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 이번 태국 여행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게스트 하우스를 들라고 하면, 왠지 줄리엣 게스트 하우스를 들고 싶다. 롯니 플랜(lonely planet)에서 언급 되어진 게스트 하우스라 20대 초반의 가난한 배낭 여행족에게는 너무나 유명한 게스트 하우스가 되고 있다. 그래서 치앙마이를 들르게 된다면 하룻밤 정도는 그곳에서 묵어 보라고 말하고 싶어진다. 단 정말 편안한 잠자리를 기대한다면 그곳을 그냥 스쳐 지나가는 것이 좋을 듯하다.
그 곳은 롯니 플랫이 주창하고 있는 그들의 모토인 '가난한 배낭족을 위한 근사한 게스트하우스'일 뿐이다. 조금 더 근사한 게스트 하우스를 원한다면, 치앙마이에는 가격대별로 그리고 원하는 유형의 수많은 게스트 하우스가 있기 때문에 자신이 원하는 곳에서 묵으면 된다. 단지 배낭을 하는 젊은 이들 중에 호기심에 저녁을 먹으러, 아니면 가볍게 맥주 한잔 하며 다음 여행지의 동행자를 구하러고 한다면 그 곳은 나쁘지 않은 곳이라 본다.
롯니 플랫이 가난한 배낭족을 위해 "단돈 10불이면 하루를 날 수 있도록 계획되어진 여행 안내 지침서"라는 사실을 머리에 넣고 이 곳 게스트 하우스를 바라 본다면 이곳같이 롯니 플랫에 맞는 곳이 어디 있으랴?란 생각이 문득 문득 들 지경이다.
줄리엣 게스트 하우스는 가난한 배낭족을 위해, 대체로 가격이 저렴하다. 도미토리- 침대 하나를 얻는 값이 70~100바트 사이다. 만약 누군가와 같은 방에 이층 침대를 나눠 쓴다면 70바트고, 혼자 작은 방에 침대를 쓴다면 90~100바트다. 물론 내 생각에는 치앙마이에서 가장 싼 값이 아닐까란 생각된다. 물론 주위에 SAME SAME 게스트 하우스도, GINNY 게스트 하우스도 비슷비슷한 가격의 수준이다. 하지만 그들 게스트 하우스와 가장 큰 차이를 둘 수 있는 장점들이 있다.
줄리엣 게스트 하우스의 가장 좋은 점이라면, 다른 게스트 하우스보다, 아무래도 트레킹이며, 레프팅, 요즘 한참 뜨는 정글 내의 나뭇 사이로의 밧줄 이동 여행, 버스 예약 등이 대체적으로 가격면에서는 상대적으로 저렴할 뿐 아니라, 또 다른 장점 하나를 들자면, 거의 매일 방이 꽉 꽉 차서 예약을 하지 않거나, 미리 말을 하지 않으면 그 곳에 묵는 것이 거의 불가능해 보일 정도로 전세계의 많은 배낭족들이 머문다는 점이다. 그래서 저녁이면 그곳에선 작은 뜻하지 않은 파티 비슷한 것들이 열리기도 하고, 아무래도 사람들이 많다 보니 그곳에서 일행을 구하기도 좋다는 매력적인 점도 있다.
이번 여행에서 나는 여행안내 책자 없이 여행을 시작했고, 처음 치앙마이로 들어갈 때 우연히 아유타야에서 만난 미국인 벤과 더스틴 일행과 같이 숙소를 찾는 과정에서 이 곳을 알게 되었다. 우리가 첫날 도착했을 때에는 벌써 숙소는 꽉찬 상태였고, 언제 방이 나올 지 알 수 없는 상태였다. 그래서 앞쪽 거리에 놓여 있는 다른 숙소에 묵었었다. 그 게스트 하우스는 침대 시트나 다른 상태가 아주 깨끗하긴 했지만 밤새 모기에 뜯겨 아침에 일어났을 때는 약간 피곤한 상태였다.
그리고 파이를 거쳐 치앙마이에 다시 돌아 왔을 때도 처음에는 옛날에 묶었던 "NICE PLACE 2"에 머물렀었다. 그곳은 작은 수영장이 딸려 있는 그런 곳으로 한때 많은 여행자들이 사랑했던 그런 곳이었다. 하지만 옛날과 다르게 요즘은 그곳이 많이 한산하다. 그전에 비해 손님들의 흔적을 찾긴 힘들다.
아무래도 낮엔 젊은 아이들이 더위를 피해 그곳 수영장에 머물긴 하지만, 요즘 한참 뜨고 있는 줄리(많은 이들이 줄리엣을 그렇게 부른다)로 가는 분위기란다. 하다 못해 다른 게스트 하우스에 머무르는 이들도 한번 즈음 줄리로 가서 술을 마시러 가는 이들도 생길 정도란다. 물론 여느 바(BAR)보다 술값 역시 싸다. 거의 수퍼마켓에서 파는 술값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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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줄리엣 게스트 하우스의 일층 수많은 배낭족들이 밤이면 이곳에 모여 앉아 그날 일어났던 일이며, 그리고 그전 여행에 관한 정보를 서로 교환한다. 이 곳은 다행이 술값도 싸고, 그리고 앉을 만한 곳도 넉넉해 주머니가 가벼운 잚은 배낭족들에게는 참 좋은 곳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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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많은 아이들이 그 곳에 모여 앉아 수다를 떨며, 새로운 동행을 구하기도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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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일층의 들어 가는 입구의 정원이 아름답다. 그래서 놀기에 딱 좋다.
두번째 치앙마이로 다시 돌아 왔을 때 이틀째부터 난 그곳에서 묶었다. 재수가 정말 좋았단 생각을 했다. 물론 남자랑 이층 침대를 나눠 써야 한다는 조건이지만, 서로 나이 차이도 어느 정도 나고 크게 별 문제 없을 거란 생각에서 그 곳을 선택했다. 그런데 그 곳에 묵는 첫날 파이에서부터 만난 친구들이랑 같이 저녁 늦게까지 그들의 숙소에서 무에타이를 시청하고 돌아와, 간단하게 샤워를 하고 잠을 청하는데, 왠지 이상한 놈이 온 몸을 물기 시작한다.
이미 지난 번 치앙마이에 들어 오는 버스에서 이상한 벌레에게 시달려 한동안 고생을 했엇던 생각이 나 한 시간 즈음 뒤척이다 결국 참지 못 하고 간단한 짐을 꾸려 친구네 게스트 하우스로 갔다. 친구에게 오늘 밤 하루만 신세를 지자며 부탁을 했었다. 다행히 피부색도 다르고 다른 문화권인 그 친구는 환하게 웃으며, 그러랴고 선뜻 찬성을 했다.
그리고 그 다음 날 매니저에게 그 이상한 벌레에 대해 말을 했었다. 그런데 매니저가 열쇠를 맡기고 나갔다 오란다. 그래서 열쇠를 맡기고 나갔다 잠시 뭔가를 두고 갈려고 들렀더니, 세상에~ 이런 일이! 그곳에서 일하는 스탭 하나가 개미 구멍이 그곳에서 생긴 것 같았는지 구석구석 약을 뿌리고, 구멍을 메우고 있었다. 아마 내가 물린 그 벌레가 아마도 개미일 가능성이 많았던 것같아 보였나 보다. 거의 20CM 넘게 부풀어 오르고 부푼 다음에는 땡땡하게 부풀어 새빨개진 자리를 보여 주었던 게다. 그리고 온 침대 매트리스랑, 시트 그 좁은 방에 모든 것을 바꾸어 놓았다. 그리고 나중에 돌아 와 보니, 작은 선반 위에 몸에 뿌리는 모기약까지 올려 놓는 수고를 해 놓은 것이었다.
숙소로 돌아 오는 길에 나랑 같은 이층 침대를 나누어 쓰는 미국 남자 아이가 나를 보자마자, 신기하고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도대체 뭐라고 한 거야? 오늘 들어 가 보니깐 침대 매트리스까지 바꿔 놓고 온통 약도 치고, 장난 아니게 깨끗하게 해 둬더라" 한다. 그래서 그 친구에게, 난 단지 내 허벅지에 물린 큰 상처를 보여 주었고, 그리고 아무래도 베드버그나 그런 벌레가 있을지도 모르겠다고, 그래서 어젯밤은 그냥 친구 숙소에서 잤다고 말했다. 그리고 늦은 저녁 숙소를 지키는 아이들에게 나가면서 입구의 문을 좀 대신 잠가 달라고 부탁했었으니, 아무래도 그 모든 정황이 너무도 분명했을 뿐이라고 그랬다.
하지만 그 어린 친구 말로는 대부분은 게스트 하우스 매니저에게 따지거나, 말을 하기보다는 재수가 없었다고 생각하고 그 곳을 떠나는 경우가 더 많지 않냐고 말하며, 그 모든 상황이 너무 좋다며, 이건 자기도 한번도 생각하지 못한 경우라 너무 근사하다고 말을 한다.
그 게스트 하우스를 체크 아웃 하던 날, 그 게스트 매니저가 나에게 한 농담. "야! 써니 니가 가서 우리 줄리 게스트 하우스에 남은 아이들은 이제 축하 파티를 할 것같아. 어찌나 기쁜지... 아마 오늘 저녁엔 대대적인 파티가 열 거야. 줄리엣에 남은 손님들도 넘 기뻐할거고..."라고 놀렸다.
사실 롯니 플랜에서 그들에게 좋은 평가를 하고 책에 그 곳을 추천했던 이유는 단지 그들이 주창하는 가난한 배낭족을 위한 게스트 하우스였기 때문일 뿐 아니라, 그 곳 게스트 하우스 자체가 가진 올바른 서비스 정신이 아니었을까? 수많은 게스트 하우스에서 벌레 얘기를 하면 단지 침대 시트를 갈아 주는 정도였을 뿐이었으니깐. 하지만 그 곳에서는 처음부터 끝까지 손님이 눈치 채지 못하도록 침대 매트리스에서 침대 커버 그리고 온 방에다 약을 뿌리고 손님을 위해 뿌리는 모기약까지 준비해 두는 경우는 드문 것같다.
그리고 그 곳에서는 유쾌하고 즐거운 젊은 배낭족과 풋풋함을 함께 나눠 좋은 곳인지도 모르겠다.
평범한 캡 모자에 프로펠라가 달아 쓰고 다니는 영국에서 온 아이에게 그 모자를 함 써 봐도 되겠냐고 물었더니 당장 "SURE"이란다. 그래서 농담 삼아 그 모자가 탐이 나니, 내가 그 모자를 가지면 어떻겠냐고 농담을 하니, 비싼 거기 때문에 그건 안 되겠단 대답이 날아 온다. 그래서 가격을 물으니, 어처구니 없는 액수를 말하면서 무리짓어 온 영국 아이들이 한꺼번에 끼들거린다. 다른 친구들이 그 프로렐라를 구해 그걸 모자에 다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 아냐고 도리어 자기들이 신이 나서 얘기한다. 그리곤 나는 이 개구장이 같은 어린 친구들에게 그 모자를 쓴 아이와 함께 기념 촬영을 하고 싶다니, 서로 자기 카메라에 담으며, 좋은 생각이란다. 아직 어리고 젊기 때문에 무엇이든 즐겁고 무엇이든 재미있는 이 이십대들에게 이 게스트 하우스는 정말 딱 어울린다.
늦은 밤 줄리 게스트 하우스 옥상에 있는 샤워장에 샤워를 하러 가면, 여전히 잠들지 않은 아이들이 있다. 누군가 샤워장에 있어 기다리는 동안 한 영국에서 온 남자 아이가 나무로 짠 바구니를 뒤집어 쓰고, 프랑스에서 온 친구들에게 계속 수다를 떤다. 내가 그 바구니는 뭐냐고 물으니, 모기 대치용이라고 하는데, 도저히 모기 대치용으로 쓰기엔 그 바구니 구멍이 넘 크다. 아이들끼리 낮에 생긴 일이며, 그리고 사이사이 생긴 재밌는 얘기며, 이런저런 얘기를 하느라, 밤이 늦은 줄도 모르고 키들거리는 것이 오히려 귀엽다. 그리곤 그 옥상층에 자고 사람들이 가끔 나와서 "좀 조용해 줄 수 없겠냐"고 짜증내는 소리도 줄리엣이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리라 본다.
줄리엣에서 만난 친구 중 하나 홀랜드 피터는 가끔 농담으로 이층에 놓여 있는 화장실이자, 샤워장에 대해 언급하길 "너무 깨끗해서... 깨끔발로 다녀야 하고... 가끔은 그 곳에서 드러 누워 자고 싶어"란 농담을 하곤 했다. 1.5층에 놓여 있는 그 샤워장이자 화장실은 좀 많이 더럽다. 하지만 옥상에 놓여 있는 건 상대적으로 훨 낫다. 그래 모든 게 완벽할 순 없잖아! 그리고 70바트를 내고 지내는데 뭘 기대하냐고 피터에게 받아 치지만 그래도 가난한 배낭족에게 그만큼의 친절과 수많은 정보를 서로 나누고 새로운 친구를 만들 수 있는 그런 게스트 하우스는 그리 많지 않다는 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