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카약커 장창기 대표가 경북 울진군 직산마을 앞바다 수심 10m 수역에서 씨알 좋은 광어를 낚아내고 있다. 광어 루어 낚시는 지그헤드나 다운샷, 콘돌헤드를 이용한 웜 채비로 할 때 조황이 가장 좋다고 한다.
광어낚시는 서해 바다에서만 성행하는 걸로 알았다. 동해 울진 앞바다에서 광어 루어낚시가 암암리에 이뤄지고 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았다. 물론 지금은 시즌이 일러 카약이나 보트를 타고 연안에서 50m 이상 떨어진 곳으로 나가야 한다. 포항 카약숍 '카약커' 장창기(010-5455-1974) 대표의 협조를 받아 울진 직산리 앞바다로 카약 광어 루어낚시를 다녀왔다.
■날씨 영향 많은 광어 루어낚시
출발 12시간 전까지 출조를 강행할 것인지 결정하지 못했다. 바다 상황은 시시각각으로 변하고 있었다. 파도가 거세진다는 예보도 있었다. 주말 저녁 카약커 장 대표에게서 전화가 왔다. "아무래도 이번 계획은 포기해야 할 것 같습니다. 바다 상황이 좋지 않네요." 실망감이 앞섰다. 지난해에도 동해 광어 루어낚시를 가려 했지만 기회가 닿지 않았다. 하지만 날씨를 거스를 수 없었다.
카약을 타고 바다로 나가는 것이 여의치 않으면 농어 루어낚시라도 하자고, 동행한 이승호 씨를 설득했다. 낚시라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난다는 야마리아 필드 스태프 '타이슨' 이승호 씨는 "아무래도 좋다"며 흔쾌히 동의했다.
아침이 되어도 별다른 연락이 없어 카약 피싱은 포기하고 농어루어를 하기로 했다.
대상지는 잠정적으로 영덕 오십천으로 잡았다. 오십천은 얼마 전 낚시 월간지 '바다낚시'의 신중대 기자가 기수역 농어낚시를 소개해 사람이 북적인다는 소문도 있었다. 바다도, 강도 아닌, 기수역의 농어 낚시도 색다른 풍경이라 호기심이 발동했던 터였다.
그런데 한국조구경영자협회 김선관 회장과 동승해서 고속도로에 진입하는 순간 카톡이 왔다. "지금 앞바다 너무 잔잔하네요." 경북 구미에서 전날 밤 동해로 출조를 감행한 카약동호회 양정산 씨의 메시지였다. 모든 계획을 원점으로 돌려 광어 루어를 하기로 했다. 하지만 기수역 연안낚시를 한다는 생각에 구명복을 비롯한 장비를 챙기지 못했다. 장 대표의 여벌 장비를 있는 대로 챙겨 동해대로를 타고 북진했다.
■수심 7m에서 신호음
흐릿하던 날씨가 날이 점점 밝자 해가 비치고 점점 회복되었다. 울진군 직산항에 도착했을 때에는 자외선 차단 크림을 발라야 할 정도로 햇살이 따가웠다. 이미 도착한 카약 동호회원 몇몇은 바다에 떠 있었다. 마음이 급해서 채비를 서둘렀다. 그런데 카약이 한 대밖에 없었다. 300㎏의 무게를 견디도록 설계했지만 어른 2명이 타면 적당했다. 취재가 우선이라는 핑계로 이승호 씨와 기자가 먼저 타서 낚시했다. 한 시간 뒤 장 대표, 김선관 회장과 교대하기로 했다.
전동 프로펠러를 단 피싱카약 '누카누'는 미끄러지듯이 조용히 바다로 나아갔다. 방파제 초입의 수심이 2m 정도로 낮았다. 모래가 끊임없이 유입돼 그런 모양이었다. 그래도 어선들이 이용하는 데는 큰 불편이 없었다. 피싱 카야커들은 "그래도 직산 마을 주민들의 인심이 좋다"고 했다. 다른 곳은 낚시인들을 반기지 않아 싫은 소리를 듣는다고 볼멘소리를 했다. 카약은 슬로프 시설이 있으면 바다로 내리고 오르기가 수월한데 이 시설을 갖춘 마을 방파제를 이용하는 것이 마음처럼 쉽지 않다는 것이다.
수심 7m에서 신호음이 울렸다. 이미 입력한 어탐기의 포인트 신호다. 이승호 씨가 낚시를 시작하라고 했다. 기자는 다운샷 채비를 했고, 그는 지그헤드에 웜을 달아 낚시했다.
바람과 조류가 심해 카약이 눈 깜박할 새 먼바다로 떠내려 갔다. 어떤 때는 연안으로도 붙었다. 그때마다 전동 프로펠러를 조정해 제 위치로 가야 했다. 타이슨이 탄성을 질렀다. 입질을 받았지만 제대로 걸지 못한 것이다. 인근 카약에서는 뜰채를 대느라 분주했다. 멀리서 봐도 커다란 광어 한 마리가 올라왔다.
파도가 갑자기 거세졌다. 불과 한 시간 전만 해도 잔잔하던 바다였다. 방파제에서 지켜보던 장 대표가 손짓을 하며 "철수"를 외쳤다.
■오십천 황어 구경
열심히 바닥을 긁고 캐스팅을 해서 먼 곳까지 노렸지만 뱃살이 하얗고 미끈한 동해 광어를 직접 걸지 못했다. 하지만 양정산 씨는 50㎝ 정도의 광어를 한 마리 잡았고, 함께 온 일행들도 한 마리씩 올렸다.
구미 루어 낚시인 양정상 씨가 당일 카약 루어 낚시로 잡은 50㎝급 동해 광어.
자연산 광어라서 그런지 바닥이 하얀 것이 무척 탐스러웠다. 오후가 되면서 날씨는 점점 더 거칠어져서 결국 철수했다.
귀갓길에 아쉬움을 달래려 오십천 기수역 농어 낚시에 도전했다. 강구마을 입구의 오십천에 도착하니 이곳에도 카약을 동원한 7~8명의 낚시인들이 있었다. 여울에서 동네 아저씨들이 묘한 방법으로 낚시를 하고 있었다. 알고 보니 훌치기 황어 낚시였다. 그 순간 붉은 혼인색의 황어 한 마리가 올라왔다.
신기해서 차에서 내려 가까이 갔다. 우리가 들고 있는 루어로는 황어를 잡을 수 없다며 우체국 근처 낚시점에서 전용 장비를 구입하라고 했다. 일단 농어를 노려 보기로 했다. 가슴까지 오는 장화를 신고, 이 씨와 장 대표는 하류로, 김 회장과 기자는 상류 쪽을 탐색했다. 한 시간 동안 열심히 채비를 던졌지만 농어는 물지 않았다. 신 기자는 "물때에 따라 기복이 심한 곳"이라고 설명했는데 시기가 맞지 않은 모양이었다.
황어 포인트인 여울에는 이곳 강구마을에 산다는 남성진(81) 할아버지가 도착하자마자 황어 한 마리를 걸어 고전하는 우리에게 선뜻 선물로 주었다. 황어가 많이 오르는 날에는 수십 마리를 잡기도 했단다. 노인의 낚싯대에 해가 걸렸다. 오십천은 푸르게 푸르게 바다로 흘렀다.
낚시는 물과 가장 밀접한 레포츠다. 이른바 '친수 레포츠'이다 보니 물에 젖을 일이 많다. 특히 카약이나 소형 보트를 타고 낚시를 하면 파도에 옷이 젖는 경우가 다반사다.
모든 배는 조금씩 물이 넘쳐 들어오거나 프로펠러 주변 작은 공간으로 물이 들어오는 것을 허용하고 있다. 그러니 배 안에는 항상 물이 존재한다.
이런 이유로 동해 카약 광어루어를 즐기는 사람들은 대부분 '가슴장화(웨이더·Wader)'를 착용하고 있다. 네오플랜 소재의 밀착성이 강하고 보온성이 뛰어난 가슴장화도 있고, 방수 위주의 제품도 있다. 가슴장화가 아니더라도 혹 물에 빠졌을 때 보온성과 방수를 보장해 줄 의류를 입는 경우가 많다.
기수역 농어낚시도 마찬가지다. 가슴장화를 신은 사람은 강심 얕은 곳까지 들어가 원하는 위치에 루어를 던져 넣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기자도 어부용 가슴장화를 갖고 있어 바지가 젖지 않은 채 강심에 들어가 농어루어낚시를 할 수 있었다.
가슴장화는 계류나 갯바위에서 미끄러지지 않도록 장화 바닥이 펠트 재질로 된 것이 많다. 물밑 바닥은 이끼 등으로 매우 미끄럽기 때문이다. 가슴장화의 필수 보조 장비는 허리끈. 허리끈을 제대로 죄어야 혹 물속에서 넘어졌을 때 물이 안으로 한꺼번에 들어오는 낭패를 당하지 않는다.
'개울을 건널 때 말을 갈아타지 않는다'는 서양 속담이 있다. 어려운 일이 닥쳤을 때 조직을 바꾸지 않는다는 의미다. 하지만 이 말은 낚시인에게 물속에서 급격한 몸동작을 삼가라는 뜻으로 이해된다. 물속 혹은 여울을 건너 본 낚시인이라면 다 공감한다. 이재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