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바퀴굴림 차를 타는 오너들 가운데는 어떤 원리로 바퀴 네 곳에 구동력이 전달되는지 정확하게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사람도 적지 않다. 항상 네 바퀴를 굴리는 AWD나 풀타임 4WD와 달리 운전자의 선택에 의해 두바퀴굴림에서 네바퀴굴림으로 바뀌는 파트타임 방식인 경우는 더욱 그렇다. 기본적으로 네 바퀴를 굴리기 위해서는 앞뒤 바퀴에 동력을 전달할 수 있는 구조를 가진 트랜스미션과 디퍼렌셜이 필요하다. 파트타임 4WD는 여기에 더해 선택적으로 구동력을 두 바퀴 혹은 네 바퀴로 나눠주는 장치를 더 갖춰야 한다.
트랜스미션에서 이것을 컨트롤하긴 하지만 동력전달의 마지막 단계, 즉 바퀴로 가기 직전인 허브에서 최종적인 제어를 해줘야 때문이다. 따라서 파트타임 4WD에는 로킹 허브가 달린다. 로킹 허브(Locking Hub)는 말 그대로 구동력을 끊고 전달할 수 있도록 스위치를 잠그거나 열 수 있는 부품을 말한다. 휠의 가운데에 튀어나와 있는 부분이 바로 허브이고, 그 안에 잠그고 풀어주는 장치가 들어있다.
앞바퀴에 동력 잇고 끊어주는 최종부품
네바퀴굴림 차가 널리 쓰이게 된 것은 미군에서 쓴 윌리스 지프 시절부터였다. 초기의 4WD는 항상 네 바퀴를 굴리는 방식이었다. 하지만 코너를 돌면서 발생하는 좌우 바퀴의 회전차를 해결하지 못해 바깥쪽 바퀴가 잠기는 록 현상이 발생했다. 이런 기계적인 문제 때문에 고속주행에서 핸들링이 떨어져 전복 사고가 자주 발생했고 연비도 떨어졌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개발된 것이 파트타임 4WD이다. 일상적인 주행 때는 뒷바퀴만 굴리고, 강한 구동력이 필요할 때만 앞바퀴에 동력을 전달해 험로를 빠져나갈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 때 앞바퀴에 동력을 끊고 이어줄 부품인 로킹 허브가 개발되었다.
로킹 허브의 구조는 간단하다. 엔진에서 만들어진 힘은 디퍼렌셜을 거쳐 드라이브 샤프트에 연결되고, 바퀴에 달린 허브 기어를 연결해주면 구동력이 전달된다.
두바퀴굴림 상태에서는 허브 기어가 바깥쪽으로 밀려나오고, 트랜스퍼 레버를 네바퀴굴림 상태로 조작해도 드라이브 샤프트만 돌아갈 뿐 바퀴에 힘이 전달되지 않는다. 허브 기어를 안쪽으로 밀어 넣으면 기어가 맞물리면서 바퀴와 샤프트가 연결되어 구동력이 전달된다. 로킹 허브는 크게 자동식과 수동식으로 나뉜다. 초기에는 수동식만 쓰였지만 갑작스레 험로를 만날 경우 차안에서 간단하게 네바퀴굴림으로 바꿀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자동 허브가 개발되었다. 현재 국내에 시판되는 SUV 가운데 레토나와 갤로퍼 일부 모델을 제외하면 모두 자동식 로킹 허브가 달려나온다.
자동 허브는 어떤 식으로 바퀴에 달린 기어와 드라이브 샤프트를 연결하느냐에 따라 캠 타입과 진공 타입으로 나뉜다. 갤로퍼나 스포티지에 사용된 캠 방식 자동 허브는 트랜스퍼를 네바퀴굴림 상태로 놓으면 기계적으로 캠이 허브 기어를 드라이브 샤프트 쪽으로 밀어주는 방식이다. 수동식에 비해 편리하긴 하지만 큰 힘을 받으면 캠 부분이 마모되면서 허브가 헛도는 현상이 발생한다.
또 두바퀴굴림 상태로 돌아가려면 1∼3m쯤 후진해야 하는 불편함이 있다. 쌍용 무쏘나 뉴 코란도의 경우는 진공을 이용한다. 전자식 트랜스퍼 스위치를 넣으면 흡기 매니폴드에서 발생하는 진공을 이용해 허브 기어를 당겨 구동력을 전달한다. 따라서 후진할 필요가 없고, 구조도 비교적 간단해 고장이 잘 나지 않는다.
하지만 엔진에서 앞바퀴로 가는 진공라인이 고장나거나 허브의 밀폐성이 떨어지게 되면 전혀 작동하지 않는 단점이 있다.
오프로드 매니아들은 고장이 잦은 자동 허브를 떼어내고 신뢰성 높은 수동 허브로 바꾸기도 한다. 쌍용 구형 코란도와 훼밀리는 미국의 원(WARN)이나 브라질의 AVM 허브를 쓰고, 뉴 코란도와 무쏘, 기아 스포티지와 레토나는 미국 원의 제품을 쓴다. 현대 갤로퍼는 수동과 자동 허브 모두 일본의 아이신(Aishin) 제품 또는 국내에서 제작한 것이다.
간단히 분해해 상태 점검하고 그리스 교환
무리한 주행으로 로킹 허브가 손상되면 4WD 시스템이 제 구실을 하지 못한다. 한쪽 바퀴의 허브만 망가져도 디퍼렌셜에서 좌우 바퀴의 회전차를 보상하기 위해 동력이 전달되는 과정에서 한 바퀴로만 힘이 보내지므로 헛바퀴가 돌게 된다. 4WD로 달릴 때 바퀴에서 ‘딱딱’ 하는 소리가 나거나 험로를 제대로 달리지 못한다면 허브의 고장을 의심해봐야 한다. 바퀴는 항상 회전하기 때문에 허브에는 베어링이 달려있다. 주행 중에 바퀴에서 ‘우웅’하는 소리가 들린다면 허브 베어링이 망가졌을 가능성이 높다.
허브를 점검·수리하기 위해서는 분해를 해야 한다. 수동과 자동 허브 모두 분해와 점검방법은 같다. 우선 잭을 이용해 점검하고자 하는 바퀴를 들어올린다. 그 다음 휠 렌치로 휠과 타이어를 떼어내면 한가운데 허브가 보인다.
자동식은 8mm 육각 렌치로 6개의 볼트를 풀어내면 클러치 링 기어 뭉치를 분리할 수 있고, 수동식은 3mm 육각 볼트를 풀어내 수동식 레버를 먼저 떼어내야 한다. 이렇게 하면 안쪽으로 드라이브 샤프트가 보이고, 주변에 바퀴로 힘을 전달하기 위한 기어가 달려 있다. 드라이브 샤프트가 빠지지 않도록 끝 부분에 끼워져 있는 샤프트 키를 약간만 벌린 다음 안쪽의 허브 베어링을 고정시키는 링을 망치와 드라이버를 이용해 시계 반대방향으로 돌려 빼낸다. 안쪽의 허브 베어링을 빼내면 분해가 끝난다.
수동식 허브의 경우는 스위치를 돌려보아 허브 기어가 정확하게 작동하는지를 확인한다. 스위치를 4×4 상태로 돌릴 때 절도 있게 돌아가면 정상이다. 안쪽의 플라스틱 키에 손상이 없는지도 꼼꼼하게 살펴본다.
그 다음으로는 기어의 마모 여부와 윤활용 그리스의 상태를 점검한다. 마모가 심하면 교환을 해야 한다. 그리스는 옅은 갈색을 띄면 정상. 사용기간이 길거나 무리한 주행을 했을 때는 시커멓게 변한다. 이 때는 베어링을 빼내 안쪽으로 드라이버에 천을 감아 밀어 넣어 돌리듯 그리스를 닦아낸다. 그 뒤 허브 베어링에 새 그리스를 바르고, 안쪽으로 천천히 밀어 넣은 다음 조립하면 된다. 정비소에서 이렇게 청소할 경우는 바퀴 하나에 2만 원 정도의 비용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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