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시간, 돈, 지식, 호기심 다섯 가지에
'좋은 동반자'가 있어야 여행의 참맛을 즐길 수 있다"
-오동룡
이대로 일주일만 더 가면 sky blue가 아니라
sky gray라는 새로운 색이 만들어질 듯도 합니다.
벌써 금요일이라..
새삼스러울 것도 없지만 5일을 쉬고 나온 뒤의 그것은
모든 의욕을 사그리 빼앗아 가네요.
일도 하기 싫고, 책 읽으며 음악 듣기도 싫고,
숨쉬기조차 귀찮아 여행일지나 적어봅니다.
북적이는 여름 대신 가을휴가를 선택했지만
이대로 여름을 보내기엔 아쉬움이 남더군요.
반휴가를 다녀왔습니다.
여름마다 남해쪽의 섬으로 떠나던 역사를 잇기 위해
이번 역시 머리가 터져라, 눈알이 빠져라 남해안 일대를 훑어봤지만...
좋은 곳을 너무 많이 봐버렸어요..
갈데가 없더군요.
그리하여 선택된 선유도와 태안반도.
숙박과 배편까지 모두 예약을 끝마치고 비가 그치기를 초조히 기다렸지만
하늘은 끝내 배신을 하더구만요.
비가 주룩주룩 내리는 섬이라..
결국 당일에 모두 취소를 하고 만만한 안면도로 차를 돌렸습니다.
막히지 않는 서해안 고속도로의 안면도는 정말 가깝더군요 .
돌아올 땐 110km를 고집하고도 2시간 40분만에 주파했습니다.
대신 북적이는 인파와 발랑까진 상술은 감수해야 합니다.
숙소는 워낙에 민박과 팬션등이 많아 잡는데 어려움이 없었습니다.
친구들과 가끔 가던 장꽁농원은
해안도로가 뚫린후 접근이 쉬워져 예약도 쉽지않고
아줌마, 아저씨도 예전같으시지 않은 데다
방값도 다른 곳보다 비싸게 받더군요.
별장민박이라고 밧개 해수욕장에서 5분 거리인 곳이 있습니다.
아줌마가 친절하고 인심도 후합니다.
성수기 때라 방은 1박에 4만원정도 하구요, 식사는 1인당 5천원 받습니다.
마침 어머니 생신이라 이야기를 했더니 미역국을 끓여주시는 정성을..
저희가 묵은 방은 샤워시설이 비치된 화장실과 냉장고까지 갖추고 있으나
다른 방은 살펴보지 못했습니다.
총 12개의 방이 있고 옆에 자그마한 식당
(거의 민박 투숙객을 위한 부엌으로 쓰이는)을 겸하고 있어
그릇이나 수저, 생수등은 부담없이 쓸수 있었습니다.
첫날은 3시경에 도착해 먼저 안면도 끝자락에 위치한 영목항까지
드라이브를 했습니다.
외지의 때가 비교적 덜 묻은 곳에서 회 한접시 먹으려는 소박한 꿈은
그러나 파장이 된 관계로 그냥 드라이브로 만족해야 했구요...
(이곳도 생각만큼 수수한 항은 아닙니다
모터 보트와 횟집들이 이미 터를 잡고 있습니다).
영목항 가는 길에 '바람아래 해수욕장'이란 곳이 있어요.
윗쪽의 북적거리는 해수욕장과는 달리 조용하고 깨끗합니다.
백사장포구에서 우럭 한 접시에 맥주 한잔만 깔작거리고
숯과 조개를 사서 숙소로 도착.
조개를 포구에서 구워먹으면 2만원부터 3만원을 받습니다.
저희는 이미 회를 먹은 뒤라 5천원 어치만 샀는데 충분하더군요.
물론 부친의 강탈도 좀 있었지만요...
포구도 별다른 분위기는 없습니다.
지나다니는 차 때문에 먼지만 얹혀 먹을 뿐이죠.
차라리 조개를 사서 일몰 쯤 해수욕장에 가 구워먹으면
훨씬 저렴할뿐더러
분위기.. 이게 또 숨넘어가게 합니다.
그날은 하루종일 잿빛구름으로 답답했음에도
석양은 제 빛을 잃지 않았더군요.
도시의 어느 네온사인이 저런 빛을 발할 수 있단 말입니까...?
구름 사이로 언뜻 비친 신기루같은 태양은
강렬히 뇌리에 박히더군요..ㅋㅋ
이튿날.
안면암이라는 곳이 있습니다.
해안도로가 아닌 구 도로에서 휴양림에 못 미쳐
좌회전해서 4km가량 들어가면
암자라고 하기엔 어마어마한, 절 자체는 도무지 정이 안가는,
그러나 주변 풍경만은 놓치기 아까운 절이 있습니다.
4층짜리 절인데 3층까지 난간을 만들어 놓았습니다.
여기에서 바라보는 바다는 남해 일주도로의 풍광 못지 않습니다.
물은 여전히 안좋지만..
안면암 앞에 무인도 두개가 있습니다.
물이 빠지면 갯벌로 연결이 되지만 아침 일찍 물이 채 빠지기 전에 가면
부표로 띄워놓은 수상다리로 연결이 됩니다.
물위에 흔들거리는 수상다리에 처음 발을 올리면
울렁증에 한동안 움쩍달싹 못하겠더라구요.
이른 아침의 인적없는 무인도에 앉아 허허로운 갯벌을 바라보고 있자니
빈 속을 훑어내는 담배 한모금 생각이 절로 떠올랐습니다.
시장을 반찬삼아 아침을 먹고 짐을 꾸려 휴양림으로 갔습니다.
안면도 휴양림은 늘 지나만 갔지 들어가진 않았었거든요.
막상 안은 볼게 없습니다.
안면도 자체가 소나무 휴양림이라 별다를 건 없어요.
그냥 삼림욕한다는 기분으로 땀 삐질삐질 흘리며 등산하다 왔습니다.
주차비 3천원에 개인당 입장료 천원씩 받습니다.
땀으로 범벅이 된 몸을 씻어내기 위해
롯데 오션캐슬의 사우나를 들렀지요.
해수 유황천이라는데 사우나, 스파떼라피, 노천탕 3종류가 있더군요.
스파떼라피와 전신 머드마사지가 좋다는 정보를 입수하고 갔지만
전신마사지는 미리 예약을 해야 한다는 말에
스파떼라피와 사우나를 함께 이용하는 쿠폰을 끊었습니다.
(두명 기준 3만원)
스파떼라피는 실내정원에 네명 정도 들어갈 수 있는
독립된 10개의 자쿠지탕을 설치해 놓았습니다
(영화에서 사방팔방 뽀글뽀글 거품이 넘실대는 탕 보셨죠?[귀여운 여인] 등등).
개별 칸막이가 되어있지만 통유리로 전망을 볼수 있고
실내정원을 꾸며놓아 답답하진 않습니다.
수영복은 지참하셔야 하지만 없으면 대여도 하구요,
40분 이용이 기본입니다.
독립적인 공간이다보니 신혼부부 내지는 신혼부부인 척하는 커플들..
엄청 좋아하겠더'라구요'.-_-;;
세시간을 사우나에서 기운을 빼고 나니 배가 고프더군요.
롯데 오션캐슬의 야외광장에서는 주말 저녁에 바베큐를 합니다.
어른 손바닥 두개만한 안심이나 해산물, LA갈비는 3만원,
종류가 부실한 샐러드는 한접시에 만원, 소세지는 2만원,
500cc생맥주가 3천원..
마침 서울 팝스 오케스트라의 재즈공연이 있길래 혹해서
이것저것 시켜 먹었는데
주변을 보니 맥주 한잔으로 버티는(!) 사람도 많더군요.
안면도를 모두 마스터하고 온 듯해요.
2박까지는 지루하고 1박 2일이 딱 좋은 코스이구요,
롯데 오션캐슬이 오픈해서 즐길 거리는 좀 많아졌습니다.
참.
꽃박람회장은 거의 폐허가 되었습니다.
잘 살려서 계속 이용하면 좋으련만...
별을 볼 수 없어 아쉬움은 남지만 기대하지 않았던 낙조로 만족하렵니다.
하늘이 좀 가벼워 지면 별보러 가평에 갈까 합니다.
그때 또 지금처럼 일하기 싫고 숨쉬기도 귀찮으면 정보 올릴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