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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시 남구 대명동에 있는 대명공연문화거리와 골목 안내 입간판. 이지용기자 sajahu@yeongnam.com |
대구시 남구 대명동 일대 양지로는 199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소문난 유흥가였다. 속칭 ‘19번 도로’라고 불리던 이 일대에는 수십여개의 유흥주점이 불법퇴폐영업을 일삼는 지역의 대표적인 환락가였다. 유흥업소에 대한 대대적인 정비에다 계명대 캠퍼스 이전으로 인근 점포들이 하나둘씩 빠져나가면서 거리는 방치돼 왔다.
버려졌던 그 골목 주변에 다시 ‘예술의 꽃’이 피어나고 있다. 연극 소극장, 극단 사무실들이 하나둘 들어서고 다양한 공연이 이어지면서 젊음의 거리로 다시 활력을 되찾고 있는 것. 1년 내내 언제라도 연극공연을 볼수 있는, 대구에서 ‘제2의 홍대 거리’를 꿈꾸는 ‘대명동 공연문화거리’다.
삼각로터리∼계대네거리 500m
소극장·작업실 등 90여곳 빼곡
‘환락가’ 어두운 역사 걷어내고
공연 끊이지 않는 젊음의 거리로…
◆ 1년 내내 공연이 함께하는 골목
12일 오후 계명문화대 정문 앞. 5m 높이의 ‘대명공연문화거리’ 입간판이 골목을 소개하고 있다. 삼각로터리에서 계대네거리까지 500여m 거리 양옆으로는 공연 포스터를 사방으로 붙일 수 있는 포스터 게시대와 공연문화거리를 홍보하는 휘장이 줄지어 서 있다. 골목의 카페나 음식점에서도 상호보다 먼저 공연 홍보포스터를 만날 수 있다. 문을 열고 들어간 소극장에서는 계획하지 않고 가더라도 다양한 연극을 관람할 수 있으며, 저녁이면 골목 어디선가 예고없이 길거리 공연이 시작되기도 한다. 인근의 한 음식점 주인은 “큰 공연이 있는 날이면 손님도 늘고 어두컴컴했던 거리도 밝아진다”고 말했다.
계명대의 성서 이전으로 상권이 침체되면서 이 골목엔 빈 점포가 속속 늘어갔다. 임대료가 떨어지자 가장 먼저 몰려든 사람은 가난한 예술가들이었다. 작업공간을 필요로 하는 화가, 연습실이 필요한 배우 등이 임차료가 저렴한 대명동으로 몰려들면서 골목은 자연스럽게 예술가들의 거리로 변해갔다.
가장 큰 견인차는 연극인들이었다. 2005년 극단 ‘처용’이 대명동 계명대 맞은편에 소극장 ‘우전’의 문을 열면서 소극장 공연문화는 시작됐다. 이후 한울림, 빈티지, 예전, 엑터스토리 등 소극장이 줄지어 자리 잡으면서 거리는 눈에 띄게 변해갔다. 지금은 반경 200~300여m 안에 한울림, 우전, 예전아트홀, 엑터스토리, 고도, 빈티지&이송희 레퍼토리, 꿈꾸는 씨어터 등 소극장과 극단 사무실이 빼곡히 몰려있다. 미술 작업실, 음악 연습실 등 다양한 예술가의 작업실까지 합치면 90여개의 예술 공간이 골목에 자리하고 있다. 상주하는 예술인만 500여명에 이른다.
소극장에는 공연이 없는 월요일을 제외하고는 거의 1년 내내 공연이 진행된다. 극단 자체 공연 외에도 대관을 통한 연극, 무용, 음악 등의 공연을 만나볼 수 있다. 100석가량의 소극장 자리가 가득 차는 경우도 흔하다. 대중성이 높은 연극과 예술성을 강조한 연극을 적절하게 섞어서 무대에 올리기 때문이다.
공연 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행사도 진행된다. ‘대구 소극장있다 페스티벌’ ‘한울림골목 연극제’ ‘젊은 연극제’ 등이 꾸준히 열리고 있다. 지난해 첫선을 보인 ‘대명공연문화거리 로드페스티벌’도 오는 9월 중 열릴 예정이다.
◆ 출범 5년째, 새로운 변화가 필요하다
2010년 대명공연문화거리를 선포한 지 5년째. 대명공연문화거리는 서울 대학로를 꿈꾸고 있다. 문화·공연 단체의 유치, 주변 상가·거리의 명물화를 통해 서울 대학로와 같은 문화 브랜드로 자리매김하겠다는 것.
수많은 연극 및 뮤지컬 전용극장이 들어서 있는 서울 대학로는 이곳에 들어선 수많은 극장 덕분에 유동인구가 늘어났고, 이로 인해 카페나 음식점 등 많은 가게가 들어서면서 주변 경제가 활성화되는 시너지효과가 발생했다. 문화예술 산업인 연극이 요식업, 서비스업 등 지역의 경제를 이끌어가는 훌륭한 역할을 해낸 셈이다.
대명공연문화거리는 최근에 국가 도시재생 선도지역에 지정돼 100억원의 자금도 지원받게 됐다. 밀집돼 있는 악기상과 예술가 작업실 등을 비롯해 경북예고, 대구고, 계명대 대명캠퍼스, 대구교육대학 등의 기존 인프라를 활용해 이 일대를 길거리 공연장과 열린 문화 공간으로 만들겠다는 취지다.
박재홍 남구청 문화홍보과장은 “주민이 중심이 돼 전반적인 사업 계획을 지자체와 함께 구상하면서 사업 효과도 극대화시킬 계획”이라면서 “오는 9월까지 구체적인 계획이 세워지면, 바로 공사에 착수해 2017년까지 4년 동안 100억원이 투자된다”고 전했다.
정철원 대명공연문화거리 운영위원장(극단 한울림 대표)는 “민간 극단들이 자생적으로 소극장가(街)를 형성시켰다는 것이 주목할 만한 점”이라면서 “연극뿐 아니라 음악회, 거리예술 공연이 1년 내내 이어지는 시민문화 공간으로 성장하고 이를 대구의 대표 브랜드로 육성하기 위해서는 지자체의 적극적인 지원과 관심이 수반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첫댓글 잘보고갑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