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분 |
경(景)의 명칭 |
국역 |
시의 내용 |
제1경 |
聾淵止水(농연지수) |
농연에 그친 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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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이 흐르는 곳은 버드나무의 소리가 들리고. 머무는 곳에는 무심함을 숨기고 있네. 어느 곳이던 푸른 물결은 한가롭게 흘러 내려오고. 대(臺) 가까이 앉으면 귀가 멀어져 세상의 잡념을 잊는다. |
제2경 |
粉巖層壁(분암층벽) |
흰 가루를 바른 것 같은 층층의 바위벽 |
계곡 가까이에는 10여층의 암벽이 있고. 벽면 끝의 빼어난 지세는 옥녀가 오르기를 바라는 곳으로. 얼마나 많은 세월 동안 임금의 궁궐이 얼음과 같은 흰색의 향기나는 분으로 정교하게 감기어져 있는가 |
제3경 |
映波朝暾(영파조돈) |
물결을 비추는 아침 해 |
공산에 처음 떠오르는 해는. 팔계로 흐르는 물이 갈까마귀가 물을 튀기듯 뒤집어져 넘쳐 흐르고. 가장 높게 보일 때는 늦은 오후. 정자난간이 수명루와 혼돈하게 만든다. |
제4경 |
落川寒月(낙천한월) |
하천에 비친 차가운 달 |
항아(달의 여신)가 밤에 수정궁에서 내려와. 금색의 은은한 등불에 황홀해 하던 중. 이 은하에서부터 색깔이 바뀐 것을 알고. 24 공교에 대한 의심이 바뀌었다. |
제5경 |
絶壑飛瀑(절학비폭) |
골짜기에서 떨어지는 폭포 |
물은 평석을 따라 흘러가지만 무심은 평석을 떠난다. 어째서 마음이 홀연히 떠나는가. 깊은 것은 그렇지 않은 것을 업신여기므로, 다듬은 돌처럼 아래로 나는 듯이 뛰어 오른다. |
제6경 |
石矼噴籟(석강분뢰) |
돌징검다리에서 품어나오는 소리 |
돌의 입구는 서로 반복하여 부딪히는 것을 잡기 의한 것으로. 그윽한 춤의 음율이 소나무와 삼나무에게 종 치는 것을 가르치던 중이라면. 멀리서 들리는 돛단배의 아금 소리로 의심할 수 있다 |
제7경 |
西岸春花(서안춘화) |
서쪽 산기슭에 만개한 봄꽃 |
동쪽 바람이 서쪽 산기슭에 불면. 두견화는 붉은색으로 취해 있고. 아침노을의 아름다움은 바닥에서 취기가 오르는 것과 유사하며. 꽃이 떨어지는 것은 소반의 소용돌이가 도는 것을 다했다는 의미와 같다. |
제8경 |
北林秋葉(북립추엽) |
북쪽 산림의 가을 나뭇잎 |
십리에 있는 서리는 고목과 삼태기. 단풍, 상수리 나무로 둑을 쌓았고. 가을 바람은 공산 일대의 두 세개의 절과 몇 개의 누와 대에 금박으로 수를 놓는 중이다. |
제9경 |
公山宿霧(공산숙무) |
공산의 묵은 안개 |
누가 청산에 하루밤 숨어들어 덮어 씌웠는가? 그로 인해 오늘 새벽에 봄 기운이 늦게 왔으며 해의 따듯한 바람이 숨어서 미동하면서 뾰족한 봉우리로 높이 올라갔다. |
제10경 |
遠村夕煙(원촌석연) |
먼 마을의 저녁 연기 |
산기슭 떨어진 황량한 촌락에 짧은 처마와 흐트러진 세 채의 집에서 석양이 지나가는 위쪽으로 엷은 푸른 연기(煙翠)가 날아가는 것을 보면서 나무꾼은 지난 일을 생각한다. |
최주진은 농연서당 주변 경관을 두고 10경을 노래하였다. 1경에서는 농연을 포현함으로 세상의 잡념을 잊고, 무념의 세계로 빠져 들고픈 생각을 노래했고 2경은 팔공산 주변의 병풍바위를 조망하며 옥녀를 표현함으로 선녀가 사는 신선세계를 동경하는 것으로 보인다. 3경 팔공산에 떠오르는 해가 계곡 잔물결에 비친 아침햇살을 말하며 수명루는 초의선사의 시문구절을 인용한 거으로 선禪을 이루고자 하는 마음이 표현되어 있다. 4경은 어스름 밤에 계류에 비친 달의 차가움을 노래한 것으로 신화에 나오는 달의 여신 항아가 표현됨으로 신선사상을 동경하는 것으로 보이며, 5경은 농연서당을 용수동 계류의 폭포소리를 6경은 맑은 물줄기가 징검다리에 부딪쳐 나는 소리를, 7경은 농연서당 서쪽 산기슭에 만개한 철쭉을 말하며 8경에서는 팔공산이 가을 단풍잎이 황금색으로 변해가는 것을 표현하였고 9경은 팔공산 정상에 드리운 안개를 표현하였다. 10경은 석양이 질 무렵 농연정 북쪽의 마을에서 저녁 준비를 위해 피어 올리는 굴뚝 연기를 말한다. 나무꾼의 마음은 시대적 정변으로 세상에 나아가지 않고 은거하면서 사는 대암 선생을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 이는 산수경관에 은거하지만, 세상의 잡념을 잊고, 신선세계를 동경하면서 신선으로 살기를 바라는 마음이 간절히 표현되어 나타난 것으로 보인다.1)
농연구곡 위치도 / 농연서당 십경의 위치분포도 2)
차마 떨어지지 않는 걸음을 옮겨 다시 도로를 따라 길을 내렸다. 계속 집이 이어지고 상수원 보호구역 철망이 쳐져 있고 영귀대 추정지를 지나 부남교를 건너 돌아서는데 비닐하우스 안에서 풍기는 미나리삼겹살 맛이 궁금하다. 계곡을 다시 잠깐 오르는가 싶더니 이내 작은 폭포와 못이 보인다. 실망스러운 규모이지만 최효술은 구천으로부터 폭포가 흘러내린다고 한다. 동편의 석대인 인지대仁智臺가 고연鼓淵을 완상하기 마침한 자리다.
“또 남쪽으로 꺾여서 못이 되니 고연이라 명명하였다. 흘러내리는 폭포수가 허공에 걸려 안개와 우레 소리가 어울려 솟아올라서 물이 푸르기가 쪽빛과 같고 그 깊이를 측량할 수 없다. 동쪽에는 석대가 평평한 자리를 이루고 있어서 선생께서 그 위에 정자를 짓고자 하자, 대산이 인지仁智라고 이름하였으니” -출처:계정산수록, 대암집
고연에서 계곡 건너 내리면 밭을 가로질러 영귀대詠歸臺 추정지에 이른다. 계곡가 집근처 비닐하우스가 쳐진 낮은 언덕이 영귀대이다. 그 아래로 농부들이 보를 만들어 형성된 인공못인 곡구담谷口潭이 있었다고 한다. “또 그 아래 십여 우 거리에 물이 고여 못이 되니 곡구담谷口潭이라 하고, 그 동쪽에 있는 언덕을 영귀대라 하였으니” -출처:계정산수록, 대암집
다시 부남교를 지난 오른쪽 계곡에는 흰색 암반 위로 잔잔한 물결이 흐른다. 곧 오래된 느티나무와 돌탑으로 조성된 당산堂山(대구광역시 민속자료 제4호)이 조성된 마을 입구에 도착하니, 가로 흰색 바위 사이로 계류가 흐르고 못이 있으니 제1곡 백석도(白石渡)이다. 놀러온 객이 처음 쉬는 곳으로 앉아보니 눈이 홀연이 밝아진다고 한 최효술의 농연잡영聾淵雜詠의 용벽담涌壁潭이 이곳인가 한다.
“또 그 아래에 약 두어 살 남짓한 거리에 하나의 못이 있어서 완상할 만 하니 함벽담涵碧潭이라 이름하였다. 그 남쪽에 또 표면이 흰 분을 칠한 듯한 바위가 있으니, 이곳이 바로 그 동네의 문인데 사람들이 혹, 백석도白石渡라고도 부른다. 대개 선생이 꾸민 것 중에 시냇물이 모인 것을 명명한 것이 일곱 개이니, 아래 위에 있는 못 두개른 합해서 모두 구곡이 되는 것이다.” -출처:계정산수록, 대암집
농연구곡의 답사는 이렇게 구곡의 위치를 겨우 확인한 것으로 마쳤다. 구곡 곳곳의 의미를 헤아리지는 못하더라도 실경이나마 상세히 보려했는데, 상당 부분 훼손되었고 또, 농연 등 구곡의 대부분이 상수원보호구역이라 출입을 할 수가 없어 아쉬웠다.
최효술은 다음과 같이 구곡시를 남겨 농연구곡을 완성하였다. 구곡은 선조의 유지를 받들고 성리학적 구도의 과정을 전개하였다. 8곡에 이르러 새로운 이상향을 노래하는데 이는 뽕나무와 삼나무를 심고 때마침 내린 비로 풍년을 기약하는 현세적 인간세상이다.
구분 |
주변 경물 |
시의 내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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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곡 백석 (白石) |
함벽담(涵碧潭), 동문(洞門) 분암(粉巖) |
일곡이라 분암粉巖이 마을 입구에 서 있어서. 바람과 연기가 이미 별천지에 드리웠네. 진경 찾는 오솔길 이 언덕에서 시작하니. 맑은 못을 대하고 앉아 술동이 기울이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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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곡 영귀대 (詠歸臺) |
곡구담(谷口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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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곡이라 작은 언덕 푸른 연못 굽어보니. 눈앞에 펼쳐진 광경 끝없이 넓고 넓어라. 가장 기쁜 것은 바람 온화한 봄 저문 날. 동관 육칠 명과 물길 거슬러 오름이라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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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곡 고연 (鼓淵) |
인지대(仁智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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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곡이라 떨어지는 폭포 백 척 깊으니. 갠 하늘에 우레 비가 녹음을 씻어내네. 시냇가 푸른 바위가 대를 이루는 곳에. 명구名區를 거느리고 있어 만상이 정연하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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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곡 농연 (聾淵) |
세심대(洗心臺), 분암(粉巖) 격진림(隔塵林), 장천오(障川塢) 농연정(聾淵亭), 숭정처사유허비(崇禎處士遺墟碑) |
사곡이라 농연이 그윽하고도 깊으니. 온 산 소나무 계수나무 백년의 마음이네. 남창에서 맑은 시내 달 고요히 마주하고. 원두源頭를 향하여 묘처를 찾아 가 볼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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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곡 압로주 (押鷺洲) |
앙고대(仰高臺), 정수헌(靜修軒) 풍영대(風詠臺) 우담(愚潭), 우석(愚石) |
오곡이라 시냇가 오동나무 버드나무 가운데. 사시의 아름다운 경치에 즐거움이 무궁하네. 주인은 종일토록 기심을 잊고서 앉았으니. 해오라기 서로 찾아 늦바람을 희롱하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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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곡 정락대 (靜樂臺) |
수어연(數魚淵), 관란기(觀瀾磯) 화도암(畵圖巖), 낭음봉(浪吟奉) |
육곡이라 맑은 냇물 거문고 소리 내지만. 깊고 후미져 소리를 아는 이가 적다네. 구름과 안개 걷히자 참 모습 드러나네. 뜻을 얻어 말 잊은 채 녹음에 앉았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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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곡 긍림대 (兢臨臺) |
완광대(玩光臺), 광영담(光影潭) |
칠곡이라 창암이 물길을 두르고 있으니. 속세 밖에서 우뚝하여 그지없이 맑아라. 누가 알랴 깊은 물에 임해 삼가는 뜻은. 나아가 얻는 공부가 이 속에서 완성됨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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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곡 귀암 (龜巖) |
귀담(龜潭) |
팔곡이라 구름 연기 동천을 여는데. 상마桑麻에 우로 내리니 풍년을 점치네. 아침 내내 맑은 못가에 우두커니 서서. 우뚝 솟은 산봉우리 천만 가지 형상이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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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곡 용문 (龍門) |
탁영담(濯纓潭) |
구곡이라 용문의 형세 열리려 하는데. 봄바람 화창한 기운 포근히 다가오네. 원두源頭의 힘찬 물이 저렇듯이 맑으니. 깊이 나아가야 본바탕 넓음을 알리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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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선조 최흥원은 1739년(영조 15년) 봄에 부인동의 사람들과 더불어 계를 맺고 선공전先公田을 마련하여 백성들의 세금에 응하고 휼민고恤民庫를 마련하여 어려운 백성들을 도와주었다. 이 동에 사는 사람들은 흉년이 들어도 초췌한 기색이 없이 생업에 안락함이 완연히 삼대三代 하·은·주)의 유풍이 있었다고 한다. 8곡에서 그가 노래한 이상향이었는지도 모르겠다.
동천洞天에서의 하루는 즐거웠지만 동을 빠져나오니 서울로 돌아갈 마음이 급하다. 시골길을 지나는 택시를 서둘러 잡아타고 허겁지겁 기차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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註 1) 대암선생 문집 속의 농연서당 10경에 관한 연구. 125~126쪽 요약
2)농연구곡 위치도는 대구의 구곡문화(김문기), 농연서당 십경의 위치 분포도는 대암선생 문집속의 농연서당 10경에 대한 연구에서 발췌한 것이다.
참고문헌
1.대구의 구곡문화,김문기, 경북대학교 퇴계연구소, 도서출판 역락, 2014.7.11
2.대암선생 문집 속의 농연서당 10경에 관한 연구 김묘정, 정기호 성균관대학교 조경학과 한국전통학회지29.no.1, 2011.3.
3.한국고전종합DB, 한국고전번역원
첫댓글 대구에 살았고 팔공산도 잘 알지만, 농연구곡은 생소합니다.
좋은 자료입니다. 잘 감상합니다
모실 기회가 있으면 좋겠습니다. 급하게 다녀오느라 새로운 것이 없고 기존 자료로 겨우 위치 확인만 했습니다.감사합니다.
앞으로도 더 많은 연구와 조사 기대하겠습니다.
멋진글입니다.^^
넵. 산악 문화유산 찾으러 다니면 재미남니다.
보물 찾기하는 것 같습니다. 사실 보물이구여.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