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부의 단상]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요즘만 같아라!
2023년 5월 14일 일요일
음력 癸卯年 삼월 스무닷샛날
오래전 그러니까 23년전
산골살이를 시작하면서부터 지금껏
날씨에 민감한 반응을 하는 버릇이 생겼다.
특히 요즘같은 시기에는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바깥으로 나오면서 이렇게 중얼거리곤 한다.
"기온이 올랐을까 내렸을까?"
"서리는 내렸을까 그쳤을까?"
밭을 정리하여 모종 심을 준비를 모두 해놓고
이른 아침 기온이 두 자릿수로 올라가야 하고
서리가 그치기를 학수고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오늘도 그 기대에는 못미치는 것이다.
아침 기온 영상 5도, 서리가 아주 살짝 내렸다.
이제 서리가 그칠 때도 되었는데...
어제는 아침 산행을 하려다가 포기했다.
전날 저녁무렵 장작집의 장작이 와르르 무너져
아무래도 산행보다는 다시 쌓는 것이 급선무였다.
지난번 처음 쌓았을 당시에도 무너진 일이 생겨
쌓는 방법을 달리하여 잘 쌓는다고 신경을 썼다.
그 방법에도 문제가 있었던 모양이다. 이번에는
아예 뒷쪽으로 약간 비스듬하게 쌓았다. 경사가
진 곳에 만들어 앞쪽으로 무너지는 것을 방지하는
받침대를 받쳐주었는데 그것으로도 모자랐던 것
아닐까 싶어 약간 뒷쪽으로 비중을 두고 중간중간
가로 세로를 번갈아가며 쌓아놓았다. 설마 또다시
무너지는 일은 없겠지?
아침 산행은 못했지만 두 번씩이나 다녀왔다.
아침나절에는 집에서 조금 먼산 고사리 군락지가
궁금해 가는 길에 다래순을 꺾고 개미취를 조금
뜯어왔다. 해마다 다녔던 고사리 군락지는 아예
없어졌다. 누군지 모르지만 장뇌삼을 기른다고
산을 개간하여 임도를 만들어 버렸기 때문이다.
많이 아쉽지만 우리 땅, 우리 산이 아닌지라 어쩔
수가 없다. 이제 또다른 군락지를 찾아봐야겠다.
늦은 오후에는 아직 갈아엎지않은 뒷산자락의
밭에서 더덕을 조금 캐왔다. 큰 것은 먹으면 되고
자그마한 것들은 우리 앞마당 한 켠과 둘째네 집
주변에 조금씩 심어놓았다.
5월에 들어서며 지금껏 즐거운 일이 많다.
뿌듯한 마음이라서 이렇게 중얼거리곤 한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요즘만 같아라!" 라고...
연일 잔치 분위기라고나 할까? 이래저래 즐겁고
신나는 날들이 이어지고 있으니까 하는 말이다.
이번 주말은 조카 딸내미가 와서 산골 가족들을
웃게 만든다. 어제 점심엔 이모, 이모부들을 위해
특별식을 만들어 준다며 처제와 함께 요리를 했다.
둘이서 어찌나 재미나게 떠들면서 준비를 하는지
멀리서도 들릴 정도였고 웃지않을 수가 없었다.
파스타와 라자냐를 만들었는데 이태리 음식점의
요리에 버금가는 맛이라서 모두 감탄을 자아냈다.
녀석이 어찌나 반갑고 고마운지 몰라 어제 일기에
썼더니 영주에 있는 녀석의 엄마인 막내처제가
"즐거우셨다니 저도 좋습니다~~
강원도집에선 우리딸 아닌걸로~~ㅋ"라고 댓글을
써놓아 아내와 함께 한참 웃었다. 딸내미가 우리들
에게 웃음을 주는 보배라며 아내가 딸내미를 위해
맛있는 저녁을 준비했다. 그래봐야 시골밥상이긴
하지만 늘 집밥이 그리운 딸내미가 큰이모가 차린
밥상을 보고 감탄하면서 얼마나 맛있게 잘 먹는지
모두가 놀랄 정도였다. 산골 아낙표 수제 돈가스,
잣소스를 끼얹은 더덕샐러드, 곤달비 겉절이, 두릅
초회, 장아찌 3종(명이나물. 당귀. 매실), 어묵볶음,
처제네 묵은지 그리고 반주로 소맥을 말아 곁들여
조카 딸내미와 함께 즐겁게 맛있게 아주 잘 먹었다.
욕심 같아서는 한달에 한번은 영주집에 가지말고
평창집에 왔으면 좋겠는데 막내네가 허락하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