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산장에서 인터넷 연결도 힘들고 산장 도착하면 씻고 빨래하고 저녁먹는 루틴이라 글쓰기가 여의치 않았네요. 이탈리아 사람들은 뭔 저녁을 그리 오래먹는지 퍼스트,세컨드,디저트까지 끝내고 트래커들과 이런저런 얘기하다보면 두시간이 훌쩍이네요.
그럼또 내일 일정을 위해 시체처럼 취침ㅋㅋㅋ
8/24 트레킹4일차
- rifugio pisciadu(No.666 trail) 08:04 ~forcella d'antersass 2839m 09:41 ~rifugio boe 2873m(No.627) 10:22~forcella pordoi 11:34~sas de pordoi 2950m(No.627A)케이블카스테이션 11:58,옆 (케이블카로 4분이면 passo pordoi 도착)~passo pordoi 12:18 (No.601)~rif. Vie dal pan 2432m 13:48~rifugio Castiglioni marmolada 15:09 도착
총 16km grade3 7h5m소요
산장의 썩은 발꼬랑내를 사진으로 남겨봅니다^^
피샤두산장 근처 호수 위쪽으로 난 666번 트레일을 따라 forcella d'antersass 2839m를 찍고 rifugio boe 2873m까지 오릅니다. 비아페라타장비까진 사용 안해도 어제 못지않은 난이도네요. 풍경은 마치 화성같이 삭막하지만 멋진 풍경입니다.
Boe산장부터는 케이블카스테이션이 근처에있어 오고가는 사람들이 많은 구간입니다.
여기서 sas de pordoi 2950m까지 조금더 오르면 케이블카로 passo pordoi까지 내려갈수있고, 케이블카를 타지않는다면 forcella pordoi에서 내려갈수있습니다.
sas de pordoi에서는 마몰라다빙하를 조망할수있습니다.
전 케이블카를 이용했는데 왠만하면 타고 내려오는것이 좋을듯싶네요. 내려오는길이 별거없이 그냥 지루한길처럼 보이더라구요.
passo pordoi부터 마몰라다 산장까지는 그리 어렵지않은 구간들을 마몰라다 빙하를 오른쪽으로 쭉 보면서 평화롭게 걸을수있습니다.
마몰라다산장은 이름답게 빙하 바로 아래에 위치해있고 프라이빗룸은 수건이 제공됩니다.(트래커에게 수건제공은 상당한 혜택입니다. 빨래거리가 하나더 줄어드니까요^^) 좀 오래된듯하지만 작고 귀여운방이네요.
8/25 트레킹5일차
- rifugio Castiglioni marmolada 06:07~ rifugio federal 6:48~malga ciapela 10:25~forca Rossa 2490m 12:15~ fuciada 1972m 13:45~ San pellegrino 14:46~rif.capanna passo Valles(픽업서비스로 passo Valles 도착)
총 22km grade2 8h46m소요
오늘은 고도표에서 보이는것처럼 심플하지만 강력합니다. 약 600미터 고도를 내린후 8킬로에 걸쳐 1000미터를 또 오릅니다. 이럴걸 왜 내려왔나 싶지만 그게 또 트레킹의 매력 아니겠습니까ㅋㅋ
오늘 트레킹중 중간에 malga ciapela에서 마몰라다 전망대를 올라갔다 오려고했는데 갈길이 멀어 일찍 출발해서 오픈시간이 맞지않아 전망대는 스킵했네요.
forca Rossa 2490m부터 San pellegrino까지는 쉬운 트레킹길이 계속되고 오늘의 시작점인 마몰라다산장부터 San pellegrino까지가 22km로 하루 트레킹거리로 적당한듯보입니다. 그러나 San pellegrino에는 트래커가 묵을만한 산장은 없고 헉소리나게 비싼 호텔밖엔 없어 저같은 나홀로 트래커에겐 그림의 떡이네요.
이미 아홉시간 가까이 걸은후에 최종 목적지인 passo Valles까지 두시간반이 더남은 상황이라 근처호텔에 택시를 문의했더니 올수없는 택시가 없네요. 다행이 오늘 묵을 숙소에 픽업이 가능한지 문의하니 된다고해서 편하게 숙소에 도착할수 있었습니다.
rif.capanna passo Valles는 좀 멀긴하지만 지금껏 지낸 산장들 중 단연 베스트네요. 본관 건너편 프라이빗룸에 묵었는데 와이파이 연결이 안되는것빼곤 너무 좋았습니다(물론 본관 건물에선 잘됩니다)
특히 이곳은 저녁,조식 모두 상당히 괜찮았으며, 지역버터까지 내놓을정도로 센스넘쳤습니다. 건물외벽에 그림까지 그려놓을 정도로 산장의 마스코트인 버나드독이 있는데, 거의 80킬로는 나가보이는 덩치큰 순둥이개도 인상깊었네요. 요산장 적극 추천합니다^^
8/26 트레킹6일차
- Rif capana passo vallers 09:05~[ 마못스팟 ]passo venegiota 2303m 10:30~sass arduini~rifugio mulaz 2571m 12:22
총 6.5km grade3 3h17m소요
- 체크인하고 Monte mulaz 2906m 다녀오기 왕복 1h47m소요
하루하루 묵을 숙소를 적당히 배분하면 좋은데, 워낙 예약이 힘든 알타비아트레일은 생각대로 되지않을때가 많습니다. 물론 알타비아2는 1에비해 덜 대중적이라 그나마 예약이 수월해지만 말입니다. 어쨌든 어제는 너무 긴 코스였고 오늘은 또 너무 짧네요. 산장에 일찍 체크인하고 근처 Monte mulaz 2906m에 올라갔다옵니다. 높은것 외엔 특별할것이 없네요.
rifugio mulaz 2571m는 물이 귀한곳으로 샤워가 되지않습니다. 이때는 몰랐죠. 다음산장도 샤워가 되지않는 외진곳이란걸...
그리고 오늘 코스중 passo venegiota 가는 도중 마못을 볼 가능성 높은 스팟이 있다고 들었는데 이번엔 보지못했네요. 지난번 알타비아1에서 보긴했지만 그래도 아쉽네요ㅠㅠ
8/27 트레킹7일차
- rifugio mulaz(No.710) 06:00~ baita segantini 8:30~passo rolle 9:15~차로 malga fosse 이동 9:34~ rifugio rosetta 12:40~passo di ball 2443m 15:10 ~ rifugio pradidali 15:27
총 13.7km grade3,3+ 9h27m
(정규코스외에 다른 코스로 진행할경우 거리가 정확하지않을수 있습니다)
오늘은 거리도 길거니와 grade도 처음 접하는3+라 일찍 출발하려고 조식도 따로 부탁했더랬습니다. 하지만 역시 생각대로 되지않네요ㅠㅠ 새벽에 일어났더니 비에 바람에 천둥 번개... 바람이 생전 격어보지못한 풍속입니다.
산장 주인이 오늘은 날씨가 좋지않아 원래코스로 가면 날아간다고(어제도 로제타산장 근처에서 사람이 날아가 다리부상을 입는 바람에 헬기로 이송되었다네요) 다른 코스를 알려주네요. 지도로 상세하게 알려주고도 모자라 밖에 나와 다시 방향을 가리키며 알려주네요. 역시 트레킹 도중엔 정보교환과 산장주인의 충고가 너무 중요한것 같습니다.
어쨌든 한시간 날씨를 본후 출발했지만 역시나 길을 헤맵니다ㅠㅠ
어찌저찌 저쪽이겠구나싶은 길을 찾아 내려가려는 찰나 그쪽방향에서 산장에서 만난 스테파노와 알렉산드로가 같이 가자고 손짓을합니다. 길치라 늘 곤경에 처하는지라 너무 반갑고 고마웠습니다. 더 고마운건 길을 알려준 산장주인이 그래도 걱정이 되었던지 두사람에게 아침 빨리먹고 내려가보라고했단겁니다. 너무 감동적이었습니다. 두사람과 동행한 덕분에(그중 스테파노는 락클라이밍까지하고 돌로미티에 대해 잘 알고있더군요) passo rolle까지 수월하고 유쾌하게 올수있었고 malga fosse까지 차로 데려다 주었습니다. (인터넷이 안되다 연결되어 이메일을 확인했는데, 산장주인에게 물어봤는지 제가 무사히 목적지산장에 도착했다는 소식을 들었다며 메일을 보내놨네요. 어지간히도 걱정되었나봅니다. 작은 동양인 여자가 혼자 험한 산길을 걸어간다니 걱정이야 되긴 했겠지만, 생각보다 강한 코리안이란걸 모르나봅니다)
malga fosse부터 비교적 무난한 길이었지만 passo di ball 2443m 오르기전 제대로 된 비아페라타코스를 처음으로 접하네요. 약간의 두려움과 흥분을 가지고 첫 비아페라타를 기념하는 셀피도 남겨봅니다. 발아래 그냥 낭떠러지에 발디딜수있는 철근만 박혀있어 고소공포증이 있으면 상당히 두근두근하겠지만, 나중에 들은바론 산장 직원은 장비없이 그냥 건넌다고하고, 저도 지나고보니 장비없이 조심히 건널수도 있겠다싶지만 심리적인 안정을 위해 장비가 있으면 쓰자 싶은 정도였습니다.
비아페라타코스를 지나 passo di ball에 오르면 잠깐의 내리막후 바로 rifugio pradidali가 나타납니다.
역시 협곡사이 외진곳에 자리한지라 인터넷은 물론 안되고 샤워도 할수없습니다. 벙커베드도 낡아 푹 꺼지긴했지만 생각보다 아늑하네요. 같은방 메이트였던 캐나다인 데이빗과 티그와도 여러가지 이야기도하고 무엇보다 두사람이 코를 골지않아 6인방에서셋이서 조용히 잘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이렇게 트레킹7일차가 마무리됩니다.
아참 malga fosse에서 저는 712번 트레일로 진행했지만, 근처 san martino에서 시작되는 케이블카 미들스테이션에서 케이블카로 rifugio rosetta 근처로 오르는게 훨씬 수월할듯합니다. 로제타산장전이 상당히 가파른 오르막으로 표지판부터 무섭습니다. 가능하면 케이블카로ㅋㅋ
어렵게 도착한 로제타산장에서 따뜻한 쇼콜라와함께 보는 알렉스호놀드의 free solo화면도 더할나위없이 딱이네요^^
8/28 트레킹8일차
- rifugio pradidali 9:35~pedemonte o portela 1640m 10:54~rifugio treviso 12:55~Cant del gal 15:04~택시로 rifugio passo cereda
총 15.3km grade2~3 5h29m
(정규코스외에 다른 코스로 진행할경우 거리가 정확하지않을수 있습니다)
원래코스는 rifugio pradidali~rifugio treviso 6.8km 이동후 rifugio passo cereda까지 8.5km를 이동하는 역시나 어렵고 긴 코스라 아침일찍 출발하려고 준비했으나 역시 산속날씨는 알수가없네요. 새벽부터 심한 비바람에 천둥번개로 산장직원이 모두에게 산장에 머무를것을 충고하는바람에 결국 세시간을 날씨보며 대기했네요. 독일에서온 트래커 두명은 테스트삼아 출발하더니 5분만에 돌아와서 저도 그냥 맘편히 세시간 보냈습니다. 예정보다 시간이 늦어졌지만 비가 좀 잦아들자 갈길이 멀기도해서산장에서 제일먼저 길을 나섰습니다. 원래코스는 날씨때문에 위험하다고하여 하강하는 709번 트레일로 진행합니다. 바람이 세서 위험하긴했지만 조심히 내려가면될것같긴했는데 중간부터 다시 비가 시작되고, 무엇보다 밤새 내린비로 등로마다 물이 흐르고, 중간중간 폭포를 가로로 세번정도 건너야하는데 물이 넘쳐흘러 미끄러질까 상당히 무서웠습니다. 처음 폭포를 건널땐 등산화 밑창보다 맨발이 덜 미끄럽겠다싶어 맨발로 건넜는데 계속 폭포를 건너야하는 상황이라 나중엔 신발에 물이 콸콸들어가도 신경쓸 겨를이 없더군요.(비가 오지않는 상황이라도 위험해 보였는데 물까지 넘쳐나니 상당히 무서웠습니다)
그래도 조심해서 내려온후, 얼마간의 안전한 숲길을지나 물살쎈 계곡을 지나 트레비소 산장에 도착할수 있었습니다. 도중 마주치는 계곡은 산사태가 있었는지 중간중간 등로가 유실되어 상태가 많이 좋지않았습니다. 어찌저찌 트레비소 산장에 도착해서 rifugio passo cereda까지 소요시간등 정보를 물어보니 날씨가 좋지않으니 또 다른 트레일을 알려줍니다(역시 산장지기의 정보는 값집니다) 왔던길을 되돌아가 cant del gal까지 내려간후 718번 트레일을 이용해 passo cereda까지 진행하는게 안전하다는거였습니다.
코코아한잔으로 몸을 녹인후 다시 왔던길을 되돌아 가는데 아까 지나왔던 계곡에 물이 더 불어나는 바람에 길이 사라졌습니다ㅠㅠ 이젠 신발따윈 신경쓸겨를도 없습니다. 물살이 상당히 거셌지만 건너지않을수도없고 처음엔 신발벗고 건너는데 발이 푹푹빠지고 물속에선 돌들이 이미 휩쓸려 발을 때릴 정도였습니다. 급류가 무서운걸 처음경험했네요. 안되겠다싶어 다시 신발신고 좀더 건너기에 짧아보이는 포인트로 건너는데, 물살에 휩쓸려 넘어지는바람에 속옷까지 다젓어버리고 무릎은 깨졌네요. 작은 부상이지만 무사히 건넜음에 감사하며 cant del gal까지 도착했습니다. 아직도 비는 내리고 있고 도착까진 두시간이상 남은 상황이라 고민하다가 cant del gal에서 택시서비스를 문의했더니 여기저기 전화해서 알아봐주네요. 이번 트레킹에선 친절한 사람들을 너무 많이 만나서 황송할 따름입니다. 8킬로 거리에 오가는 비용으로 35유로라 부담되긴했지만(큰차량 밴이 왔네요) 택시서비스가 여의치않은곳에서 여기저기 수소문해서 알아봐주신거라 감사하고 편하게 도착할수있었습니다.
평소엔 버스가 다니기도 하는데, 전 시간이 맞지않아 부득이 택시를 타게되었네요.
결과적으로 시간과 거리는 줄였지만 하루종일 비맞고 폭포건너기에 심장쫄리고,급류에 휩쓸리고..정말 버라이어티한 하루였습니다.
이제 남은 일정은 이틀이지만 또 장시간 트레킹이라 긴장을 늦출수가없네요. 나머지 트레일도 진행한후 다시 글올리겠습니다. 쓰다보니 글이 상당히 길어졌네요.
첫댓글 정규코스는 정규코스의 맛이 분명히 있습니다.
그러나 안전보다 중요한 가치는 없는거지요.
솔직히 프라디달리고개와 레데고개를 어떻게 넘을까 매우 궁긍했습니다.
그러나 날씨가 도와주지 않았군요.
체레다에서 코메돈고개 오르는 등로도 만만치 않을 것입니다.
코메돈고개 이후 보즈산장~달피아즈에 이르는 구간도 결코 쉽지 않은 구간이고요
아무튼 지금까지 느껴보셔서 아시겠지만 알타비아2는 알타비아1과는 차원이 다릅니다.
우회로를 이용하지 않고 정규코스로 가셨으면 더욱 실감하셨을겁니다.
얼마남지 않은구간이지만 안산하세요
프라디달리에서 내려올때와 트레비소가는길 급류에서 워낙에 고생을 해서인지 코메돈 고개는 생각보다 괜찮았던것 같아요. 코메돈고개 이후는 난이도가 높진않은데 산경사면 좁은길을 계속 같은패턴으로 가다보니 좀 신경이 거슬려 넓은데로 빨리 나가고싶긴하더라구요. 이번에 못한구간은 다시 가려고합니다. 글 올리는게 늦어 트레킹은 어제로 마감하고 오늘은 로비니에 와있습니다^^ 이제 알타비아는 마무리하고 w트레킹 준비를 위해 카페 정독하겠습니다. 예약먼저해야되는데 차일피일 미루다 이지경이네요ㅠㅠ 언제나 좋은 정보들 감사합니다^^
언제 가실지 모르겠지만 저는 유럽알프스 트레킹 끝나고 8월 초에 예약하려고 했는데, 벌써 예약이 끝나버렸던데요. 그래서 저는 이번에 못가고 다음해에 갈려구요, 혼자서...ㅎ
전 11월중순 남미로 출발해서 트레킹은 12월쯤이 되지않을까합니다. 이제 큰 일정부터 잡아야하는데 돌아가면 준비해야겠네요. 미리미리하면 좋은데 늘 준비가 부족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