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뇨는 고혈압, 고지혈증, 흡연과 함께 관상동맥질환을 일으키는 4대 주요 위험요인 중의 하나이다. 당뇨를 가지고 있으면 관상동맥질환, 뇌졸중, 말초동맥질환을 비롯한 동맥경화성 심혈관질환에 걸릴 위험이 증가한다.
수년 전에 외래에서 환자를 보는 중에 흥미 있는 예를 경험하였다. 환자분은 53세의 젊은 남자로 1991년 좌측 장골동맥(iliac artery)에 심한 협착이 발생하여 다른 병원에서 혈관개통수술을 받고, 외래통해 저에게 수년간 치료해오던 분이다. 환자분은 담배를 하루 한갑반씩 피우고 있었으며, 혈압은 140/90mmHg로 경계부위성 고혈압이 있었다. 콜레스테롤은 258mg/dl, triglyceride는 406mg/dl, HDL-콜레스테롤은 36mg/dl로 낮았다. 공복시 혈당은 96mg/dl로 정상이었다. 환자분은 warfarin과 지질개선제로 gemfibrozil을 쓰고 계셨다. 97년 8월에 갑자기 체중이 5kg이상 줄면서 혈당검사를 해보니 공복시에 혈당이 258mg/dl, 식후 2시간에 398mg/dl로 당뇨가 발생한 것을 알 수 있었다. 이 때 HbA1C는 10.9%, 뇨당+++이었다.
일반적으로 이해하기는 당뇨를 오래 앓으면 그 합병증으로 동맥경화증이 발생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 환자에서는 순서가 바뀐 것이다. 즉 동맥경화가 먼저 오고, 6년 후에 당뇨가 발생한 것이다. 이 환자의 가족력에 흥미를 느끼고 자세히 물어 보았다. 놀란 것은 집안 식구들에게 당뇨 및 동맥경화 가족력이 뚜렷한 것이다. 79세의 아버지는 15년 전부터 당뇨를 앓고 계셨고, 1998년에 심장에 관상동맥 우회수술을 받으셨다. 할아버지도 당뇨가 계셨다고 한다. 어머니는 75세로 고혈압이 계셨다.
이 환자분에서는 유전적으로 어떤 소질이 있고, 이 소질은 이 환자에서 동맥경화도 일으키고, 당뇨도 일으킬 수 있는 소질이라는 생각이 든다. 적어도 아버지와 환자는 공통의 유전적인 소질이 있다고 믿어진다. 이 유전적인 소질은 환자에 따라서 당뇨를 먼저 일으킬 수도 있고, 동맥경화성 심혈관질환을 먼저 일으킬 수도 있다고 믿어진다.
그 후 이러한 것에 관심을 갖고 보니 이 환자에서와 같이 관상동맥질환이 먼저 발생하고, 그 후 한참 있다가 당뇨가 현성화되는 환자가 상당히 많은 것을 알 수 있었다. 이들 환자에서는 오래전부터 당뇨의 소질을 가지고 있었고 여기에 연관된 대사이상이 있었으리라고 생각된다.
이 환자에서는 당뇨 및 동맥경화 외에도 고지혈증을 가지고 있었는데 이 고지혈증은 콜레스테롤과 중성지방이 같이 높은 복합 고지혈증형태를 보이고 HDL-콜레스테롤이 특히 낮은 특징을 보인다. 고지혈증도 이 환자의 유전적인 소질과 관련이 있을 가능성이 있다. 이 환자의 몸무게는 70kg정도로 약간 비만이 있을 정도였다. 이 환자에서는 흡연을 한 것이 이 환자가 지닌 유전적인 소인 외에 동맥경화를 일으키는 환경적인 인자로 결정적인 역할을 하였을 가능성이 높다. 당연한 질문은 이환자가 가지고 있는 유전적인 소인이 무엇일가 하는 것이다.
성인에서 오는 당뇨는 대부분이 II형 당뇨로서 인슐린의 절대적인 결핍보다는 상대적인 결핍상태로 인해서 발생한다. 실제로 혈중 인슐린농도는 정상인에 비해서 높다. 즉 인슐린 저항성이 있어서, 인슐린이 건강인에 비해서 더 많이 필요한 상태가 된다. 많은 질환이 그러하듯이 당뇨병도 유전적인 성향과 환경적인 요인이 더하여 병이 발생한다. 특히 성인에서 보는 II형 당뇨는 유전적인 성향이 강하여 한 집안에서 많은 사람이 당뇨가 발생함을 본다.
적지않은 경우에 한집안에 어느 분은 당뇨를 가지고 있고, 어느분은 관상동맥질환을 가지고 있고, 어느분은 당뇨 및 관상동맥질환을 같이 가지고 있다. 이와 같이 한 집안에서 당뇨 및 관상동맥질환과 같은 동맥경화성 심혈관질환이 같이 발생한 집안에서는 당뇨와 동맥경화사이에 더 주요한 연관이 있다고 본다. 이런 가계에서는 동맥경화에 대해서 더 조심하여야 할 것이다.
이 환자에서 보는 것과 같이 당뇨는 고혈압, 비만(특히 복부비만), 고지혈증, 동맥경화와 같이 잘 나타나는 성격을 가지고 있다. 이를 대사증후군(metabolic syndrome)으로 부르고 있다. 이러한 증후군을 일으키는 공통분모가 있다고 믿어진다. 여기에 공통되는 원인으로서 가장 설득력 있게 추정되는 것이 인슐린저항성이다. 즉 모든 당뇨환자가 동맥경화의 위험에 처해있는 것은 아니며, 당뇨 환자들 중에도 이러한 대사증후군을 가진 사람에서 더욱 위험이 증가해 있다고 믿어진다. 가족 중에 이러한 환자가 있는 가계에서는 더욱 유의하여야 할 것이다.
당뇨를 앓고 있는 사람이 모두 대혈관성 혈관합병증(macroangiopathy)이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 당뇨를 오래 앓고 있으면 미세혈관 합병증(microangiopathy)이 발생하게 된다. 즉 단백뇨, 망막증 등의 문제들이 발생하게 된다.
당뇨환자의 가장 중요한 사망원인은 관상동맥질환이다. 관상동맥질환이외에도 중요한 사망원인으로 뇌졸중, 만성신부전, 심부전등이 있다. 당뇨환자에서 동맥경화성질환의 발생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혈당의 조절뿐만 아니라 혈중지질의 조절이 중요하다. 또한 당뇨병이 있는 환자에서 고혈압이 같이 있는 경우가 많으며, 이때는 혈압을 130/85미만으로 조절하는 것이 권장된다(JNC VI지침). 또한 renal dysfuntion(단백뇨가 1g/일 이상 나오는 경우)이 있는 경우에는 목표 혈압치를 125/75mmJHg미만으로 하는 것이 권장된다. 이는 HOT study(Hypertension Optimum Treatment Study)나 영국의 UKPDS study결과에서도 지지된다. 이렇게 철저한 혈압조절을 통해서 미세혈관 또는 대혈관 합병증을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된다. 금연 및 절주도 중요하다. 물론 혈당의 철저한 조절도 당뇨병의 미세혈관합병증 및 대혈관합병증을 예방하는데 도움이 된다.
최근에 나온 연구에 의하면 관상동맥질환을 가진 사람이 다시 관상동맥사건이 발생할 위험과, 현재 당뇨는 있으나 관상동맥질환이 없는 사람이 다시 관상동맥사건이 발생할 위험이 거의 같다는 것이다. 이것은 금년에 소개된 NCEP(National Cholesterol Education Program)의 새로운 치료지침(ATPIII: Adult treatment panel III)에 그대로 반영되었다. 당뇨가 있는 사람에서 고지혈증의 치료는 현재 관상동맥질환을 이미 가지고 있는 사람에서의 치료지침과 같다. 즉 식이 및 운동요법 하면서 LDL 콜레스테롤이 130mg/dl이상이면 콜레스테롤 개선제(statins: HMG CoA reductase inhibitors)를 쓰기 시작하고, 목표수치를 LDL콜레스테롤이 100mg/dl미만으로 낮추는 것을 목표로 정하고 있다.
최근 미국의 ADA(American Diabetes Association)에서 정한 기준에서 공복시 혈당이 126mg/dl이상을 당뇨롤 정의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당뇨에 의한 사망률은 지난 20여년 동안에 현저하게 증가하여왔다.당뇨의 유병율은 미국이나 서구지역에 비하여, 별 차이가 없다. 1995년 연천지역조사에서 7.2%이었으며, 남자에서 6.4%, 여성에서 3.0%이었다.공무원들과 사립학교교원대상으로 1990-1992년도에 조사한 것에서 공복시 혈당이 126mg/dl이상을 기준으로 남성에서 4.7%, 여성에서 1.3%이었다. 현성 당뇨는 없으나 당내성이상(Impaired fasting glucose: 공복시 혈당 >110 mg/dl)이 있는 환자를 합치면 약 10-15%이상의 환자가 당내성을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당내성이상이 있는 환자에서도 동맥경화의 위험은 증가되어있다.
삼성서울병원에서 관상동맥촬영을 한 1696명의 관상동맥질환 환자 중 394명(23.2%)이 당뇨가 있었다. 당뇨환자에서 관상동맥질환의 발생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혈당조절뿐 아니라, 혈중지질, 흡연, 고혈압, 비만 등 관상동맥질환의 잘 알려진 위험요인들을 골고루 잘 개선하여야만 한다.
당뇨환자에서 치료제도 다양하여져서 과거에는 주로 insulin,sulfonylurea제제에 의존해오던 것이 최근에는 insulin에 대한 반응을 개선하고, 인슐린 저항성을 개선할 수 있는 Biguanide제제나 PPAR-g 의 ligend인 Thiazolidinediones제제들이 점차로 더 많이 쓰이는 경향이다. (도움말 ; 박정의/성균관대학교 삼성서울병원 순환기내과 교수) <출처 : '건강길라잡이'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