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외상외과 의사 이국종 교수가 대한민국 중증외상 의료 현실에 대한 냉정한 보고서이자, 시스템이 기능하지 않는 현실 속에서도 생명을 지키려 애써온 사람들의 분투를 날 것 그대로 담아낸 『골든아워』 제1권. 2002년 지도교수의 권유로 외상외과에 발을 내딛으며 인생의 전환점을 맞이한 저자는 대한민국에 국제 표준의 중증외상 시스템을 정착하기 위해 지난한 싸움을 했고, 17년간 외상외과 의사로서 맞닥뜨린 냉혹한 현실, 고뇌와 사색, 의료 시스템에 대한 문제의식 등을 기록해왔다.
이 책은 저자가 외상외과에 발을 내딛은 2002년에서 2018년 상반기까지의 각종 진료기록과 수술기록 등을 바탕으로 저자의 기억들을 그러모은 기록으로, 삶과 죽음을 가르는 사선의 최전선에서 고군분투하는 환자와 저자, 그리고 그 동료들의 치열한 서사이기도 하다. 사고 현장과 의료 현장을 직접 경험한 사람만이 알 수 있는 절절함을 있는 그대로 표현하기 위해 고심했고, 한 단어 한 문장 심혈을 기울여 써내려간 이 책을 통해 현장을 겪은 사람만이 알 수 있는 입체적인 이야기를 만나볼 수 있다.
제1권에서는 외상외과에 발을 들여놓은 후 마주친 척박한 의료 현실에 절망하고 미국과 영국의 외상센터에 연수하면서 비로소 국제 표준의 외상센터가 어떠해야 하는지 스스로 기준을 세워나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생사가 갈리는 위중한 상황에 처한 의료진과 환자, 보호자의 통렬한 심정 등 우리네 세상의 다양한 면면이 펼쳐진다. 무엇보다도 아덴만 여명 작전에서 부상당한 석 선장을 생환하고 소생시킨 석 선장 프로젝트의 전말은 물론, 전 국민적 관심 속에 중증외상 치료 시스템의 획기적인 전기를 마련하고도 소중한 기회를 제대로 살리지 못한 대한민국의 의료 현실을, 슬픔을 꾹꾹 눌러 담은 담담한 어조로 묘사한다.
출처 : 인터넷 교보문고
저자
이국종 의사, 대학교수
저자 이국종은 중증외상 분야 외과 전문의이자, 외상 및 외상 후 후유증, 총상 등 복합중증 외상치료 권위자. 이국종 교수가 이끄는 외상외과 의료팀은 국내 최고 수준으로 꼽힌다. 1995년 아주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연구강사 생활을 시작했다. 2002년 동 대학원에서 박사 학위를 받으며 외상외과에 발을 내딛었다. 2003년 미국 UC 샌디에이고 외상센터에서, 2007년 런던로열병원 외상센터에서 연수하며 의료 선진국의 현실을 목도했다. 2005년 논문 <중증외상센터 설립 방안>을 발표했다. 이 논문은 국내 병원들의 중증외상센터 건립안의 기초 자료가 되었다. 2011년 그의 의료팀이 아덴만 여명 작전으로 부상당한 석해균 선장을 살려내면서 중증외상 치료의 특수성과 중요성이 세상에 알려졌으며 이는 2012년 전국 거점 지역에 권역외상센터를 설립하고 국가가 행정적, 재정적으로 지원하도록 하는 응급의료법 개정안이 통과되는 계기가 되었다. 현재 아주대학교병원 외상외과 과장이자 경기남부권역 중증외상센터장으로 재직하며 국제 표준에 맞는 중증외상 의료 시스템을 우리나라에 정착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출처 : 인터넷 교보문고
목차
서문
2013년 스승의 날 | 외과 의사 | 회귀
남루한 시작 | 원흉 | 깊고 붉은 심연 | 갱의실
삶의 태도 | 환골탈태 | 암흑 전야 | 탈출
벨파스트함 | 마지막 수술 | 위로 | 전환
나비효과 | 윤한덕 | 선원들 | 정책의 우선순위
업 (業) 의 의미 | 남과 여 | 막장 | 정글의 논리
헝클어져가는 날들 | 부서진 배 | 아덴만 여명 작전
위태로운 깃발 | 생의 의지 | 빛과 그림자
변화 | 석해균 프로젝트 | 불안한 시작
긍정적인 변화 | 중단 | 고요한 몸
스스로를 보호할 권리 | 성탄절 | 살림 | 뱃사람
야간 비행 | 지원과 계통 | 가장자리 | 탈락
소초장 (小哨長) | 목마른 사람 | 거대한 공룡
사투 | 허무한 의지(依支) | 모퉁이
한배를 탄 사람들 | 내부의 적 (敵) | 빈자리
거인 (巨人) | 끝없는 희생 | 신환자(新患者)
밥벌이의 이유 | 생과 사 | 2013, 기록들
출처 : 인터넷 교보문고
책 속으로
· 시스템의 부재와 근거 없는 소문들, 부조리가 난무하는 환경에 맞서 팀원들이 힘겹게 버텨내는 동안, 나는 어떻게든 본격적인 지원을 끌어들여 우리가 가까스로 만들어온 선진국형 시스템을 정착시키고 싶었다. 그러나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나는 우리가 여태껏 해온 일들이 ‘똥물 속으로 빠져들어 가면서도, 까치발로 서서 손으로는 끝까지 하늘을 가리킨 것’과 같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곧 모든 것은 잠겨버릴 것이고, 누가 무엇을 가리켰는지는 알 수 없게 될 것이다.” - 1권 9쪽
· 원칙을 지켜야 한다, 하는 데까지 최선을 다해서 옳은 것을 주장하며 굽히지 않는다, 안 될 경우를 걱정할 것 없다, 정 안 되면 다시 배를 타러 나가면 그뿐이다……. 나쁜 보직을 감수할 자세만 되어 있으면 굳이 타협할 필요가 없다. 원칙에서 벗어나게 될 상황에 밀려 해임되면 그만하는 것이 낫다……. 그것은 단순한 논리였다. 바다 위에서 만난 병사들이 그와 같았고 대개의 뱃사람들이 그러했다. 그의 말들이 짙은 쪽빛으로 머릿속을 깊이 물들였다. - 1권 43쪽
· 2차 수술은 괴사가 진행된 조직을 절제해내는 정도에서 마쳤다. 열어두었던 복벽을 닫고 칼이 베고 들어간 상처 한쪽에 긴 배액관을 꽂았다. 다행히 중환자실에 빈자리가 나서 남자를 그곳으로 옮겼다. 수술은 끝났으나 치료는 다시 시작이었다. 현실은 영화와 다르다. 영화 속 주인공이 칼에 베이고 총에 맞아 피를 쏟아내 면서도 수술받은 다음 날이면 의식을 차리는 일은 현실에 없다. 중증외상 환자들에게 수술은 치료의 시작일 뿐, 환자는 수술만으론 살아 돌아오지 못한다. 중환자실에서 수많은 인공생명유지장치들과 약물들을 총동원해 집중치료를 받아야만 하고, 이 지난한 과정을 버텨내지 못하면 환자는 죽는다. - 1권 85쪽
· 피는 도로 위에 뿌려져 스몄다. 구조구급대가 아무리 빨리 사고 현장으로 달려가도 환자는 살지 못했다. 환자의 상태를 판단할 기준은 헐거웠고, 적합한 병원에 대한 정보는 미약했다. 구조구급대는 현장으로부터 가장 가까운 병원을 선택할 것이어서 환자는 때로 가야 할 곳을 두고 가지 말아야 될 곳으로 옮겨졌고, 머물지 말아야 할 곳에서 받지 않아도 되는 검사들을 기다렸다. 그 후에도 다른 병원으로 옮겨지고 옮겨지다 무의미한 침상에서 목숨이 사그라들었다. 그런 식으로 병원과 병원을 전전하다 중증외상센터로 오는 환자들의 이송 시간은 평균 245분, 그사이에 살 수 있는 환자들이 죽어나갔다. - 1권 148쪽
· 좌측에서 제3조수를 서고 있는 백숙자의 피곤함이 전해졌다. 아무리 힘을 써도 당해낼 수 없었 다. 어쩔 수 없이 거즈로 압박만 해서 환자를 중환자실로 보내기로 했다. 전담간호사들이 환자를 이송용 카트에 옮겨 수술방을 빠져 나갔다. 나는 멍하니 그 모습을 보았다. 전담간호사들 틈에 환자를 응시하는 사신이 있었다. 시야에서 카트가 사라질 때 나는 죽음이 미소 짓는 광경을 본 것 같았다. 얼마나 버틸지 알 수 없으나 환자는 곧 숨을 거둘 것이다. - 1권 178쪽
· 떨어지는 칼날은 잡지 않는 법이다. 석 선장은 무겁게 떨어지는 칼날이었다. 환자의 상태가 극도로 나쁠 때 의사들은 섣불리 나서지 않는다. 그가 살아날 가능성은 희박했고, 최악의 경우 내가 짊어져야 할 책임은 상상 이상의 것이었다. - 1권 222쪽
· 그러나 그런 식으로 상황이 종료되면 석 선장과 해군과 삼호해운에 미안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관계 부처는 결국 의견을 주지 않았고, 에어 앰뷸런스는 아프리카로 날아가버렸다. 남미와 아프리카에 무슨 변고라도 있는 것인지 유럽발 에어 앰뷸런스들은 모두 바빴다. 배 속 깊이 쓰라림이 올라왔다. 거죽 밑으로 번지는 마른 기운이 몸속의 물기를 앗아가고 있었다. 우리는 절박하고 절박한데 그 절박함이 어디에도 가 닿지 않아 처참하기만 했다. - 1권 232쪽
· 핏물을 거두자 청년의 얼굴이 보였다. 훈련으로 검게 그을린 얼굴에 생기가 없었다. 누구의 아들일 것인가. 뭍에서 시신을 기다리고 있을 부모들을 생각했다. 자꾸만 눈물이 솟았다. 낡은 고속정 특유의 디젤엔진에서 선체로 전달되어 올라오는 진동이 엉덩이를 타고 척추를 따라 머리까지 전달되었다. 두개골 속이 덜그덕거리며 흔들거렸다. - 1권 300쪽
· 손실을 만회할 방법이 없었다. 병원의 ‘ABC 원가분석’의 서늘한 칼날은 정확히 내 목을 겨누었다. 외상외과에서 당연히 이루어 져야 하는 것들 가운데 심평원의 기준을 충족하는 것은 거의 없었다. 심사 기준은 조정되지 않았고 외상외과 업의 본질은 바뀌지 않으므로 나는 계속 깎여나갔다. 대한민국에 외상외과라는 분야는 존재 불가능했다. - 1권 338쪽
· 팀원들 모두가 자주 아팠고, 아픈 것이 기본이 되어 아픔을 일상으로 여기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아플 때에 아프다고 알리는 일조차 없었다. 어딘가 부러지고 쓰러질 때가 되어서야 보고가 되었다. 그것이 마치 이곳에서의 생존법칙인 것만 같았다. 무엇을 위해 이렇게 하느냐는 질문에 나는 원론적으로는 ‘사람을 살리기 위해서’라고 말하고는 있으나, 사실 왜 지속하고 있는지 알 수 없게 된 지가 오래다. 좋은 사람들과 일할 수 있다는 것 하나만이 유일한 장점이었으나, 그것을 위한 대가는 너무 컸다. 쉴 새 없이 고꾸라져 나가는 팀원들을 볼 때마다 억장이 무너져 내렸다. - 1권 420-421쪽
출처 : 인터넷 교보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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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서평
“사람을 살리는 것, 그것이 우리의 일이다.”
단 한 생명도 놓치지 않으려는 이름 없는 사람들의 분투
외상외과 의사 이국종 교수가 눌러쓴 삶과 죽음의 기록이다. 저자는 17년간 외상외과 의사로서 맞닥뜨린 냉혹한 현실, 고뇌와 사색, 의료 시스템에 대한 문제의식 등을 기록해왔다. 때로는 짧게 때로는 길게 적어 내려간 글은 그동안 ‘이국종 비망록’으로 일부 언론에 알려졌다. 그 기록이 오랜 시간 갈고 다듬어져 두 권의 책(1권 2002-2013년, 2권 2013-2018)으로 출간됐다. 이국종 교수의 『골든아워』는 대한민국 중증외상 의료 현실에 대한 냉정한 보고서이자, 시스템이 기능하지 않는 현실 속에서도 생명을 지키려 애써온 사람들-의료진, 소방대원, 군인 등-의 분투를 날 것 그대로 담아낸 역사적 기록이다.
1권에서는 외상외과에 발을 들여놓은 후 마주친 척박한 의료 현실에 절망하고 미국과 영국의 외상센터에 연수하면서 비로소 국제 표준의 외상센터가 어떠해야 하는지 스스로 기준을 세워나가는 과정이 그려진다. 생사가 갈리는 위중한 상황에 처한 의료진과 환자, 보호자의 통렬한 심정, 늘 사고의 위험에 노출된 육체노동자들의 고단한 삶, 가정폭력, 조직폭력 등 우리네 세상의 다양한 면면이 펼쳐진다. 무엇보다도 아덴만 여명 작전에서 부상당한 석 선장을 생환하고 소생시킨 석 선장 프로젝트의 전말은 물론, 전 국민적 관심 속에 중증외상 치료 시스템의 획기적인 전기를 마련하고도 소중한 기회를 제대로 살리지 못한 대한민국의 의료 현실을, 슬픔을 꾹꾹 눌러 담은 담담한 어조로 묘사한다.
외과의사 이국종이 눌러쓴 17년간의 삶과 죽음
‘골든아워’ 60분에 생사가 달린 목숨들, 그리고 그들을 지키는 사람들의 이야기
2002년 이국종은 지도교수의 권유로 외상외과에 발을 내딛으며 인생의 전환점을 맞이한다. 원칙대로라면 환자는 골든아워 60분 안에 중증외상 치료가 가능한 병원에 도착해야 하고, 수술방과 중환자실, 마취과, 혈액은행, 곧바로 수술에 투입할 수 있는 의료진에 이르기까지 여러 분야의 의료 자원이 신속히 투입되어야만 하지만 현실은 원칙과 너무도 거리가 멀었다. 이때부터 대한민국에 국제 표준의 중증외상 시스템을 정착하기 위한 그의 지난한 싸움이 시작되었다. 이 책은 저자의 말대로 2002년에서 2018년 상반기까지의 각종 진료기록과 수술기록 등을 바탕으로 저자의 기억들을 그러모은 기록이다. 삶과 죽음을 가르는 사선의 최전선에서 고군분투하는 환자와 저자, 그리고 그 동료들의 치열한 서사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냉혹한 한국 사회 현실에서 업(業)의 본질을 지키며 살아가고자, 각자가 선 자리를 어떻게든 개선해보려 발버둥 치다 깨져나가는 바보 같은 사람들의 처음이자 마지막 흔적이다.
외과의사 특유의 시선으로 현장을 예리하게 파고드는, 잘 벼린 칼 같은 문장은 쉽게 쓰이지 않았다. 단 한 번의 실수도 용납할 수 없는 의사로서의 완벽주의는 글쓰기에서도 그대로 드러났다. 사고 현장과 의료 현장을 직접 경험한 사람만이 알 수 있는 절절함을 있는 그대로 표현하기 위해 고심했고, 한 단어 한 문장 심혈을 기울였다. 책을 출간하기까지 원고에 쓰인 모든 언어가 정말 가장 적확한 표현인지 고민하며 수정에 수정을 거듭하는 지난한 과정이 이어졌다. 이 과정을 통해 중증외상센터에서 만난 환자들의 삶과 죽음, 의료진의 고된 일상은 물론 그동안 언론에 익히 알려진 석해균 선장 구출, 세월호 참사 등도 현장을 겪은 사람만이 알 수 있는 입체적인 이야기로 들려준다.
막을 수 있었던 수많은 죽음을 목격하고도
왜 우리는 변하지 못하는가?
2권에서는 우여곡절 끝에 저자가 몸담은 대학병원이 경기남부권역외상센터로 지정된 후에도 여전히 열악한 현실에서 국제 표준에 맞는 시스템을 안착시키고자 고투하는 과정을 그렸다. 중증외상센터 사업이 시간이 흐를수록 원칙과 본질에서 벗어나 복잡한 이해관계에 휘둘리며 표류하는 동안 시스템의 미비를 몸으로 때우던 동료들이 한계상황에 내몰리고 부상으로 쓰러졌다. 켜켜이 쌓여가던 모순과 부조리는 결국 전 국민을 슬픔에 빠뜨린 대참사를 통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세월호, 귀순한 북한군 병사 등 대한민국 중증외상 치료의 현장을 증언하며 저자는 이제 동료들의 희생과 땀과 눈물을 돌아본다. 낙관 없이 여기까지 왔고 희망 없이 나아가고 있지만, 전우처럼 지금껏 같은 길을 걸어온 사람들을 기록하고자 밤새워 한 자 한 자 적어 내려갔다. 부상을 감수하며 헬리콥터에 오른 조종사들과 의료진들, 사고 현장에서 죽음과 싸우는 소방대원들, 목숨을 각오하고 국민을 지키는 군인과 경찰들…. 이 책은 바로 그 모든 사람들에게 바치는 헌사다.
출처 : 인터넷 교보문고
책소개
“그의 문장에서는 피비린내가 난다. 삶과 죽음의 경계에 있는 피 냄새다. 의사 이국종이 메스 대신 펜이라는 또 다른 칼을 들었다.이국종은 책에서 자신을 '칼의 노래'의 주인공 이순신과 동일시한다. 중증 외상 의료 시스템 정착을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하는 그는 곧 "세상의 모멸과 치욕을 오롯이 감내하면서도 알 수 없는 무의미와 끝까지 싸우는 조직 내 중간 관리자"인 이순신이다. '글도 잘 쓰는' 이국종의 새로운 발견이다.” -조선일보
“‘봄이 싫었다’로 시작되는 이 교수의 글솜씨는 ‘전형적인 이과 남자’의 그것을 넘어선다. 세세하고 풍부한 기록과 기억이 현장감을 살리고, 무엇보다 ‘생명을 살리고 싶다’는 이 교수팀의 절절함이 고스란히 가슴에 와 닿는다.”
-주간동아
“〈골든아워〉 역시 ‘생명’이 도무지 ‘돈’을 이기지 못하는 비감한 현실을 기록한다. ‘직정의 언어’로 쓰인 이 책은 대한민국 응급의료 현장의 사막 같은 척박함과 한 줄기 오아시스를 구축하려는 한 인간의 분투를 선연히 드러낸다. 한 인간의 생명을 살릴 수 있는 시간은 단 60분. 현장으로 독자를 불러들이는 생생한 묘사가 안타까운 긴박감을 더하고, 인간의 힘으로는 더 이상 무엇도 할 수 없다는 절망이 답답한 현실에 대한 격분을 가져온다. 무엇이 의미 있는 선택인가를 끝없이 묻도록 만드는 책이다.” - 경향신문
외상외과 의사 이국종 교수가 중증외상센터의 안팎을 기록한 《골든아워》1, 2권 중 2013~2018년간의 이야기인 2권의 개정증보판이다. 한국의 중증외상 시스템을 이끌어온 외과의사이기 이전에 직장인으로서 병원과 마찰을 겪으며 고통과 괴로움을 이야기했던 저자는 결국 2020년 1월 경기남부권역외상센터장을 사임했다. 1권 서문에서 “나는 내게 남은 시간이 길지 않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내 몸은 무너져가고 있고, 우리 팀이 피땀으로 구축하고 유지해온 경기남부권역외상센터도 얼마나 더 버틸지 알수 없다. 작금의 상황을 보건대, 가까운 미래에 대한민국에서, 국가 공공의료망의 굳건한 한 축으로서 선진국 수준의 중증외상 의료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겠다는 희망은 보이지 않는다. 주변의 걱정을 모르지 않으나 칼을 들었으므로 끝까지 가보고자 했다”라고 말하고 2권 〈종착지〉 글 속에서 “하는 데까지 한다, 가는 데까지 간다”라고 말했던 저자는 외상센터장 사임과 함께 진실로 ‘끝’을 말했다. 이번 개정증보판은 저자의 뜻을 담아 2018년 이후부터 2020년, 외상센터를 떠나기까지의 이야기가 짧게 실려 있다.
기존 2권에 담겨 있던, 저자가 몸담은 대학병원이 권역별 중증외상센터로 지정된 후에도 국제 표준에 훨씬 못 미치는 의료 현실 속에서 고투하는 과정은 그대로 살렸다. 대한민국 중증외상 치료의 현장을 증언하며 동료들의 희생과 땀과 눈물에 대한 기록은 여전하다. 부상을 감수하며 헬리콥터에 오른 조종사들과 의료진들, 사고 현장에서 죽음과 싸우는 소방대원들, 목숨을 각오하고 국민을 지키는 군인들. 이 책은 단 한 생명도 놓치지...
출처 : 인터넷 교보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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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이국종 의사, 대학교수
저자 이국종은 중증외상 분야 외과 전문의이자, 외상 및 외상 후 후유증, 총상 등 복합중증 외상치료 권위자. 이국종 교수가 이끄는 외상외과 의료팀은 국내 최고 수준으로 꼽힌다. 1995년 아주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연구강사 생활을 시작했다. 2002년 동 대학원에서 박사 학위를 받으며 외상외과에 발을 내딛었다. 2003년 미국 UC 샌디에이고 외상센터에서, 2007년 런던로열병원 외상센터에서 연수하며 의료 선진국의 현실을 목도했다. 2005년 논문 <중증외상센터 설립 방안>을 발표했다. 이 논문은 국내 병원들의 중증외상센터 건립안의 기초 자료가 되었다. 2011년 그의 의료팀이 아덴만 여명 작전으로 부상당한 석해균 선장을 살려내면서 중증외상 치료의 특수성과 중요성이 세상에 알려졌으며 이는 2012년 전국 거점 지역에 권역외상센터를 설립하고 국가가 행정적, 재정적으로 지원하도록 하는 응급의료법 개정안이 통과되는 계기가 되었다. 현재 아주대학교병원 외상외과 과장이자 경기남부권역 중증외상센터장으로 재직하며 국제 표준에 맞는 중증외상 의료 시스템을 우리나라에 정착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출처 : 인터넷 교보문고
목차
중증외상센터 | 호의(好意) | 돌고래 | 변방의 환자
지원자 | 부상들 | 의료 공백(空白) | 기울어진 배
서한 (書翰) | 길목 | 통증 | 벼랑 끝 | 화석
교수의 일 | 내부 균열 | 표류 | 진퇴무로 (進退無路)
지휘관 | 교두보 | 실명(失明) | 바래는 나날
유전 | 중국인 어부라던 남자 | 부서진 지표 (指標)
이기주의 | 한계점 | 옥상옥(屋上屋) | 침몰
희미한 빛 | 처박히는 핏물 | 남겨진 파편 | 아집
의료와 정치 | 끝없는 표류 | 마지막 인사
무의미한 대안 | 소방대원 | 2016~2017, 기록들
지독한 재연 | 잔해 | 풍화 (風化) | 종착지
남겨진 기록들 | 끝의 시작
부록 | 인물지
출처 : 인터넷 교보문고
책 속으로
· 중증외상 환자들은 준(準)종합병원에서 대학 병원으로 왔고, 대학 병원에서 받아주지 못한 환자들은 밖으로 밀려 다시 준종합병원으로 갔다. 환자들은 늘 밀려오고 밀려갔다. 대학 병원에서 떠밀린 환자들이 다시 준종합병원으로 향할 때, 일부는 간신히 적절한 치료를 받았으나 많은 경우는 죽음을 맞이했고, 숨을 잃은 자들은 영안실로 옮겨졌다. 그곳은 마지막 종착지였다. 더는 살아서 괴롭게 병원과 병원 사이를 떠돌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은 망자에게 위안 일지 모르지만, 살아남은 자들의 울음은 애끊을 듯 슬펐다. - 2권 9쪽
· 아직 의사로서 여물지 않은 시기부터 과도하게 외상외과에 집착하거나, 큰 기대를 가지고 이 일에 뛰어드는 외과 의사들 중에도 뜻밖의 중도 탈락자가 많았다. 이 분야는 오히려 큰 기대를 가지지 않고 시작해야 지속할 수 있다. 한 번의 수술로 기적같이 환자를 살려내고 보호자들의 찬사를 받는 모습은 영화에서나 존재한다. 실상은 답답하고 지루한 긴 호흡으로 환자를 살펴야 하고, 그런 중에 더없이 비루한 현실까지 감내해야 하는 것이 외상외과의 일이다. - 2권 47쪽
· 한국 사회에서는 적절한 선에서 물러설 줄 알아야 한다. 나는 중도에 포기하는 용기가 없었고 그 방법을 알지 못했다. 경기남부 권역외상센터는 걸음마를 시작한 아이와 같고, 잘못 건드리면 바스러질 얇은 유리잔과 같았다. 거부당하는 결재 사안들 하나하나가 모두 센터 운영에는 너무나 중요한 것이어서 물러설 수 없었다. 나는 한국 사회에 걸맞은 인사가 되지 못했다. - 2권106쪽
· 거리는 화창했다. 늦은 오후에도 햇빛이 좋았으나 좌우에서 느끼는 밝기가 달라 어지러웠다. 왼쪽 눈을 감았다. 오른쪽 눈으로 햇살이 가득 들어와 눈이 부셨다. 오른쪽 눈을 감았다. 어둠이었다. 이제야 양쪽 눈의 시력차를 확연히 느꼈다. 그런데도 ‘고글을 벗어 던지는 대신 안과 진료를 받았으면 어땠을까’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예견했던 일이기도 했다. - 2권 158쪽
· 복강 내 전체와 후복막강에서도 핏물이 넘실거렸다. 간의 우엽에도 출혈이 일었다. 뿜어져 나와 소용돌이치는 핏물이 부서진 간 우엽을 덮고 켄트 블레이드(blade) 위로 차올랐다. 출혈부위가 넓고 출혈량이 너무 많았다. 우리가 가진 지혈제의 숫자로는 감당이 되지 않았다. 간신히 붙여둔 지혈제들은 솟구치는 핏물 사이로 추풍낙엽처럼 떨어져나 갔다. 파열된 간 뒤쪽으로 간정맥은 복부대정맥과 합쳐지며 갑자기 넓어졌다. 거기에서부터 더욱 커진 간정맥 파열을 완벽하게 수습해갈 수는 없을 것이다. 파고 들어가야 할 자리는 넓고 깊었으나, 파고든 후 수습해서 살려 나올 여지가 거의 없었다. - 2권 215쪽
· 이런 현실과는 정반대로 새 정부는 ‘삶의 질’을 개선하겠다고 나섰다. 각종 정책들이 쏟아져 나왔다. 정부의 정책 방향은 외상센 터에도 영향을 미쳤다. 절대적으로 부족한 의사들의 업무 공백을 메워주는 전담간호사들의 근무시간도 주 52시간으로 묶여버렸다. 증원은 없으면서 근무시간을 제한하는 기상천외한 정책. 이것은 센터 운영에 엄청난 타격이었다. 나는 세상의 흐름과는 정반대로 돌아가야 간신히 유지될 수 있는 내 처지에 구역질이 올라왔다. - 2권 291쪽
· 석비에 새겨진 아버지의 함자를 가만히 들여다보았다. 손끝으로 석비 모퉁이를 가만히 쓸어내렸다. 정모에 꺾여 닿은 볕이 뜨겁지 않았다. 나는 어디까지, 어디로 가야 하는가. 아버지는 답이 없었다. 그가 누운 자리는 평안해 보였다. 영면한 아버지의 자리가 부러웠다. 그러나 나의 끝도 멀지는 않을 것이다. 서글프도록 허망하기는 했으나, 산 날들이 대개 온전하지 않았으므로 그 사실도 그렇게 나쁘지 않은 것 같았다. - 2권 301쪽
· 나는 ‘중증외상 의로 시스템이 정착되는 때가 오면’이라는 생각을 너무 오랫동안 버리지 못했다. 그러나 2018학년도에 벌어진 병원 핵심 보직자들 인사를 보며 경악했다. 나의 종착지는 정말 빠르게 다가오고 있었다. - 2권 310쪽
· 어느 선에서 뒤틀렸는지는 공식 확인되지 않았고, 병원은 나머지 절반에 가까운 10여억 원이 넘는 예산을 기존 인력에 대한 인건비로 돌려 사용했다. (…) 인력 증원이 불발된 외상센터 간호부서에서는 비명이 터져 나왔다. 나는 사면초가에 몰렸다. -2권 322쪽
· 나는 외상센터 사업 종료까지 건의했으나 연간 60여억 원을 넘어서는 외상센터 운영비 현금 지원이 탐이 나서인지 보직자들은 외상센터 사업을 반납하지 않았다. 본관에서 근무하는 친분 있는 다른 임상과 교수들에게 부탁해 외상환자를 입원시키고, 치료는 직접 하는 ‘유령 진료’를 시작했다. 곧 보직자들 중 한 명이 병동마다 돌아다니면서 외상환자를 색출하고 다녔다. -2권 324쪽
· 내 외상센터장 사임원은 2020년 1월 28일부로 결재됐다. - 2권 328쪽
출처 : 인터넷 교보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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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서평
외과의사 이국종이 기록한 ‘골든아워’에 생사가 달린 목숨들, 그리고 그들을 지키는 사람들
“희망은 보이지 않으나 가는 데까지 간다”라고 말하던 그의 진정한 마지막
2002년 이국종은 지도교수의 권유로 외상외과에 발을 내딛으며 인생의 전환점을 맞이한다. 원칙대로라면 환자는 골든아워 60분 안에 중증외상 치료가 가능한 병원에 도착해야 하고, 수술방과 중환자실, 마취과, 혈액은행, 곧바로 수술에 투입할 수 있는 의료진에 이르기까지 여러 분야의 의료 자원이 신속히 투입되어야만 하지만 현실은 원칙과 너무도 거리가 멀었다. 이때부터 대한민국에 국제 표준의 중증외상 시스템을 정착하기 위한 그의 지난한 싸움이 시작되었다. 저자의 말대로 2002년에서 2018년 상반기까지의 각종 진료기록과 수술기록 등을 바탕으로 저자의 기억들을 그러모은 기록, 《골든아워》2권 그 이후의 이야기가 담긴 개정증보판이다. 삶과 죽음을 가르는 사선의 최전선에서 고군분투하는 환자와 저자, 그리고 그 동료들의 치열한 서사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냉혹한 한국 사회 현실에서 업(業)의 본질을 지키며 살아가고자, 각자가 선 자리를 어떻게든 개선해보려 발버둥 치다 깨져나가는 바보 같은 사람들의 처음이자 마지막 흔적이다.
외과의사 특유의 시선으로 현장을 예리하게 파고드는, 잘 벼린 칼 같은 문장은 쉽게 쓰이지 않았다. 단 한 번의 실수도 용납할 수 없는 의사로서의 완벽주의는 글쓰기에서도 그대로 드러났다. 사고 현장과 의료 현장을 직접 경험한 사람만이 알 수 있는 절절함을 있는 그대로 표현하기 위해 고심했고, 한 단어 한 문장 심혈을 기울였다. 책을 출간하기까지 원고에 쓰인 모든 언어가 정말 가장 적확한 표현인지 고민하며 수정에 수정을 거듭하는 지난한 과정이 이어졌다. 이 과정을 통해 중증외상센터에서 만난 환자들의 삶과 죽음, 의료진의 고된 일상은 물론 그동안 언론에 익히 알려진 석해균 선장 구출, 세월호 참사 등도 현장을 겪은 사람만이 알 수 있는 입체적인 이야기로 들려준다.
“사람을 살리는 것, 그것이 우리의 일이다.”
단 한 생명도 놓치지 않으려는 이름 없는 사람들의 분투
1권에서는 외상외과에 발을 들여놓은 후 마주친 척박한 의료 현실에 절망했으나 미국과 영국의 외상센터에 연수하면서 비로소 국제 표준의 외상센터를 경험하고 국내에 도입해가는 과정이 그려진다. 생사가 갈리는 위중한 상황에 처한 의료진과 환자, 보호자의 통렬한 심정, 늘 위험한 사고에 노출된 육체노동자들, 고단하지만 열심히 살아가는 이들의 일상을 무너뜨리는 교통사고, 폭력의 악순환을 끊지 못하는 가정폭력 사례들, 사회의 음지에서 벌어지는 조직폭력 등 우리네 세상의 다양한 면면이 펼쳐진다. 또한 그 속에서 환자를 살리려 애쓰는 저자와 동료들의 모습을 깊이 있게 그려내고 있다. 무엇보다도 아덴만 여명 작전에서 부상당한 석 선장을 생환하고 소생시킨 석 선장 프로젝트의 전말은 물론, 전 국민적 관심 속에 중증외상 치료 시스템의 획기적인 전기를 마련하고도 소중한 기회를 제대로 살리지 못한 대한민국의 의료 현실을, 슬픔을 꾹꾹 눌러 담은 담담한 어조로 묘사한다.
출처 : 인터넷 교보문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