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호구산 정상의 봉수대. 남해도 남단의 설흘산 봉수대에서 직선거리 약 7km인 이곳으로 봉화신호가 전달됐다. 정상 주변은 넓은 암반으로 여러 사람이 쉴 만하다. / 돗틀바위 암릉 중간에서 앵강만을 내려다보고 있는 취재팀. 호구산행의 백미는 암릉을 걸으며 사방으로 아름다운 만 가운데의 바다풍경을 바라보는 데 있다.
- 바윗길이지만 완경사여서 발길이 편안한 능선을 따라 곧게 동쪽 저편 함지박을 엎어놓은 것 같은
- 정상 암부를 향해 걸었다. 너덜과 대문같이 벌어진 장방형의 바위 사이도 지났다. 남쪽으로 남면
- 두곡 마을 방면의 하산길이 갈라지는 지점엔 ‘↑염불암, 정상↓’ 팻말이 서서 헷갈리게 한다. 이 팻말의
- ‘정상’은 호구산이 아니라 지나온 송등산정을 말한다. 용문사로 내려가는 갈림길목을 그대로 지나쳐
- 300m쯤 가면 또한 용문사 방면의 하산길이 갈라지는데, 여기엔 용문사 부속암자인
- ‘염불암→ ’으로 표기돼 있다.
숲속이어서 다소 답답해진 시야는 평평한 암반을 이룬 한편 2단의 원통형으로 옛 봉수대도 복원돼 있는 - 호구산정에 오르며 다시 시원스레 트였다. 멀리 사량도 지리망산과 와룡산, 그리고 거제와 사천을 잇는
- 창선대교까지 아슴하게 뵈는 기막힌 자리다. 이 호구산릉에서는 다도해의 섬들도 섬이지만 바다를
- 거대한 수반 삼은 수석인 듯 솟은 주변 산들을 바라보는 멋이 으뜸이다.
봉수대 동쪽 20m 지점의 암반에 세워진 정상표지석엔 호구산이 아니라 ‘납(猿)산’으로 새겨 넣었다. - 아무튼 20~30명도 너끈히 쉬어갈 수 있을 만큼 정상 암반은 넓고 사방 조망이 좋다. 다도해의 섬무리가
- 바라뵈는 시선의 각도가 편안하여 또한 좋았다.
이제 이 납산 정상 암부로 괴음~송등~호구 세 산봉의 종주코스의 절정부는 그만 끝이려니 했지만 - 문찬일, 조혜연씨 등 남해 사람들은 “진짜가 남았다”며 길손들을 이끈다.
- 돗틀바위 암릉은 소금강 같은 절경
정상표지석 바로 옆 소나무 아래로 내려선 다음 장방형의 바윗돌을 정수리에 얹은 진양 하씨 집안 무덤을 - 지나 우뚝한 바위봉 위에 올라섰다. 돗틀바위라고 부르는, 그 이름의 유래는 불분명한 암봉 위다.
- ▲ 1 돗틀바위봉 정상. 저 멀리 잿빛 하늘이 투영된 사천만 가운데의 바다가 뵌다. 2 송등산 정상. 넓고 평평하고 주위 조망도 좋다. 3 호구산에서 사천만 건너 바라본 사천 와룡산. 4 돗틀바위 하산길. 이후 한동안 재미있는 기암릉이 이어진다.
- 오늘 하루종일 보아온 강진해며 앵강만, 사천만 일대의 풍광이지만 삭막한 빌딩의 도시 서울에서 온 길손들은
- 물리는 기색 없이 또다시 남해 풍광을 탐했다. 눈이 멋진 설화를 피운 것도 아니고 푸른 신록도 없는,
- 어쩌면 연중 가장 삭막하다고 할 2월의 풍광이 이러하니 진달래나 신록으로 성장한 계절의 호구산은
- 매력 만점일 것이다.
바라보는 맛뿐 아니라 이곳 돗틀바위에서 길게 내리뻗은 멋진 암릉을 타고 내려가는 재미는 서울 근교의 암릉길 - 어느 한 구간인 듯 시간을 잊게 했다. 호구산이 그나마 군립공원으로 지정될 수 있었던 것은 이 암릉이 뵈는
- 준수함 덕분일 것이다.
암릉이 아쉽게도 끝난 뒤 조림한 울창한 삼나무숲지대를 지나 산중턱을 가로지른 임도로 내려섰다. - 여기서 길을 따라 공동묘지 앞을 지나 1.5km 주욱 내려갔다가 삼거리에서 다시 오른쪽으로 포장도로를 따라
- 1km 힘들여 올라가야 비로소 용문사를 구경할 수 있지만, 지나온 호구산정부터 이어온 암릉길이
- 워낙 매력적이어서 ‘중간에 곧장 용문사로 내려올 걸’ 하는 후회는 추호도 없었다.
남해군의 해안선은 짙푸른 바닷물과 크고 작은 섬, 모래사장, 유유히 떠가는 어선, 짙은 실루엣을 드러내며 - 바다를 장식하는 방풍림 등으로 그림 같은 절경의 연속이다. 그래서 ‘일점선도(一點仙島) 남해’라 불러왔다.
- 혹은 보물섬이라고도 하는 소이는 자연경관지의 밀도가 유달리 높기 때문이다.
한려해상 국립공원의 핵심인 금산, 남한 최고의 방풍림 물건리숲, 없어서 못 파는 맛있는 멸치를 잡는 원시 - 그물 죽방렴, 푸른 바다를 배경으로 독특한 농촌 풍경을 보이는 가천 다랭이마을, 피톤치트의 숲 편백숲이
- 울창한 남해편백 자연휴양림, 아름드리 노거수가 어울린 고찰 용문사 등등 최상급의 경관지만 꼽기에도
- 열 손가락이 모자란다. 그러므로 호구산을 찾아갔다면 반드시 하루 이틀 더 여유를 두고 남해 일원을
- 돌아보도록 한다.
- 기존의 남해대교에 보태어 2003년 4월 창선·삼천포대교가 놓이며 남해도를 들고 나기가 한결 편해졌다.
- 이중 어느 한쪽으로 들었다가 다른 다리로 나가도록 방향을 잡도록 한다. 서울에서 남해를 찾아가는
- 가장 빠른 경로는 경부(혹은 중부)고속도로~비룡 분기점~대전남부순환고속도로~산내 분기점~
- 대전-통영간 고속도로~진주 분기점~남해고속도로~사천 나들목을 빠져나와 사천시쪽으로 남하,
- 창선·삼천포대교를 건너는 것이다. 3번 국도를 끝까지 따라 내려가면 창선·삼천포대교로 이어진다.
- 막히지만 않으면 4시간여만에 남해도 안에 들 수 있다.
뭔가 낭만적인 변수를 주고 싶다면 여수로 가서 돌산대교 북쪽 중앙동 여객선터미널에서 남해도 서쪽의 서면 - 서상리 남해스포츠파크 앞으로 가닿는 도선을 이용토록 한다. 여수의 명소 오동도, 진남관 등을 본 뒤
- 오후 햇살로 일렁이는 광양만을 건너가는 멋이 괜찮다(08:00, 11:00, 15:00 출발. 50분 소요. 1인당 10,000원,
- 승용차 1대당 10,000원. 전화 061-665-7070 온바다해운).
남해 해안 중에서도 특히 아름다운 두 구간이 물미 해안도로와 남면 해안도로다. 물미 해안도로는 삼동면 - 물건리와 미조면 미조리 간의 해안도로라는 뜻으로, 절경의 물길 풍광이 해안절벽 위를 달리는 도로의 굽이마다
- 펼쳐진다. 물건리 방풍림을 지난 뒤 마안도, 팥섬, 미조도 등을 바라보며 미조리에 다다르기까지 감동적
- 풍경의 연속이다. 도로 중간에 몇 군데 차를 대고 쉴 수 있는 조망터도 마련돼 있다.
남면의 남쪽 해안 둔덕을 지나 앵강만 안을 빙 도는 남면 해안일주도로는 멀리 수평선이 펼쳐지는 한편 - 크고 작은 섬들이 앞뒤를 다투며 따라오고, 포구마다 짙은 숲들이 그늘을 드리우고 있어 특히나 정겹고
- 아름답다. 위의 두 해안도로는 반드시 달려보도록 한다. 이 두 해안도로에 아래의 명소들을 곁들이면
- 남해에서의 이틀 정도는 순식간에 지난다.
- 용문사
아름드리 거목숲 볼만한 ‘민보(民寶)사찰’ -
- 한국에는 양평, 예천, 남해에 각각 하나씩 용문사(龍門寺)가 있으며, 다른 용문사와 마찬가지로 이곳
- 남해 용문사도 은행나무 거목이 섰다는 특징이 있다. 은행나무 이외 소나무, 단풍나무 등 아름드리
- 거목들이 절 주변에 서서 잎이 떨어진 겨울에도 울창하다는 느낌을 준다. 대웅전 뒤 가파른 산비탈은
- 야생차 단지로, 한겨울에도 진초록의 차나무들로 싱그런 분위기였다.
대개 사찰 입구 사천왕상이 발로 밟고서 혼을 내주고 있는 대상은 뿔 난 악귀들인데 이 절은 탐관오리를 - 상징하는 듯 관복을 입은 이들인 점이 흥미롭다. “그래서 이 절을 민보사찰이라고 한다”고 남해군
- 문화해설사 조혜연씨는 일러준다.
임진왜란 때 이 절의 스님들은 사명당의 뜻을 받들어 왜구와 싸웠다. 당시의 증거물로서 대포의 일종인 - 삼혈포가 절에 보관돼 있고, 승병들의 밥을 퍼두는 용도로 쓰였던 지름 1m쯤 되는 통나무 속을 파내어
- 만든 구유도 전시돼 있다. 숙종은 이 절이 호국사찰임을 치하하기 위해 수국사(守國寺)로 지정하기도
- 했다.
- 산행길잡이
용문사 기점 원점회귀산행도 가능
남해 한우혈통단지부터 괴음~송등~호구산 지나 임도로 내려서기까지는 약 10km(도상거리 7km), - 이후 용문사까지는 약 3km로 총 13km쯤 되며 볼 것 다 보며 느긋이 걸을 경우 7시간쯤 걸린다.
- 산행을 마친 뒤 한우단지 입구에 세워둔 차를 가지러 가려면 택시를 이용한다. 혹은 택시로 한우단지
- 입구까지 가서 산행 후 다시 버스편으로 남해까지 돌아가는 것도 괜찮은 방법이다.
- 남해택시 055-864-3637, 남해개인택시 055-864-5300. 용문사에서 불러 한우단지까지 갈 경우
- 12,000원.
호구산 동쪽 끝부분의 돗틀바위 암릉지대는 가파르고 짧으나마 밧줄을 타고 내려가야 하는 절벽지대도 - 있으므로 노약자는 다소 무리다. 그러나 호구산까지는 아무 문제 없으며, 호구산정에 올랐다가
- 500m쯤 되내려와 용문사로 빠져도 별 아쉬움 없는 산행이 된다.
차량 문제로 용문사에서 호구산 정상으로 하여 암릉만 타고 원점으로 되내려오는 원점회귀산행을 - 즐기는 이들도 많다. 이 경우는 약 5km에 3~4시간 잡으면 된다.
용문사 일주문을 지나 곧장 난 넓은 길을 따라 골짜기를 거슬러 오르면 백련암에 이어 염불암까지 - 이어진다. 염불암 오른쪽 대숲 속으로 난 등산로로 접어들어 송등산 방면 갈림길목을 지나 계속
- 가파른 숲지대를 오르면 능선 위(정상 전 500m 지점) 삼거리에 다다른다. 괴음~송등~호구산에
- 이르기까지 곳곳에 안내판이 세워져 있는 등 개념도와 잘 비교하며 가면 길을 잃을 염려는
- 거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