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주암에 걸린 방송국 사장
천하를 더 얻는다 해도 건강을 잃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는 말은 음식점 벽의 액자에나 들어있는
문구가 아니다. 오히려 천하를 다 잃는다 해도 건강하기만 하다면 어떤 일이든 다 새로 시작할
수가 있다. 따라서 이 세상의 어떤 권세나 많은 재물보다도 더 소중한 것이 건강인 것이다.
모 방송국의 지방 방송국 사장이었던 그는 키가 크고 인물도 좋은 멋진 중년남자였다. 학벌도 좋고
사회적 위치도 있고 재산도 많고 지역에서는 남부러울 것이 없는 사람이었다.
그런데 어느 날 이 분이 잇몸이 아파 치과치료를 받으러 갔다가 의사의 권유로 이빨을 뽑게 되었는
데 뜻밖에도 청천벽력 같은 소리를 듣게 되었다.
“뭐요? 치주암요……?”
“네. 그렇습니다. 사장님.”
“그럴 리가! 혹시 잘못 진찰한 것이 아닙니까?”
“아닙니다. 정 못 미더우시면 더 큰 병원으로 가 보시죠.”
그러나 큰 병원의 검사 결과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크게 낙담했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마침내 암세포가 잇몸까지 번져오자 그때부터 그는 항암제를 맞기 시작했다.
항암제 주사와 방사선 치료를 받은 뒤부터 예상했던 대로 여러 가지 부작용이 나타난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항암제의 독성으로 인해 머리숱이 빠지고 방사선 치료의 후유증으로 이빨이 빠졌다.
또 침샘이 파괴되어 침이 나오지 않는 바람에 혀가 시멘트처럼 뻣뻣하게 굳고, 입에 물을 적셔야만
겨우 말을 할 수 있었다. 이 때문에 그는 외출할 때는 항상 물병을 여러 개 가지고 다녀야만 했다.
또 자연히 식욕이 떨어지면서 몸은 갈수록 초췌해졌다. 그러자 그는 자신의 몸을 이렇게 서서히
죽여 가는 소모적인 치료를 할 바에는 차라리 하루라도 편하게 살다 죽겠다고 생각하고 항암제나
방사선 등 일체의 양방 치료를 단념했다. 그리고 소문을 듣고 찾아온 것이 바로 나였다.
“세상이 참 참 허무합니다.……”
한때 명색이 방송국 사장으로 지방의 문화권을 이끄는 최고의 자리에 있는 사람이 머리카락과 눈썹
이 다 빠진 것은 물론 이빨까지 빠져버렸으니 그 몰골이 참으로 보기가 민망했다. 그리고 그런 좋은
자리에 있었던 사람이지만 치주암이라는 오랜 병마에 시달린 탓에 찾아오는 사람도 거의 없고 눈빛
은 삶의 허무와 쓸쓸함으로 가득했다.
치주암이란 잇몸에 생기는 암으로 심하면 아래턱뼈까지 침범할 수 있고 중증의 경우, 5년 생존율이
30%에서 50%밖에 안 되는 암 중에서도 무서운 병이다. 이 치주암의 80%는 아래 잇몸에서 생기는
데 아래턱뼈는 방사선에 민감해 많은 양의 방사선이 들어가면 괴사가 생기는 경우도 있다.
그런데 이 치주암도 죽염을 비롯한 자연건강요법을 실천하면 증상이 많이 호전되는 사례가 있다.
나는 그를 받아들여 교육을 시켰는데 그에게는 어떻게 해서든 병을 고치고 새로운 삶을 살아보겠다는
마인드가 부족한 것이 아쉬웠다. 항상 최고의 자리에만 머물렀던 사람이기에 오직 자신만 위해 주기를
바랐고 또 헛되고 헛되다는 말로써 삶의 허무만을 되뇌고 있을 뿐이었다.
그리고 무슨 사연이 있는지는 몰라도 주변의 누구에겐가 배신을 당했다는 감정을 떨치지 못하고 있었
고 전화 한 통화를 해도 얼굴이 붉었다 파랬다 할 정도로 다혈질이었다.
나는 최선을 다해 그를 교육하면서 삶의 의욕을 북돋워 주었다. 그리고 교육이 끝난 후로도 자연건강
법을 실천하며 세상의 욕심을 모두 버리고 자연에 순응하며 살아갈 것을 부탁했다. 하지만 교육이 끝
난 후로 나는 그의 소식을 더 이상 듣지 못했다.
이런 것을 보더라도 누구나 장담할 수 없는 것이 인생사가 아닌가 싶다. 가장 화려한 위치에서 병 때문
에 낭떠러지로 추락한 그를 통해 나는 삶의 무상함을 다시 한 번 깨달아야 했다.
의사도 못 고치는 병을 밥장사가 고친다 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