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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회 푸른문학상 ‘새로운 작가상’ 동시 수상작>
김 이 삭
향기 엘리베이터
15평 산동네 아파트
우리 엘리베이터는
1층에서
15층까지
향기 배달하는
꽃향기 엘리베이터
문이 열릴 때마다
산 찔레 아카시아
꽃향기가 난다
-너희 엘리베이터, 향기 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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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 말에서도 향기가 난다
한실리 분교
한약방 자리에 한실분교가 들어섰다
약봉지 대신 책상과 걸상이 들어오고
아침마다
땡, 땡, 땡
종소리 울리면
맨드라미 꽃밭 붉게 피던 자리
아이들 벗은 신발이 환하다.
가끔씩 해초가 밀려오고
교실 풍금도 귀를 열고 파도 소리를 듣는다.
운동장 귀퉁이 서 있는
은행나무에 노란 쪽지가 배달되고
하늘이 밀감 색깔로 물들면
우르르 교문을 나오는 아이들 위로
개밥바라기 야간 자습하러
교문을 마악 들어선다.
601호 할머니
세탁소 앞에서 만난
601호 할머니
-핵교 댕겨오나?
우유 한 잔 마시고
후다닥
학원 가방 챙겨 나오다
다시 만난 할머니
-학원 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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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원 마치고 돌아오다
또 마주친 할머니
-학원 끝났나?
며칠 동안 안 보인다
세탁소 아저씨가 그러는데
어제 하늘나라로 가셨다고 한다
살아 계신다면
-저녁 무긋나?
하셨을 텐데
사이다 병
바다 밑에 떨어진
사이다 병 하나
-우와, 여기서 쉬고 가야지.
말똥성게가 잠시 쉬었다
가고
-우와, 멋진 집이다.
집게가 며칠
잠자다 가고
누가 자고
누가 쉬었다 가는지
환하게 보이는
바다 식구들의
민박집이다
공짜로 묵어가는
공짜로 놀다 가는
접시 꽃
하양
분홍
빨강
소나기가
후다닥, 툭툭
설거지하고 갔다.
반짝반짝
햇살이 소독 중이다
층
층
꽂힌 접시 눈부시다.
매미 선수 귀뚜라미 선수
찌지지지지지 지지
여름내 신나게 달리던
매미 선수
처서 지나자
귀뚜라미에게 바통을 건네준다.
-이번에 네 차례야!
바통을 받은
귀뚜라미 선수
뀌뚜두두두두 두두
계속 달리고 있다.
개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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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글가글 개구리
무엇하러 왔나?
재미없다, 농사
사람 없다, 농사
투덜대는 농부 할아버지
응원하러 왔지
감나무
외할머니 하늘나라 가시고
아무도 없는 집
올해도 감나무가 감을 달았다
단골손님은 산 까치다.
아침 일찍 와서
잘 익은 감을
후룩 짭짭 쪼아 먹는다.
짹짹, 참새들도
감나무가 내민 홍시
쪽쪽, 쪼아 먹는다.
주인 없는 빈집
사람들은 찾지 않지만
의젓하게 서 있는 감나무
내년에도 감을 꼭 달았으면 좋겠다.
편식하는 노린재
쑥
강아지풀
껄껄이풀
두고
노린재 아저씨
야금야금
냠냠
미국자리공 잎만
골라먹는다
-아저씨도 참, 그러니까
몸에서 노린내 나지요.
장맛비는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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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방잠방
찰방찰방
신나게 뛰어다닌다
놀이터 지나
모래 웅덩이 지나
맨발로
하루 종일 놀아도
야단맞는 일 없다.
말냉이꽃
필리핀 아줌마
끄릉, 끄르릉
유모차 밀고 지나간다
지나간 길섶에
아주 작은 말냉이꽃
바람에 손 흔들고 있다
-힘내요, 코시안 엄마!
먼 나라 들풀인
나도 꽃을 피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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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회 푸른문학상 ‘새로운 작가상’ 수상 소감>
김 이 삭
750){this.style.cursor="hand"; this.title="원본보기"};' [안내]태그제한으로등록되지않습니다-xx[안내]태그제한으로등록되지않습니다-xxonclick="if(this.width>750){/*/*window.open*/*/(this.src)};">“김이삭 선생님, 푸른책들입니다.”
해질 무렵 기쁜 소식이 날아들었다. 어질어질 멀미가 났다. 하루에도 몇 번씩 동시를 못 쓰겠다며 문우들을 괴롭히다가 새벽녘이 되어서야 잠이 들곤 했다. 동시 앞에서 난 언제나 성장이 멈춘 어린아이가 되곤 했다. 내 마음 속 도화지 속에서 시는 새가 되어 푸른 하늘을 날기도 하고, 깊은 바닷속 모래펄에 누워 꿈을 꾸는 가자미가 되기도 했다. 하지만 막상 손끝으로 풀어내려고 하면 시들은 어김없이 달아나 버렸다.
‘눈물을 흘리며 씨를 뿌리는 자는 기쁨으로 거두리로다. 울며 씨를 뿌리러 나가는 자는 반드시 기쁨으로 그 곡식 단을 가지고 돌아오리로다.’ 하는 성경 말씀에 의지하며 힘든 시간을 견뎌 냈다. 동시의 집을 짓는 나. 내가 짓는 집 속에 갇혀 세상에 빛을 발하지 못하고 힘들어하는 주인공들에게 웃음을 주는 동시를 쓰고 싶다. 그래서 ‘웃었다’는 뜻을 가진 ‘이삭’을 필명으로 삼았다.
고마운 분들이 참 많다. 계속되는 낙선에 나보다 더 안타까워하며 올곧은 문학의 길을 인도해 주신 권오삼 선생님과 꼬마님, 남화정 시인께 고마움을 전하고 싶다. 많이 부족한 작품에서 가능성을 보시고 잘했다고 동그라미 쳐 주신 푸른책들 심사위원 선생님들께도 감사의 꽃다발을 드린다. ‘푸른문학상’이 내게 달아 준 날개가 균형을 잃지 않도록 끝없는 시의 하늘을 파득파득 부지런히 날아갈 것이다.
김 이 삭
1967년 경남 거제에서 태어났으며, 대학교에서 미디어문예창작을 공부했다. 2005년 <시와 시학>에 「전어」외 4편이 당선되면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2008년 ‘시와 창작 문학상’에 시가, 2008년 경남신문 신춘문예와 2010년 기독신춘문예에 동화가 각각 당선되었으며, 동시「향기 엘리베이터」 외 11편으로 제9회 푸른문학상 ‘새로운 작가상’을 수상했다. 지은 책으로 시집 『베드로의 그물』이 있다.
<제9회 푸른문학상 ‘새로운 작가상’ 동시 심사 소감>
노 원 호
제9회 푸른문학상 <새로운 작가상> 동시 부문을 심사하면서 한국 동시의 미래를 내다볼 수 있는 좋은 기회를 갖게 되었다. 기존의 동시 형태나 이미지 표출 방식을 과감히 떨쳐버리고 사물을 새롭게 인식하거나 시적 감성을 잘 살린 작품들이 많았다. 푸른문학상의 제정 취지에 걸맞게 신인들의 새로운 모습을 볼 수 있어서 앞으로 이 공모제의 발전을 가늠해 볼 수 있었다. 특히 동시의 한계를 벗어나는 일이 쉽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뛰어 넘으려는 흔적을 엿볼 수 있어서 동시의 앞날이 밝아 보였다.
그런가 하면, 몇몇 응모자의 작품에서는 몇 가지 문제점이 자주 노출되고 있었다. 우선, 기존의 동시인들이 흔히 다루었던 소재인데도, 그것을 새롭게 인식하지 못하고 그대로 답습한 작품이 많았다. 그런가 하면, 어느 동시인의 시풍을 따라한 것 같은 작품도 있어서 자기만의 특성을 드러내지 못한 아쉬움도 있었다. 신인의 작품이라면 적어도 기존의 동시에서는 볼 수 없는 어떤 새로움을 보여주어야 할 것이다. 때로는 작품의 완성도나 신인다운 패기는 좋았지만, 사물을 낯설게 바라보는 인식의 전환이 아쉬운 경우도 있었다.
모든 응모작들을 두 심사위원이 각자 자세히 읽고 최종 심사 대상을 정했는데, 김개미의「정신이 나갔었나 봐」외 14편, 조원희의「버스는 방귀쟁이」외 14편, 최 진의「검둥이」외 20편, 김이삭(*응모시 필명 : 김별)의「사이다 병」외 16편이 논의의 대상이 되었다. 이 작품들은 대부분 나름대로의 특징을 갖고 있었고, 응모 편수에 비해 완성도가 높은 작품이 많았다.
김개미의 동시 중에는「싸움 구경 좋아한다고?」,「너도 올라오겠어?」, 「불후의 명작」 등이 눈길을 끌었다. 사물을 바라본 시인의 상상력이 의욕적으로 동원된 작품으로 풍부한 이야기가 들어 있었다. 시에서 이야기 구조를 잘못 이끌어 나가면 산문처럼 되어 버리기 십상인데, 전혀 그렇지 않아서 좋은 느낌을 주었다. 하지만 구어체를 사용하여 이야기를 시로 형상화하는 과정이 마치 기존 동시인의 작품을 보는 것 같아서 아쉬움을 남겼다.
조원희의 동시 중에는「횡단보도 신호등」,「자석은」,「책벌레의 꿈」등이 관심의 대상이었다. 이들 작품도 김개미의 작품처럼 구어체를 사용하고 사물을 의인화한 점이 비슷했다.「자석은」과 「책벌레의 꿈」은 기발한 아이디어와 상상력이 적절한 조화를 이룬 참 재미있는 동시였다. 그러나 조원희의 작품도 기존의 구어체 동시 기법의 틀을 벗어나지 못한 것이 한계로 지적되었다.
남은 두 사람의 작품은 우열을 가리기가 쉽지 않았다. 그래서 응모작 하나하나에 대한 세밀한 분석과 더불어 완성도를 살피면서 수상작을 결정하게 되었다.
먼저 최 진의 작품 중에는「점둥이」,「다리쉼」,「되새김질」,「감기의 방문」,「할머니가 보낸 선물」 등이 돋보였다. 이미지가 명확하고 작품의 완성도가 높았는데, 특히「점둥이」는 어디 하나 흠잡을 데가 없는 작품이었다. 이미 많이 다루어온 소재이지만, 시적으로 잘 형상화하면서 선명한 이미지와 섬세한 감성을 잘 살린 것이 좋았다. 그러나 함께 응모해 온 짧은 동시들이 앞에 언급한 좋은 작품들을 뒷받침해 주지 못했다. 아무리 짧은 동시라도 표현이나 의미가 기승전결을 이뤄야 하는데, 시작하다가 그만 둔 것처럼 작품의 완성도가 허술했다. 또한 다른 시인의 짧은 동시와 유사한 점도 자기만의 특성을 잃어버리는 한 원인이 되었다. 무척 아쉽지만 다음 기회를 보기로 했다.
마지막으로 남은 김이삭의 작품은 다른 응모자에 비해 완성도가 높은 작품이 많고, 시적 감성을 가장 잘 살려내어 수상작으로 결정하는 데 쉽게 의견의 일치를 보게 되었다.「향기 엘리베이터」,「한실리 분교」,「접시꽃」,「601호 할머니」,「편식하는 노린재」 등이 특히 뛰어났다. 사물의 이미지를 명확하게 드러내면서도 사설적인 요소를 과감히 배제하여 동시가 매우 간결해진 점이 좋았다. 의성어나 의태어 사용도 적절하여 시인의 감성을 활기 있게 살려냈다. 앞으로 더 좋은 작품을 쓸 것이라는 기대 또한 수상작으로 결정하는 데 큰 뒷받침이 되었다.
흔히들 ‘동시는 동시다워야 한다.’고 말한다. 이게 무슨 말이겠는가? 즉 ‘동심’과 ‘시’가 잘 조화를 이루어 시적 감성을 잃어버려서는 안 된다는 말일 것이다. 거기에는 ‘사실을 단순히 나열하지 말고, 상투적인 인식에서 벗어나야 하며, 고정된 관념을 과감히 배제해야 한다.’는 의미도 들어 있다. 좋은 작품을 쓰려면 새로운 발상이나 뚜렷한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기존의 관념을 확 바꿔 버리지 않고서는 좋은 작품을 탄생시킬 수 없기 때문이다. 앞으로도 더욱 새롭고 참신한 작품이 많이 응모되어 푸른문학상의 취지가 더욱 돋보이기를 바란다
*심사위원
노원호(시인, 사단법인 새싹회 이사장)
신형건(시인, 비평가, 웹진 <동화읽는가족> 발행인, 건국대학교 대학원 동화미디어창작학과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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