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를 휩쓸고 있는 코로나19로 인해 거의 바깥 출입을 자제하고 종일 뉴스만 보고 있자니 두통으로 머리가 지끈거렸다. 게으럼을 피우는 딸애와 같이 운동화를 신고 아파트 밑으로 내려왔다.
한가롭게 걸어가노라니 아파트 정원에 여기저기에 붉은 색의 동백꽃이 눈에 들어왔다.
‘아! 동백꽃이네...언제 이렇게 피었지.’
붉은 동백꽃은 만개하여 화려함을 자랑하기도 하지만 이미 꽃이 통채로 낙화하여 나무아래 허드러 지게 떨어져 있는 모습이 참 인상 깊었다.
나무아래 꽃잎이 붙은 채로 송이송이 떨어져 모여 있는 모습은 꽃의 세계에 온듯 한 신비함을 주었다.
추운 겨울을 지나 봄이 오기 전까지 자태를 뽐낸다는 동백꽃을 언제나 동동거리며 다니느라 무심히 지나쳐버렸던 동백꽃을... 오늘에사 자세히 보게 되었다
동네의 작은 공원을 산책하는 동안 나는 여럿의 붉은 동백꽃에 흠뻑 빠졌고 낙화한 동백꽃을 아쉬워하면서 돌아오는 길에 두송이 조심스레 주워 손바닥에 올려 집으로 가져왔다.
그리곤 투명한 유리접시에 올려두고 한참을 붉은 동백꽃을 쳐다보았다.
어쩌면 이렇게 아름다운 붉은 색을 가졌을까? 어떻게 이런 붉은 빛을 낼수 있을까?
동백꽃은 만개할 때 떨어진다고 한다
가장 아름다울 때 자신을 버리는 꽃
가장 아름다울 때 떠날 줄 아는 꽃이라고 누군가 얘기해 주었다.
그래서 꽃이 활짝 핀 채로 땅에 떨어져 있었구나...나의 작은 의문이 풀렸다.
사람의 삶에서는 이기심과 욕심 때문에 가장 아름다울 때 떠난다는 것은 참 어려운 일이다... 쉽게 마음을 낼 수도 없으며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은 아닌 것일 게다
그러나 동백꽃은 가장 화려할 때 떠날 줄을 아는 꽃이라니 얼마나 멋진가
동백꽃하면 생각나는 꽃말은 진실한 사랑, 애타는 사랑, 겸손한 마음이라고 하지만 나는 동백꽃하면 어머니가 생각난다.
일년 내내 표면이 반지르르한 잎이나 이른 봄에 빨갛게 피었다 일순간 떨어지는 꽃은 이른 봄 봄을 준비하려는 어머니들의 마음을 설레게 하기도 했을 것이다. 또한 가을에 열리는 열매는 여인네들이 머리손질과 화장품에 이용하기도 했던 동백기름을 만들어 준다니 얼마나 정감이 가는가
시대를 초월하여 거울을 바라보며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여인의 정겨운모습이 떠오른다. 지치고 힘든 삶에서도 동백기름을 바르며 자신을 돌아보는 작은 채움의 시간이 있었기에 행복하지 않았을까.
우연히 다도선생님과 함께 매화차를 마시게 된 시간이 있었다. 다도선생님은 빨간 동백꽃 한송이에 푸른 나뭇가지를 꽂은 다화를 우리에게 보여주었다
붉은 동백꽃은 우아한 자태를 자랑하며 수줍은듯 다가왔다.
가슴이 따뜻해져 왔다
외국말로는 까멜리아라고 얘기해 주셨다.
우리를 위해 차와 동백꽃 다화를 준비하신 그 따뜻하고 우아한 마음이 귀하게 여겨지는 시간이었다
“동백꽃에는 향기가 없습니다. 그 아름다운 색깔로 유혹하지요
그걸 본 동박새가 기꺼이 꽃가루를 옮겨준다고 합니다.“
매화차를 마시며 다화를 즐기던 소소한 행복의 시간
그것은 동백꽃 때문이었다
봄이 온전히 오기전에 잠시나마...
첫댓글 가장 만개할 때 떨어지는 꽃.
저런 용기가 있다면......
참 쉽지 않은 것이네요
세상은 어수선해도 동백은 때가 되니 찾아와 주는군요.
동백 한 송이에 큰 위로를 받습니다.
동백꽃을 두손에 담은
고운 아침바다님이 그려집니다
야생의 동백꽃 을 못 본지가 몇년째네요
너무 이쁘게 화병꽂이 하셨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