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충식의
'클래식은 영화를 타고'
< 더 콘덕터 - The Conductor >
여기,
사랑도 야망도 그녀의 음악 앞에서는
그 다음 얘기일 뿐으로,
세상을 향한 연주를 시작했고,
또한 멈추지 않았던,
여성지휘자 안토니아 브리코(1902 ~1989)의
서사 < 더 콘덕터-The Conductor >가
있습니다.
영화는 누군가의 꿈이 누군가의 비웃음이 됐던,
특히나 '여자라는 이유로 지휘자를 꿈꿀 수 없던
시대' 였던,
1920~30년대를 배경으로 그려지죠.
모두가 안된다 했지만, 누구도 막지 못했던
안토니아 브리코(크리스탄 드 브루인 분)의
꿈...
'10 그램'의 지휘봉 하나로 세상의 차별을
뒤흔들며, 뿌리깊은 인습과 편견에 도전해
역사를 바꿔놓았던 그녀의 이야기는,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만큼
충실한 사건 재현에 공을 들이고 있습니다.
브리코는 캘리포니아 버클리 음대에서
지휘를 전공한 최초의 여성이자,
베를린 음악 아카데미 지휘 마스터 클래스를
최초로 졸업한 미국인 여성으로,
1930년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지휘자로 데뷔했으며,
이후에도 샌프란시스코 심포니, 함부르크
필하모닉, 헬싱키 심포니 오케스트라를
지휘했지요.
1938년에는 창립 96년 만에
뉴욕 필하모닉 포디엄에 여성으로서는
최초로 올라섬으로써,
클래식 음악 역사상 최초로 뉴욕필,
베를린필, 메트로폴리탄 오페라를 지휘한
첫 여성 지휘자로 우뚝 서게 됩니다.
어려운 가정형편 속에서도 음악에 대한
열정으로 가득찬 네덜란드 이민 여성
윌리 월터스.
자신의 꿈을 지지해주지 않는 부모님 밑에서
때로는 무모하고 과도할 정도로 열정을
불태우는 그녀의 영화 속 스토리는,
1926년 뉴욕, 멩겔베르크가 지휘하는
말러 교향곡 제4번 연주회 시퀀스로
그 첫페이지를 열어가지요.
콘서트홀 직원으로서 윌리는 규정상
객석에서 공연을 볼 수 없습니다만,
애타게 기다려왔던 이 소중한 기회를
그냥 놓쳐버릴 수 없던 그녀...
급기야 공연장 중앙 통로 맨 앞자리에
직원용 간이 의자를 들고 악보까지 펴며
앉습니다.
당황스런 순간에도 거장의 지휘는
시작되지만,
유능한 공연매니저 탐슨(벤자민 웨인라이트
분) 에게 걸린 그녀는 가차없이 내쫓기고
말지요.
"명장(마에스트로)은 존경받아야 해요.
당신은 해고야!"
그렇게, 그녀의 직장생활은 끝이 납니다만,
그럼에도, 윌리는 지휘자의 꿈을 포기하지
않고 스승이 되어줄 사람을 계속해서 찾던 중,
공원에서 열린 브라스밴드의 무료공연을
보러갑니다.
연주가 끝난 후, 절대음감의 윌리는
지휘자에게 다가가 말하지요.
"골드스미스(세우마스 F. 서전트 분) 씨,
마지막 부분에서 트럼본이 틀렸어요.
트리오 반복 직전 말에요.
E음이 아니라 E플랫이어야 하는데..."
숙련된 지휘자도 악보를 봐야만
알 수 있는 건데 말이죠.
이처럼, 모든 악기의 악보를 전부 외우고
있는 윌리,
그녀는 음악학교에서 피아노를 가르치는
골드스미스에게 피아노 치는 걸 봐달라고
간청합니다.
"시간 낭비하기 싫다"는 그를
"저도 마찬가지" 라며 간신히 설득해
테스트 기회를 잡긴 했는데...
그 자리엔 악연의 주인공 탐슨이 와있질 않나,
골드스미스도 한번 들어보더니 그만 됐다며,
제발 가르쳐달라는 윌리에게 충고합니다.
" 음악학교는 포기하게, 합격할 확률이
제로야! 내 아내처럼 결혼해서 아기나
낳는게 좋겠어."
여전히, 세상은 그녀에게 평범하게 살라고
욱박지르는 게지요.
하지만, "연주에 독특한 매력이 있지 않냐"는
탐슨의 영향력(?)있는 추천으로 윌리는
천금같은 레슨을 받게됩니다.
그러던 어느 날, 그녀는 자신이 입양아이며,
본명이 안토니아 브리코라는 사실을
알게 되죠.
하여,
그녀는 ‘윌리 월터스’ 라는 이름으로
살았던 날을 모두 버린 채,
본래의 이름인 '안토니오 브리코'로 살아가는
음악 여정을 눈물겹게 펼쳐나갑니다.
마에스트로 윌렘 멩겔베르크
(헤이스 스톨턴 반 아스핫 분)는,
공연 후에 탐슨의 부모님 저택 만찬에서 만난
브리코에게 묻습니다.
"저번 공연 때 악보를 열심히 보던데,
대체 뭘 하려고 했던 거요?"
그녀는 "지휘자가 되고 싶어 공부하려 했다"고
대답합니다만,
멩겔베르크는 물론, 보수적인 탐슨의
어머니를 비롯한 하객들의 쏟아지는 비웃음을
맞게 됩니다.
브리코는 뉴욕 뒷골목의 퇴폐 캬바레 악단
피아니스트로 일하며 악착같이 돈을 모으죠.
그러다 그녀는 부잣집 도련님인 탐슨과,
상처를 지닌 연주자 로빈
(스콧 터너 스코필드 분),
두 사람의 예술적 파트너를 만나게 되면서
힘겹게나마 자신의 꿈을 향한 발걸음을
내딛게 됩니다.
결국 그는 양부모 곁을 벗어나,
본격적인 음악공부를 통한 지휘자의 열망을
실현하기 위해 유럽으로 떠나게 되죠.
유명 공연장인 암스테르담 콘서트헤보우 앞
카페에서, 당대 최고 지휘자인
윌렘 멩겔베르크를 설득해 베를린에서
지휘 공부를 시작하는 브리코.
그녀는 멩겔베르크 추천으로 미국인과 여자를
저주하던 첫 지휘 스승 카를 무크를 만나,
결국 그의 도움으로 베를린 필하모니커의
지휘봉을 잡게 됩니다.
"도와주시든 안 도와주시든 저는 기필코
지휘자가 될거에요!" 라며,
거침없이 막무가내로 들이대는 그녀를 처음엔
무시하고 냉대했던 스승들,
그들은 한결같이 강조하지요.
"예술가는 기진맥진할 정도로 노력해야 한다!"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수많은 편견과
장벽에 맞서야 했던 브리코...
그보다 앞서 지휘대에 오른 또 다른
여성지휘자는 괜찮은 연주를 했는데도
관객이 공연 중 야유하고 환불을 요구하며
난장판을 벌이지요.
이처럼 클래식 음악계에서 공고화된
기득권의 남성들은,
오케스트라 단원들을 통솔해야 하는 지휘자의
자리에 브리코를 세우고 싶어하지 않습니다.
클래식계의 전형적인 남성우월주의 음악가
골드스미스도 예전의 피아노 레슨 중 본색을
드러내며 그녀를 괴롭혔지요.
"날 엄청 좋아하는 거 같은데..."
"선생님처럼 되고 싶어요."
"뭐, 나처럼?"
"아니, 지휘자말에요."
"여자는 지휘를 못해! 리드를 할 수가 없거든.
여자가 손에 지휘봉을 들고 남자들 앞에서
요란한 몸짓을 한다고?
흉하지 않겠어?
난 네가 예뻐 보였으면 좋겠어.”
그런 와중에 브리코를 안으려다 갑작스런 사고로
건반 덮개에 깔리며 손목이 부러진 그는,
오히려 브리코를 가해자로 몰아 학교를
그만두게 만들었습니다.
망신살의 모욕을 당했던 터라, 감정이 좋을 리
없었던 골드스미스는 라디오 인터뷰를 통해
작심하고 브리코를 공개적으로 비난하며
깍아내리지요.
"열정따윈 전혀 없어요.
피아노로 안되니까 지휘에 달려드는 겁니다.
모든 음악의 전통을 거스르고 있잖아요.
정상이 아닌 거죠!"
"뭐가요, 제가 여자라서요?" 라며,
브리코가 대들어보지만,
막상 뉴욕의 오케스트라 지휘대에 서자,
남성 단원들 또한 그녀의 지시를 제대로
따르지 않습니다.
"자기 위치(분수)도 모르는 여자에게 명령받기
싫어요!"
급기야, 지휘는 절대 하지 않겠다며
리허설 장을 박차고 나오는 브리코.
공연 매니저는 당황합니다.
"그렇게 가버리면 어떡해요!
계약한 게 있는데..."
"음악엔 성차별이 없어야(No sex in music)
한다" 며, 브리코는 기자들을 향해 말합니다.
"남자들은 여자는 밑으로 움직여야 한다 했지만
전 그래서 위로만 걸어왔지요."
연인 탐슨조차 브리코가 꿈을 그만 접고
자신의 아내가 되어주길 바랍니다.
"세상은 당신 뜻대로 가게 놔두지 않을 거야..."
그랬던 탐슨은 오랜만에 집으로 찾아온
옛 연인이자, 이젠 어엿한 지휘자가 된
브리코에게 회한의 말을 건넵니다.
"재능을 썩히게 한거,
미쳤다고 한 거 후회해..."
브리코는 화답하지요.
"나 역시 당신을 잡지 못한거 후회해..."
어느덧 영화의 피날레,
우여곡절끝에 시청 타운홀에서 대공황 시절의
어려운 시민들을 위한 무료 초대 공연으로,
브리코가 지휘하는 뉴욕여성오케스트라의
역사적인 첫 콘서트가 열립니다.
마에스트라의 행보를 힘겹게 이어갔던
그를 백악관으로 초대해 격려해준
엘리너 루스벨트 여사...
영부인은 "존경하는 자리는 지켜줘야 한다"며,
연주회에 참석해 브리코에 큰 힘을
실어줍니다.
입추의 여지없이 꽉 들어찬 관객들을 뚫고
타운 홀에 간신히 입장한 탐슨.
그는 영화 오프닝에 브리코가 그리했던 것처럼
가운데 통로 맨 앞자리에 보조의자를 꺼내
앉습니다.
"요즘 친구들은 예의가 없어" 라며 질책하는
탐슨의 어머니에게 그의 아내는 말하지요.
"어머님, 그이 같은데요!"
엘가의 '사랑의 인사' 가 꿈결처럼 풀어지며,
이어지는 엔딩 크레딧...
'이후 안토니아 브리코는
뉴욕여성오케스트라를 4년 간 이끌었지만,
유럽 오케스트라의 수석지휘자로는 끝내
임명되지 못했다.'
'영국 음반 전문지 그라모폰이 2008년
선정한 세계 20대 오케스트라의 상임지휘자
중 여성은 단 한명도 없다' ,
또한 '세계 50대 지휘자 중에도 여성은 없다'
라고 전합니다.
하여,
안토니아 브리코 스토리가 그다지 과장되지
않았음을 반증하는 동시에,
'그녀' 가 아닌, '그' 가 평생을 두고 싸워왔던
삶의 무게를 다시한번 일깨워주지요.
여성 지휘자를 그린 영화답게 재즈와
클래식을 넘나드는 < 더 콘덕터 > 속 음악들은,
화면 곳곳을 장식해주며, 영화의 전체적인
스토리 라인과 멋지게 콜라쥬되고 있습니다.
브리코는 콘서트 홀 남자 화장실에서
젓가락 하나로,
말러 교향곡 제 4번 1악장 첫 소절에 맞춰
지휘하며 큰 행복을 느끼지요.
‘천상의 삶’을 담은 이 4번 교향곡만큼,
그녀의 지휘에 대한 뜨거운 열정과 꿈을
절묘하게 표현한 작품은 없을 것입니다.
군악대 특유의 씩씩하고 흥겨운 연주가
특징으로, 미 해군 군악대의 존 필립 수자가
작곡한 '리버티 벨'(Liberty Bell) 은,
영화 속에서는 브리코가 지휘자로 한 걸음
다가가는 밴드 공연 장면에서 만나볼 수
있는 데 ,
온갖 난관을 뚫고 꿈을 향해 둥실둥실
떠나가는 듯한 그녀, 브리코의 일렁이는
마음을 씩씩한 분위기로 표현해 주고
있습니다.
바흐의 칸타타 BWV 731,
'사랑의 예수님, 저희 여기 있나이다' 는,
바흐 특유의 경건하고 차분한 분위기가
잘 드러나 있는 곡으로,
드라마 초반 골드스미스 앞에서 브리코
(그 당시엔 윌리)가 처음으로 연주하는
곡으로 등장하지요.
바흐 오르간 음악의 대가 슈바이처를
대하는 그녀의 경건하고 진지한 마음가짐이
고스란히 묻어 나옵니다.
정열적이지만 쉽사리 손에 잡히지 않는
사랑을 다룬 비제의 오페라 < 카르멘 > 1막 중
팜므파탈 헤로인 카르멘의 아리아 '하바네라'
(Habanera) 는,
상류층 살롱음악회에서 맺어진, 탐슨과
브리코의 운명적인 재회의 시퀀스에서
흘러나옵니다.
애써 외면한 채 떨쳐내려 해보지만
자꾸만 마주치는 눈빛과 이 '하바네라'의
기묘한 부딪힘은,
'길들이지 않는 자유로운 새' 라는 노래
가사처럼 두 사람 사이에 사뭇 굴곡지게
다가올 관계를 암시하는 듯 다가오지요.
어딘가 모르게 구슬픈 감정을 들게 하는,
섬세한 비감미의 선율이 돋보이는
드보르작의 '피아노와 바이올린을 위한
로망스'.
탐슨과 브리코의 관계를 짐작하게 만드는
또다른 선곡으로,
영화 속 두 눈을 마주치며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는 두 남녀의 정감어린 상황에
애틋한 분위기를 더해줍니다.
스트라빈스키의 무용 음악 '불새
(Fire Bird)' 는 오케스트라를 위해 쓰여진
작품이지만,
< 더 콘덕터 > 화면 속에서는 브리코가
오직 피아노로만 연주하지요.
- '불새'(L'oiseur de feu) 중 '죽음의 춤'
(Danse Infernale) : 다닐 트리포노프의
피아노
https://youtu.be/SYvbGfeUpnQ
한 순간의 불꽃같이 사라지는 아쉬움과
강렬함을 잘 나타내고 있는 '불새'는,
브리코가 출생의 비밀을 마주했을 때의
쓰나미같이 밀려온 당혹감과 분노의 감정을
격렬하게 전해주고 있습니다.
그녀가 활약한 1930년 대 미국에서
크게 유행했던 거쉬인의 '랩소디 인 블루'.
밝고 유쾌한 분위기의 통통 튀는 선율은
진정으로 음악을 통해 기쁨을 얻는
브리코의 마음을 재치있게 표현해주지요.
선명한 색채가 아님에도, 오히려 무채색
같은 오묘한 매력이 있는 작품인
생상스의 '죽음의 무도'...
설레이기도 하지만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이 그로테스크한 교향시는,
모두가 비웃었지만 지휘자라는 장대한
꿈을 향해 거침없이 달려온 브리코가,
자신의 꿈을 이뤄줄지 모르는 유일한
지휘자인 멩겔베르크를 매일같이 카페에서
기다릴 때 등장합니다.
그 괴기한 익살스러움의 선율은,
"집에 돌아가라"며 차갑게 대하는
멩겔베르크와 마주하며,
나아갈 바를 확실히 정하지 못한 채
갈등하는 그녀의 마음을 에둘러 그려주고
있지요.
브리코가 마침내 모두의 편견을 이겨내고
베를린에서 여성 최초로 지휘 공부를 하는
장면에선,
슈베르트의 '교향곡 제8번, 미완성(Unfinished)'
이 흐르며,
그녀의 처음이자 마지막 지휘 스승
카를 무크의 매서운 가르침을 떠올리게 합니다.
"한 명의 여자가 백 명의 남자들을 이끌고
지휘할 때엔 폭군이 되어야 해.
민주주의로는 안돼!"
하여,
완전히 마무리되지 못했음에 우아한
에스프리로 풀어지는 슈베르트의
'미완성 교향곡' 멜로디는,
역시 완전하지는 못하지만,
오케스트라 남자 단원을 강하게 이끄는
지휘자 브리코의 모습과 멋지게
아우러지지요.
지휘자의 길을 그만두고 결혼해달라는
탐슨을 마주한 그녀의 애절한 마음을
대변하는 곡으론,
드보르작의 교향곡 9번 '신세계'
(New World) 2악장의 제1주제 고잉 홈
(Going Home)이 흐르며,
음악만큼 치명적으로 아름다운 사랑 앞에서
번민을 겪는 혼돈의 심정을 애틋히 드러내주죠.
하지만,
훌륭한 성악가였지만 결혼 후에 노래하지
않는 멩겔베르크의 아내를 언급하며,
지휘자의 길을 향한 결심을 굳히는
브리코의 결연한 모습 또한 담고 있습니다.
브리코가 베를린 필하모닉을 지휘하며
화려하게 데뷔한 작품으론 드보르작의
'아메리칸 드림' 이 쓰이고 있는데,
경쾌한 주제를 이끄는 현(string)파트가
그의 미래를 향해 전진하는 듯 펼쳐져
오지요...
영화 엔딩 신에선 초반부의 시퀀스와는
자못 대조적인 설정으로,
무대에서 뉴욕여성오케스트라를 지휘하는
브리코와,
통로 중앙 맨 앞줄에 앉아 있는 탐슨을
암유적으로 조명하며,
엘가의 '사랑의 인사(Salut d'amour)' 가
미려하게 풀어집니다.
이토록 사랑스런 곡과 함께 피아노 앞에서
처음 만날 수 있었던 탐슨과의 운명적 사랑을,
곡 표제처럼 다름아닌 '사랑의 인사'로
은유하고 있는 게지요.
- 李 忠 植 -
1. 영화 < 더 콘덕터 - The Conductor >
예고편
https://youtu.be/xmya6IWAovI
- < 더 콘덕터 > 음악 여행 특별 영상
https://youtu.be/A963G4YXH6g
100여 년 전,
여성들이 꿈에 도전을 한다고 하면
왜 주변에서 불가능하다고 여겼을까요.
관객들은 마리아 피터스 감독의
< 더 콘덕터 > 를 통해,
오케스트라 지휘자가 되기 위해 분투하는
안토니아 브리코의 모습을 보며
생각해봅니다.
영화는 여성이라는 이유로 당한 숱한
편견과 무시를 실력으로 걷어내고,
오로지 지휘자가 되기 위해 모든 것을
쏟아부은 브리코의 지난한 행로를
그리고 있지요.
남성만이 지휘자에 오르고, 훌륭한 재능을
가진 여성 음악가조차 결혼하고 나면
평범한 주부가 되어버렸던,
“여자도 남자만큼 할 수 있어요”라고 말하자,
“그럴지도 모르지”라는 싸늘한 답변만이
돌아올 뿐였던,
남성들만 있는 공간에 여성이 등장하면
웅성거렸던 그 시대...
새로운 역사에 과감히 도전했던
한 여성지휘자의 위대한 인생 역정인
것입니다.
세상 일이란 꿈을 이룬다고 모든 게
끝나는 것이 아닌 걸까요.
지휘자가 돼 '100여 명'의 단원들 앞에서
바통(baton)을 휘두르지만,
그 하나만으로 사람들의 인식이 완전히
달라진다는 건 불가능합니다.
마리아 피터스 감독이 139분이라는
시간 동안 줄곧 비슷한 톤을 유지하는
이유인 것이죠.
꿈에 그리던 지위에 올라가도 더이상
극적인 장면이 쉽게 나올 수 없는 것이야말로,
그 당시 여성들의 삶을 관통하는 본질적
실체였을 거라고 관객은 유추하게 됩니다.
2.헨델의 합주협주곡(Concerto Grosso)
Op. 6, No 11, A장조, HWV 329.
https://youtu.be/rOx_4hGMpXs
3. 말러의 교향곡 제 4번
- 아바도 지휘 루체른 페스티벌 오케스트라
: 막달레나 코제나 메조 소프라노
https://youtu.be/YnfhInZLmUQ
- 멩겔베르크 지휘 암스테르담 콘세르트헤보우
오케스트라, 1939
https://youtu.be/J18wFaVjbPw
4. 수자의 '리버티 벨(The Liberty Bell)'
- The President's Own U.S. Marine Band
https://youtu.be/x7FD9PNpfpo
5. 브루크너의 교향곡 0번, 'Nullte'
파보 에르비 지휘 프랑크푸르트 방송 교향악단
https://youtu.be/Fj_VwS7jGz4
6. 드보르작의 교향곡 9번 '신세계' 중
2악장 주제 'Going Home'
https://youtu.be/TvThHk-wMRk
7. 바흐 칸타타 BWV 731, '사랑의 예수님,
저희 여기에 있나이다'( 'Liebster Jesu,
wir sind hier') - Basilica of St. Domenico,
Riet
https://youtu.be/CYwUZz8zAXI
8. 비제 오페라 < 카르멘 > 1막 아리아
하바네라(Habanera)
- 메조 소프라노 안나 카테리나 안토나치
https://youtu.be/KJ_HHRJf0xg
9. 그리그의 < 페르귄트 모음곡 Op.46 > 중
4곡 '산 속 마왕의 궁전에서'(In the hall of
the mountain king)
https://youtu.be/9ah5F2PsM7g
10. 생상스의 교향시 '죽음의 무도
(Danse Macabre)
- 주스트 스메츠의 네덜란드 심포니
https://youtu.be/WCmAIMgNon4
11. 스트라빈스키의 ‘불새( L’oiseau de feu)
모음곡'(1919 버전)
- 프란체스코 피몬테시의 피아노
https://youtu.be/3JWDFXlec3w
12. 드보르작의 '로망스 f단조, Op.11'
- 김다미 바이올린
https://youtu.be/sVWXXCpfOXs
- 실비아 안나 야니악 지휘
펠릭스 노보베즈스키 심포니 오케스트라
https://youtu.be/yi37I6w46FM
13. 드보르작의 '아메리카 모음곡
(American suite)' Op.a
https://youtu.be/vx7P69hzWV4
14. 거쉬인의 '랩소디 인 블루
(Rhapsody in Blue)'
- 랑랑의 피아노,
크리스티안 틸레만의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
https://youtu.be/ss2GFGMu198
15. 슈베르트의 교향곡 8번 b단조, D.759
'미완성(Unfinished)'
- 로린 마젤의 바이에른 방송교향악단
https://youtu.be/xYNT26zdei0
16. 엘가 '사랑의 인사(Salut d'amore), Op.12
- 다니엘 호프 바이올린과 도이치 캄머 앙상블
(에후디 메뉴힌 100세 생일 축하 헌정)
https://youtu.be/v0Hl0CcM-A4
17. 알란 무어하우스의 'In the swing'
https://youtu.be/oIeu2Kq9wN4
18. 'Oh! Boy, what a girl'
- 에디 칸터, 1925
https://youtu.be/YgZUIMJVZ9o
19. 'My baby just cares for me'
-니나 시모네
https://youtu.be/eYSbUOoq4Vg
20. 'Can you tame wild wimmen'
- 빌리 머레이
https://youtu.be/8XOtwObNBhY
1967년,
뉴욕타임스 음악평론가 해럴드 숀버그는
< 위대한 지휘자들 > 에서
"여성 지휘자가 무대에 서면 언제 업비트
('지휘봉-baton' 을 위로 올리는 동작)가
시작되는지 금방 알 수 있다.
속치마가 보이기 시작하는 게 바로
그때이기 때문이다"라고 말했지요.
우스개 소리이긴 하지만 여기엔 지휘는
'남성의 전유물' 이라는 당시의 통념이
배어있습니다.
1860년대 오스트리아 빈에서
바이올리니스트 마리 구르너가
루드비히 모렐리 오케스트라의 지휘자로
임명된 것이 여성 지휘자의 효시입니다만...
이 때문에 요제프 슈트라우스가
'여성해방 폴카'(작품 282)를 작곡할
정도로 화제였지요.
마리아 피터스 감독의 연출작
속 주인공으로,
1930년 여성 최초로 베를린필하모닉을
지휘한 사람은 당시 28세의 네덜란드 태생
미국 출신 안토니아 브리코입니다.
불과 50년 전만 하더라도 여성 지휘자들은
아마추어 교향악단이나 여성 단원들로만
구성된 '여성오케스트라'를 지휘하는 데
만족해야 했지요.
하지만 최근 교향악단에서 여성 단원이
늘어나면서 여성 지휘자들의 무대 진출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두터운 금녀(禁女)의 장벽이 서서히
무너지고 있음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지요.
그렇게, 여성 지휘자가 늘고는 있다지만,
아직은 지방 교향악단이나 오페라나 발레,
또한 합창 무대를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입니다.
또한 객원지휘를 하는 여성 지휘자는
많지만, 중요한 것은 상임지휘자나
음악감독을 맡느냐는 것이죠.
이 자리에 올라야만 오케스트라를
자신의 ‘악기’ 삼아 추구하는 음악을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20세기 말까지도, 여성에게 상임 지휘자는
고사하고 객원 지휘 한번도 맡기지 않은
고집불통의 교향악단이 있었지요.
바로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얘기입니다.
빈필이 1997년 여성 하피스트
안나 켈레스를 단원으로 받아들인 것도
여성단체의 반발과 오스트리아 의회의
압력에 의해서였지요 .
베를린필은 1930년, 뉴욕필과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 보스턴 심포니는 38년에
각각 여성에게 지휘대를 개방했습니다.
지난 2005년 빈 필하모닉이 156년간
지휘대 위에서 고수해 온 금녀의 벽을
끝내 허물었죠.
빈 무지크페어라인 홀 공연에서
호주 출신의 여성 지휘자 사이먼 영에게
첫 지휘봉을 맡겼던 것입니다.
연주 곡목은 코플랜드의 '클라리넷 협주곡',
말러의 '이상한 뿔피리의 소년' 발췌곡,
슈만의 '교향곡 제4번' 등.
원래 빈필은 상임지휘자를 두지 않기 때문에
객원 지휘라도 여성에게 맡긴 것은
엄청난 결정였죠.
고향인 시드니 오페라 하우스에서
데뷔했던 사이먼 영은,
87년 '올해의 젊은 호주인'으로 선발돼
장학금을 받고 런던 왕립음악원으로
유학을 떠났습니다.
여성이 지휘자로 성공하려면
남성 지휘자와 총감독의 추천과 배려가
필수적이죠.
사이먼 영도 제임스 콘론(쾰른 오페라),
다니엘 바렌보임(파리 바스티유 오페라,
베를린 슈타츠오퍼)의 부지휘자로
활동한 게 큰 도움이 됐습니다.
노르웨이 베르겐 필하모닉 수석 지휘자를
지냈으며,
2001~2003년 호주 오페라단의 사상
첫 여성 지휘자이자 최연소 예술감독을
맡기도 했지요.
2010 ~ 2015년 125명 규모의 오케스트라,
70명의 합창단을 포함해 700명의 스태프를
거느리는,
함부르크 국립오페라의 음악총감독 겸
함부르크 필하모닉 음악감독, 곧 명실상부한
음악적 수장(首長)으로 활약했습니다.
교향악단에서 처음으로 여성 단원을
받아들인 곳은 1913년 영국 퀸즈홀
오케스트라였죠.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는 1930년,
보스턴 심포니는 41년, 뉴욕필은 66년에
차례로 금녀(禁女)의 벽을 허물었습니다.
이처럼, 여성 단원의 비율이 점점 높아지고
있지만 여성 지휘자의 활약은 아직도
미미하죠.
오페라와 발레 부문에선 비교적
여성 지휘자들의 활약이 두드러집니다.
오케스트라가 무대 아래의 피트에서
연주해 지휘자가 눈에 덜 띄기 때문이지요.
사이몬 영도 런던 코벤트가든,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빈 슈타츠오퍼 등
오페라 무대에서 줄곧 활동해왔습니다.
그가 빈 필하모닉 단원들과
처음 만나는 것은 아니었죠.
빈 슈타츠오퍼 오케스트라 단원들이
대부분이 빈 필하모니커 단원을 겸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첫댓글 오스트리아 빈 라디오 심포니 오케스트라
(RSO)의 첫 여성 아트 디렉터로 지명된
미국 출신의 마린 알솝.
그녀는 세계적인 지휘자이자,
118년 만에 BBC '프롬 콘서트의 마지막날 밤
(Last Night of the Proms)' 을 처음으로
지휘한 여성입니다.
마린 알솝은 "클래식 음악의 본좌" 라 할 수 있는
RSO의 아트 디렉터 자리를 맡게 돼 영광이라고
말했지요.
마에스트라 마린 알솝은 세계 클래식 음악계에서
놀랍도록 느린 속도로 여성 음악가들이 환영받는
것을 인정하면서,
음악에서 여성을 위해 "한계를 초월할" 기회가
온 것을 환영한다고 꼬집어 얘기했습니다.
그러면서 "첫 여성이" 이 더 이상 뉴스가 아닐 때가
곧 올 것이라고 희망한다고 강조했지요.
더 < 콘덕터 > 주인공 안토니아 브리코처럼
유리천장(Glass Ceiling)에 도전해
자신의 역사를 써나가는 여성지휘자들이
있습니다.
영국 출신의 사이언 에드워즈과
안드레아 퀸,
미국 태생의 마린 알솝과 조안 팔레타,
캐서린 코메트, 앤 맨슨, 케이트 타마킨,
오스트레일리아 시드니 출신의
사이먼 영 등 이죠.
이 중에서도 지난 9월에 빈 라디오심포니
오케스트라(RSO) 상임지휘자 겸 음악감독으로
지명된 '마린 알솝',
빈 필하모닉을 최초로 객원 지휘했으며,
노르웨이 베르겐 필, 함부르크 오페라 및
함부르크 필하모닉의 상임지휘자 겸
음악감독을 역임했던 '사이먼 영이,
세계적인 '마에스트라'로 손꼽히고 있습니다.
이들 외에도 리투아니아 출신
'미르가 그라지니테틸라' 가 2016년 29살 나이로,
사이먼 래틀이나 안드리스 넬손스 같은
명지휘자들이 거쳐간 버밍엄 심포니 오케스트라
음악감독에 임명돼 일약 스타로 떠올랐습니다.
아울러 한국을 빛낸 마에스트라 로는,
금녀의 벽을 허물며, 샌프란시스코 오페라의
첫 여성 상임지휘자 겸 음악감독에
취임하는 '김은경',
노르웨이 트론헤임 오케스트라 상임지휘자 겸
음악감독인 첼리스트 출신의 '장한나',
경기필 전 상임지휘자 및 음악감독였으며,
현재는 유럽에서 맹활약 중인 '성시연' 이
그 자랑스런 주인공 들로 자리하지요.
- '금녀의 벽' 허문 지휘자 '김은선',
미국 오페라단 맡는다
https://youtu.be/D59Gxk1lrY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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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첼로 대신 지휘봉…
돌아온 마에스트라 '장한나'
https://youtu.be/aWQw8Yzn8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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