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지원센터가 없는 마을을 꿈꾼다!/ 도봉구마을지원센터

[무중벽]

 도봉구 노해로 구(舊) 창5동주민센터에 위치한 마을지원센터. 서울에서는 성북, 금천에 이어 세 번째로 생긴 자치구 마을지원센터다. 서울시마을공동체종합지원센터와 달리 구단위 마을센터에서는 어떤 활동이 펼쳐지고 있을까. 어쩌다 공무원이 되었다고 말하는, 일명 ‘어공’ 지혜연 센터장을 만났다. 

▲ 도봉구 마을지원센터 지혜연 센터장.  

도봉구 안골. 안골의 주민들은 집 건너에 누가 사는지, 그 집 숟가락이 몇 개인지 알 정도로 돈독한 사이를 유지한다. 마을잔치를 하면 65세 이하 남자들 모임인 청년회가 나서서 천막을 치고 자리를 만든다. 안골에서 40년 이상 된 부녀회는 요리를 만들고 이 마을에서 나고 자란 노인회의 어르신들을 모셔 함께 마을잔치를 즐긴다. 서울의 마을이라고는 생각하기 어려울 정도로 끈끈한 정과 오랜 세월 축적해온 유대감을 자랑한다. 지혜연 센터장은 도봉구에는 안골 같은 마을이 많다고 말한다. 그렇기 때문에 도봉구만큼 마을과 잘 어울리는 곳이 없다고.  

“도봉구는 새로 지어진 아파트 단지도 많지만 오래된 마을도 많아요. 그래서 서울의 다른 지역보다 정주성이 높은 편이에요. 마을만들기 사업은 내가 사는 곳에 대한 소속감이 있다면 조금 더 쉽게 접근할 수 있죠. 또 시민단체들의 역사가 20~30년이나 될 정도로 여러 단체가 활발하게 활동하는 편이고 2002년부터 도봉시민사회네트워크가 활발하게 마을활동을 시작했어요. 내공이 있는 거죠. 또 구에서도 적극 지원하는 게 사실이고요. 주민참여 기본 조례나 마을만들기 지원 등에 관한 조례도 있답니다.” 

사실 도봉구의 마을 사업은 서울시보다 먼저 시작됐다. 2010년 마을만들기 전담팀이 신설되었고 마을만들기 사업인 ‘함께 Green 마을’이 시작되었다. 주민참여 기본 조례는 2011년, 마을만들기 지원 등에 관한 조례는 2012년 제정되었다. 이들에게는 왜 마을이 필요했을까.  “도봉구는 서울시 25개 구 중 가장 발전이 더디고 재정자립도도 낮은 편이에요. 동북 끝에 있어서 교육이나 교통도 취약하고요. 그래서 지금보다 나은 삶을 살고 싶다, 행복해지고 싶다는 욕구가 강했어요. 그걸 가능케 할 수 있는 게 마을이라는 걸 알았고 우리 아이들이 내 나이가 되었을 때 마을 안에서 행복했으면 좋겠다고 모두가 생각했던 것 같아요.” 

그렇게 마을살이는 시작되었고 2013년 55개, 2014년 60개의 마을사업이 진행되었다. 이 중 절반의 마을공동체가 도봉구의 지원을 받고 있다.  

“서울시는 주제가 있잖아요. 그런데 도봉구는 주제가 없어요. 마을만들기가 어떻게 보면 주민 스스로가 나의 문제, 마을의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거니까 다양한 주제로 열어두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제한 없이 다 열어두고 있죠.” 

접수기간이 정해져 있지 않은 것도 특징. 주제에 상관없이 마을활동을 하고 싶으면 누구든, 언제든 마을만들기 활동을 할 수 있다.  

“세계혁신사례 대회에서 2위에 선정된 숲속애, 꿈 빚는 방학골의 마을밥집, 마을기업 감 좋은 공방 등 여러 자랑할 만한 사례가 있지만 도봉이기 때문에 가능했던 사업들도 많아요. 예를 들면 작년에 진행한 ‘장 담그기 특화 사업’이 있죠. 안골만 해도 40~50년 그 마을에 산 주부 분들이 많죠. 마을별로 장을 잘 담그는 어른들을 모셔서 된장, 간장, 고추장을 만들었죠. 도봉구라서 가능한 사업이라고 생각해요.” 

이런 도봉구이기 때문에 자치구 마을지원센터가 생기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수순이었을지도 모른다. 광역의 지원보다는 자치구의 체계적이고 빠른 지원을 할 곳이 필요했다. 이런 요구들은 실제 마을만들기에 참여하는 사람들의 요구에 의해 나왔다. 그래서 도봉구 마을지원센터는 구의 주도적인 결과라기보다는 도봉사람들, 도봉시민회, 동북여성민우회 등 시민단체와 여러 복지관, 자활기관단체, 여성센터, 청소년 시설 등 다양한 구성원들이 참여해 나타난 결과다. 

▲ (위) 마을활동가를 대상으로 실시한 마을 강좌. (아래) 일주일에 한 번 마을활동가들이 만나는 수다모임
 

“주민들이 마을공동체가 뭔지, 마을만들기가 뭔지도 모를 때 이런 활동을 할 주민들을 발굴하려고 서울시마을공동체종합지원센터가 직접 주민들을 등장시키고 연결하는 역할을 했던 건데, 사실 주민은 구에 있는 사람이잖아요. 광역에서 자치구에 있는 사람을 지원하는 게 한계가 있는 거죠. 도봉 같은 경우는 주민들의 활동도 활발하고 구의 정책이나 지원도 잘 이루어지는 곳이니 자치구 센터가 생길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도봉구 마을지원센터는 마을공동체에 맞는 맞춤형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매번 똑같은 레퍼토리 때문에 축제를 진행하는 것이 지겨워진 거리축제를 진행하는 사람들에게는 축제 전문가를 불러 주민들이 참여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에 대한 교육을, 자원활동가들의 참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운영에 어려움을 겪는 작은 도서관을 위해서는 프로그램 개발이나 자원활동가의 마음가짐 등에 관한 교육을 진행했다. 다수를 대상으로 하는 광역센터에서는 할 수 없는 일을 이곳에서는 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변화는 곳곳에서 확인된다.

 “그 전까지는 옆 마을을 보지 못했죠. 그런데 마을센터가 생긴 다음부터는 점이 선이 되고, 면이 되는 것처럼 여러 마을공동체가 서로 연결될 수 있는 것 같아요. 여러 활동가들이 만나는 자리도 많이 만들었고요. 또 다른 쾌거는 청년이 마을에 등장했다는 거예요. 센터에 청년활동가가 오면서 청년들이 마을에 등장하기 시작했어요.” 

▲ (위) 마을공동체 우수 사례를 직접 만나는 현장 탐방. (아래) 지난 한 해 동안 수고하셨습니다! 마을공동체 축제, 마을愛빠지다.
 

바쁘게 2014년을 달려온 도봉구 마을지원센터는 여기에 안주하지 않고 2015년에는 또 다른 변화를 시도해볼 예정이다. 주민들이 주민제안사업을 신청하려면, 지원사업에 접수를 하고 심사를 받은 후 대상자로 선정되면 사업을 실행할 수 있었다. 그러나 올해부터는 주민이 구상 아이디어서를 내면 마을공동체의 이해 등과 같은 교육과 현장 탐방, 함께 사업계획서 쓰기 등의 과정을 거친 후에 심사를 받는 것으로 지원방법을 변경한다. 체계적인 교육과 지원이 필요하다는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한 것이다. 또 마을사업에 참여한 주민들을 놓치지 않기 위해 고민하고 있다고.  

“115개의 마을에서 계속 잘 하고 있는 모임도 있고 그만둔 모임도 있어요. 일단 모인 사람들을 놓치지 않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들이 지속가능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도 올해 추진 방향 중 하나입니다.” 

마을지원센터가 궁극으로 이루고 싶은 것은 무엇일까. 지혜연 센터장은 “센터가 없는 마을을 꿈꾼다”고 말한다.  

“마을이 몇 개, 사업이 몇 개, 주민이 몇 명 이런 수치 말고 진짜 의미 있는 변화를 이뤄보고 싶어요. 진짜 의미 있는 변화는 주민 스스로가 주체가 되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보조금 없이 지속가능한 마을이 등장했으면 좋겠어요. 그래서 궁극적으로 센터가 없는, 센터가 없어도 마을살이가 충분히 가능한 도봉구가 되고 싶습니다.” 

▲ 센터 없는 마을을 꿈꾸는 도봉구 마을지원센터 사람들.   

  
글과 사진_임은선(소소북스)

활동사진 제공_도봉구 마을지원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