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체 나이 20대, 생체 나이는 30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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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체는 25세부터 노화에 접어든다고 한다. 그러고 보니 요즘 체력이 급속히 떨어진 듯하다. 여자답지 않게(?) 헬스장에서 러닝머신보다는 덤벨을 택하고, 헬스·조깅·스쿼시 등 각종 운동을 즐겨왔으나 최근엔 러닝화에 손도 못 댄 게 사실. 머리는 종종 퓨즈가 나간 양 멍했으며, 몸은 물에 젖은 솜처럼 무거웠다. 날씨 탓으로 돌리기엔 올 초부터 부쩍 느낀 피로의 자각이 컸다. 그러던 중 우연히 마늘 주사에 대한 보도를 접하고 ‘이거다!’란 생각이 들었다. 일본에서는 이미 40년 전부터 상용되고 있다는 마늘 주사. 사실 일본서도 처음부터 각광 받은 건 아니었으나, 1990년대부터 순간적이고 폭발적인 스태미나를 요하는 운동선수와 공연을 앞둔 연예인들 사이에 언급되면서 유명해졌다(최근 부상에서 회복해 부활한 주니치 드래곤즈의 세키가와 선수, 일본 톱 여가수 하마사키 아유미 등이 인터뷰에서 마늘 주사에 공을 돌린 바 있다. 인터넷에서는 인기 그룹 ‘동방신기’가 일본 공연 전 백스테이지에서 마늘 주사를 맞는 UCC도 볼 수 있다). 마늘에서 직접 추출한 것은 아니고, 피로해소 효과를 지닌 비타민 B1(티아민)을 마늘의 알리신 성분과 결합해 체내 흡수가 빠른 주사형으로 만들었기 때문에 마늘 주사란 이름이 붙여진 것. 사실 티아민은 곡류와 당류에 풍부한 영양소다. 그러나 도정한 쌀(흰밥)과 정크 푸드 등을 즐긴다면 결핍될 가능성이 높다. 게다가 티아민은 24개 영양소의 조(助) 효소로 특히 에너지원인 탄수화물의 대사에 강력하게 관여한다. 격렬한 활동 뒤엔 근육에 통증을 일으키는 산(Acid)이 분비되는데, 피로 물질인 산을 다시 에너지원으로 전환시키는 것도 티아민이다. 마늘 주사가 한국에 본격 상륙한 건 지난 6월 말로, 녹십자·아주약품·핸디하이진 등 3사가 각각 제품을 선보였다. 아직 도입 초기라 주로 피부과 등 개인 클리닉을 중심으로 제품이 보급되고 있는데, 벌써 문의가 많다고 한다. 특히 여의도 ‘증권맨’ 등 격무에 시달리는 직장인들의 입소문을 타고 있다는 귀띔. 일과 육아를 병행하는 워킹맘이나 학업에 지친 수험생, 더위를 심하게 타는 이들에게도 추천한다고 했다. 장염 등 음식 섭취가 힘들 때 에너지원 공급 목적으로 간접적으로 기운을 북돋우는 게 포도당 링거라면, 마늘 주사는 식사와 관계없이 즉각적인 피로 해소 효과를 지닌 티아민을 직접 주입, 인체에 퍼지는 속도가 월등하다는 게 차이. 효능은 대개 2주간 지속된다고 한다. |
주사 한 방에 피로를 몰아낸다? 녹십자 측 담당자 말에 따르면 현재 공급처는 약 1천6백 개에 이른다고 한다. 하지만 상당수가 강남 지역에 집중되어 있으므로 미리 문의해보고 가는 게 좋을 듯. 그중 한 병원을 찾아가보니, 스스로 느끼는 피로 정도에 대해 간단히 상담한 후 치료실로 안내되었다. 피부과의 경우 마늘 주사를 태반 주사와 함께 처방하기도 하는데, 티아민이 태반 주사의 노화 방지 효과에 시너지 작용을 한다는 이유에서다. 실제 마늘 주사는 소위 ‘칵테일 주사’로, 단독 처방뿐만 아니라 태반 주사 등 다른 주사와 함께 적용하는 것도 가능하다. 하지만 아직 젊고 피부에 특별한 노화 증상이 없는 에디터의 경우 그럴 필요까지는 없다고 했다. 포도당에 비타민 B군 6종이 혼합된 노란색의 마늘 주사 100cc 수액을 주사하자 팔이 따끔했다(정맥 주사이기 때문에 일반 주사보다 통증이 약간 더하다). 재미있는 건 링거를 꽂고 몇 분 후 유황과 익은 마늘내가 섞인 듯한 독특한 냄새가 입과 코 안쪽에 확 퍼진다는 것이다. 자기만 느끼는 것이며 밖으로 냄새가 풍기지는 않으나 사람에 따라 거부감을 느낄 수도 있을 듯. 개인적으로는 정말 마늘 맛이 침샘에 고이는 느낌이라 신기했다. 어둑한 조명의 조용한 입원실이라 약제가 투입되는 동안 잠시 눈을 붙일 요량이었는데, 이상하게도 ‘피로 해소제’인 때문인지 잠이 오지 않았다. 기분 탓이었는지도 모르겠지만 한 주 동안 쌓인 피로가 손끝에서부터 서서히 풀려가며 점차 생기가 도는 느낌이었다. 수액 투입 시간은 30~40분으로 갑자기 약제가 들어갔을 때의 쇼크를 방지하기 위해 길다고 했는데, 실제로는 25분 쯤 걸린 듯. 바늘이 꽂힌 팔이 저릿저릿하고 수액이 1/5쯤 남았을 때 흐리멍덩한 머리와 더위에 지친 몸에 조금씩 활기가 느껴지는 듯했다. |
급속한 생기 충전, 2회 이상 맞아야 완전한 피로 해소 혹여 부작용은 없는지 문의했다. ‘영양 주사’이기 때문에 특별한 주의사항은 없으나 다만 포도당이 베이스일 경우 당뇨 환자는 혈당이 일시 치솟을 수 있음을 유의해야 한다.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당뇨에 수반되는 신경염 및 동맥경화 개선에 꼭 필요한 성분이 티아민이므로, 의사의 판단하에 적용할 수 있다. 그 밖에 모든 약제가 그렇듯 발진 등 개인의 체질에 따른 알레르기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마늘 주사 자체가 고농축이라 환자의 반응을 살펴보며 천천히 주입하므로 문제가 되지 않으며 심각한 부작용도 보고되지 않았다고. 아무래도 가장 궁금한 건 효과일 듯. 치료가 끝나자마자 침대에서 일어나 기지개를 켜보았는데, 훨훨 날아다닐 정도는 아니었으나 일단 시도 때도 없이 쏟아지던 졸음이 오지 않는 건 확실했다. 병원에서는 환자의 상태를 보아 개인에 맞는 투약 기간을 제시, 피로도가 심하다고 진단될 경우 회복될 때까지 1주에 2회 접종을 권한다. 솔직히 1주일 동안 ‘호랑이 기운이 솟아나는’ 느낌까지는 못 받았으나 주사를 맞고 돌아온 날 오랜만에 공원에서 달밤의 파워 워킹을 했다. 시술은 1회 4만~5만원 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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