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기상]
입안에 뻘의 향이 그득-그득해서인지
간밤에 잠을 꽤 설쳤던 것 같다.
모두들 눈과 얼굴엔 잠이 가득했지만
오늘은 아침 일찍부터 서둘러야 하는 상황.
꼬래 모닝커피를 마신다며
사약 같은 커피를 완샷하고
대책없이 널부러진 짐들을..
좀비 마냥 싸기 시작했다.
머물다 간 자리는 언제나 아니 온 듯 떠나는 것이
지구대 정신!
[광양]
피곤한 와중에도 아침부터 서두른 이유는
바로 지구 '동물농장'촬영이 있었기때문.
얼마 전 영석은 TV동물농장 작가에게
전화를 한통 받았다.
축구를 잘하기로 소문 난
개를 찾아다니다
지구의 소문을 듣게 되었다고..
아니 도대체 그런소문은
어디서 어떻게 나기 시작한거람..
당황한 영석은
축구를 잘하는지는 모르겠으나
다른개에 비해 공을 지나치게
좋아하는건 있다 대답했다.
그러자
바로 섭외 끝...
전라남도 광양에서 촬영한다는 소리에
거절하려 했으나
다행이
상하마을 내려갔다 올라오는 날짜와 겹쳐
내려간 김에 찍고 오기로
결정했었다.
촬영지는 상하면에서 120km떨어져 있는
광양 공설 운동장.
서울과는 상당히 먼거리지만 상하면이라면
그닥!!! 부담되지 않는 거리.
겸사 겸사 광양으로 향했다.
광양의 전남드래곤즈 구장 도착!!!
(촬영은 그 옆 연습구장..-_-;;;;)
[TV동물농장]
우와! 연습구장이라더니!
완전 좋잖아!!!!
아니.. 근데.. 축구잘하는 개 모임에 소는 왜??
헉!...소가 아니라 세퍼드(본방에서의 주인공인 "칸")구나...
와..진짜 크다... 이녀석 어이없게 코를
좌우로 옮겨가며 드리볼을 한다...
진짜 하는구나.. 드리볼..
초반부터 완전 기죽이네 이거...
어찌나 크고 위엄있던지
세퍼드가 공을 쫓아 움직이면
모두가 얼음....
촬영에 참가할 선수들도
이미 공포에 떨고 있었다.
지구대는 세퍼드의 위엄과
드리볼 기술에 이미 기가 죽어
쥐새끼 만한 지구를 안고
골대옆에 조용히 앉아 분위기를 살피고 있었다..
얼마 후 담당PD가 지구를 알아봤는지
"지구야 안녕?"
하고 인사 하며 다가왔다.
지구의 특기는 뭔가요? 라고 묻는데..
"앉아"라고 답하려다가..
왠지 축구와 관련 지어 대답해야 할거 같아
라고 답했다.
수비..
이게 모야..
조금이따가 테스트를 해볼거라며 기다리라고 하는데
앞이 컴컴해 지며
그냥 도망가버릴까 싶은 생각이
머리속을 꽉 채웠다.
그 순간!!!!!!
지구가 발버둥을 치더니!!!
[지구의광기]
우오오오오오!!!!!!!!
전력질주를 하는게 아닌가!!!
아... 지구야.... 안돼!!!!!!!!!!!!!!
영석은 황급히 지구를 따라 달렸다..
어? 근데...이거봐라...
연습하고 있던 선수의
공을 빼앗으려 달려든다.
아하..... 잘됐네..
이거 말리는 척만 해야겠다..
이런걸 보면 테스트도 필요없을테니.. ㅋ
그러나..
영석이 그런 얕은 수를 생각하기도 전
지구는 이미 진심으로
미쳐있었다.
공이라면 스토커가 되는 기질은 역시나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
선수도 자존심에 자극을 받았는지
뺏기지 않으려 하는 노력이..
급기야 시작됐다!!
그러나..
지구는 믿을 수 없는 광속턴과
광기를 발휘하여
김 한 장의 틈을 파고 드는데 성공!
공을 빼앗아 버렸다!
영석의 얕은 수 대로 멀리서 지켜보던
담당PD는 "우오오!!"
라는 소리를 내며 카메라를 들고
뛰어오기 시작했다..
T.T
지구가.......
관심을 끌다니....
이녀석..
.
시키지도 않은 것을 이리 적극적으로 하는걸 보니..
뭔가 다른 꿍꿍이가 있는게 아닌가 생각이 들었다..
어쩜...
이참에
TV에서 축구 잘하는 개로 대스타가 되어
고생스런 지구대를 버리고,
순금으로 된 개목걸이를 차고 매일같이
동네개들과 육포파티를 벌이는...
그런 상상을 하며
달렸을 수도..
[전설의선수]
얼떨결에 테스트가 필요 없어진 지구는
여유있게 다른개들을 지켜보았고
지구덕에 여유있어진 지구대는 참 못난이들처럼
그제서야 웃으며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심지어 다른개들 뛰는걸 보며
"에이~ 저기로 뛰었어야지" 라고
꼴보기 싫게 훈수까지 두었다.
거만해진 자세로 휴식을 하고 있던 지구대.
그들의 눈에 들어온 빨간 츄리닝 아저씨가 있었으니..
어?.. 어디서 본 듯한 분인데..?
앗! 저분은 98 프랑스 월드컵 국가대표
김도근 선수!!!!!!
오!! 김도근 선수를 만나다니!!
너무너무 반갑고 영광스러웠다!
수줍게 인사를 건넨 우리에게
김도근 선수는
멀리서 지구를 지켜봤다며
"개들로 국가대표를 만들면 지구같은 투지 넘치는 개가
꼭 주장이 되어야 한다" 라고 지구의 화이팅을
높이 평가해 주셨다..
아...이런 영광이..
맨날 귀찮고 힘들게만 하던 지구가..
이런칭찬도 듣을수 있는 놈이었다니..
그리고 말썽쟁이 지구덕분에
이렇게 방송도 나오고
김도근 선수랑 이야기도 할수 있다니..
지구가 갑자기 너무 달라 보였다...
[지옥테스트]
김도근 선수가 지구의 파이팅이 궁금했는지
직접 공을 몰고 선수들과 경기장으로 나가
공을 드리볼 해보자 했다.
국가대표 출신이라 그런지 현란한 솜씨는 여전하듯!
그렇게..처음에는 설렁설렁 하시는 듯 했으나...
통통 튀는 공에 급격히 흥분한 지구가
돌변하여 무서운 광기로 달려들고
김도근 선수가 칭찬한 투지가 뭔지...
몸으로 보여주자...
체면불구하고 전력을 다해 드리볼 하셨다..
그러나 이번에도 지구가 승!!
[대견한 지구]
화창한 오후에 반려견과 이렇게 좋은곳에서
뛰놀수 있다는 건 참 기쁜일이다.
개들은 원래 다른 개한테 관심이 끌리기 마련인데
전국의 공에 미친개들만 모아놔서 그런지
모두가 공만 보고 미친 듯이 전력질주 했다..
이런 모습을 지켜 보는 견주들은
말그대로 개판인 이런 상황이
마냥 행복하기만 할뿐이었다.
딱히 누가 승자인지 가려지지 않는 어설픈 경기였으나
조연으로 참가하여 주인공인 "칸"의 존재를
위기에 빠뜨린 열성 지구덕에
지구대는 간만에 어깨에 힘 좀 주었고..
늘 말썽만 피우던
지구가 그렇게 자랑스러울 수가 없었다.
경기가 끝나자
순호는 지구를 안고
마치 영화속 한 장면 처럼
묘한 미소를 머금고 경기장을 나왔다.
[기념촬영]
전 국가대표 김도근 선수와 함께 기념촬영!
지구는 차에 타자 마자 바로 환자가 되었다...
** 방송을 보고 싶은 분들은 TV동물농장 다시보기를 통해 (2011.05.08 방영분) 보시면 됩니다.
to be continued...
첫댓글 짝짝짜악짝짝
느므느므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감사감사!!!
이렇게 숨겨진 뒷 이야기 좋아요. 좋아.
지구가 얼마 안나왔지만, 워낙에 뇌리에 팍 박혀서리~~~ 그래도 좋았습니다.
꺄오~~~~,지구 뙇!!! 진짜 멋지고, 빠르고
쵝오 쵝오~~~~
작은 덩치지구가 더 돋보엿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