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들 잘 계시는지요?
게시판도 조용하고 읽을 거리가 없어 얼마 전부터 끄적거리던 글을 올려 드립니다.
밍원경의 선택에 관한 얘기는 오래 전에 별소식지를 쓰면서도 두 달에 걸쳐서 쓴 적이 있습니다만
15년 전의 얘기라 지금과는 상황이 많이 달라서 새로 썼습니다.
맨눈으로 보는 하늘과 망원경으로 보는 하늘은 완전히 다른 세상입니다.
지금도 MBC에서 쫒겨난 TV 카메라용 구경 100mm 초점거리 800mm 캐논제 망원 렌즈를
개조해 만든 망원경으로 비록 흐릿하기는 하지만 M81과 M82를 처음 봤을 때의 감동이 생생합니다.
큰 망원경으로 성단을 보면 수 없이 많은 별들이 시야 내에 가득한 모습은 환상!! 그 자체입니다.
거대한 천문대 망원경으로 찍은 밋밋한 사진과도 비교되지 않습니다.
시야 내의 별들이 반짝이는 모습이 마치 살아 숨쉬고 있는 듯...
망원경 선택 어렵습니다.
더구나 그것이 자기가 처음으로 사는 망원경이라면...
1998년 소백산천문대 개관 20주년 기념 스타파티 때 지금은 고인이 되었지만
아마추어 경력으로 특채되어 소백산 천문대에서 근무하던 박승철씨의 요청으로
예정에 없던 "초보자를 위한 망원경 선택"이라는 즉석 강의를 한 적이 있습니다.
강의가 6개가 예정이 되어 있던데 일부 강의가 너무 전문적인 내용이라
이 강의를 이해할 사람이 몇 명이나 되겠냐고 했더니 강의 하나를 취소할테니
한 꼭지를 해 달라고 하길래 가장 궁금해 하는 것 중의 하나인 이걸로...
그 당시 소백산천문대에 강당이 없어서 숙소로 사용하는 방에서 강의를 했는데
방에 사람들이 꽉 차고 방문밖에까지 사람들이 서서 들을 정도로 가장 궁금해 하고
실제로 망원경을 판매하면서 가장 많은 질문을 받는 내용입니다.
대부분 망원경에 대한 막연한 기대와 동경을 갖고 있는데
입문용 저가 기종을 제외하면 가격 대가 만만치 않습니다.
IMF 이후의 높은 환율 때문에 쓸만한 망원경은 기본이 500만원을 훌쩍 넘고
성운, 성단을 다른 사람에게 부끄럽지 않게 보여 줄 정도로 사진 찍으려면
1000만원으로도 많이 모자라는 것이 현실입니다.
물론 최근에는 저가의 중국산들이 들어와 상당히 저렴한 가격에
망원경을 살 수 있게 되었지만 아직은 성능이 미흡한 것이 사실입니다.
망원경!!
종류 많습니다.
굴절망원경, 반사망원경, 반사굴절식 망원경에
가대의 형식에 따라 경위대식, 적도의식으로 나누고
적도의도 독일식, 포크식 등이 있습니다.
그러나 팔방미인 없습니다.
요리 잘하고, 마음씨 착하고, 돈도 많고, 예쁜 색시 구하기만큼 어렵습니다.
미남, 몸짱에 돈도 많고, 오직 자기만 영원히 사랑해 줄 남자 구하는 것만큼 어렵습니다.
또 안시 관측에 적합한 장비와 사진 촬영에 적합한 장비가 따로 있습니다.
안시 관측도 어느 정도 하고 천체 사진도 제대로 찍으려면
구경이 적어도 200mm 이상이 되어 하고
적도의도 200mm 경통과 부대 장비의 무게--가벼운 것도 10kg 넘습니다--를 충분히 감당하고
초점거리 1000mm 정도의 경통이 큰 오차 없이 별을 따라 가야 합니다.
이런 성능을 갖춘 망원경에 각종 부품들을 갖추려면 적어도 2000만원이 훌쩍 넘어가 버립니다.
또 돈이 남아 돌아 샀다고 하더라도 적어도 쌀 2~3말 무게의 망원경을
차에 싣고 가서 내려 조립하고 관측하고 다시 분해해서 차에 싣고
집에 돌아와 망원경 제자리에 갖다 놓는 것 몇 번 하면
"날만 맑으면 무조건 관측 가야지..." 망원경 살 때 먹은 마음이 눈녹 듯 사라집니다.
또 안시 관측을 하려니 구경 300~400mm가 흔한 세상에 구경 200mm는 뭔가 아쉽고
칼같이 잘 찍은 다른 사람들의 사진들을 보면 더 큰 적도의나 1000만원이 넘는 냉각 CCD에 눈을 돌리게 되고...
10만원짜리 망원경으로도 달의 크레이터와, 목성의 줄무늬 두어 개와 4개의 위성,
토성 고리도 보고, 밝은 성단도 몇 개 보고 어찌어찌해서
달이나 목성 정도는 일명 손각대 방식으로 아이피스에 카메라를 대고 찍을 수 있습니다.
문제는 산들바람만 불어도 시야 내에서 달이 들락날락거리고
너무 가벼워 바람이 조금만 세게 불면 넘어질까 망원경 붙들고 있어야 될 정도입니다.
초점을 맞추려고 해도 흔들림 때문에 제대로 맞추는 것 쉽지 않습니다.
맞다 싶으면 손을 떼고 진동이 멎기를 기다려 확인하고
안 맞으면 다시 맞추고 기다려 확인하고를 몇 번을 반복해야 합니다.
다리가 너무 부실해 건들거리는 망원경은 다리 삼각판에
커다란 돌맹이 하나 올려 놓으면 건들거림이 상당히 줄어드는데 대부분 모르고 있습니다.
망원경을 다뤄 본 경험이 있는 사람은 달래가며 어느 정도 사용할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하면 초보자용 망원경은 초보자가 사용하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답답한 마음에 어떤 망원경이 적당한지 인터넷 사이트도 뒤져 보고
질문방에 질문도 올리고 주변에 좀 한다하는 아마추어들에게 물어도 시원한 답이 없습니다.
어떤 사람은 쌍안경부터 사라고 하거나
입문용으로 가격이 싼 적당한 걸 사라고 하기도 하고
괜히 돈 버리지 말고 돈을 몇 백만원 정도 모아서 쓸만한 걸 사라고 하기도 합니다.
다 맞는 말입니다.
쌍안경은 밝은 성운이나 성단은 어느 정도 볼 수 있고
정립상이라 대상의 위치를 파악하는데 도움이 됩니다만
저배율이라는 한계가 있고 들고 보기에는 상당히 피곤한 물건입니다.
삼각대에 올려 놓고 보면 된다고 하지만 고도 50도 이상이면
삼각대에 바짝 붙어 고개만 50도로 위로 향하는 자세는 고문 수준입니다.
아마추어들 대부분 쌍안경 가지고 있지만 실제로 관측에 가져오는 경우가 별로 없습니다.
꼬리가 긴 혜성이 나타난다면 가지고 오겠지만...
그러나 쌍안경은 그리 비싸지 않은 것으로 한 대쯤 가지고 있는 것이 좋습니다.
50mm 쌍안경도 5만원 전후부터 몇 백만원 짜리도 있습니다만
가격에 비례한만큼 잘 보이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10~20만원 정도의 제품이면 무난합니다.
배율은 10배 이상이면 손으로 들고 보기 어려우므로 12배 이상은 넘지 않아야 하고
줌쌍안경에 혹하시는 사람들이 많은데 대부분 상이 좋지 않고 고장도 잘 납니다.
쌍안경으로 몇 번 보니 몇 개를 제외하고는 보일듯 말듯하고
달의 크레이터 겨우 몇 개 보이고 목성의 위성은 보이지만
목성 표면의 줄무늬와 토성의 고리는 남의 나라 얘기입니다.
당장 돈은 없고 보고 싶어 미칠 지경인데 언제 돈 모이길 기다리겠습니까?
또 내가 계속 별을 볼지 말지도 모르는데...
그냥 내가 보고 싶을 때... 또 애들이 별 보여 달라고 조를 때
간단히 아파트 베란다에서 달이나 목성, 토성 정도 같이 보려고 하는데
기다렸다가 돈 모아서 몇 백만원짜리 사라고 하니 기가 막힙니다.
또 동호회 모임 한 몇 개월 따라 다니면서 여러 망원경 비교해 보고 결정하라는데
형편상 1박 2일의 동호회 모임 자주 나가기도 어렵고, 괜히 빈대붙는 것 같고...
애들도 한 번 같이 데려가고 싶은데 눈치가 보여서 이것도 어렵습니다.
기다릴 수 없으면 사야하고, 호주머니 사정에 맞는 물건 사서 보는 것도 맞습니다.
중고 제품을 구입하는 것이 좋습니다만 가격 대비 성능이 좋은 물건은
대부분 주변 사람들이 줄서서 기다리는 실정이라 좋은 물건 구하는 것이 쉽지는 않습니다.
광학 성능의 편차가 상당히 심한 제품도 있어 모델명만 보고 덜컥 사기도 어렵고
사용한 사람에 따라 망원경이 신품에 가까운 것에서 고물까지 천차만별입니다.
우스개지만 흔히 하는 말로 특별히 잘 보이는 슈미트카세그레인 망원경은
1000개 중에 1개 나오는 불량품이라고까지 얘기합니다.
제 망원경 셀레스트론 235mm 슈미트카세그레인 성능이 제가 보기에는 별로인데
다른 사람들 눈에는 괜찮게 보였는지 눈독들이고 있는 사람이 있습니다.
우선 급한 마음에 싼 걸 사긴했는데 외관은 접어 두더라도
허접한 부품들을 보면 한숨이 나오고 꺼덕거리는 가대를 달래서 쓰다보면 버리고 싶어집니다.
모임에 나가서 다른 사람들의 빵빵한 망원경 보면 꺼내기도 싫습니다.
몇 번 쓰다가 새 것 같은 물건을 헐값으로 내 놓아도 선뜻 사려는 사람 없고...
처분이 안되면 결국 친구 아이에게 주거나 창고로 들어가 버립니다.
하지만 망원경이라고 이름 붙은 물건이라면 달의 크레이터나 목성의 위성, 토성의 고리는 보입니다.
곰곰히 생각해 보면 중간 성능의 아이피스 한 개 값짜리 망원경이니 가격 대비 가장 나은 선택입니다.
아이피스 하나가 백 만원이 넘는 것도 있는데 한 세트에 몇 십 만원짜리 망원경으로
같은 성능을 보일 거라고 기대하는 것 자체가 도둑놈 심보입니다.
한 번 경험했으니 이번에는 괜찮은 놈으로 장만하려고
적금 깨서 돈은 마련해 놓았는데 어떤 걸 사야할지 막막하긴 마찬가지입니다.
참! 알고 계시는지요?
대부분의 아마추어들이 망원경 가격을 집에는 1/2~1/3쯤만 신고한다는 사실...
여자분들도 비싼 옷이나 악세사리들 그렇게 신고하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자기가 망원경으로 뭘할지를 결정해야 합니다.
안시 관측을 할 건지 천체 사진 촬영을 할 건지...
안시 관측도 성운, 성단 같은 대상과 행성을 보기에 적합한 망원경이 따로 있습니다.
사진 촬영도 카메라 렌즈나 단초점 망원경을 이용한 촬영을 할 건지
비교적 초점거리가 긴 망원경으로 직초점 촬영을 할 건지...
성운, 성단 안시 관측만 한다면 답은 나와 있습니다.
구경 250~300mm의 돕스니안에 저배율 광시야 아이피스 1개 추가하면 상당한 수준의 관측이 가능합니다.
분해가 가능해 승용차에도 실을 수 있는 트러스 타입의 구경 400mm 이상의 돕스니안도 있습니다만
접안부의 높이가 높아 작은 사다리나 발판을 가지고 다녀야 하고 매 번 광축을 맞추어야 합니다.
그러나 아무리 구경이 크고 성능이 좋은 망원경이라도 하늘이 뒷받침이 되어야 합니다.
좋은 하늘에서의 8인치와 그저 그런 하늘에서의 12인치 비교가 되지 않습니다.
답은 없지만 제 경험에 비추어 첫 망원경을 추천해 드린다면
일단 60~80mm 정도의 굴절망원경과 경위대 세트를 우선 구입하시기를 추천합니다.
가지고 다니기 간편하고 이런 망원경은 싫증이 나더라도 철새나 자연 관찰용으로 사용이 가능해
여름에 가족들과 캠핑을 갈 때 들고가면 별도 보고, 철새도 보고 다용도로 쓸 수 있습니다.
필드스코프도 괜찮은데 대부분 아이피스가 15~60배 정도의 줌 형식이라 상이 그리 좋지 않고
행성을 보기 위한 필드스코프용 고배율 아이피스를 추가로 구입하려면 적지 않은 돈이 듭니다.
경위대는 거의 망원경 전용이므로 튼튼한 카메라 삼각대가 있다면 미동운대를 구입하시는 것도 괜찮습니다.
수시로 생각나는대로 끄적거린 글이라 두서가 없습니다.
읽어 보시고 궁금한 점 답글 달아주시면 답해 드리겠습니다.
이제 날이 제법 쌀쌀한데 모두들 건강 잘 챙기시기 비랍니다.
첫댓글 글 올리고 나서 추가할 것이 있어서 2시간 만에 들어왔더니 조회 수가 그 사이에 25를 넘었고
하루가 안 되었는데 지금 조회 수가 37입니다.
다들 궁금해 하시는 내용은 맞는 것 같습니다.
정말 그렇답니다.
저도 망원경 장만하고 싶은 생각이 들지만
여러가지 이유로 생각으로만 머물고 있답니다.
간편하게 쌍안경을? 하기도 했지요.
지금부터 열심히 기도해봐야 겠습니다.
참한 망원경이랑 인연닿게 해달라고요.
맞춤 정보였습니다.
고맙습니다~~~~~~~~~~~~~ ^ ^
아이고 보고 싶어요. 글이 옆에서 말해 주는 것 처럼 술술 읽힙니다. 요즘 성도 읽기를 통해 망원경 맞추기 훈련을 해야겠다 싶어요. 이제 좀 훈련을 할 때가 된 모양입니다.
임성무선생님! 오랫만에 오셨습니다.
요즘 디지털 세팅서클이나 자동도입 기능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성도를 이용해서 대상을 찾는 훈련이 없으면
인적 드문 시골길에서 네비게이션 고장나서 헤메는 것과 같은 상황이 됩니다.
누가 자기가 사용하는 망원경으로 뭘 찾아 달라고 했는데
20분 이상 삽질만 하다가 못 찾았을 때의 뻘쭘함...
우와~~
망원경(혹은 쌍안경)을 사는데 참고하면 될껏 같네요 ^^
전 쌍안경을 사고 그 뒤 망원경을 사려고 저축을 하고 있답니다 ^^
쌍안경!
없으면 갖고 싶고 갖고 있어도 별 쓸모없는 애물단지...
80mm 1대, 50mm 5대, 40mm 1대, 35mm 1대, 32mm 1대 갖고 있다가
2대는 선물하고, 3대는 시중가 1/3에 처분했고 남은 놈도 별 쓸일이 없지만 애착이 가서 그냥...
하늘에서 별이 쏟아지는 곳이 아니라면 쌍안경으로 볼만한 대상이 몇 개 없다네...
쌍안경보다는 카메라삼각대에 올려 쓸 수 있는 소형 굴절이 훨씬 낫다.
좋은 글 잘읽었습니다. 사실 망원경이라는게 선뜻 사기 힘든 물건이라 이런 글을 써주시면 구입시 판단에 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
사람마다 견해가 다를 수 있는데 오래 망원경 판매를 하면서 얻은 결론입니다.
조금 얘기해 보면 그 사람에게 지금 필요한 망원경이 어떤 것인지 알 수 있습니다.
하지만 나름대로 본인이 조사하고 이미 결론을 내린 상태에서 내 동의를 구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결국 다른 곳에서 엉뚱한 망원경 사고는 나중에 안 말렸다고 원망하는 사람도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