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시문학사 대표이자 <시문학> 발행인인 김규화 시인이 12일 낮 12시50분께 암투병 끝에 향년 83로 별세했다. 지난 2020년 남편 문덕수 시인에 이어 김 시인마저 세상을 떠나며 52년 역사의 <시문학>은 2월호(통권 619호)를 끝으로 종간한다. 고인이 이사장을 맡아온 심산문학진흥회는 새달 중 이사회에서 <시문학>의 속간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전남 승주에서 태어난 고인은 동국대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고 1966년 <현대문학> 추천으로 등단했다. 시집으로 《이상한 기도》(시문학사, 1981),《노래내기》(혜진서관, 1985), 《관념여행》(신원문화사, 1989) 등과 이 밖에도 다수의 시집과 수필집이 있다. 동국문학상, 한국현대시인상, 한국문학상, 펜문학상 등을 수상했고, 대전대학교, 동덕여자대학교에 출강했으며, 1978년부터 현재까지 월간 시문학 발행인을 맡았다.
그는 사물의 외면에 대한 감각적 관찰보다는 생명의 내적(內的) 진동, 특히 현대인의 심적(心的) 동요를 간결하고 압축된 수법으로 표현하고 있다. “한알의 밀/ 밀알이 되어서/ 옥토에 섞는다면/ 새로이 나온 많은 열매/ 나는 그 빈 껍질로/마음 가벼워질까// 하늘 우러러/ 쳐다본 나는/ 부끄러워 고개 숙였네/ 오월의 신록이 푸르러/ 나는 울었네(”속죄“의 일부) 이 작품에서도 읽을 수 있는 것처럼 그의 시는 생활인으로서의 모정(母情)을 담담하게 노래하고 있으나 사유적(思惟的)인 심부(深部)를 추구하려는 데에 그 깊이를 더하고 있다.
문학평론가이자 한국문화예술진흥원장을 지낸 남편 문 시인이 1977년 시문학사를 인수해 <현대문학> 자매지로 창간한 <시문학>을 함께 발행해왔다. 고인은 좋은시문학회 회원, ‘진단시', ‘기픈시' 동인으로 활동했다. 2020∼21년 한국현대시인협회 이사장을 지냈다. <시문학> 종간호에 실린 두 편의 시가 유작이 됐다.
유족은 아들 문수동·창동·준동(공주대 교수·심산문학진흥회 이사장)씨 딸 수연·동옥·중옥씨 등이 있다. 장례는 한국현대시인협회장으로 치른다. 14일 오후 6시 고려대안암병원 빈소에서 시문학 문인회·심산문학진흥회 합동 영결식, 15일 오전 5시 발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