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음 물고기＜73매＞

[곰의혀]

  아이가 길게 선 줄 쪽으로 뛰어갈 때, 여자는 눈이 부셔 앞을 볼 수 없었다. 축제장 아스팔트 바닥이 끝난 지점부터 펼쳐진 얼음 낚시터는, 겨울 태양을 그대로 튕겨냈다. 여자는 마침 매점에서 나오는 남편한테 고함치듯 물었다.

 “따뜻한 커피는?” “두 캔 넣었어.” 남자가 메고 온 검정 백팩은 집에서 나올 때부터  불룩했다. “천희껀 따로 안 사도 될까?” 남자는 가방에서 털장갑을 꺼내며 슬쩍 물었다. “그건 이따가.” 여자의 시선은 예약 낚시터 입구에서 떨어지지 않았다. 하지만 남편 쪽으로 고개를 돌린 사이, 아이는 사라졌다.

 한겨울 3주 남짓 열리는 산천어 축제장은 아침부터 붐볐다. 예약 접수증을 받아야만 들어갈 수 있는 곳도 줄이 점점 늘어나고 있었다. “내가 갈 걸 그랬나?” 남자가 여자의 눈치를 보며 말했다. “열 살인데 이 정도도 못할까.” 여자는 심드렁하게 내뱉고는 진회색 패딩 주머니에서 선글라스를 꺼내 썼다.

 축제장 북동쪽 산꼭대기에 걸린 마지막 구름 조각이 벗겨지자, 희뿌옇던 낚시터 가장자리가 또렷이 드러났다. 마치 케이크 위에 얇게 뿌린 생크림 테두리를 플라스틱 미니 트리로 장식한 것처럼 소나무 행렬이 얼음 낚시터를 촘촘히 포위하고 있었다.

 ‘위 지역으로의 출입을 금함’이라는 안내문이 붙어있음에도, 접수증을 받은 사람 중 일부는 노란 천떼기쯤은 가볍게 무시하고 솔숲 안쪽으로 들락거리며 볼일을 보거나 담배를 피웠다. 아이는 접수증 대기 줄 끄트머리에 서 있으면서 앞쪽을 계속 기웃거렸다. 생각보다 오래 기다려 돌아가면 추위를 잘 타는(더위도 그렇지만) 새엄마가 짜증을 터뜨릴지도 몰랐다.

 그러던 차 솔숲 반대 방향으로 500미터쯤 떨어진 게이트에서 입장 안내 방송이 나왔다. 아이는 입김이 멎었다. 10분 후 아이가 증을 받을 차례가 왔다. 아이는 간이 부스 앞에서 발돋움을 해 액정 화면을 들이밀었다. “여기 예약 129번이요.” 하지만 부스 안에서 답이 없자, 번호를 잘못 말했는지 화면을 다시 살펴봤다. 그리고는 더 큰 소리로 “여어기 백이시입 구우번이요!” 외쳤다.

 이십 초 정도 고요했고,  부스 뒤쪽 휘어진 소나무들 사이로 기척이 났다. 방한 귀마개를 고쳐 쓴, 얼굴이 검게 탄  안내 직원은 코듀로이 바지춤에 손가락을 문지르며 걸어왔다. 천희는 출입 스탬프가 찍힌 세 장의 예약증을 받았다. 그중 한 장에는 도장 위로 노르스름한 얼룩이 묻어있었다. 아이는 그걸 점퍼 주머니에 욱여넣었다.

 펜스 기둥 사이 이중 철문이 열리자 사람들의 웅성거림은 한층 커졌다. 캠핑용 의자와 물통, 보온깔개, 견지 낚싯대와 릴 낚싯대 등이 담긴 카트 바퀴가 덜거덕거리며 굴러갈 때마다 소음은 잔잔하게 번졌다. 왼쪽 가슴에 예약증을 꽂은 동네 주민 몇몇은, 들어가자마자 산그늘 쪽 가장자리에 난 자리를 맡아야 한다며 서둘러 짐을 둘러멨다.

 입장 행렬이 끝날 때쯤 아이가 뛰다시피 빙판을 가로지르며 나타났다. 남자는 벌게진 아이 볼에 온기가 남은 캔 커피를 갖다 댔다. 새엄마는 철문 앞에서 보안직원과 실랑이를 하느라 아이가 온 걸 몰랐다. 남편이 한창 말다툼 중인 직원한테 예약증을 보여주자 새엄마는 아이를 돌아봤다. 세 사람은 물고기가 가장 잘 잡힐 거라는 가장자리 쪽 얼음구멍으로 향했다. 여자는 천희가 끄는 카트 뒤에서 파리채를 뒤틀어 놓은 듯한 견지낚싯대를 흔들며 팔자걸음으로 따라갔다.   세 사람이 지나가는 좌우로, 들어온 지 10분 만에 산천어를 낚은 동네 주민들의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산그늘 쪽 자리를 놓친 천희 가족은 낚시터 정중앙의 구멍 세 개를 점찍고 짐을 풀었다. 남자가 애 엄마 낚싯대에 아크릴 줄을 감고 인조 미끼를 다는 동안, 아이는 지름 삼십 센티의 얼음 구덩이를 서서히 좁히는 살얼음 조각들을 건져냈다. 그들이 낚시 채비를 갖추는 사이, 사방 구멍에서 튀어 오른 점박이 물고기들이 눈밭에 내팽개쳐진 채 펄떡거리다 숨이 멎었다.

 “이건 감자 전분을 뒤집어쓴 거 같네.” 남편의 릴 낚싯대 끝으로 산천어를 쿡 찔러본 여자는 아이와 시선이 마주치자 빙긋 웃으며 낚싯대를 건네줬다. “너도 해봐.” 천희는 릴 대를 받는 대신 털장갑을 벗었다. 그리고 오른손 검지를 반 마디 가량 얼음 구멍에 넣었다. “너무 차가운데 물고기가 참는 거예요?” 새엄마는 이유도 없이 아이의 질문이 거슬렸다. 그녀는 천희가 벗어놓은 장갑을 낚싯대 끄트머리로 찍어 올리며 빈정거렸다. “니 아빠 손가락은 그거보다 훨 차가웠어. 그런데도 잘 참았지.” 아이는 그 말뜻을 이해하지 못했다.

 남자는 여자 말을 못들었는지 강풍에 뒤집어진 돗자리와 휴대용 의자를 다시 펼쳤다. 바람이 잦아들자 꽈배기 모양의 먹구름들이 합쳐져 소나무 숲과 산을 한꺼번에 삼켜버렸다. 예약 부스에서부터 파란 하늘을 유심히 쳐다봤던 아이 눈에는, 해를 감싼 포장지가 온기를 전달하기 위해 잠깐 벗겨졌다 그만하면 되었지 싶어 누군가 다시 쥐색으로 포장하는 것처럼 보였다.

 날이 다시 흐려지자, 남자는 주변 소음이 약간 줄어든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들어온 지 한 시간 반 동안 여자도 천희도 한 마리를 못 낚았다. 남자도 마찬가지였다. 낚싯줄 길이를 조절하며 미끼도 색을 바꿔 세 종류나 다른 것을 썼지만, 입질만 오고 무는 놈은 없었다. 스키용 장갑을 끼고 기모 양말을 신었지만 한 자세로 굳어있던 탓인지 손과 발끝에 한기가 고이는 걸 느꼈다.

 남자는 그제야 목을 돌리며 일어나 주위를 둘러봤다. 애엄마는 통화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그녀가 릴 대를 담가놓은 구멍은 표면이 다 얼어붙어 낚싯대를 빼기조차 힘들었다. 아이는 근처에 있지도 않았다.   천희는 가장자리 쪽 구멍에서, 회백색 수염을 목젖까지 기른 할아버지가 낚은 산천어들을 한 마리씩 눌러보는 중이었다. 노인은 아이가 그러거나 말거나 오 분마다 물고기들을 건져 올렸다. 남자는 핫팩을 엉덩이에 깔고 앉아 쉴 새 없이 떠드는 여자가 시끄러웠다.

 그저께 설 당일에도, 애 엄마는 시어머니와 친척들 앞에서 자신이 이 촌구석에 들어와 얼마나 스트레스를 받았는지, 그 때문에 폭식을 해 살이 7킬로나 쪘다며 옆구리 살을 잡아당겨 가족들에게 들이밀었다. 남자는 명절을 정신없이 보내고 나니 아이 친엄마가 생각났다. 그녀는 눈이 크고 말없이 관찰하는 걸 좋아하는 여자였다. 아마 천희가 그 점을 빼닮지 않나 싶었다.

 남자는 전 아내가 눈알을 굴리며 장 보는 걸 지켜보는 게 재밌었다. 특히 농협 맞은편 정육점에서 세일하는 돈가스를 살 때는, 전자저울 위에 올라간 게 빵가루 묻힌 고깃덩이가 아니라 가족들의 살덩이라도 된 것처럼 눈동자를 희번덕거렸다. 천희는 엄마처럼 눈이 크진 않았지만, 무언가를 지켜보고 있을 때 아빠가 말을 걸어도 대답을 거의 안 하는 건 비슷했다. 여러모로 알 수 없는 여자였지.

 천희 친엄마는 아이가 일곱 살 때 심장 수술을 받다 죽었다. 그녀는 잉어즙을 마시다 토하며 쓰러져, 응급실에 실려간 지 2시간 만에 심혈관 확장 수술을 받았으나 다시 일어나지 못했다. 수술 중 무슨 이유에선지 지혈이 안 되어 혈압이 급격히 떨어지는 걸 막을 수 없었다, 라고 병원 측은 설명했다. 아내의 부재는 남편과 아들 사이를 서먹하게 만들었다. 남자는 말수가 적고 어눌한 편이라 감정 찌꺼기들을 처리하는데 서툴렀다. 그렇게 1년쯤 지나자 둘은 식탁에서도 거의 대화가 없는 사이로 변했다.

 아이가 말 대신 응시(凝視)를 택한 게 자기 때문은 아니라고, 죽은 아내 책임이 구할 이상이라고 식탁에 앉을 때마다 남자는 속으로 되뇌었다. 하지만 천희가 6개월 이상 불면에 시달리자 마냥 방치 할 수만은 없었다. 어느 날은 아이가 빈혈증상으로 학교 복도에서 쓰러졌다는 연락을 받아, 아파트 4층 난간에서 에어컨 실외기를 점검하다 그대로 뛰어내릴 뻔했다. 소아불면증인 것 같은데, 이유는 좀 더 지켜봐야겠죠…

 한방신경정신과에 들렀을때, 의사는 천희의 진료가 끝나자 아이를 잠시 내보내고 남자에게 말했다. 애엄마가 들이킨 잉어즙 효능에 대해선 일말의 의심도 없던 한의사가, 소아불면증은 원시림에서 처음 발견한 미지의 양서류라도 되는 것처럼 말끝을 흐렸다.

 병원에 다녀온 밤, 남자는 아이 방을 들여다봤다. 새벽 3시쯤이었고 아이는 뒤척이다 간신히 잠들었는지 침대에 깔아둔 요와 순면이불이 바닥으로 흘러내렸다. 아이는 엎드려 있었는데 전자손목시계를 찬 채 잠든 모양이었다.

 가장자리가 울퉁불퉁하고 충격 저항등 갖가지 기능이 집약된 우레탄 밴드 전자시계는, 아이 얇은 손목에 대한 소유권은 자신에게 있음을 주장하는 불법 점거자 같았다. 같은 반 친구 손목시계를 부러워하던 천희는 엄마가 준 어린이날 선물이 원하는 디자인이 아니라 처음엔 잘 차고 다니지 않았다. 하지만 애엄마가 응급실에 실려갈 때 천희가 가장 먼저 챙긴 게 전자시계였다.

 남자는 그럴 마음이 없었지만 손가락 근육과 신경이 각자 의지를 갖고 협조한 것처럼 시계 우측 하단버튼을 눌렀다. 연파랑 불빛이 흘러나와 액정을 또렷이 비췄다. 3시 7분 19초에서 24초까지 불빛은 아이의 손등과 이마 주변을 은근하게 맴돌다 사라졌다.

 불빛이 사라지자 아이는 눈을 껌뻑였다. 그리고 바르게 누워 눈을 가늘게 뜨고 아빠를 올려봤다. 방 온도가 높았는지 수면 잠옷 가슴팍께 단추가 풀려있었다.

 “왜요 아빠.” 남자는 아이의 얕은 잠을 예상한 것처럼 쭈뼛거리며 말을 꺼냈다. “있잖아 천희야.” 아이는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상체를 일으켰다. 남자는 침대 발치에 둔, 열쇠고리 2개를 꽉 쥐었다. “저… 심장이 요기쯤이잖아. 알지?” 남자는 자신의 왼쪽 가슴 언저리에 엉성한 원을 그리며 콕콕 찔렀다. “천희나 아빠나 여기 있는 게 아주 튼튼하거든. 음, 그러니까 이상하지 않고 진짜 잘 되고 있는거 거든.” 심장, 이란 단어를 웬만하면 피하고 싶었다. 아이도 눈치가 있기에 반복해서 듣다보면 그 말이 죽은 엄마랑 관련이 있다는 걸 알아차릴 것이다. 남자는 아이가 거기까지 인지하기 전, 열쇠고리 끝에 달린 모조부엉이로 관심을 돌리고 싶었다.

 남자는 엄지를 치켜세워  부엉이와 나란히 했다. 같은 높이였고, 열쇠고리 치곤 묵직했다. 진한 동심원 두 개로 아이써클을 강조한 갈색 눈만 빼고 대충 만든 모조품이었다. 누가 이런데 돈을 쓴다고. “이걸 봐봐.” 아이는 최면에 걸린 것처럼 몽롱한 표정으로 아빠 곁으로 다가가 미간을 모았다. 남자는 부엉이 발 밑에 튀어나온 버튼을 눌렀다. 삐에엑 삐에엑 삐엑! 부엉이 눈에서 아이 손목시계의 스무 배쯤 되는 새파란 불빛과 괴성이 나오자 천희는 헉하며 쿠션 위로 자빠졌다.

 “여기가.” 남자는 왼쪽 가슴의 10점짜리 과녁은 피하며 말을 이었다. “혼자 있을 때 아플 수 있잖아. 너무 심하면 숨도 안 쉬어지고. 그럼 이걸 누르는 거야.” 아이는 다시 일어나 부엉이에 관심을 보였다. 남자는 틈을 놓치지 않았다. “너랑 나 하나씩, 아빠도 아플지 모르니깐, 주머니에 넣다 뺏다 하면 귀찮으니까 목걸이로 만들까?” “별로요.”

 천희는 짧게 대답하고 시계를 풀러 베개 옆에 던졌다. 볼일은 끝났지만 남자는  일어날 수 없었다. 아이는 아빠를 등진 채 모로 누워 한숨을 쉬었다. 남자는 침묵이 방 안을 가득 채울 때까지 아이를 바라보다 책상 첫 번째 서랍에 부엉이 한 마리를 집어넣고 천천히 방문을 닫았다.

 정오가 지나자 사람들은 하나둘씩 축제장 먹거리 구역으로 향했다. 행사 주최측의 라디오 디제이는 댄스 이벤트를 홍보하며 분위기를 돋우려 했으나, 참여가 저조한지 최신곡들만 틀어놓고 자리를 떠났다. ‘…을 가장 많이 받은 분껜 지역 상품권 10만원 드립니다! 지금 오세요. 빨리 오세요오!’ 그녀의 간드러진 목소리가 행사장의 얼어붙은 공기를 묘하게 일그러뜨렸으나 사람들은 잠깐 고개를 치켜들었을 뿐, 별다른 호응을 보이진 않았다. 천희네 가족은 얼음 구멍에 박힌 릴 낚싯대를 그대로 두고 간단히 짐 정리를 했다.   “이따 오후에 고기 풀면 여기서 잡힐 수도 있어. 이건 두고 가자.” 남자는 풀이 죽은 아이에게 둘러대며 지갑과 보온병을 챙겼다. 여자는 낚시터를 혼자 나가면서도 폰을 놓지 않았다. 천희는 무슨 생각에선지 벗어놓은 털장갑을 릴 대 위에 대충 걸쳐두었다.   비뚜름하게 걸린 장갑의 상아색 검지가 허공을 찌르자, 우연인지 옆 구멍에서 산천어 한 마리가 튀어 올랐다. 그걸 낚은 사람은 길이를 재보고 지겹다는 듯 하품을 했지만, 남자는 부러웠고 아이는 멍한 눈으로 아빠를 바라봤다.

먹거리 구역에서 흘러나온 생선구이 냄새는 허기진 사람들을 기계 화덕 앞으로 모았다. 군고구마를 꺼내는 곳과 비슷한 스테인리스 서랍에서 나온 물고기는 한 마리씩 쿠킹 포일에 뉘어졌고, 기대에 찬 사람들이 그걸 버릴 때쯤엔 남은 살점과 뼈, 내장이 한꺼번에 뭉그러져 쓰레기통에 비린내만 더했다.

 “구이치곤 맛없네.” 천희 새엄마는 퍽퍽한 흰 살을 몇 젓가락 맛보지도 않았다. “기다려봐. 옆에서 회 뜨고 있어. 그건 좀 다를 거야.” 남자는 웅얼거리며 물로 입을 가셨다.

 기계 화덕 옆에는 갓 잡은 산천어 회를 뜨는 부스가 있었다. 5명이 나란히 서서, 볼펜 공장처럼 동네 주민 한 사람은 생선을 세척 하고 다른 사람은 껍질을 벗기고 나머지 사람들은 토막 내는 등 일사불란한 장면을 천희는 넋 놓고 바라보고 있었다. 이미 물고기 수천 마리 이상을 해체한 주민들의 솜씨라, 누군가 군더더기 없는 그 장면들을 찍어 거꾸로 재생시키면 조립 현장으로 볼 수 있을 정도였다.

 애아빠와 새엄마는 가져올 게 없어 낚시터 입구에 걸어놓은, 처치 곤란한 산천어들을 넣어 둔 통에서 4마리를 꺼내왔다. 두 마리는 구이, 두 마리는 회로. 천희도 생선구이에 잠깐 젓가락을 댔지만, 점성이 있는 내장 부위를 건드려 쓰고 비린 맛밖에 보지 못했다.   아이는 자기가 회를 찾아오겠다고 했다. 점박이 물고기들의 분해 과정을 한참 지켜보고 있을 때, 갑자기 왼쪽 귓불에 털실 뭉치가 닿은 느낌이 들었다.

 “이거 니 장갑 맞지 천희야?” 빠글빠글한 파마머리를 한 중년 여자가 미소를 지으며 아이를 내려다보았다. “아, 아줌마 안녕하세요?” 천희가 올려다 본 여자는 넙데데한 얼굴 가운데 솟은 뭉툭한 코를 훔치고 있었다. “고기 많이 잡았어? 근데 지금 엄청 춥다.” 아줌마는 재채기를 연달아 했다. 그녀는 사방으로 침이 튈까 아이를 한쪽으로 밀어냈다. 검정 파카 안에 모직 조끼를 입은 아줌마는, 조끼가 제법 큰 사이즈 이었음에도 상체가 꽉 낀다는 느낌을 주는 체구였다. 

 그녀는 양손에 묵직해 보이는 쇼핑백을 들고 있었다. 아이가 쇼핑백을 흘끔거리자 아줌마는 바닥에 놓고 손목을 가볍게 풀었다. “오전에 나가 다 돌리고 가게 가서 채워왔지. 너도 하나 줄게.” 아줌마는 여행용 티슈와 일회용 마스크를 한 개씩 꺼냈다. 천희가 받은 티슈 겉면엔 ‘예수 그리스도, 행복의 시작.’, 마스크 포장지에는 ‘천국 소망, 하나님은 당신을 사랑하십니다.’라는 라벨지가 각각 붙어있었다.

 “아줌마 이거 두 개씩 더 주면 안돼요?” “응 가져가. 많이 있어.” 아줌마는 온 몸을 흔들며 다시 재채기를 크게 하고는, 주머니에서 휴짓조각을 꺼내 붉게 언 코를 풀었다. 콧물이 계속 나오네. 그녀는 저녁에 집에 들어갈 때 감기약과 쌍화탕을 사 가야겠다고 생각했다.

 아줌마는 천희 가족을 잘 알았다. 동네 하나뿐인 세탁소를 운영해 아이 친엄마가 살아있을 때부터 그 집 세탁물을 맡았다. 친모가 죽기 전 천희네 집 세탁물이 남자 와이셔츠와 근무복, 이불 빨래가 대부분이었다면 새엄마가 온 뒤로는 무스탕 등 값비싼 여성 의류 위주로 들어왔다.

 그녀는 애엄마 장례식에 얼굴을 비추기는 했으나 식장에 가자마자 불길한 예감이 들어 오래있지는 못했다. 바로 다음날, 대학 병원에서 근무하는 지인을 통해 심장 초음파 검사를 일주일 뒤로 예약했다. “간신히 잡은 거에요 언니.” 간신히, 라는 단어가 6일 동안 그녀를 잠 못 이루게 했다. 그녀도 아이와 같은 시선으로 컨베이어 벨트 같은 회 공장을 바라보니, 오차 없는 솜씨는 사람을 빠져들게 하는 마력이 있음을 인정하게 되었다.

 “그런데 아줌마, 여쭤볼게 있는데요.” “뭔데 천희야.” “아줌마는 몸무게 몇 킬로에요?” 그녀는 의외의 질문을 듣고 눈을 크게 떴다. “그게 왜 궁금한데?” 둘은 산천어 한 마리가 토막 나는 장면을 같이 보고 있었다. 하지만 물고기 아가미에 칼날이 박히자 둘의 시선은 갈렸다. 아줌마는 미간을 좁혀 회칼을 능숙하게 다루는 조합원을 쳐다봤고, 천희는 흰색 항균 도마 위에서 해체되는 물고기 속살을 덤덤하게 바라봤다.

“설날에요, 엄마가 살이 7킬로나 쪘다고 할머니랑 이모들한테 화를 내서요. 아줌마도 그런 적 있어요?” “아줌마는 할머니가 없어서 잘 모르겠는데.”

 시덥잖은 농담으로 아이의 질문을 받아쳤지만, 그녀는 자신의 옆구리를 누가 조이는 것 같았다. 컨베이어 첫 번째에 있는 조합원은 회를 뜨기 전 먼저 산천어를 꽉 눌렀다. 그걸 계속 보니 그녀도 몸통이 눌리는 기분이 들었다.

 축제를 위해 양식장에서 가져온 산천어들은, 인공 미끼에 대해 공격적이 되도록 사흘정도 굶긴다는 건 주민 대부분 알고 있었다. 아줌마는 이 얘기를 아이한테 해줄까 하다 관두었다. 공복의 물고기 배를 갈라 한 줌 내장마저 들어낸다라. 천희네 가족은 분명 밤낚시까지 할 것이다.

 “천희야 너 구이 먹었지, 맛있었어?” “아뇨, 엄마랑 아빠도 드시다 말던데요.” “그럼 세 명이서 한 마리 다 못 먹은 거네? ” “네.” 그녀는 말을 할 때마다 몸을 점점 수그려 아이 귀에 숨결이 닿을 거리까지 왔다.

 “맛은 있다고 치고.” 천희는 아줌마가 코앞에 있자 친엄마가 생전에 썼던 라벤더 보디샴푸 향이 나는 걸 느꼈다. 그녀는 아이 귀에 속삭였다. “물고기 두 마리랑 빵 다섯 개로 사람이 몇 명까지 먹을 수 있을까?” “열 명이요.” 아이는 당연한 걸 왜 묻는지 궁금했다. “정말 그렇게 생각해?” “빵은 반씩 가르고 물고기는 맛만 보면 되잖아요.” 아줌마는 아이의 단순한 답이 마음에 들었다. 그녀는 자신이 아이와 비슷한 나이였다면, 그리고 그 책을 알지 못했다면 같은 대답을 했을 거라고 속으로 비식 웃었다. 하지만 그녀는 천희에게 색다르지만 정말 중요한 것을 쥐여주고 싶었기에, 아이 인중을 쳐다보다 진지한 말투로 입을 열었다.

 “오천 명이 넘게 먹었어.” “어떻게요?” “기도와 축복으로.” 둘은 잠깐 아무 말도 없었다. 사람들이 점점 회센터로 몰려왔다. 아줌마와 천희는 결국 비닐 문 입구까지 밀려났다. “하늘을 우러러 축복하셨지.” 그녀가 둔중한 상체를 젖혀 하늘을 바라보자, 천희도 따라했다. 겨울 태양이 개의 머리처럼 생긴 구름을 막 벗어났다.

 그녀는 자신을 따라 하는 아이를 끌어안고 싶었다. 아줌마는 다 큰 자식들을 떠올렸다. 매달 20일쯤, 월급 날짜에 맞춰 한 달에 한 번 저녁 식사를 하러 오는 큰 딸과, 교대근무 때문에 집에서는 잠만 자는 작은 아들이 생각났다. 이 아이들도 어렸을 때가 있었지. 하지만 천희만큼 순수하진 못했어. 아줌마는 분명 아이 둘을 사랑으로 키웠다. 그러나 하나가 된다는 느낌, 비록 감정일진 몰라도 그녀는 천진난만한 어떤 것들을 자식들에게서 끌어내지 못했다. 꼭 신앙이 아니더라도 그녀는 아이들이 자기한테 전부 내어 보이길 원했다. 그랬으면 그녀도 모두 보여줬을 것이다. 하지만 늘 시간이 부족했다. 호출 벨이 울리면 그녀는 손님들과 흥정해야 했고, 다림질을 하며 쉭쉭거리는 증기 속에서 불가해한 자녀들의 심리를 파악하려 했다. 그러다 남편이 먼저 당뇨 합병증 때문에 천국으로 떠났다. 남편의 장례를 치르고 며칠 후, 그녀는 화장실에서 씻던 둘째가 벽에 붙은 거울을 깨버리려 했던 게 기억났다. 다행히 좌측 상단 모서리 부분만 부서지고 말았지만, 아직 고치지 않고 그대로 쓰고 있었다. 어쩌면 표현 방법이 다른 걸 거야. 그녀는 그렇게 이해하고 싶었다.

 “아버지와 아들은 하나야.” “네?” “떼려야 뗄 수 없으니까.” 아이는 아줌마 말을 알아들을 수 없었다. 그녀는 조끼 주머니에서 손바닥만 한 남색 책을 꺼냈다.

 “글씨가 작은데, 읽다 보면 적응될 거야.” 천희는 책을 받아 몇 페이지 넘겨보았다. 얇고 반투명한 인디언지(紙) 위로 빼곡히 들어찬 글자는 아이에게 비밀명령을 내리는 단말기 같았다.

 아빠와 새엄마는 이런 책이 있다는 걸 말해주지 않았다. 둘은 우유부단과 신경질 사이에서 외식, 쇼핑, 물가, 관리비, 뉴스 그리고 가끔 던지는 농담을 빼면 천희에게 별로 할 말이 없었다. 천희는 아침에 받은 접수증을 버리고 점퍼 주머니에 신약성서를 넣었다.   “이거 비싼거에요?” 자신이 너무 받기만 한 건 아닌지, 아이는 눈치를 보았다. 값을 매길 수 없는 거야. 그녀는 속으로 분명히 생각했다. 그러나 아이한테는 다른 말이 나왔다. “지금 준 건 반 밖에 안 돼. 그거 다 읽고 나면 나머지 반을 줄게.”

 끼니를 때우러 온 축제객들 때문에, 비닐 문 밖에도 회를 맡겨둔 줄이 길게 늘어났다. 둘은 얘기하느라 줄 바깥으로 밀려날 수밖에 없었다. 아이는 퍼뜩 정신이 들었다. “회요, 엄마가 빨리 다녀오랬는데!”

 아줌마는 천희와 더 있고 싶었으나, 안쪽 먹거리 부스에서 새엄마가 다가오는 걸 보고 쇼핑백을 챙겼다. 

 “아직 못 받았어? 너 줄 안 섰어?” 새엄마는 립밤을 바르며 아줌마를 위아래로 훑었다. 마지못해 고개는 끄덕였지만 천희가 그녀와 멍하게 서 있는 걸 보자 짜증이 치솟았다. 아줌마는 웃으며 애엄마한테 마스크와 티슈를 건넸다. “고마운데요. 마스크는 집에 많이 쌓였어요.” 여자는 티슈만 건성으로 받아들고 회 센터 안쪽으로 들어갔다. 사이다는 너가 챙겨오는거다? 새엄마 말끝은 낚싯바늘같이 아이 귓가에 걸렸다.

 둘은 밀려오는 사람들을 비집고 다시 부스 안으로 들어갔다. 산천어 해체 작업에 조합원 한 명이 더 붙었다. 분명 아는 얼굴인데. 아줌마는 구부정한 초로의 남자를 훑어보다 칼 쥔 손등에 문신이 있는 걸 보고 고갤 끄덕였다. 녹색 실뱀 두 마리가 엉켜 위로 올라가다 말았다. 그녀는 재채기가 멎었지만 이제 딸꾹질이 나왔다. 새엄마가 멀어지자 천희한테 장갑 잘 챙기라고 당부하고 다시 얼음 낚시터로 자리를 옮겼다.

  오후 5시 반이 지날 즈음, 낚시터는 한산했다. 낮 축제장이 산천어 위주였다면 밤은 얼음이 드러나는 시간이었다. 빙등(氷燈)이 켜지자 사람들은 짐을 챙겨 거리로 몰려나왔다. 2차선 도로 양옆 인도에 설치된 노점들은, 냄새를 흘려 부스러기 돈들을 끌어모았다. 붕어빵, 어묵 노점상들 가운데 어떤 집은 점심에 먹은 산천어 구이와는 천지 차이인 생선요리를 맛보게 해준다며 호객행위를 했다.

 천희네 가족은 복잡한 시내로 가지 않고 구(舊) 터미널 뒤쪽으로 에둘러 집으로 왔다. 그들은 냉기가 도는 식탁에서 명절 때 남은 반찬으로 저녁을 때웠다.

 “자기 그거 알아?” 여자가 잡채를 덜어내며 먼저 물었다. “어떤?” “밤 낚시에 상금있는거.” “금 반지로 주는?” 남자는 급하게 밥을 삼키며 대꾸했다. “저번 주에 43센티로 한 돈짜리 받았다는데?” “아.”

 설 연휴 시작 이틀 전, 남자는 동네 친구 두 명과 술을 조금 마시고 밤낚시에 들렀었다. 그때는 제대로 된 장비도 없어 오천원 짜리 견지 낚싯대에 대충 줄을 감아, 미끼는 옆에 계신 어르신에게 빌려 재미 삼아 구멍치기를 해봤다.

 셋 다 오랜만에 하는 산천어 낚시라 별 기대는 없었다. 특히 그 날은 평소보다 기온이 내려가 물고기도 움직임이 뜸해 사람들 대부분 허탕 쳤다.

 남자와 두 친구는 기계적으로 손목만 까딱거렸다. 벌게진 얼굴로 떠들어대도 아무도 뭐라 하지 않았다. 그러다 남자가 가래침을 내뱉었을 때, 오른쪽 구멍에 있던 흥수의 낚싯대가 요동쳤다. 건져보니 살집이 두툼하고 주둥이가 길었다. 셋은 바늘을 빼고 몰려든 주변 사람들 앞에서 사진을 찍었다. 밤낚시 종료 십분 전, 축제 위원회에서 길이를 재보자 39.3센티였고, 2등과의 차이는 1.6센티였다. 일등과 이등은 각각 금 한 돈과 반 돈이었고 3등은 아무것도 없었다. 흥수는 빙판 위에 물고길 던져버렸고, 남자는 그걸 주워 집으로 가져왔다.

 설을 쇠는 동안 남자는 애엄마와 천희가 없을 때 냉동실을 열고 친척들한테 자기가 낚은 산천어라며 떠벌렸다. 그리고 직접 튀겨 떨어진 술안주를 대신했다. 편의점이 집 근처에 있었지만 빙판길이었고 한파주의보가 이어져 아이한테 안주 심부름을 맡길 수 없었다.

 산천어 구이를 처음 본 친척들은 앞다퉈 살코기를 뜯어냈다. 술자리를 파하고 치울 때, 천희는 상 밑으로 떨어진 살점 부스러기를 주워 먹었다. 미지근했고 아무 맛도 나지 않았다. 새엄마가 주방에 행주를 빨러 들어가자 할아버지가 남긴 소주 반 잔을 마셔봤다. 쓰지만 따뜻했다. 청소를 다했을 때 아이는 더이상 추위가 겁나지 않았다. 아빠한테 안주 심부름을 시켜달라고 얘기하고 싶었다. 그러나 남자 친척들은 모두 취한 상태였다. 아빠는 주방 식탁에서 새엄마와 속닥거리며 뭔가를 더 마시는 중이었다. 소주보다 시큼했지만 진한 내음이었다. 천희는 냄새가 난 레드와인을 확인하려 부엌으로 갔다. 새엄마와 아빠는 구운 브리 치즈를 삼키느라 정신이 없었다. 그 모습을 들키자, 둘은 아이를 노려봤다.

 야간 낚시는 저녁 7시부터 두 시간 동안만 가능했다. 밤에는 상금이 걸려있으므로 낚시꾼들은 낮보다 채비에 더 신경 썼다. 천희네 가족은 사람들이 뜸한 서쪽 모퉁이 끝에 짐을 풀었다. 남자는 일주일 전 흥수가 잡았던 산천어도 구석에서 낚은 거라고 믿었다.  세 식구 다 릴낚싯대를 준비했다.   가로축과 세로축 물길이 만나는 포인트라 가능성이 있을 거라고 남자는 생각했다. 낚시터에 어느 정도 인원이 차자, 산천어를 실은 수조차가 주차하는 소리가 들렸다. 이윽고 진행 요원들이 물고기를  가득 담은 고무통을 얼음 구멍에 쏟아냈고, 사람들은 점점 더 열을 올렸다. 그 사이 남자와 새엄마도  한 마리씩 낚았다. 하지만 겉보기에도 등에 난 반점이 옅고 작은 개체라 여자는 흥이 식었다.

 아이는 주머니에 있는 초코파이를 만지작거리다 달을 올려봤다. 둥글고 선명한 데다, 평소보다 낮게 떠 있어 신기했다. 표면이 드러날 정도로 환한 달은 주변 구름의 흐름까지 거침없이 보여주었다.

 천희는 아직 한 마리도 낚지 못했지만 상관없었다. 이따금 모습을 감추는 노란 달은, 아이가 눈을 떼지 않는데도 시선 안에서 마음대로 크기와 위치가 변했다. 천희가 달에 빠져들수록 얼음 구덩이에 열중한 사람들의 소음은 점점 작게 들렸다. 심지어 자기 발 밑 낚싯대가 요동치고 있었지만 관심 밖이었다.

 달이 눈동자를 가득 채우자 천희는  그 위를 걷고 싶었다. 달 구덩이 끝까지 내려가면 우주가 있을지도 몰랐다. 그런 상상을 하자 무한한 달콤함이 아이 가슴을 채웠다. 낮의 오렌지와 밤의 초코파이가 합쳐져 생긴 게 지구, 임을 알았다. 하지만 흔들리는 릴 낚싯대가 거슬렸다. 누가 대신 잡아주면 좋겠어.

 쓸데없는 소원이었지만 어둠 속에서 나온 손이 낚싯대를 붙들었다. 쿰쿰한 체취와 뒤섞인 담배 냄새도 따라왔다.

 천희 주변으로 낚시꾼들이 둘러섰다. 릴 대를 붙든 남자는 자신을 조합원이라고 밝혔다. 남자는 자기가 아니었으면 산천어를 놓칠 뻔했으니 아이한테 상금을 나누자고 했다. 물고기는 45.7센티였다. 새엄마와 아빠는 나중에 와서 영문을 몰랐다. 

 이 정도 기록은 전무후무하다며 낚시꾼들은 수군댔다. 천희는 조합원을 째려봤다. 아이가 달에 잠겨 있는 걸 방해한 남자는 굽은 어깨를 움츠렸다 폈다. 조합 남자는 뻐끔거리며 점액질 거품을 뱉어내는 물고기를 손뼘으로 다시 재보았다. 그때 쭉 지켜보고 있던 세탁소 아줌마가 어기적거리며 틈을 비집고 아이 앞에 섰다.

 “아니, 말이 돼요? 애 낚싯대로 잡았잖아요!”

조합원은 뜻밖의 인물에 당황했으나, 아이를 물고 늘어졌다.

 “아줌마 누군데? 애랑 얘기 다 한 거라고.”

 “내가 봤는데 딴 말 하네. 양아치 짓도 정도껏 해야지.”

 남자는 파마머리 아줌마를 무시하며  주둥이에 흰 거품을 문 산천어를 메고 온 박스에 넣었다. 오 분 있으면 밤낚시 종료 시간이다. 좀 나와요 썅. 그녀는 아이스박스 끈을 단단하게 붙잡았다. 아 놓으라고! 남자는 급한 마음에 아줌마를 밀쳤다. 나자빠진 그녀는 빙판 위에서 몸을 뒤틀었다.

 조합원 남자가 욕을 하며 목장갑을 벗자, 손등 위에 구불거리며 엉켜 있는 두 마리 실뱀이 아이 눈에 띄었다. 그러나 무엇보다 참기 힘든 건 남자의 쉰내와 섞인 담배 냄새였다.

 천희는 고개를 들어 맑은 공기를 들이켰다. 아줌마도 이 냄새는 못 참을거야. 달은 더욱 또렷이 얼음 낚시터를 비추었다. 그녀는 조끼 하단이 벌어질 정도로 숨을 헐떡였다. 아이는 바지주머니에서 천천히 부엉이를 꺼내 아줌마 손에 쥐여주고 같이 버튼을 눌렀다.

[곰의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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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공이산]

이제야 보았습니다. 쓰신 공이 눈에 보이는 듯합니다.
보조사 사용을 다시 한 번 살펴보았으면.... 합니다.
<아이가 길게 선 줄 쪽으로 뛰어 갈 때 여자는 눈이 부셔 앞을 볼 수 없었다.> ..... 한 문장으로....개연성이 조금....차라리....
<아이가 길게 선 줄 쪽으로 뛰어갔다.> <여자는 눈이 부셔 앞을 볼 수 없었다.>...이렇게 두 문장으로 만들었으면 어떨까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