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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후 스포츠관광도시로 발돋움한 릴레함메르
‘피오르드의 나라’ 노르웨이는 관광대국이다. 디즈니 영화 ‘겨울 왕국’이 인기를 끌면서 노르웨이 주요 관광도시도 함께 급부상했다. 노르웨이하면 또 ‘오로라‘를 빼놓을 수 없다. 노르웨이 북부 지역은 최근 10년 사이 세계 곳곳에서 오로라를 보려고 찾아오는 관광객들이 두 배 이상 늘었다. 이 외에도 대자연을 보려고 찾는 관광객이 부쩍 늘고 있다.
글 | 최형창 세계일보 기자
인구 3만명도 안되는데 1년에 35만명 방문
대자연을 만끽해도 만족스럽겠지만 스포츠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릴레함메르를 놓칠 수 없다. 1994년 동계올림픽 개최지 릴레함메르는 평창올림픽 덕분에 국내 언론에 자주 등장했다.
수도 오슬로에서 기차로 2시간 반 거리에 위치한 릴레함메르는 인구 3만명이 채 되지 않는 작은 도시다. 1994년 동계올림픽에 이어 2016년 동계유스올림픽을 개최한 명실상부 동계스포츠 메카다. 릴레함메르는 동계올림픽 시설을 적극 활용해 스포츠레저관광도시로 발돋움했다.
릴레함메르역에서 동북쪽으로 10여분 걷다보면 산기슭에 웅장한 스키점프대가 위용을 뽐내고 있다. 그 밑으로 아이스하키 결승전이 치러졌던 호콘스홀(다목적체육관), 축구장, 스키장 등 복합스포츠 시설물이 한 곳에 모여 있다.
도시는 작지만 활력이 넘쳤다. 관광객이 꾸준히 늘고 있는데다 토박이들 역시 이곳에서 올림픽을 열었다는 점에 굉장히 자부심을 느꼈다. 올림픽 전까지 만해도 보기 힘들었던 관광객이 최근에는 1년에 최대 35만명에 달한다. 겨울스포츠를 즐기러 오는 사람도 있지만 공간을 활용해 공연이나 종교집회가 수시로 열리는데 이 때문에 릴레함메르를 찾는 이도 꽤 많다.
스포츠와 교육을 연계
릴레함메르 올림픽파크 내에는 NTG라는 기숙형 체육학교가 있다. 올림픽 시설을 사용할 뿐 아니라 은퇴한 선수들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한다. 이 학교 출신들이 국가대표로 성장해 국제무대에서 두각을 나타내면 국가 스포츠 수준까지 올라가니 일거양득이다. 시설물은 평소 훈련장으로 사용되다가 겨울철에는 크고 작은 동계스포츠 대회장으로 이용된다. 한스 린달 올림픽파크공단 이사장은 “국제대회를 꾸준히 열어야 지속적으로 최상의 설질과 빙질을 유지할 수 있다”며 “그래야 체육학교 학생들이 최상의 시설에서 연습해 최고의 선수로 성장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릴레함메르 시내에서 차로 20분 달리면 릴레함메르대학교가 나온다. 이 대학 건물은 1994년 올림픽 당시 미디어센터(MPC)로 활용된 곳이다. 올림픽 전에는 시내에 있었는데 새 건물이 외곽에 지어지면서 대학 캠퍼스를 현 위치로 이전했다. 1994년 이전만 해도 전교생이 1,000명도 안 되던 이 학교는 현재 재학생이 5,000명에 이른다. 이 학교는 올림픽 후 노르웨이에서 미디어·영화 관련 최고 대학으로 도약했다. 또 1994년 올림픽과 2016년 유스올림픽 때 사용한 선수촌과 미디어촌을 대회 끝나고 기숙사로 활용해 낭비를 줄였다. 노르웨이 올림픽위원회 스베르드루프 국제협력팀장은 “릴레함메르대는 올림픽의 또 다른 성공적인 유산”이라며 “그 덕분에 릴레함메르에 젊은 인구가 꾸준히 유입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잊을 수 없는 순간을 만들자
요즘 세계 여행 트렌드는 체험이다. 가이드를 따라다니는데 그치지 않고 직접 만들고 먹어보고 타보는 등 경험하는 것이 중요해졌다. 그런 측면에서 릴레함메르는 배울점이 많다. 릴레함메르 시내에서 차로 25분 정도 달리면 썰매 트랙이 나온다. 평창을 포함해 전세계 16곳 밖에 없는데 그 중 하나가 릴레함메르에 있다.
릴레함메르 출장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을 꼽으라면 봅슬레이 체험이다. 원윤종처럼 파일럿(드라이버)은 현장 직원이 하고 나머지 칸에 나눠서 탈 수 있다. 4인승 썰매에 3명이 탔는데 파일럿 뒤에 공단 직원이 타고 맨 뒤에 내가 올랐다. 9개월이 지났지만 기억은 생생하다. 천천히 내려가더니 어느 순간부터 오르락 내리락을 반복한다. 그 다음에 직각처럼 떨어진다. 몇 분이 훌쩍 지난 거 같은데 아직도 한참을 더 가야한다. 결국 약 1분에 들어왔다. 생애 가장 길었던 1분이었다. 그 짧은 시간 허리와 배 그리고 목에 이르기까지 온 몸에 통증이 몰려왔다. 준비운동을 제대로 안하고 탄 것도 있지만 종목 자체가 위험한 측면도 있다. 텔레비전 중계만 보더라도 아찔한데 실제로는 더 심하다. 하지만 한 번 정도는 좋은 경험이라고 생각한다.
얼음을 녹인 여름에는 바퀴 달린 썰매, 겨울에는 얼음 트랙에서 실제 경기용 썰매를 타거나 체험용 썰매를 탄다. 바퀴 썰매와 겨울 체험용 썰매는 속도가 약 100㎞/h, 실제 경기용 썰매는 120㎞/h다. 여름에는 1인당 300크로네(약 4만원)이고 겨울에는 체험용 260크로네(약 3만5,500원), 경기용은 995크로네(약 13만6,000원)다.
주민들의 적극적인 참여유도
스포츠 관광도시로 발돋움하기 위해서는 주민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관광객들이 없을 때는 스포츠 시설을 주로 주민들이 사용하고 외지인이 왔을 때 주민들이 어떻게 응하느냐에 따라 도시 이미지가 바뀌기 때문이다.
릴레함메르는 대회 이후 ‘올림픽 도시’ 이미지를 얻었다. 시설물 주위에 박물관을 만들고 병원 등 시내 요소요소에 오륜기를 붙여 올림픽 개최지였다는 점을 관광객들에게 상기시킨다. 그 덕에 지역사회 협조가 수월한 편이다. 린달 이사장은 “지역 주민들이 우선 알차게 쓰고 있다. 호콘스홀 등 공간을 지역 축제가 있을 때 내준다”며 “대신 1년에 수차례 열리는 각종 동계 스포츠 대회 때 주민들이 자원봉사자로 활동한다. 올림픽파크에서 열리는 행사를 주기적으로 도와주는 주민 자녀들에게는 스포츠교실 할인혜택을 제공한다”고 말했다. 또 “올림픽 전까지는 노르웨이하면 오슬로나 베르겐만 생각했을텐데 이제는 많은 사람들이 릴레함메르도 떠올린다. 이것이 바로 올림픽 효과”라고 강조했다.
우리나라는 평창올림픽을 통해 친절함을 세계인에 각인시켰다. 반대로 외식업체, 숙박업소 바가지 문화는 여전히 문제로 떠올랐다. 세계적인 관광지로 한걸음 더 나아가기 위해서는 친절함은 그대로 가져가되 관광객이 몰린다고 바가지 씌우는 일은 지양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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