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세토 마을과 평화동, 그리고 의료생협
김길중(전주 의료생협 무지개한의원장)
건강은 무엇일까요? 아프지 않고 약을 먹지 않는 상태를 뜻하는 걸까요?
그리고 건강은, 몸에 좋은 음식을 먹고 술과 담배를 피우지 않으면 되는 걸까요?
재미있는 이야기 하나를 소개해 드릴까 합니다.
미국의 펜실베니아주 북부에 로세토(Roseto)라는 마을이 있습니다.
이탈리아 출신 이민자들이 모여 사는 빈민촌 지역으로 1960년대에 내과 의사인 울프박사는 흥미로운 사실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다름 아니라 이 동네 사람들의 심장병에 걸려있는 사람들의 비율이 인접한 동네보다 훨씬 적고, 여러 통계를 뒤져보아도 놀라운 수준이었다고 합니다.
심장병 위험도가 높은 연령대인 55세에서 64세 사이에 로세토 사람들이 심장병으로 사망한 비율이 영(0)에 가까웠던 것이고 65세가 넘는 노인들의 심장병 사망률은 전국 평균의 절반도 되지 않았고, 전체 사망률 역시 3분의 1쯤 낮았습니다.
이런 이야기가 외부로 알려지자 많은 연구자들이 그 원인을 찾아보게 되었습니다.
빈곤한 탓에 미트볼과 소세지 같은 저렴한 음식을 즐겨하고 술과 담배를 즐겨 피운다답니다. 심장병에 유해한 것들을 다하면서 건강한, 기존의 의학적 견해를 무색하게 하는 흥미로운 연구주제가 주어진 것이지요.
연구자들을 더욱 흥미롭게 만든 것은 심장병 유병률 뿐만 아니라 연구가 진행중이던 기간의 범죄율이 0이었으며 공공부조를 신청한 사람도 전무했다는 지점입니다. 그리고 대학진학률까지 매우 높은 편이었다니 매우 흥미로운 연구가 아니었을까요?
다각도로 그 원인을 찾아내던 연구자들의 결론은 ‘공동체가 살아있다는 것’ 이었습니다. 사회적 연결망과 상호부조가 매우 활성화된 전통을 그대로 이어온 것이지요.
더 놀라운 사실은 로세토 지역에 산업시설들이 들어오고 소득수준이 늘어가면서 심장병 유병률은 다른 지역과 똑같이 변해갔다는군요.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요?
여기 위와 같은 사례를 주목하고 마을 속에 공동체를 만들고 그 공동체와 구성원들인 주민들이 건강하게 살아가자는 사람들이 모여 있습니다.
올해는 유엔이 협동조합의 해로 지정하고 여러 나라들에서 협동조합 방식의 공동체적 삶이 인류가 나아갈 대안으로 제시하고 권고하는 일들이 있었습니다.
전주의료생협은 주민들이 출자해서 만든 조직이고 스스로 건강한 삶의 주체가 되기 위해 나서고 의료인과 소비자가 협동하는 방식을 구현하기 위하여 모아진 출자금으로 병원(무지개한의원)을 개설하였습니다.
조합원이 주인이니 만큼, 꼭 필요로 하는 진찰과 처방을 기대할 수 있겠죠?
그리고 의료생협이 더 주목하는 것은 병원 운영만이 아니라 건강한 삶을 스스로 실천하고 익히기 위한 여러 프로그램들입니다. 걷기 소모임을 하기도 하고 요가모임을 운영하기도 했습니다. 주치의를 비롯한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자기 몸의 질병을 이해하고 생활습관 속에서 찾아가기 위한 보건예방활동이 중시하는 거죠.
새해부터는 전주시의 지원을 받아 생활 습관병에 해당하는 당뇨, 고혈압을 지닌 분들을 대상으로 ‘건강 실천단’을 운영할 예정이며 차후 이에 대해 말씀을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의료생협은 위에 사례로 든 로세토 마을과 같이 서로 돕고 챙겨주는 살아있는 공동체를 만들고자하는 것이며, 그것이 건강한 삶을 위한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 여기는 사람들의 조직 입니다. 평화동 마을신문과 여러 기관단체들이 하는 것처럼, 주민들이 힘을 모아 가꾸어가는 ‘건강한 마을’을 꿈꾸는 조직입니다.
앞으로 평화동 마을신문에 할애된 이 지면을 통해 의료생협이 추구하는 여러 가치와 생각, 그리고 건강과 관련한 정보를 연재하기 위한 첫 인사의 말씀으로 이렇게 소개합니다.
첫댓글 평화동 마을신문에 기고하기 위해 작성한 글입니다.
사람이 밥먹고 살면서 사람이 사람한테서 위로받고, 돕고, 격려하는 것들 외에 중요한게 뭐가 있을까요!!
의료생협이 추구하는 가치의 불씨들은 잘난사람 못난사람 없는 서로서로의 입김의 바람을 불어야 불붙을 수 있는 거라는 생각이 드네요..저도 노력해야 될것같구요..세상엔 변하지 않는 것들은 없다고 하지요. 하지만, 가장 진보적인 가치를 추구하는 의료생협의 끈을 붙잡고 놓치고 싶지 않는건 ,삶은 지속되니까요~~그리고 살아야 되니까요.길벗님의 글 읽으며 마음속에 미소가 차츰차츰 번져옵니다.
참, 그리고 토닥토닥(하하하~~ 귀여운 토닥토닥소리)..충분히 위로가 되는 단어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