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래포구 바가지

[단풍]

▲ 오랜만에 어머니 찾아가니 소래포구에서 새우젓(육젓)을 사왔다고 맛을 보라네요.

▲ 새우젓(3만원)이 짜지않고 맛이 좋습니다. 김장젓갈로 담기엔 싱겁고 그냥 먹는 용도가 좋은데, 어머니는 미원 맛이 난다고...

■ 소래포구 바가지 ■ 


막내 외삼촌 73살, 수원외삼촌 77살, 어머니 80살 (33년生).
요즘이야 '인생 70부터'라니 노인네라고 정의할순 없지만,
제 눈에는 외삼촌 두 분이나 제 어머니나 노인네가 맞습니다.

세 분이 김장철 새우젓도 필요하고 여행삼아 소래포구에 갔나 봅니다.
77살 수원 외삼촌이 운전하고 어머니를 부평 부개동 아파트에서 모시고 소래포구를 갔죠.
막내 73살 외삼촌은 약주를 좋아하니, 운전은 작은 형(77살)에게 맡긴 겁니다.

새우젓은 오젓, 육젓, 추젓 세 종류가 있습니다.
5월, 6월, 가을에 잡은 순이죠. 6월에 잡은 새우가 제일 통통해서 원형 그대로 보존하면
가장 좋은 육질을 자랑하는, 밥 반찬으로 먹는 육젓이 됩니다.

이 육젓을 세 양반이 한 통에 3만원씩 주고 샀고, 제가 그 맛을 어제 본 거죠.
젓이 짜야 젓인데, 맛이 닝닝한 게 약간 미원 맛이 나는 듯하고...

어머니야 미원 안 잡숫는 분이니, 당신 말을 믿어야겠죠.
"입안에 가득 퍼진다." 미원 맛이 한 가득이라는 소리입니다.

제가 젊어서 경동시장에서 본 드럼통 이야기를 드려야겠네요.
대천이나 광천에서 새우젓이 드럼통 고봉으로 올라오면, 미원 왕(王)봉지, 대(大)봉지에서
조금씩 뿌리며 드럼통을 2개로 만드는 겁니다. 재주꾼이죠. 드럼통 하나로 2개 만드니까요.

물론 양(量)을 늘리려면 새우젓 드럼통에 물을 타야 되고요.

주식 용어에 '물타기'라는 말이 있는데,
10,000원에 산 주식이 5,000원이 되었으면, 다시 5천원짜리 주식을 사서 
매입, 전체 구입가격을 낮추는 걸 '물타기'라고 표현합니다. 7,500원에 산 셈이 되죠. 

미원 맛 소래포구 육젓도 
배에서 내린 새우 직접 천일염 뿌려 그 자리에서 비비서 파는
새우젓을 사다 물타기를 해야 올 겨울 김장에 쓸 수 있을 거 같네요.

새우젓(육젓)은 그래도 실물이 남아 있으니 바가지라고 볼 수는 없지만,
꽃게는 바가지가 분명하더군요. 

꽃게 2kg 2만원에 9마리 사서 집에 왔더니, 쭉정이랍니다.
속이 알차게 찬 꽃게는 한마리도 없고 9마리 전부 쭉정이...

쭉정이 가지고는 간장게장을 담을 수 없겠죠.

다음 날 인천 숭인시장에서 역시 2kg 꽃게 2만원 주고 다시 사왔더니,
이번에는 속도 실(實)하고 마리수(數)도 11마리나 된다고 합니다.

결국 소래포구에서 노인네에게 꽃게 판 상인은 
돈도 속였고, 저울 g(그램)도 속이는 바가지 악덕상인의 기본을 보여준 셈입니다.

꽃게를 2가지 분류로 나누고, 한 쪽에 분리된 꽃게를 담아줘서 가져와보니
쭉정이라면 기분이 어떠실런지요? 그것도 현지라는 소래포구까지 가서 사왔으니...

꽃게만 좋으면 그냥 넘기려고 했던 얘기도 해줍니다.

처음에 5만원을 내고 막내외삼촌 꽃게 2kg을 포장하고, "돈을 거슬러달란 소리를 안 했다."
수원외삼촌과 나도 꽃게를 사야되니, 3집 모두 꽃게를 사야되니까.
모두 비닐에 담고(6만원), 만원만 더 주려고 하자, 
꽃게 장사 아주머니가 "돈 받은 적 없어요." 돈 바구니 보여주며 받은 적 없다고 오리발!
73살 노인네가 5만원짜리 내고 아무 소리없이 있으니까, 점심반주에 술취한 늙은인줄 알았나보다.

결국 꽃게 장사가 CC-TV 확인하자고 주장,
CC-TV 확인하러 갔는데, 막상 따라가서 확인해 보려고 하니,
화면이 나오지 않는, 처음부터 돌아가지 않는 CC-TV라 아무 것도 볼 수가 없었다니,
꽃게 장사 처음부터 CC-TV 당당하게, 자신있게 데려가는 폼이 영......


결국 세 집에서 각각 쭉정이 꽃게 2kg 씩 2만원 X 3 = 6만원
여기에 미리 낸 돈 5만원 포함 11만원 주고 쭉정이 꽃게 사와 꽃게탕 해먹은 셈이 되었죠.
육젓은 미원 젓이고요.

세상 살은 연륜은 어디다 내팽개치고, 소래포구 젊은 아줌씨 하나 당하지 못하고
바보마냥 돈이나 보태주고 오는 노인네들 얘기를 들으니 한심합니다.

소래포구에서 조개젓, 점심과 반주 등 35만원을 썼다는데
그중 미원 육젓과 쭉정이 꽃게 합 20만원은 허당스입니다.

저 같으면 기분 나빠서 5만원 먹고 떨어지라고 하고,
꽃게 사지 않고 그냥 가게를 나오겠습니다. 다른 가게에 가서 꽃게를 사야겠죠.







제가 젊어서 30살 무렵 소래포구 제법 갔죠. 횟집, 일식집 점심 술 한잔 마시러,
또는 취중 정신으로 수인선 철교 왔다갔다 하려고요. 항상 수트차림에 새로 산 셔츠와 타이 차림이죠.
돈 잘버는 친구 둔 덕분에 룸싸 출근 후 맞는 아침, 점심을 종종 소래포구에서 때웠습니다.

지난 6월 수인선의 일부 구간이 개통되면서 경기도 시흥시와 인천 남동구는 더욱 가까워졌습니다. 
4호선 오이도 역에서 월곳~소래포구~송도를 잇는 수인선 복선전철 사업의 
1단계 사업인 소래포구 구간이 개통되었기 때문입니다.

그동안 오이도역에서 소래포구로 가려면 
전철에서 내린 뒤 버스타고 20여분 이상 가야 소래포구였는데, 
수인선 일부구간 개통으로 오이도역에서 소래포구 까지는 이제 불과 두 정거장에 불과합니다. 
접근 시간이 현격하게 줄어들었고, 수도권 시민이면 차가 없어도 쉽게 접근하게 되었죠.

제 어머니나 외삼촌들 처럼 바가지 쓰지 않으려면 좀 알고가야겠네요.

소래포구는 유명세를 타는 만큼 예전부터 바가지 상혼으로 그 악명이 높습니다.
사람봐가면서 바가지 씌웁니다. 똑똑하면 절대로 바가지 씌우지 않죠.

꽃게 가격은 1kg에 만 원 남짓.

소래포구 갈 때는 물때를 맞추는 게 가장 기본입니다.
꽃게는 그물망으로 꽃게를 잡는 방법과 낭장망 2가지로 잡는데,
제 아버지가 배빌려 꽃게 잡던 방법인 그물망은 전날 그물 드리우고 다음날 그물걷으면
아무 문제 없지만, 대부분 2~3일 바다에 그물이 꽃게와 같이 있다보니
이 놈들이 스트레스 받아서 물러집니다. 살이 빠지는 거죠.

소래포구 꽃게잡이 배는 낭장망, 즉 물살 흐름에 따라 고기와 꽃게가 그물에 빨려 들어가는 방식이라
꽃게도 스트레스 덜 받고, 특히 사리때는 물이 탁하고 조류가 빨라 고기가 많이 잡혀
상대적으로 꽃게 값이나 고기 값이 싸니, 이 때를 노리면 좋습니다.

사리 물때에 가까울수록 그리고 날이 흐리거나 파도가 높을수록 
많은 고기가 잡히니 당연히 이런 날을 골라야 싼 가격에 소래산 생선과 꽃게를 친견합니다.

새벽에 나간 배들이 보통 오후 1시경 돌아옵니다. 
고기 정리하고, 짐 정리하고, 경매하지 않고 직접 파는 시간, 
대략 오후 3시 쯤 가면 직거래가 가능한 거죠.

시장 안 가게마다 꽃게를 가득 쌓아놓고 팔지만, 
수협 공판장 뒤 난전으로 가야 직거래로 꽃게를 살 수 있습니다.

죽은 꽃게는 1kg에 5000원. 그리고 산 꽃게 중 숫게가 요즘 만 원에 팔립니다. 
문제는 쭉정이 물렁게입니다. 물렁게는 껍질이 물렁물렁한 게를 말하는데 
이런 게의 경우 껍질을 바꾸는 과정이라 살이 무르고 맛이 떨어지기에 
게장 용도로는 적절치 않음에도 외삼촌이나 제 어머니처럼
물렁게인 줄도 모르고 많은 소비자들이 간장게장 거리로 꽃게를 사가지고 갑니다.

답답한 일이죠. 상인들은 절대 친절하게 설명해주지 않습니다.
상인들이 꽃게를 고르는 일은 쭉정이 물렁게를 가려내는 일인데,
노인데 3명이, 눈동자가 여섯이면 뭐 합니까? 쭉정이도 못 가려내고...

어디나 마찬가지이지만,
파장 때 '떨이'사면 흡족한 거래에 만족할만 합니다.

상인들 퇴근할 무렵, 일반인들이 오후 낮시간 썰물처럼 빠져나가고
저녁 무렵 떨이나오는 꽃게사면 바가지가 아니라 횡재하는 수도 생겨나죠.

소래포구 시장상인 분들, 대부분 양심적으로 장사하는 분이라고 믿지만,
어느 사회에나 나쁜 인간들이 섞여 있습니다.

소래포구 자체가 나쁜 건 아니니 오해는 마세요.

세 노인네 나이를 합치면 210살.
나이만 많으면 뭐하나요? 

제가 어머니 얘기 듣고 소래포구 미주알고주알 얘기해줘야 맞지만,
또 그런 잔소리 대화를 듣고 싶어하는 게 어머니 마음이지만,
저는 입 닫고 청소만 하다 왔습니다. 

지난 일 떠올려, 앞으로 난전에 가서 실(實)한 꽃게, 직접 삽으로 비빈 새우젓 사세요?
말하기 싫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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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undamentum / Lesiem 
  

[오로지]

저런,, 그거 참! 세상에 몰염치한 사람도 많네요~ 다른 사람들은 몰라도 나이드신 노인들에게 사기를 치다니!
어쨌든 꽃게값이 많이 떨어진 모양입니다.
지난번 대부도 둘레길갈때 꽃게를 1kg에 \15,000씩 샀는데,, 물론 일요일이었지만,,

[단풍]

김포 쪽 대명포구 등 다른 곳이 있긴 하지만 아직도 꽃게와 새우젓에 관한한
명불허전 소래포구를 쫓아갈 곳이 수도권에 없죠.
어느 사회나 마찬가지로 질 안 좋은 사람은 섞여 있는 거고요.

소래포구 난장에서 어민과 1:1 다이렉트로 사는 게
비록 조금 값을 더 쳐줬다고 해도 믿을 수 있어 가장 좋은 방법 같습니다.
분위기도 좋아 소주 한잔 마시기도 좋은 동네가 또 소래포구죠.

아 소래포구 가서 예전 생각하며 소주 한잔 하고 싶당.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