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보 수출기업을 위한 안전수출 가이드(8)] 초보 수출의 재구성
리틀스타 J사장이 중국에 라면 수출에 성공하기까지
지난 호에서 바이어를 발굴해서 수출하고 대금 회수 및 관세 환급에 이르기까지의 수출절차를 살펴보았다. 이번 호에서는 가상의 초보수출자 ‘리틀스타’의 J사장이 중국으로 라면을 수출하는 과정을 살펴본다.
●금융전문가, 초보수출자가 되다 = ‘리틀스타의 J사장은 지금 정신이 없다. 중국 C사의 추가 오더를 진행해야 하고, X사, Y사에게는 첫 무역거래를 제안하는 비즈니스 프로포절(Business Proposal)을 보내야 하기 때문이다.
J사장은 재작년 말 30년 이상 근무해오던 모 금융기관에서 정년퇴직했다. 임금피크 기간 중 여러 갈림길에서 꽤 오랫동안 고민했다. 동료를 따라 공인중개사 시험을 준비할까, 좀 더 전문적인 세무사 시험을 준비할까 생각을 해 봤고, 그래도 관련 분야에서 일거리를 찾는 게 낫겠다 싶어 수출금융 컨설턴트가 되는 길도 상상해 봤다.
그러나 어느 길도 썩 와 닿지 않아 고민하다가 작년 초부터 시작한 길이 무역업이다. 원래는 수출금융 컨설턴트가 되려고 수출과 수출금융 분야를 집중적으로 팠는데 의외로 무역업이 적성에 맞을 수도 있겠다는 느낌이 와서 시작했다.
J사장이 무역업을 시작하기 위해 특별히 한 일은 별로 없다. 퇴직하고 작년 1월에 바로 세무서에 사업자등록을 신청하고 사업자등록번호를 받았다. 상호명은 작게 시작한다는 의미로 ‘리틀스타(LittleStar)’로 정했다. 샤오미도 좁쌀이라는 뜻이니, 리틀스타도 언젠가 샤오미처럼 크게 되려나? 아니면 큰 별이 된 삼성처럼 될지도.
J사장은 내친김에 한국무역협회에 회원 가입하고 무역업고유번호까지 받았다. 회비는 가입비 20만 원에 매년 연회비가 15만 원이다.
무역업을 하기 위해 꼭 무역협회 회원 가입이 필요한 건 아니다. 당장 한 푼이 아쉬우니 회원 가입을 안 할 수도 있지만, 무역협회 회원이 되면 무역협회의 수출바우처(최대 50만 원, 멤버십 회원 10만 원 추가)나 무역진흥자금을 비롯한 각종 지원을 받을 수 있고 시장개척단이나 수출상담회 등에서 우대받을 수 있으니 고민 없이 가입했다.
●바이어 찾아 삼만리에 나서다 = 수출절차 중에서 J사장이 가장 힘들었던 부분은 바이어를 찾는 일이었다. 수출자금의 조달이나 수출리스크, 환리스크 관리는 그가 30년 이상 접해오던 분야여서 부담감이 적었는데 바이어 발굴은 도무지 엄두가 나지 않았다. 처음이라 시행착오를 겪다 보니 바이어 하나 발굴하는 데 꼬박 10개월이나 걸렸다.
J사장은 작년에 K-푸드가 뜬다는 소식을 접하고 KOTRA 트라이빅(www.kotra.or.kr/bigdata)에 들어가서 자기가 좋아하는 라면의 해외시장을 알아보았는데 중국이 주력 수출시장 중 하나였다. 그래서 중국을 대상으로 잠재 바이어를 찾아 나섰다. KOTRA에도 회원 가입해서 트라이빅의 ‘해외바이어 정보’를 통해서 잠재 바이어를 물색했다.
또한, 수출유관기관이 운영하는 B2B 사이트인 KOTRA의 buyKOREA(www.buykorea.org), 무역협회의 트레이드코리아(www.tradekorea.com),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의 고비즈코리아(www.gobizkorea.com), 그리고 그밖의 민간기업인 EC Plaza(www.ecplaza.net), EC21(www.ec21.co.kr) 등을 통해서 잠재 바이어를 찾아 나섰다.
이렇게 찾아낸 바이어 리스트를 취합해서 KOTRA의 ‘해외파트너 연결지원서비스’를 신청하고 바이어 조사를 의뢰했다. KOTRA 해외무역관에서는 J가 보낸 리스트를 포함해서 약 10여 개의 잠재 바이어를 조사한 후 2~3개의 유망 바이어 리스트를 J에게 보내주었다. ‘해외파트너 연결지원서비스’가 좋은 점은 단순히 바이어 리스트만 주는 것이 아니라 이후 2달 동안 KOTRA에서 수출입자 간 교신지원 서비스까지 해준다는 점이다.
요즘 무역사기 때문에 조심스러웠는데 KOTRA 해외무역관이 현장에서 조사를 해주고 교신지원까지 해주니 J는 어느 정도 마음을 놓을 수 있게 되었다. 최종적으로 상하이 소재 C사와 거래하기로 결정했다. 그게 작년 말의 일이다.
●발굴한 바이어는 믿어도 될까? = KOTRA가 1차 조사한 바이어라 다소 안심은 되지만 첫 거래이니 신중히 할 필요가 있어서 올해 초 한국무역보험공사의 ‘KSURE 해외신용정보센터’를 통해서 C사에 대한 신용조사를 의뢰했다. 신용조사를 의뢰할 때 C사를 검색해보니 C사는 이미 한국의 다른 수출자와 거래실적이 있었고 다행히 무역보험 사고는 없었다.
J는 무역보험공사 서비스 이용이 처음인데 3번까지는 무료로 국외기업 신용조사를 의뢰할 수 있다고 한다. 그래서 C사 이외에 잠재 바이어 리스트상에 있는 중국의 X사와 Y사에 대한 신용조사도 함께 의뢰했다.
약 2주 뒤에 신용조사 결과가 나왔는데 C사는 E등급, X사는 C등급, 그리고 Y사는 F등급이다. 다행히 모두 무역보험 이용이 정상적으로 가능한 등급(F등급 이상)이 나왔으니 기회가 되면 X사와 Y사와의 거래도 추진해볼 생각이다.
●초보자가 수출계약을 체결하다 = 올 2월 초에 J는 C사에게 라면을 1만 달러어치 수출하겠다는 비즈니스 프로포잘을 이메일로 보냈다. 며칠 뒤 구체적인 라면의 종류와 단가를 묻는 수입자의 인콰이어리(Inquiry)가 도착했다. J는 라면 품목별 수량과 가격을 표기한 인보이스(Proforma Invoice)를 수입자에게 이메일로 발송했다.
가격을 산정할 때 고민이 많았는데 퇴직 후 무역업을 시작해서 별 재미를 못 본 친구에게 문의한 후, 수출자가 도착항까지의 비용을 책임지는 CIF 조건임을 감안해서 국내 구매가격에 도착항까지의 운송비 및 해상보험료와 수출통관비 등을 더한 후 적정 마진(8%)을 보태서 가격을 산정한 후 수입자에게 인보이스를 보냈다.
수입자 측으로부터 비싸다고 5% 깎아달라는 요청이 들어왔다. J는 3%의 할인을 제안했고 수입자는 받아들였다. 최종적으로 수출계약이 체결되었다. 2월 중순경의 일이다.
정식 수출계약서가 아니더라도 Proforma Invoice, Purchase Order, Offer Sheet 등에 양 당사자의 서명이 있으면 수출계약의 효력이 발생한다. 다만 정식 계약이 아니다 보니 클레임 해결방법이나 중재조항 등은 들어가 있지 않다. J사장은 나중에 거래 규모가 커지면 정식 계약서를 요구할 생각이다.
●무역보험으로 외상거래의 위험을 커버하다 = J사장이 요청한 선수금 조건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수입자가 제시한 결제조건은 T/T 30days였다. 첫 계약에 목말랐던 J사장은 받아들였다.
선적 후 30일을 기다려야 하니 이 기간 중에는 바이어 리스크가 존재한다. 그 사이 바이어가 부도나면 돈을 못 받는다. J사장은 바이어 리스크를 커버하기 위해 무역보험공사의 단기수출보험(중소중견Plus+)에 가입했다.
때마침 서울시의 무역보험료 지원 예산이 책정되어 보험료 지원신청서를 제출하고 보험료 지원까지 받았다. 요즘 지자체의 서비스 마인드는 예전과 다르다는 걸 느꼈다.
C사의 할인 요구를 들어주다 보니 수출이익이 5%에 불과하다. 현재 수준에서 환율이 더 떨어지면 수출하고도 손실이 날 수 있다. J사장은 수출계약 확정 즉시 수출금액의 50%인 5000달러에 대해 환변동보험(수출선물환)에 가입했다. 결제통화는 미 달러화로 환변동보험의 보장환율은 1350원이었다. 결제시점에 환율이 1350원보다 떨어지면 차액을 보상받고, 그보다 올라가면 차액을 무역보험공사에 납부하는 구조다.
●첫 수출을 무사히 마치다 = 수출할 물품은 아는 도매상으로부터 구매했다. 퇴직하면서 모아놓은 자금이 있어서 자기자금으로 구매대금을 결제했다. 나중에 거래규모가 커지면 수출실적을 근거로 신보와 무보의 보증서를 활용해서 물품 구매 자금을 조달할 생각이다.
물품을 수배하고 나서 코리아쉬핑가제트(www.ksg.co.kr)를 통해서 내 물건을 실어줄 포워딩업체를 선정했다. 아직은 운송이나 통관 등에 대해 아는 게 없어서 포워더에게 일괄해서 맡겼다. 포워더가 자신이 자주 이용하는 관세사를 연결시켜 주었다.
J사장은 상업송장(Commercial Invoice)과 패킹리스트(Packing List)를 포워더에게 주고 통관과 선적 절차를 맡겼다. 포워더로부터 3월 중순에 선적이 되었다는 통보를 받았다. 감격스러웠다. 이제까지 수출기업 지원업무만 했는데 드디어 자신이 초보수출자가 된 것이다.
●수출채권을 유동화하다 = J사장은 포워더가 전해준 선적서류를 은행에 제출하고 수출대금을 조기에 현금화해줄 것을 요청했다. 수출계약체결 후 바로 무역보험공사의 수출신용보증(포괄매입)에 가입했기에 은행에서도 별다른 담보를 요구하지 않고 수출대금을 내어주었다.
은행이 J사장에게 내어준 자금은 엄밀하게는 수출결제자금이 아닌 대출이다. 이 대출에 대해서 무역보험공사가 연대보증을 서는 것이라 은행은 안심하고 J에게 자금을 내어준 것이다.
만기까지 기다리려던 애초 계획과 달리 수출채권을 조기에 유동화했기에 수출계약 체결 시 들었던 환변동보험에 대해서는 수출채권 유동화 시점에 맞추어 조기결제를 신청했다. 그 사이 환율이 약간(20원) 올라서 조기결제환율은 1370원이 되었다. 환차익 10만 원을 무역보험공사에 납부했다.
무역보험공사의 이익금 환수는 아쉽지만 수출금액의 50%만 헤지한 덕에 수출거래에서는 그 이상의 환차익(20만 원)을 얻을 수 있어서 좋았다. 100% 헤지를 했으면 환율이 올라도 먹는 게 없어서 속 좀 쓰렸을 것이다.
●만기에 수출대금이 들어오다 = 다행히 선적 후 28일 후인 어제 수입자 C사로부터 수출대금이 들어와서 매입은행의 대출금은 들어온 수출대금으로 상환했다. 작년부터 시작해서 1년 하고도 몇 개월을 투자한 첫 거래가 무사히 마무리된 것이다.
●추가 오더가 들어오다 = 어제 꿀잠을 잔 J사장은 상쾌한 기분으로 이메일을 열어본다. 왠지 좋은 소식이 있을 것 같다. 수출거래를 추진하면서 매일 아침 일어나자마자 이메일을 확인하는 것이 습관이 되었다.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 C사로부터 추가 오더가 들어와 있다. 이제 J사장의 머리는 분주해진다. C사의 추가 오더를 진행해야 하고, 중국의 X사와 Y사에게 보낼 Business Proposal도 구상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