삼거리 이정표 나오는데 본산행 후기글에 한 산우님이 흥복산까지 알바를 하고 산악구보하듯 뒤따라 왔다는 글이 생각나 낄낄대며 웃어본다. 임도따라 내려오고 절문고개라 불리우는 포장도로옆 능선으로 다시 올라 낙엽길 푹신한 호젓한 등로따라 걷는데 문득 뒤를 바라보니 저멀리 지나온 불곡산이 이젠 그리움 한 점으로 아스라히 조망될 뿐이다.
한강봉 오르는 중 뒤돌아본 불곡산. 이제 그저 한 점으로 아련하다.
한강봉에 다다라 마침 오랫만에 마주치는 산객 한분에게 모처럼 두명의 단체사진 한방 담아두고 불곡산 담겨있는 지나온 정맥능선도 사진 한 컷으로 갈무리 해두며 걸으니 마침내 한북정맥/도봉지맥 갈림길에 다다른다. 어느능선이 정맥길인지 논란이 있다지만 세세하고 친절한 안내판은 그 자체로서 한 쪽의 강력하고 적극적인 주장으로 한북정맥길을 인도하고 있으니 좀 비약해서 생각하면 '행동하고 실천하는 지성'의 중요함일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다. 내가 원하는 세상을 만들어 가기 위해선 무엇이든 해야하지 않겠나.... ??
잡목틈 사이로 저 아래편 송추유스호스텔 건물이 시야에 들어오고 이윽고 말머리고개에 다다라 오늘의 산행을 마무리한다. 둘이서 담소하며 산책하듯 여유롭게 걸어온 길이라 그런지 산행내내 무료함도 피로함도 전혀없었던 산행이다. 계절에 따라, 함께 하는 산우님들에 따라 또 때로는 홀로 하는 산행마져도 저마다 제각각의 의미와 묘미가 있는 것이지만 오늘과같이 둘 만의 산행은 또 하나의 즐거운 산행의 카테고리로 정리되는 하루이다. 웬수같은 사이라면 끔찍히 지겹기도 하겠지만서도 웬수끼리 단 둘이 함산할 일은 없을테니 말이다...ㅎㅎㅎ
감사합니다.
제임스 배상.
첫댓글 제임스님 맥잇기 산행의 즐거움과 묘미를 이제 조금 느끼시는것 같구먼요, 복잡한 근교산행보다 여유자적 호젓한 능선길을 걷는기분은 아는사람만 알지요^^ 이젠 칠갑산 카페지기님을 능가하는 산행후기 작성자가 될듯합니다. 가야할 등로에대하여 사전에 공부하고 배우고 난뒤 그 등로를 다녀오면 훨씬 가치있는 후기글이 나올수 있지요, 선답자의 후기글이 후답자에게 감사를 느낄 수 있도록 .... 오늘 산행기는 명품입니다.^^
이번 한북정맥 종주를 초석으로삼아 백두대간길에서도 더욱 값진 경험과 보람 일구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대장님께 늘 감사하는 마음뿐입니다.
음! 제임스님이 동행해주지않았다면 무료한산행이되었을터인데 둘이서 오붓하게산행을 즐기니 16킬로 짧지않은구간인데. 힘든줄도모르고 산행도 빨리마쳤네요.맑고화창한 날씨에 함께한산행 참행복했읍니다~~ 2기백두대간 후기글 담당하셔도 손색이없을정도로 간결하고감칠맛이 납니다.
그러게요. 무료함이 먼지 모를정도로 오붓하고 행복한 시간였습니다. 백두대간길도 이처럼 행복한 시간들로만 가득했으면 합니다.
아~~그려서 나가 검단 종주할때 귀가 간질 간질혔구먼~~~ 까칠하다 :금머시기식 표현 방법으로 자신의 산행에 세세하고 실패없이 진행하기위해 꼼꼼하게 확인하고 사전조사하고 산행후 자신의 산행기를 깔끔하게 정리한다,,,,대표적 으로 온누리에서 칠갑산카페지기를 일컬으며 그뒤를 나마스테대장님과 바다사랑님 이 계셔 날 피곤하게 하더니 이젠 제임스아우니까정~~ 이거 피곤해서 후기를 쓸수가 있나~ㅋㅋㅋㅋㅋㅋ 그랴도 행여 둘째주에 대간팀 산행이 확정되면 ""후기대장""으로 임명함 ~~` 누구 맘데로 ㅋㅋㅋㅋㅋ
ㅋㅋ 걱정하지마시오. 태어나서 아직까지 후기글 한번도 안써본 사람도 요기 있은께롱
ㅋㅋㅋ 아니 월척 월척 하심서 52키로 이런거나 하구...우리같은 피라미들은 어디 무서워서 범접이나 하겠습니까? 아이고 무시라...인간승리가 맡긴 맞나벼..ㅎㅎㅎ
둘이서 내 흉도 많이 봤겠네요,, 대간에서 매 구간 후미로 간사람이 자우롬이라고,, 이제 대간길에서 멋진 후ㅡ기 만나봐야겠네요,, 완주를 미리 축하드리고,,
자우롬 형님 얘긴 안했다면 서운하시겠죠~ㅋㅋㅋ
이야기거리가 많아서 형님 흉보는것은 시간이 부족해서 못했구요..다음에 이런거 한번 더하면 그때나 할 수 있으려나...ㅎㅎ
누가 시키지도 않은 이 길을 두분이 오붓이 다녀오셨군요^^ 제임스님이라면 백두대간도 거뜬히 해낼거라 믿으며 후기글 즐감하고 갑니다^^
저도 종주패에 눈이 멀다보니 누가 안시켜도 한거지요.ㅎㅎ 감사합니다...^^*
이야~~~산행후기가 한편의 시 같네요~~~~고수의 풍모가 느껴집니다~~~전 앞사람 엉덩이만 보고 쫓아가기도 바쁘던뎅..ㅎㅎ 제임스형님, 멋지셈 !!!
어째 좀... 고수등극했다고 좀 뻐기는 느낌이 든다...ㅎㅎㅎ
자신과의 약속을 지키려는 모습이 외롭지는 않았겠죠... 두분의 동반산행 멋져요... 수고하셨습니다.
네 오붓하고 멋진산행였습니다. 감사합니다.
한북정맥길 그렇게 이여놓구 말았구만 >> 잼나는 산행후기 잘읽고갑니다.![^-^](https://t1.daumcdn.net/cafe_image/pie2/texticon/ttc/texticon23.gif)
ㅎㅎ 감사합니다. 백두대간 길은 형님과 또 한걸음씩 걸어 이어나가길 기원하겠습니다.
맥 잇기 산행이 무엇인지, 그 바쁜 시간 쪼개 이렇게라도 이어가야 마음이 편한가 봅니다. 그 열정에 큰 박수 보내 드리며 앞으로도 아름답고 멋진 강산 더욱 많이 사랑할 수 있기를 바래 봅니다. 모두 수고 많이 하셨구요 완주하는 날 즐겁게 보자구요
네 회장님 후기글 교본삼아 편안하게 보충하고 왔습니다. 종주패를 떠나 찜찜한 구석이 있었는데 이렇게라도 다녀오니 편안하네요.ㅎㅎ 마지막 구간에서 반갑게 뵙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설총운영총무님&제임스님 9구간 땜방 축하드리며...마지막 12구간에서 멋지게 놀아보시죠...후기글 잘보고 갑니다^*^..
네.. 토요일 반갑게 뵙고 마지막구간 즐겁게 함산하자고요..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