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의 광선을 따라 잡으면 무엇을 볼까? 아인시타인
‘빛을 뒤쫓아 가면 빛은 어떻게 보일까. 빛을 쫓는 속도가 빨라질수록 광속(빛의 속도)은 빨라 보일까, 변함없을까, 느려 보일까?’ 열여섯 살 때 그의 머릿속을 채웠던 빛에 대한 “백일몽의 혼돈 같은 이미지 상상”은 1905년에 발표한 특수상대성이론의 모태가 된다.
‘정지한 기차에서 승객이 동전을 떨어뜨린다. 동전이 자유낙하한다. 승객이 보기에 동전은 직선으로 떨어진다. 기차 밖 사람도 동전을 본다. 그에게도 동전 궤도는 승객이 본 것과 같다.’(그림) 이번엔 ‘등속’(일정한 속도)으로 움직이는 기차다. ‘승객이 동전을 떨어뜨린다. 승객 눈에 동전 궤도는 직선이다. 기차 밖 사람이 동전 궤도를 본다. 동전은 포물선을 그리며 떨어진다.’
아인슈타인은 묻는다. 동전의 진정한 궤도는 무엇인가. 직선 궤도와 포물선 궤도, 어느 것이 진짜인가? 승객은 직선, 기차 밖 관찰자는 포물선이라 답한다. 아인슈타인은 이렇게 결론내린다. 동전이 그리는 단 하나의 궤도란 가능하지 않다. 관측자와 상관없이 어디에나 존재하는 절대 위치란 없으며, 오로지 처한 상황에 따라 위치를 평가할 수 있는 상대적 위치만이 가능하다. ‘위치’에는 거리 개념이 포함돼 있고, 위치와 거리는 다시 공간 속에서 정의되는 물리량인 까닭에 관측자와 상관없이 항상 일정한 절대 거리와 절대 공간은 존재하지 않는다.
이제 시간이 허물어질 차례다. 아인슈타인은 ‘등속’으로 움직이는 기차에 탄 승객과 기차 밖 관찰자라는 ‘생각 실험’을 통해 시간의 상대성 개념을 이끌어낸다. 시간의 동시성은 이로써 깨졌다. 항상 똑같은 시각으로 측정되는 절대적 시간은 존재하지 않으며, 시간이란 단지 관측자의 상대 운동에 따라서 다양하게 받아들여지는 물리량이라고 그는 말한다.
아인슈타인은 ‘빛은 (전자기) 파동’임을 입증했던 맥스웰의 길을 따라 생각 실험을 이어갔는데, 그 과정에서 광속으로 빛을 쫓아가보니 빛은 파동성을 잃는다는 귀신이 곡할 딜레마에 빠지게 된다. ‘광속 불변의 원리’(초속 30만㎞)와 빛이 파동이라는 전제는 이미 입증된 사실이었다. 왜 빛의 속도에 이르자 빛의 근원적 성질인 파동성이 깨진 걸까? 그는 의구심을 속도 쪽으로 돌렸다.
그는 뉴턴 고전 역학의 속도 개념을 뿌리부터 재해석해 들어간다. 시속 100㎞로 달리는 기차 안에서 새가 같은 방향으로 시속 10㎞로 난다고 했을 때, 고전적 계산법을 따르면 새의 속도는 100+10, 곧 시속 110㎞가 된다. 이제 시속 100㎞ 기차에 탄 새를 ‘빛’으로 바꾼 뒤, 기차의 이동 방향으로 ‘전등’을 켜보자. 전등 불빛은 빛이므로 빛의 속도(광속)로 달린다. 기차 밖 정지한 관찰자에게 전등 빛의 속도는 얼마로 보일까. 고전적 계산법으론 전등 빛의 속도는 기차 속도에 광속을 더한 속도여야 하지만, 아인슈타인이 보기엔 우주의 어떤 물체도 광속을 넘을 수 없으므로, 그 속도(‘기차 속도+전등 빛 속도’)는 ‘전등 빛 속도,’ 곧 광속이 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