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녀회에 대하여
1.새마을부녀회와 자치부녀회아파트 단지가 처음 생기고 주민들이 입주를 하면 가장 먼저 생기는 단체가 바로 자치부녀회다. 자치부녀회는 법적 근거가 없는 임의단체로서 그야 말로 자생적으로 생겨나는 단체이다. 그런데도 이미 모든 아파트 단지마다 자치부녀회는 당연히 있어야 하는 것으로 자리잡고 있다. 뿐만 아니라 자생적인 임의단체임에도 불구하고 그 권한 또한 막강하다.어느 단지에서나 법적으로 보장되어 있는 입주자대표회의보다 자치부녀회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대부분 이들이 동별 대표자를 추천하고 또 그 추천을 받은 이들이 대개는 동별 대표자가 되기 때문이다. 간혹 동별 대표자가 되길 원하는 사람들 중에는 부녀회원들을 상대로 로비를 펼치는 이들도 있다.또 부녀회에서는 알뜰시장을 열기도 한다. 알뜰시장에 들어 오는 상인들은 장사를 하는 대가로 부녀회에 얼마를 내놓는다. 단지 내 상가에 문을 여는 세탁소 주인도 장사를 시작하기 전 먼저 부녀회를 찾아와 어느 정도의 기부금을 내기도 한다. 그렇게 해서 들어오는 돈이 결코 적지 않다고 한다.그런가 하면 요즈음에는 부녀회원들이 적극적으로 나서서 쓰레기 분리수거를 하기도 한다.
2.
좋은 일도 많이 하지만 한편 아파트 단지 내에서 가장 말썽 많은 단체가 또한 자치부녀회이다. 그렇다면 법으로도 정해져 있지 않은 이 부녀회라는 게 도대체 어떻게 해서 생겨난 것일까? 우리 나라에 대단위 주거공간으로 아파트가 세워지기 시작한 것은 약 36년 전이다. 그때 마침 우리 나라에는 새마을운동이 한창 붐이 일고 있었고 관 주도하에 마을마다 새마을부녀회가 생겨 났다. 당연히 아파트 단지 내에도 새마을 부녀회가 생겼다. 새마을부녀회는 새마을운동 지원 육성에 관한 법률에 따라 만들어진 새마을 운동조직 중의 하나이다. 각 시, 동, 면, 리에 이르기까지 지방자치단체에서 주도적으로 새마을부녀회를 조직하고 있다. 그리고 새마을부녀회는 봉사단체로서 수익사업을 못하도록 되어 있고, 요즈음에는 주로 환경보호운동을 벌이고 있다. 각 행정단위마다 있는 새마을부녀회는 당연히 아파트 단지에도 만들어지기 마련이다. 원래 새마을운동이라는 게 잘살기 운동이기 때문에 초창기 내 집 앞마당 쓸기 초가지붕 없애기 운동 등을 벌였다. 이러한 취지로 만들어진 새마을부녀회 역시 거리청소를 하고 기타 봉사활동이나 각종 잘살기 운동 캠페인을 벌였다. 이러한 새마을부녀회의 활동은 대단위 공동주거지역으로 만들어진 아파트에서는 당연히 맞지 않다. 새마을부녀회원들이 아파트 단지 내에서 별로 할 일이 없었던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새마을부녀회원들을 상대로 유통업체들의 주거밀집지역에 대한 유혹이 뻗치기 시작했고, 새마을부녀회원들은 수익사업을 할 수 없다는 법 규정을 피하기 위하여 별도의 자치부녀회를 만든 것이다. 이것이 하나의 관행이 되고 지금까지 내려왔다. 또 지금은 거꾸로 관에서 손쉽게 새마을부녀회를 구성하기 위해 먼저 구성된 자치부녀회를 새마을부녀회로 편입시키는 경우가 있다. 자치부녀회원이 되면 으레 새마을부녀회원이 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것은 잘못 알고 있는 것이다. 관에서 요구해서 자치부녀회가 새마을부녀회를 겸하게 되는 것은 관의 행정편의주의와 관의 보호를 받아 법적인 근거를 갖고 싶은 자치부녀회의 욕구가 맞아 떨어진 경우이다. 그러나 새마을부녀회와 자치부녀회는 분리돼야 하고 아파트 단지를 위해서는 새마을 부녀회보다 자치부녀회가 활성화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아파트 단지는 대단위 공동주거 지역이다. 당연히 백화점이나 인근 상인들에게는 아주 물 좋은 큰 시장인 것이다. 그런데도 법적인 절차를 밟아 구성되는 입주자대표회의가 생기기 전까지는 딱히 입주자들을 대표할 만한 단체가 없다. 그러다 보니 아파트 입주민들을 상대로 상거래를 하고 싶은 사람들이 자연히 아파트 단지 안에 있는 부녀회를 찾게 된 것이다. 단지 안에 광고물을 붙이고 싶은 사람들, 단지 공터에 시장을 열어 장사를 하고 싶은 사람들, 기타 주로 유통업계 사람들이 잘 봐 달라는 뜻에서 부녀회를 대상으로 교섭을 하는 것이다. 이제는 유통업체들이 부녀회를 찾아가 기부금을 주고 부녀회는 또 그것을 받아서 활동하고 있는 것이 하나의 관행이 되어 어느 아파트 단지든지 주민들이 입주를 하면 새마을부녀회원 혹은 먼저 살던 아파트에서 한번 부녀회 경험이 있는 이들이 주축이 되어 제일 먼저 자치부녀회를 결성한다. 즉 입주자들 중 적극적인 여자들 몇 명이 모여 한 단지마다 10여명 안팎으로 부녀회를 구성해서 관리사무소장에게 보고한다. 자치부녀회에 대해서는 그 어떤 법령이나 규약이 없기 때문에 부녀회원들이 나름대로 임기도 정하고 회칙도 정한다. 그것도 대개의 경우 문서화하지 않고 구두로 정해 놓거나 그나마 회칙 없이 부녀회를 운영하는 곳도 많다. 아파트 부녀회는 사실 지금까지는 긍정적인 면보다는 부정적인 면이 더 많았다. 자생적인 임의단체에 수익금이 많이 생기다 보니 수익사업에만 열을 올리는 경우도 있고, 이권 개입이나 금품수수 등의 문제로 분쟁이 일어나는 경우도 많았기 때문이다. 그동안은 아파트 자치부녀회 전체적으로 볼 때 바람직한 봉사활동이나 공동체 화합차원의 활동이 별로 없었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자치부녀회는 잘만 운영하면 훌륭한 주민모임으로서 살기좋은 아파트 마을을 만드는 데 한 몫을 할 수 있다. 공동체 생활을 위해 봉사하고자 하는 열의를 가진 주부들이 주축이 되어 입주자 대표와 유기적 관계를 맺고 일을 해 나간다면 말이다.
출처: 구성 삼성래미안1차아파트 원문보기 글쓴이: 김준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