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들은 몰라요
미운 일곱 살을 막 넘긴 녀석과 미운 일곱 살을 바로 눈앞에 둔 손자 녀석들과 보내는 시간이 많다. 두 녀석이 함께 있으면 뜨거운 불 위에 있는 솥 안에서 펄펄 끓는 죽처럼 천방지축인데다가 카멜레온처럼 변덕스러워서 한 순간도 눈을 뗄 수가 없다.
뻔한 말이지만 새끼 양처럼 온순하고 예쁜 짓을 하면 귀엽고, 까탈을 부리고 떼를 쓰면 얄밉기 짝이 없다. 안 돼, 그러지 마, 혼난다, 라는 말을 녹음한 것처럼 입안에 달고 있다. 녀석들의 요구를 긍정적으로 들어 주기보다, 묵살하는 경우가 훨씬 많다.
어린아이들도 어른들처럼 소중한 인격체로 대접을 해야 한다고 하지만 녀석들이 이쁜 짓을 하게 만들고, 억지를 부리지 못하게 할 때를 대비해서 길고 가느다란 회초리 몇 개를 마련해놓고 있다. 회초리가 한 해 전만 하더라도 어느 정도 효과를 보기도 했지만, 미운 일곱 살 전 후가 되자 먹혀들지 않는다. 갈수록 회초리도 믿을 것이 되지 못해서 큰 소리로 위협을 해도 듣는 둥 마는 둥 고집을 피운다. 속에서 부글부글 끓어오를 때가 점점 더 많아진다. 한 바탕 소란을 피우다가 잠시 후면 언제 무슨 일이 있었냐는 듯 재잘거리기 마련이서 손해를 보는 사람은 언제나 내 쪽이다. 언제나 나만 머쓱해진다. 어떤 요구를 들어 주고, 어느 때 야단을 쳐야 할는지 생각하지만 그 때 뿐이다.
녀석들이 유치원에서 돌아오는 순간부터 신경전을 벌인다. 떼를 부릴 것을 대비해서 과자나 음료수 같은 간식을 준비한다. 예뻐서가 아니고 다른 생각을 하지 못하게 하는 미끼이고, 내 생각대로 고분고분하게 만들고 싶어서이다.
이번에도 평소처럼 과자가 들어 있는 봉지를 들고 녀석들을 만났다. 그런데 나를 보자마자 스티커를 사달라고 손을 잡아끈다. 과자를 보여줘도 막무가내이다. 장난감도 아닌 스티커가 무엇인지도 생각하지 않은 채 거부했다. 아무리 어르고 달랬지만 결국은 마트로 끌려 갔다.
녀석이 손톱만큼 작은 스티커가 들어있는 널빤지를 고른다. 알록달록한 색상에 물이 고여 있는 스티커이다. 가격이 오 천원이다. 일회용에 불과한 소품으로 선심을 베풀기는 아까운 돈이다. 녀석이 좋아하는 과자를 사면 한 보따리를 살 수 있는 금액이다. 나는 당연히 안된다고 했다. 차라리 과자를 고르라고 하면서 얼렀다. 여러 사람들이 보는데서 한참동안이나 승강이를 벌였다. 매번 그렇듯 이번에도 패배했다.
나는 화를 누구러드리고 스티커가 좋으냐고 묻자 “유치원에서 다른 애들이 갖고 있는데 나만 없어요.”한다. 갖고 싶었지만 참고 있었다고 토까지 단다. 녀석의 말을 듣고 아차 싶은 생각이 든다. 내가 아이들 세계를 너무 모르고 있다. 녀석들의 몸과 마음은 하루가 다르게 달라지고 있는데 비해 나는 늘 그 자리에서 머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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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손자들과 회장님의 행복한 시간이 그려집니다. 글을 읽으면서 엉뚱하게도 선친의 모습이 떠오릅니다. 당신의 무릎에 앉혀 놓고 '낙엽귀근'이란 어려운 한자 풀이를 해주셨던 그분이 그립습니다. 어떤 날은 아이들이 가엽다고 생각 할 때가 있습니다. 정에 굶주리고 그저 물질의 풍요만 쫓는 아이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도심 속 아이들 중에서 할아버지 할머니 곁에서 사랑을 받고 성장하는 아이들이 과연 얼마나 될까요? 그런 의미에서 녀석들은 참 행복하다고 생각합니다. 설 명절 행복하게 보내십시오.
두 집 한 살림 하면서 온갖 희로애락을 겪고 있습니다.
피할 수 없으니 즐기려고 노력을 하지요.
해헌선생님께서도 즐거운 명절 맞으시기 빕니다.
행복한 순간입니다.
그 시간 오래 가지 않는데요
조금 지나면 여자친구 만나야 한다고 할아버지와 놀아 줄 시간이 없다고 하는데
요즘 아이들 참 똑똑하고 영재 같아요
즐거운 시간 길게 늘려 가세요
선생님 말씀 가슴에 담고 있겠습니다.
머지 않아 갑과 을이 역전되겠지요.
온동선생님, 행복한 명절 보내소서^^
사내 애들만 둘 돌보려면 무척 힘들겠지만 아이들은 행운아네요. 요즘 같은 세상에 조부모와 함께 하니 얼마나 좋을까요. 손주들과의 실랑이조차 부럽습니다^^*
함께 있으면 귀찮고, 없으면 심심하다는 뻔한 말 그대로이지요.
좋은 생각해주시는 강선생님께도 늘 감사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