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이 간다, 이렇게. 윤슬이 윤서를 데리고 잘 수 있는 일요일 밤. 녀석들이나 나나 일주일 내내 기다리는 날이다. 논술을 맡으면서부터 평일보다 더 만만찮은 수업을 맞게 되었으면서도 여전히 기다릴 수밖에 주말이다. 언제쯤 이렇게 기다리지 않고 함께 살까....... 나보다도 윤슬이 윤서를 이렇게 놔둬서는 안 될 텐데. 엄마라고 발음해볼 수 없는 세월, 아빠랑 일주일에 겨우 한두 번 함께 잘 수 있는 세월. 엊그제 논술 수업에서 동래여고에 입학하는 예비고 민지에게 매우 충격적인 얘길 들은 후 부쩍 더 그런 생각이 든다. 동래여고 신입생들 예비 소집에서 설문조사를 하면서 선생님이 ‘엄마나 아빠 없는 학생’ 손을 들라 했다고 한다. 아뿔싸, 서류에 적는 것도 아니고 그 많은 낯선 친구들 앞에서 손을 들라니! 그 말을 전해주며 흥분하는 민지 바로 앞에 앉아 있었는데 순간 눈앞이 캄캄해지며 나도 모르게 ‘아, 우리 윤슬이 윤서....’ 라는 말이 한숨처럼 새어나와 버렸다. 오늘도 잠들기 전 윤슬이는 “엄마 보고 싶어요........” 라고 말했다. 세월이 간다, 이렇게. 이렇게 가선 안 될 세월이 간다. 윤슬인 22일 졸업을 하고 다음달(3월) 3일 입학을 한다. 정말 다행인 것은 예은아빠의 파견근무 신청이 받아들여져 예은이네와 한 해 더 함께 할 수 있다는 것. 가족과 한 해 더 헤어질 결심을 해준 예은아빠의 속마음을 생각해 선뜻 내색은 못했지만 그 말을 전해 듣는 순간 기뻐 소리를 지르고 싶었다. 청룡 초등학교 1학년 임윤슬. 4학년 허예은. 그냥 농담 삼아 윤슬이에게, “윤슬아, 예은언니한테 이젠 선배님이라고 불러~!” 한 게 고작이었지만 진심으로 하나님께 감사드렸다. 아, 얼마나 큰 위로와 힘이 되는지. 세월이 간다, 이렇게. 새벽 두 시가 넘은 시간, 윤슬이 윤서의 숨 쉬는 소리를 들으며 속에서 뭐라 형용할 수 없는 부성애가 꿈틀거리는 것을 느끼며 이렇게 또 한 뭉텅이의 세월을 남긴다. 1년, 잘 살아야지. 예은이네랑 정말 재미나게 따뜻하게 오순도순, 잘 살아야지. 그리고 청룡초등학교 1학년 우리 윤슬이에게 참 좋은 학부모가 되어줘야지. 학원에 하루 빨리 초등학생들을 모아 우리 윤슬이도 등록시켜 매일같이 안아주고 이뻐해 줘야지. 윤서야, 섭섭해 하지 마. 아빠가 우리 윤서하고도 많이 놀아줄 거야. 틈 날 때마다 파워레인져 놀이랑 레슬링과 권투도 할 거구, 책도 더 신나게 읽어주고, 재미난 만화영화 함께 보고, 꾸러기 야후 동요를 틀어놓고 춤도 많이 출 거야. 아빤 너희들을 위해 뭐든 다 할 거야. 세월이 간다, 이렇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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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윤슬윤서 아빠의 행복한 육아일기 원문보기 글쓴이: 윤슬서지킴이
첫댓글 윤슬이가 어느덧 숙녀티가 나네요..^^~ 오순도순 행복하게 잘 사실 거예요.. 두 명의 천사와 함께 계신걸요.. 윤슬이 윤서와 함께 항상 건강하시기를, 행복하시기를.. 빌고 있습니다..*^^*
오순도순 행복하게 사는데 천재 선생님의 도움이 필요할 날이 있을 거 같아요. 제 꿈이 좋은 책을 쓰는 거거든요. 백발샘한테도 부탁했었구요. 3월 1일 천재에 놀러갈 거 같아요. 맛있는 차 한 잔 빼주실 거죠?^^
안녕하세요? 몇 번 글을 보면서 처음 글을 남깁니다. 저도 두 아이의 아빠랍니다. 여섯 살 누이와 네 살 남동생.. 사진을 보니, 제 아들달이 겹쳐 보이네요... 선생님의 고군분투에 눈물이 나구요. 1일날 학강모에서 강연하시던데, 사정상 못뵙겠네요... 글 잘 읽었습니다. 건강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