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 고흥군향우회 28대를 이끌었던 정의종 회장님을 비롯한 임원진들이 모여 결성한 28회 모임을 가졌다.
늘 그렇지만 음식이 식탁에 오르기 전부터 고향이야기부터 시작된다.
옻닭과 백숙 그리고 보리밥과 쌈밥 동동주가 맛있는 이곳은 고흥사람이라고 말하면 좀 더 특별한 음식을 준비해준다.
오늘은 모임을 위해 특별히 꼬막과 문어를 준비해주셨다.
오도독 씹히는 맛이 일품인 톳반찬이 먼저 상위에 오른다. 톳은 반찬으로만 먹기에는 아까운 식재료다. 밥위에 올려 양념장을 넣고 비벼서 크게 한입 먹는다.
연이어 꼬막이 상위에 오른다.
꼬막은 음식으로 조연같지만 고흥사람들에게는 언제나 주연급이다. 같은 고향사람이라도 꼬막을 다루는 솜씨는 제각각이다. 꼬막살이 살캉하게 씹히게 삶는 것은 기본이고 여기에 각각의 비법 양념을 올려 맛을 선보이는 터라 고흥사람들의 요리솜씨를 비교해가면서 먹는 재미가 제법 쏠쏠하다.
이곳 꼬막요리는 씹을수록 깊고 독특한 맛과 먹을수록 구미가 당기는 게미가 있다.
메인 요리인 옻닭이 오른다. 옻닭은 일생 처음먹어보는 음식이라 걱정반 기대반으로 맛을 봤다.
국물맛은 깊고 살코기는 쫄깃하다. 맛이 어찌나 좋던지 옻이 오를 걱정을 잊고 몇 그릇을 들이켰다.
살코기는 피를 맑게 해주는 부추와 함께 먹다가 도라지와 함께 먹어보니 그 맛이 또 색다르다.
우리 몸을 따뜻하게 해주고 기운을 돋워주는 닭고기와 산삼에 견줄만한 옻나무가 만났으니 보양식중에 보양식이 따로없다.
살아있는 문어를 옻닭냄비에 넣어 끓여댄다. 솔직히 살아있는 생명체가 고통에 힘겨워하면서 죽어가는 모습은 아비규환같아 처음에는 앞에 놓인 냄비조차 쳐다볼 마음이 생기지 않았다.
냄비에서 꿈틀거림이 사라지고 적당한 크기로 문어를 자르는 가위질이 멈출고 나서야 마음에 안정을 되찾았다.
미식가인 고흥사람의 손맛으로 만들어진 문어가 그릇에 놓이자 머뭇거림끝에 간신히 한입을 베어물었으나 그 맛에 조금 전 마음속에 일었던 격량은 사라지고 나도 몰래 또 한젓가락질을 하고 있다.
제법 배도 부르건만 마지막으로 부추와 녹두가 들어간 닭죽이 오른다. 이걸 먹지않는다면 용의 그림을 그리고 눈동자를 그려넣지않은 것과 다를바 없다.
게눈 감추듯 한그릇을 비워냈다.
오늘 모인 열한명의 회원들 입에서는 "정말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 최고!"라는 찬사가 끓이지 않았다. 고흥사람으로서 특권도 누리고 향수도 달래고 보양까지 겸하니 이것이 꿩먹고 알먹고 둥지뜯어 불까지 떼는 일석삼조가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