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에 1박2일로
삼척 일대를 돌아보는
박투어를 다녀 왔습니다.
삼척에서 볼만한 곳
25개의 포인트를 연결하여
루트를 짰는데 첫날 15개의
포인트를 별 문제 없이
잘 돌아 봤습니다.
![](https://t1.daumcdn.net/cfile/cafe/995E964E5FAE880C34)
이튿날 오전에 몇 개의
포인트를 더 돌고나서
'수로부인 헌화공원'이란
곳을 찾아 갔습니다.
수로부인은 누구일까요?
![](https://t1.daumcdn.net/cfile/cafe/99BD00455FAE87DB35)
수로부인은 신라 경순왕의
장모이자, 순정공이란
고위 관리의 부인으로
용모와 자색이 빼어난
천하일색 미인이라
알려져 있습니다.
『삼국유사』에는 수로부인과
관련된 두 가지 설화가
기록되어 있습니다.
먼저 '헌화가(獻花歌)'입니다.
![](https://t1.daumcdn.net/cfile/cafe/991AF8425FAE83D630)
순정공이 강릉태수로 부임하는
길에 바닷가에서 점심을 먹는데
병풍처럼 바다를 둘러싸고 있는
높이 천 길의 바위 곁에 철쭉이
활짝 피어 있었습니다.
수로부인이 그것을 보고
"저 꽃을 꺾어다 줄 사람이 없는가?"라고
묻자 모두들 "사람의 발길이 닿기
어려운 곳입니다."라며 사양했습니다.
때마침 암소를 끌고 그 곁을
지나던 한 늙은이가 부인의
말을 듣고 그 꽃을 꺾어와
노래를 부르며 바쳤습니다.
![](https://t1.daumcdn.net/cfile/cafe/990FE3485FAE837229)
'헌화가(獻花歌)'
"붉은 바위 가에
잡은 암소 놓게 하시고
나를 아니 부끄러워하시면
꽃을 꺾어 바치오리다."
또 하나는 '해가사(海歌詞)'입니다.
![](https://t1.daumcdn.net/cfile/cafe/990A72485FAE83702C)
다시 이틀 길을 더 가다가
임해정(臨海亭)에 도달하여
점심을 먹고 있는데,
홀연히 바다에서 용이
한 말리 튀어나오더니
수로부인을 끌고 물속으로
사라져버렸습니다.
순정공이 발을 구르며
야단을 치고 있으니
한 노인이 나타나서
이런 말을 전했습니다.
"옛사람의 말에 여러 사람의
말은 쇠도 녹인다고 했으니,
바닷 속 미물인들 어찌
여러 사람의 입을
두려워하지 않겠습니까?
이 지역의 백성들을 모아
노래를 지어 부르면서 막대기로
언덕을 두드리면 부인을
다시 볼 수 있을 것입니다."
공이 그 말을 듣고 그대로
행했더니 용이 바다에서 나와
수로부인을 돌려주었습니다.
![](https://t1.daumcdn.net/cfile/cafe/990C1C475FAE844328)
순정공이 부인에게 바닷속에서
무슨 일이 있었늦지 물으니,
부인이 대답합니다.
"칠보 궁전에 음식은 달고
부드러우며 향기롭고 깨끗하여
인간의 음식이 아니었습니다."
또한 부인의 옷에서는
좋은 향기가 풍겼는데,
이 세상에서는 맡아보지
못한 귀한 것이었습니다.
이처럼 수로부인은 신령들이
탐할만큼 뛰어난 용모와
자색을 지닌 인물이라서
깊은 산이나 큰 못을 지날 때마다
여러 번 붙들려 갔으며,
그때마다 여러 사람이 모여
'해가(海歌)'를 불러 부인을
다시 찾아왔다고 합니다.
'해가사(海歌詞)'
거북아, 거북아, 수로를 내놓아라.
남의 부녀를 빼앗아 간 죄가 얼마나 큰가.
네가 만약 거역하고 내놓지 않으면
그물로 잡아 구워 먹으리라!
이런 설화의 주인공인
수로부인을 만날 생각에
기대를 잔뜩하고 내비가
안내하는 목적지에
도착했는데 뭔가 수상합니다.
자료조사 때 본 바로는
공원의 규모가 엄청 크고
높은 곳에 있었는데
내비가 목적지 도착이라고
알려준 곳은 그냥 시골동네
어귀였습니다.
다시 지도를 보니 공원은
그 지점에서 꽤 멀리 있는데
내비 안내가 되질 않습니다.
공원 조성공사를 할 때
통행하던 도로가 분명히
있을텐데 로드뷰도
나오질 않습니다.
게다가 도로가 있다해도
어디로 가야 그 도로를
탈 수 있는지를 도무지
알 수가 없었습니다.
마침 근처에 동네 할머니
한 분이 지나 가실길래
'할머니 찬스'를 쓰기로 하고
공원 가는 길을 여쭤봤습니다.
![](https://t1.daumcdn.net/cfile/cafe/9948C9435FAE868734)
얼핏봐도 팔순이 넘으셨고,
운전도 하지 않으실 것
같아 차가 다니는 길을
아실런지 의문이 들었지만
다른 사람들은 보이질 않아
그냥 할머니께 여쭤 봤습니다.
할머니께서 구수한 강원도
사투리에 제스춰까지
섞어가시면서 열심히
설명을 시작하십니다.
저와 함께 갔던 동료는
무슨 말씀을 하시는지
전혀 못 알아듣겠다는데
저보고 할머니랑 의사소통이
잘 된다고 하더군요. ㅋㅋ
실은 저도 대충 감으로
알아 듣고 이해했습니다.
할머니의 길 안내 멘트입니다.
![](https://t1.daumcdn.net/cfile/cafe/997D124F5FAE86F434)
"동네 뒷질('길'도 아니고 '질'입니다.)을
따라가면 학교가 나오고,
조금 더 가면 다리가 나와.
그 다리를 건너면 신작로가
나오고 그 질을 따라가면
무슨 공장이 나오는데
그냥 무시하고 지나가.
더 가다보면 큰 공장이 나와.
거기서 고개를 요래 살짝
오른쪽으로 돌려보면
작은 신작로가 보여.
그리로 올라가다 보면
또 작은 삼거리가 나오는데
거기서 다시 오른쪽으로
가면 공원까지 올라가.
근데 질이 엄청 험해.
길이 험하다는 말씀에
긴장하고 다시 여쭤봅니다.
"할머니, 차는 다니는 길이죠?"
할머니께서 대답하십니다.
"그럼, 차들은 가끔 다니는데
부대에서 길을 막으면
못 들어 가는 곳이야.
그리고 이래 고바위라
차 타고 한 번 다녀 온
사람들은 다시는 안 가."
길이 험하다는 할머니의
말씀에 잠시 망설여졌지만
루트 개척을 위해 이보다
더 험한 임도도 많이 다녀본
저는 포기할 수 없었습니다.
할머니의 말씀을 듣고나서
지도를 다시 확인해 보니
대략 알 것 같았습니다.
헌화공원은 남화산 정상에
있으며, 진입도로는 있지만
내비 안내는 되지 않습니다.
(해안을 따라 올라가는
작은 도로가 그 길입니다.)
![](https://t1.daumcdn.net/cfile/cafe/990CB0455FAE87D930)
제 경험 상 이런 도로는
통행이 금지된 곳이거나,
아니면 통행량이 거의
없어서 로드뷰를 촬영하지
않은 곳이기 쉽습니다.
아무튼 할머니의 설명을
믿기로 하고 내비 없이
순전히 '촉'에 의존하여
길을 찾기 시작합니다.
학교에서 다리를 건너
신작로를 따라 가다보니
할머니께서 그냥 지나치라
알려주신 공장이 나옵니다.
![](https://t1.daumcdn.net/cfile/cafe/99D4CC435FAE87DD2F)
그리고 조금 더 가니
진짜로 큰 공장이 나옵니다.
![](https://t1.daumcdn.net/cfile/cafe/99AC6B455FAE87DB01)
공장을 조금 지나면서
할머니께서 알려주신대로
고개를 돌려 요래 돌려보니
시멘트 임도 길이 보입니다.
![](https://t1.daumcdn.net/cfile/cafe/996485505FAE84130E)
입구에 군사작전지역이라
출입금지라고 적혀있지만
부대에서 길을 막지 않았으면
갈 수 있다는 할머니 말씀을
믿고 인도를 따라 오릅니다.
이런 시맨트 임도를
따라서 올라가는데 군데군데
경사가 심한 고바우 길이
나오긴 하지만 그동안
다녔던 임도에 비하면
생각보다 나쁘진 않습니다.
![](https://t1.daumcdn.net/cfile/cafe/991FDF505FAE841127)
저 뒤로 보이는 길이
저희가 올라 온
시멘트 임도입니다.
![](https://t1.daumcdn.net/cfile/cafe/99A342385FAEA0FB01)
계속 산 정상을 향해
올라가다가 헤어핀 구간에서
관리인인듯한 분들이
탑승한 승합차와 마주칩니다.
여기는 군사작전지역이라
일반인은 들어오면 안 된다며
요 위 공터에서 차를 돌려
다시 나가라고 합니다.ㅠㅠ
하지만 어렵게 여기까지
와서 다시 내려갈 순 없어서
일단 더할리 개척정신에
입각하여 가는데까지
가 보기로 했습니다.
조금 더 오르니 드디어
'수로부인헌화공원' 도착입니다.
바다를 배경으로 넓은
공원이 신기루처럼 눈 앞에
시원스레 펼쳐집니다.
![](https://t1.daumcdn.net/cfile/cafe/9957AA505FAE840F25)
![](https://t1.daumcdn.net/cfile/cafe/99E2974E5FAE837834)
![](https://t1.daumcdn.net/cfile/cafe/997597435FAE83D232)
![](https://t1.daumcdn.net/cfile/cafe/99D41E505FAE840D2E)
공원 곳곳에는 설화와
관련된 내용들이 조작으로
표현되어 있습니다.
![](https://t1.daumcdn.net/cfile/cafe/9943B1485FAE83752F)
![](https://t1.daumcdn.net/cfile/cafe/998F1B485FAE83772E)
뿐만 아니라 맑은 날에는
울릉도를 맨 눈으로 볼 수
있다는 전망대도 있습니다.
![](https://t1.daumcdn.net/cfile/cafe/997E1B4E5FAE837A32)
![](https://t1.daumcdn.net/cfile/cafe/99FDE74E5FAE837C30)
이 공원은 1995년 179억원의
사업비를 들여 조성한 곳인데
작년, 올해 강력한 태풍 때문에
피해를 입어 1년 가까이
휴장하다가 지난 11월 2일부터
다시 개장을 했다고 합니다.
![](https://t1.daumcdn.net/cfile/cafe/99EA414E5FAE837D02)
이 공원의 하일라이트는
바다를 배경으로 서 있는
수로부인 석상 조각물인데,
아파트 4층 높이인
10.6m의 엄청난 높이에
가로 15m, 세로 13m,
중량도 무려 500t에 달하며,
천연 오석으로 만들어
감탄을 자아냅니다.
(제작비 16억원)
![](https://t1.daumcdn.net/cfile/cafe/995C404E5FAE837F37)
![](https://t1.daumcdn.net/cfile/cafe/99A04D435FAE83C731)
![](https://t1.daumcdn.net/cfile/cafe/99B296435FAE83CE31)
나중에 알고 보니 이곳은
차량통행이 전면 금지이고,
임원항 쪽에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와서 다시 걸어올라야
도착할 수 있다고 합니다.
![](https://t1.daumcdn.net/cfile/cafe/99027A455FAE87DB2F)
![](https://t1.daumcdn.net/cfile/cafe/99F083455FAE87D931)
![](https://t1.daumcdn.net/cfile/cafe/99F184455FAE87DA31)
![](https://t1.daumcdn.net/cfile/cafe/99A2F1455FAE87DA01)
그래서인지 이 넓은 주차장에
차가 한 대도 없습니다.
![](https://t1.daumcdn.net/cfile/cafe/99C2FD435FADD0A60E)
다시는 바이크를 타고
오기 어려울 것 같아
조경공사를 하시던 분들께
특별히 부탁을 하여
바이크를 공원 위로 올리고
멋진 인증샷을 찍습니다.
아마도 할리 최초의
헌화공원 입성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 봅니다.
![](https://t1.daumcdn.net/cfile/cafe/99C357435FADD0A80E)
![](https://t1.daumcdn.net/cfile/cafe/998DAD445FADD0D80C)
![](https://t1.daumcdn.net/cfile/cafe/998DF5445FADD0DA0C)
![](https://t1.daumcdn.net/cfile/cafe/998E6F445FADD0DB0C)
![](https://t1.daumcdn.net/cfile/cafe/998E19445FADD0DD0C)
![](https://t1.daumcdn.net/cfile/cafe/998EF6445FADD0DF0C)
아무튼 이 공원은 이번
투어의 하일라이트였고,
산책로, 데크로드, 전망대,
쉼터 등이 갖춰져 있으며,
탁 트인 동해 바다의 비경을
감상하면서 걷기 좋은 곳이고,
대리석 조각상들이 어우러진
아름다운 바다풍경이 장관인
강추 투어지입니다.
![](https://t1.daumcdn.net/cfile/cafe/999D79505FAE840B2F)
공원을 다녀 온 후에
다시 지도를 보면서
확인해 보니 할머니께서
알려주신 내용이 엄청
디테일하고 정확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습니다.
아무튼 할머니 덕분에
멋진 구경하고, 멋진 사진도
건지게 되었습니다.
다시 한 번 할머니께
감사드리며, 항상 건강하시길
기도해 드리겠습니다.
![](https://t1.daumcdn.net/cfile/cafe/99A3A64D5FAE9EE209)
첫댓글 역쉬 짱짱짱 이신듯 합니다
수고많으셨습니다 형님 ^~
귀인을 만나셨네요
항상 응원합니다.
와.....한번 가보고 싶다....
할머니 찬스를 제대로 쓰셨네요 ,,,
여든이넘으신 어른이 기억력도 좋으시고요 세세히 알려주신도로 ,,, 그 어르신 대단하십니다 ,,,
멋진곳 추천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