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가 만난 名문장, 낯선 것의 힘
우리는 충격을 받거나 실망하거나
단순히 다루기 곤란할지도 모른다는 이유 때문에,
잘 모르는 낯선 것은 선택하지 않는 게 보통이다.
그러나 실망과 경악을 안겨주는 그 모든 미지의 것들이
바로 우리를 가장 성장시키는 것들이다.
―앤 모로 린드버그(Anne Morrow Lindbergh) ‘바다의 선물(Gift from the sea)’ 중
먼 여행길에서 만난 낯선 사람이 자기네 집에 가보자고 한다. 마당에 포도가 주렁주렁 익고 있으며 어머니가 귀한 차를 내줄 거라고 한다. 따라가야 할지 말지 우리는 대부분 고민하게 될 것이다. 두려움도 중요한 감정이다. 두려움과는 분명 다른 감정이지만 나는 여행지에 가져가야 할 것 중에는 결핍과 불안, 두 가지 준비물이 중요하다고 믿는 편이다. 바싹 마른 습자지처럼 무한대로 빨아들일 상태는 그 여행을 풍성하게 만들어주곤 하니까.
한번은 폭설을 만났는데 낯선 이의 차를 타고 눈길을 달렸다. 그러다 미끄러져 길이 아닌 곳에 빠지고 말았다. 그가 차에서 내리라고 하더니 “봄이 오고 눈이 녹으면 차를 찾으러 오면 된다”고 말했다. 그러고는 한 시간 넘게 걸어 눈길을 빠져나왔던 기억이 있다. 평범하지만 귀한 메시지를 얻었다고 생각하는 건 그의 몸에 밴 절도 때문이었다. 삶에 대해 조금도 난처해하지 않는 거침없는 구력을 봤다고 해야 할까.
보통의, 평균의 삶을 사는 것은 누구나 원하는 일이다. 그 또한 도달하기 쉽지 않은 기준이지만 인류 모두가 그 기준을 붙들고 산다면 우리는 그렇고 그런 사람이 되고 만다. 자신의 감정을 어느 쪽으로 접속해야 하는지 관심이 없는 사람들은 쉽게 선택 가능한 것만 손대겠다는 생각으로 그럭저럭 살려고만 한다.
최소를 살아야 하는 대감염 시대에 우려가 있다면, 바깥 세계로부터 사람을 통한 자극이 현저히 줄어든 우리가 표준 이하의 삶에 안주하고 만다면, 그 또한 큰일인 것이다. 나는 이 시기가 솔직히 참으로 두렵다.
◆ 바다의 선물(Gift from the sea), 바움, 2003.10.30.
o 책소개: 비행기로 대서양을 횡단한 린드버그의 부인 앤 모로 린드버그의 책. 시인이며 수필가이기도 한 저자가 여름휴가를 외딴섬에서 보내게 된 것이 계기가 되어 집필한 책으로 바다에 대한 잔잔한 단상들이 시적 깊이와 아름다움을 담고 있다. 작고 보잘것없는 조개껍데기를 통해 나 자신의 생활과 주변 사람들의 관계, 그리고 인간과 자연의 관계를 섬세한 통찰력과 시적 문장으로 나직하게 들려준다. 또한 문명세계에서 우리가 겪는 수많은 부정적 요소들과 대립적 관계에서 잠시나마 벗어나 자신만을 위한 창조적인 휴식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는 책이다.
[인터넷 교보문고 제공]
o 저자: 앤 모로 린드버그(Anne Morrow Lindbergh, 1906~2001)는 최초의 여성 글라이드 조종사이면서 선구적인 베스트셀러 작가이다.
이 책에 깃들여 있는 사색들은 바다, 해변, 그리고 섬에서 실려온 것들이다. 그 요소들은 항상 앤 M. 린드버그의 생애와 뒤섞여 있다. 어릴 때, 그녀는 가족과 함께 메인Maine 섬에서 여름을 보내곤 했다. 1929년 미국 비행사 겸 작가인 찰스 A. 린드버그(Charles A. Lindbergh, 1902~1974)와 결혼한 뒤, 그녀는 롱아일랜드에서 프랑스 파리까지 33시간 무착륙 단독비행으로 북대서양을 횡단한 최초로 성공한 사람이다. 첫 대양횡단 비행로를 개척하기 위한 탐사가 목적이었다.
첫아이가 유괴되어 죽는 비극적 사건을 겪게 되자 그들 부부는 유럽으로 이주했다. 세인들의 지나친 관심에서 벗어나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유럽 대륙에서 전쟁이 발발하자 다시 미국으로 돌아와 코네티컷 해안에 그들의 영원한 안식처를 마련했고, 거기서 다섯 자녀를 양육하고 집필활동을 하면서 조용히 살았다.
자녀들이 성장해 각자 자신의 삶을 찾아 떠난 뒤, 린드버그 부부는 환경조사를 목적으로 아프리카와 태평양 지역을 여행했다. 몇 년 동안 그들 부부는 하와이 제도의 마우이 섬에서 살았는데, 여기서 1974년 찰스 린드버그는 세상을 떠났다.
그런 뒤 앤 M. 린드버그는 코네티컷의 안식처로 돌아와, 지속적인 집필활동과 자녀와 손주들의 왕래를 즐기면서 마지막 여생을 보냈다. 2001년 2월 7일, 그녀는 94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여성 특유의 섬세함과 깊은 사색이 돋보이는 이 책은 출간 이후 커다란 인기를 끌었으며, 미국 국립부인협의회 도서상과 크리스토퍼 상 등을 수상했다.
o 역자: 이성훈
연세대학교 영문과 졸업. 옮긴 책으로 '새는 날갯짓을 멈추지 않는다', '등대지기', '유쾌한 경제학' 등이 있다.
o 사진: 이유경
서울이라는 도시에서 나고 자란 이유경은 그에 걸맞게 음악이라는 세련된 감성과 접하고 망설임 없이 선택하게 되는데, 그것이 또 적성에 맞지 않아 어느 날 발밑으로 내려앉히고 출판과 방송이라는 늪에 빠져 인생의 묘미를 향유하다가 훌쩍 결혼이라는 굴레를 스스로에게 걸었다.
그러던 어느 날, ‘이것이 아니야’를 부르짖다가 사진이라는 유혹의 덫에 걸려 지금까지, ‘사진이 있어 인생이 한결 풍요로워’를 외치며 도시를 버리고 떠나 안성하고도 금광저수지 뒷자락에서 열심히 살고 있다.
[강컴닷컴 제공]
o 목차: 1. 해변/2. 소라고둥/3. 달고둥/4. 해돋이조개/5. 굴/6. 앵무조개/7. 몇 개의 조가비들
8. 해변을 떠나며.[알라딘 제공]
o 출판사 서평: 미국 여성 최초로 비행 면허 취득, 남편과 함께 북태평양 횡단 비행에 성공하는 등 비행사로도 유명한 앤 모로 린드버그는 세인들의 관심이나 물질지향적인 도시생활에서 과감히 탈피해 자신의 삶과 정신을 풍요롭고 성숙하게 이끄는 데 전력을 기울였다. 그 방법 중 하나가 조용한 코네티컷 해안에 자신만의 안식처를 마련하고, 그곳에서 집필활동을 하는 것이었다.
자신의 바람대로 그녀는 어느 순간부터 해변의 일부가 되어 이전에는, 즉 소음과 시간의 소란스러움 속에서는 만날 수 없었던 인내와 신념의 가르침, 그리고 관용과 무욕의 평온함에 함뿍 젖어든다. 그리고 바다의 너른 가슴에 안길 수 있는, 지금껏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내 안의 또 다른 나를 만난다.
해변에서는 너무 조급해하거나, 탐욕스럽거나, 안달하지 말 것. 백사장을 파헤치며 우연의 보물을 찾지 말 것. 내가 머물고 있는 방을 쓸고 닦느라고 부산떨지 말 것. 두고 온 가족이나 친구 생각으로 자신만의 시간을 방해받지 말 것. 인적 없는 모래밭에 누워 침묵과 고독이라는 사치를 마음껏 즐길 것. 찬란한 밤하늘을 가르며 지나가는 별똥별의 어두운 흔적을 올려다볼 것…….
이처럼 지금껏 도시생활에서는 경험할 수 없었던 일들을 해변에서는 어느 누구의 방해나 제지도 받지 않고 마음껏 해볼 수 있다. 그것이 바다가, 해변이 우리에게 베풀어주는 최고의 선물이다. 그밖에도 바다는 소라고둥, 달고둥, 해돋이조개, 굴, 앵무조개 등의 조개껍데기를 통해 우리가 미처 알아차리지 못하고 있던 진리를 일깨워준다.
미소 띤 얼굴로 하루하루를 흔들림 없이 살아가는 것처럼 보이는 사람들마저도 나처럼 창조적인 휴식을 원하고, 자신의 요구에 더욱 충실할 수 있기를 바라며, 타인은 물론 스스로와도 보다 새롭고 생생한 관계를 희망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하여 여러 계층의 남성 및 여성들과 주고받은 대화와 논쟁, 그리고 예시들로 이루어진 이 글은 점차 나 개인의 차원을 넘어서게 되었다. 결국 나는 그 동안 내 사색을 살찌우고 격려해준 사람들에게 이 글을 되돌려주기로 결심하기에 이르렀다.
'바다의 선물'은 작고 보잘것없는, 누구나 해변에서 무심코 지나쳤거나 허리 구부려 몇 개쯤은 주워봤을 법한 조개껍데기를 통해 나 자신의 생활과 주변 사람들의 관계, 그리고 인간과 자연의 관계를 섬세한 통찰력과 시적 문장으로 나직하게 들려준다. 또한 오늘의 문명세계에서 우리가 겪는 수많은 부정적 요소들과 대립적 ...(하략)
[예스24 제공]
o 책속으로: 앤 M. 린드버그에게는 찰스 A. 린드버그의 아내라는 꼬리표가 항상 따라다닌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그 사실이 앤 M. 린드버그의 삶에도 커다란 영향을 끼친 건 아닐까 싶다. 어떻게 보면 ?바다의 선물?도 그런 영향의 소산이 아닐까?
무엇보다 <바다의 선물>은 여성의 삶에 대해서 진지하게 탐구하고 있는 사색적인 에세이다. 삶을 위협하는 온갖 도전, 결혼생활의 위기, 중년기에 맞닥뜨리게 되는 장벽 등 오늘날 여성이 살아가면서 마주치는 문제에 대한 해답을 시적인 문장으로 제시하고 있다. 굳이 린드버그의 통찰이 아니더라도, 오늘날 여성의 삶은 아내로서, 어머니로서, 그리고 실존적 개인으로서의 역할과 욕망 때문에 갈기갈기 찢겨 있다. 분명 수많은 여성이 가사, 가족, 사회생활 등에서 생겨나는 온갖 긴장감과 압박을 온몸으로 떠맡고 있다. 문제는 그런 가운데 여성이 어떻게 자신의 참된 삶을 유지할 수 있는가이다.
린드버그는 <바다의 선물>에서 여성의 참된 삶이 삶의 균형을 유지하는 데 있다고 본다. 그 점을 설명하기 위해 그녀는 수레바퀴의 예를 든다. 그녀의 통찰에 따르면, 여성의 삶은 수레바퀴의 축에서 뻗어나온 바퀴살처럼 모든 방향으로 분열되어 있다. 실제로 수많은 여성이 균형을 무너뜨릴 수 있는 잡다한 원심력에 삶을 분산시킨다. 그러나 바퀴살을 지지해주는 것은 수레바퀴의 축이다. 그 축처럼 여성의 삶도 중심으로서의 균형을 유지할 수 있어야 한다. 말하자면 온갖 분주한 삶의 활동 속에서도 수레바퀴의 축처럼 정밀靜謐을 지켜나가야 하는 것이다.
중요한 건 그 수레바퀴의 축에는 바로 여기, 지금, 그리고 실존적 개인 이 세 요소가 반드시 자리잡고 있어야 한다. 그 말은 여성 스스로 자신의 진정한 중심을 찾아야 하며, 그럼으로써 하나의 완전한 인격체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야 여성의 삶도 정신적인 삶, 창조적인 삶, 그리고 인간관계의 삶이 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린드버그가 말하는 삶의 균형은 수레바퀴의 축과 바퀴살의 진정한 길항작용에 있다. 그녀는 ?바다의 선물?을 통해서 고독의 시간, 단순함의 생활, 그리고 단속성에 대한 이해와 믿음을 가져보라고 권유한다. 그것이야말로 분열된 삶에 대한 의식적인 길항작용이자 적극적인 저항이기 때문이다. 그러기 위해선 많은 인내와 신념과 관용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것도 잊지 않고 충고한다.
- <바다의 선물>은 여성이라면 한번은 읽어보아야 할 지혜의 책이다. 특히 자신의 미래의 삶에 대해서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는 여성이라면 꼭 읽어볼 것을 권한다. 이 책이 삶의 또 다른 방향을 가리키는 이정표가 되어줄 것이 틀림없기에. - 들어가는 글
[예스24 제공]
* 책, ‘바다의 선물’에 앤 모로 린드버그(Anne Morrow Lindbergh)가 남긴 다른 인상적인 문구들
“바다는 욕심 많고 참을성 없는 이에게 자신의 보물을 내주지 않는다. 마음을 비우고 아무런 바람 없이 누워 바다로부터의 선물을 그저 기다려야 한다. - Anne Morrow Lindbergh” - '바다의 선물(Gift from the sea)' 중에서
“숲속에 별장을 짖고 싶고, 이국적인 섬으로 낭만적인 여행을 떠나고 싶고, 명문 대학에 들어가 좋은 학점을 받고도 싶다. 그런데 이 모든 것을 이루기에는 시간이 너무도 부족하다. 원하는 것을 가지려고 하기보다는 지금 갖고 있는 것으로, 그리고 앞으로 갖게 될 것으로 충분히 만족스러운 삶을 누릴 수 있다. - Anne Morrow Lindbergh” - '바다의 선물(Gift from the sea)' 중에서
“단순한 삶. 내가 뜻하는 바는 소박한 삶, 간편하게 들고 다닐 수 있는 조가비를 갖자는 것이다. 한 마리 소라게처럼 - Anne Morrow Lindbergh” - '바다의 선물(Gift from the sea)' 중에서“단순한 삶.
[자료출처 및 참고문헌: 〈내가 만난 名문장, 이병률(시인)〉 , 국립수목원 국가생물종지식정보: 곤충, (동아일보, 2021년 8월 23일(월) / 갯벌 생태사진: 이영일∙고앵자 생명과학 사진작가∙채널A 정책사회부 스마트리포터 yil2078@hanmail.net]
첫댓글
태풍에 가을 장마까지...
이제 불볕더위가 한풀꺽이고 완연한 가을로 갈 것 같습니다 😂
고봉산 정현욱님
린드버그의 명문장을 오늘처음 접하면서 느낀점은 우리들 삶에 많은 시사점을 주는 글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즉흥적 낙천주의자가 아니라 항상 낯선것에 대비해 사전 준비물을 챙기듯 신중하게 대처하면서 이세상 어떤 불안요소도 이겨낼수 있다는 멧세지를 주는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