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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문을 열면
박두진 작사. 김동진 작곡 / 노래 이씨스터즈 + KBS합창단
1
하늘이 푸릅니다. 창문을 열면
온방에 하나 가득 가슴에 가득
잔잔한 호수같이 먼 하늘에
푸르름이 드리우는 아침입니다.
[후렴]
아가는 잠자고 쌔근쌔근 잠자고
뜰에는 울던 새가 가고 안 와요.
돌아오실 당신의 하루해가 그리워
천년처럼 기다리는 마음입니다.
2
바람이 좋습니다. 창문을 열면
이마의 머리칼을 가슴에 스쳐
먼 어느 바닷바람 산 윗바람
당신과의 옛날을 일깨웁니다.
[후렴]
아가는 잠자고 쌔근쌔근 잠자고
뜰에는 울던 새가 가고 안 와요.
돌아오실 당신의 하루해가 그리워
천년처럼 기다리는 마음입니다.
3
낮달이 떴습니다. 창문을 열면
저렇듯 푸른 품에 안기었어도
너무 밝은 낮에 나와 수집은 얼굴
낮달이 지기 전에 돌아오세요.
[후렴]
아가는 잠자고 쌔근쌔근 잠자고
뜰에는 울던 새가 가고 안 와요.
돌아오실 당신의 하루해가 그리워
천년처럼 기다리는 마음입니다.
https://youtu.be/s8nWkyyrlG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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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학교 시절, 아침마다 눈떠서 학교갈 준비로 허둥댈 때 이 노래를 귓등으로 듣곤 했다. 지금 찾아보니 1960년대 KBS 라디오 아침 7:20분에 시작된, 동명의 라디오 연속극 시그널송이었단다.
보고 듣고 냄새맡는 세상의 모든 것들을 스펀지처럼 빨아들이던 시절, 오감과 감수성이 온 세상을 향해 활짝 열려있던 그 시절, 모짤트, 베토벤도 몰랐고 장영주, 장한나, 조성진, 임윤찬도 없었던 시절, 듣고 따라 흥얼거리던 노래라고는 학교에서 배우는 동요들이었다. 그러나 통조림 정어리보다는 펄떡펄떡 푸른 바다를 뛰노는 생선이 더 유혹적인 법, 거기다 입가가 거뭇해지고 빨리 어른이 되고 싶어 안달하며 섣부른 어른 흉내를 내기 시작할 무렵, 필연적으로 만나는 것이 이런 저런 대중가요들이었다. 헌데 그 때 유행가라는 게 일제시대/해방 정국/한국전쟁의 비극과 혼돈속에서 잉태되어 허무와 탄식과 한풀이로 점철된 노랫말(예: "이래도 한세상, 저래도 한세상, 돈도 명예도 사랑도 다 싫다"<사의 찬미>, "황성 옛터에 밤이 되니 월색만 푸르러. 세상이 허무한 것을 말하여 주노라." <황성 옛터>, "아 으악새 슬피 우니 가을인가요.... 그 세월이 나를 울립니다" <짝사랑>)에다 늘어진 장타령조, 흐느끼는 단조풍의 노래가 대부분이었다. 그런 음습하고 음울한 노래 가운데 꾀꼬리같은 여성 중창단과 합창이 어우러진 이 노래는 콩닥콩닥 뛰는 내 심장 박동, 한창 자라는 내 사대육신에 뻗치는 기운에 걸맞는 노래였다.
거기다 작사자와 작곡자의 면면을 보라. "해야, 고운 해야, 해야 솟아라. 꿈이 아니래도 너를 만나면, 꽃도 새도 짐승도 한 자리에 앉아, 워어이 워어이 모두 불러 한 자리 앉아, 애띠고 고운 날을 누려 보리라."***며 시대의 어둠을 걷어내던 그분, 조지훈, 박목월과 함께 청록파(靑鹿派)를 결성하여 활동하신 우리나라 근대문학의 빛나는 별중의 한 분이신 박두진 님이 가사를 쓰셨다. 작곡은 누군가. 이미 중학교 5학년 때 김동환의 시 <봄이 오면>에 곡을 붙인 것을 시작으로 가장 유명하기는 출향한 남쪽 지방 바닷가 출신들이 객지 타관을 떠돌며 울며불며 불렀다던 <가고파> 등 빼어난 가곡을 수없이 작곡한 김동진씨 아닌가. 이 곡을 쓰고 짓기 위한 두 분의 만남은 절묘하다. 그래서 이런 옥동자가 탄생하였다.
시인이 지은 가사 일부를 음미해 보자. 노래를 부르는 사람은 결혼하여 막 아기를 낳아 기르는 새댁이다. 남편을 출근시키고 혼자 남아 아기를 재워 놓고 집안 청소를 할 참인지 창문을 열어 하늘을 보며 잠깐 망중한을 즐기고 있다. 시인 류시화의 "그대가 곁에 있어도 나는 그대가 그립다"는 경지일까, 방금 출근한 지아비가 벌써 보고 싶어진다. 노래 2절의 "먼 어느 바닷바람 산 윗바람 / 당신과의 옛날을 일깨웁니다." 구절을 보면 이 두 남녀는 결혼 전부터 오랜 기간 사랑을 지켜왔다. 그러니 이 지점에서 떠오르는 정지용의 시 하나.
"얼굴 하나야
손바닥 둘로
폭 가리지만,
보고픈 마음
호수만 하니
눈 감을밖에"
그래서 '돌아오실 당신의 하루해가 그리워 천년처럼 기다리'겠단다.
(호모 사피엔스가 온갖 환란고초를 겪으면서도 35만년 동안 살아 남아 지금까지 버텨낼 수 있었던 배후에는 이 '사랑'이라는 가치를 발명하고 지켜온 탓이 필요충분조건이다. '사랑'은, 어쩌면 인류 전체가 공모(共謀)한 집단 환각 내지 집단 환상, 집단 광기일지도 모른다는 합리적 의심!)
다음 구절,
"아가는 잠자고 쌔근쌔근 잠자고
뜰에는 울던 새가 가고 안 와요."
잠시 생각해보면 단순히 아기가 잠자고 새가 날아갔다는 풍경 묘사가 아니다. 시인은 아기의 잠을 방해하지 않기 위해 새조차도 날려 보내는 것이다. "멍멍개야 짖지 마라 / 꼬꼬닭아 우지 마라 / 우리 아가 잠 깰라"라는 우리 전래 자장가의 연장선이다. 참 알뜰한 시심(詩心)이다. 낮달이 "너무 밝은 낮에 나와 수집은 얼굴"을 하고 있다는 형용도 동시처럼 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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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마을
손석수 작사/작곡
한명숙 노래
1
수양버들이 하늘하늘
바람을 타고 하늘하늘
물동이 이고 가는 처녀
치마자락 하늘하늘
누런 호박이 주렁주렁
초가지붕에 주렁주렁
일하는 총각 이마에는
땀방울이 주렁주렁
우리마을 살기좋은 곳
경치좋고 인심좋아
봄 가을엔 오곡이 풍성
주렁주렁 너울너울 무르익어요
2
밤이 깊으면 소근소근
저마다 별이 소곤소곤
앞집 처녀와 뒷집 총각
냇가에서 소곤소곤
우리마을 살기좋은 곳
경치좋고 인심좋아
봄 가을엔 오곡이 풍성
주렁주렁 너울너울 무르익어요
밤이 깊으면 소근소근
저마다 별이 소곤소곤
앞집 처녀와 뒷집 총각
냇가에서 소곤소곤
https://youtu.be/btxVo4QyM9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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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겨운 가락도 가락이거니와 노래 가사를 보라. 첫눈에 띄는 것, 맞다, '하늘하늘, 주렁주렁, 너울너울, 소근소근'의 의성어, 의태어가 반복되면서 각운으로 절묘하게 배치되어 있다. 어깨춤이 절로 난다. 한국어의 무한무량한 조어 잠재력, 창의성이 돋보인다. 그 다음은 1절과 2절의 가사 내용의 대비이다. 1절은 자연지리, 2절은 인문지리다. 바람에 날리는 수양버들, 물동이 인 처녀의 날리는 치맛자락, 주렁주렁한 호박, 오곡 풍성, 좋은 인심, 다아 좋다. 몇가지의 오브제로 풍요로운 시골 정경을 완취해낸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공간만 있을 뿐, 인문이 없다. 역사가 없다. 인문과 역사가 아름답고 강물처럼 도도히 흘러가기 위해서는 처녀와 총각이 눈이 맞아야 한다. 갑돌이와 갑순이의 비련도 있겠지만 다다익선이다. 물레방앗간이든 보리밭이든 뽕밭이든 암컷 수컷이 얼크러 설크러져야 한다. 아들이든 딸이든 마구 내질러야 한다. 그 잘난 하느님도 "생육하고 번성하라"지 않았는가? 어차피 적자생존이지 않은가. 기회는 많이 줄 수록 좋지 않은가? 목숨 자체는 축복도 저주도 아니잖는가?
군사독재 4공화국 찬양, 사회 분위기 쇄신을 위하여 그 당시 정권과 공안당국이 사주하여 만들어 낸 이른바 '건전가요'운동의 일환이기도 했다는데, 난 그런거 모르겠고, 거대한 산업화의 물결이 진행되고 지방의 젊은이들이 보따리 하나 싸들고 서울로 서울로 상경하던 시절이었는데 어떻게 이런 시대 사조에 반하는 대중가요가 유행이 되었을까?
2022년, 대한민국은 국토 균형 발전이 초미의 과제이다. 농촌의 공동화, 지방 소멸화가 가속화되고 있다. 지구상에서 가장 먼저 사라질 나라가 대한민국이라잖던가? 이런 상황에서 귀촌 귀농을 장려하고 결혼과 출산을 장려하기 위한 정부의 정책 홍보를 위해 이 노래가 캠페인송으로 그저그만인 노래가 아닌가? 우리나라 1년 예산 600조, 그 중 1조만 헐자. 연일 이 '우리 마을' 노래를 매스컴에서 틀어대자. 온갖 SNS에 폭탄 세례를 퍼붓자. <전국'우리 마을' 노래 개사 콘테스트>, <전국'우리 마을' 가사 작곡 콘테스트>, <전국'우리 마을' 글짓기대회><전국'우리 마을' 사생대회>, <전국'우리 마을' 표어.포스터대회>, <전국'우리 마을' 사진촬영대회>, <전국'우리 마을' 동영상제작대회>, <전국'우리 마을' 주제 패션쇼>를 개최하자. 뮤지컬도 만들고 영화도 만들자. 작사/작곡자인 손석수씨 전국 순회 강연, 국토균형발전 공로자 수상, 훈장 수여, 동상 건립, 기념관 건립, 생가 보존하자. 전국 각지 플래카드 내걸기(문구: "누런 호박 주렁주렁, 냇가에서 소곤소곤")하자. 환경 보전, 생태 복원, '느린 삶'을 지향하는 국제 NGO 단체들, 틱낫한의 플럼빌리지 같은 수행 공동체와 연대하자. 국제 컨퍼런스를 열자. UN 산하 범글로벌기구를 결성하자. 돌아가신 생태사상가 김종철 선배님도 불러 내자!
내가 너무 나갔나?
부처님도 6년간의 치열한 고행수도 끝에 깨달음을 얻은 후 설법을 위해 처음 찾아간 옛 도반 다섯명으로부터 '타락한 수행자'로 아주 모욕적인 배척을 받았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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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 우리 집
노래: 쿨시스터즈
안녕하세요 안녕하십니까
인사를 나눕시다 명랑하게
일년은 삼백 육십 오일
가지 많은 나무에 바람 잘날 없어도
우리집은 언제나 웃으며 산다
안녕하세요 안녕하십니까
인사를 나눕시다 명랑하게
일년은 삼백 육십 오일
가지많은 나무에 바람 잘날 없어도
우리집은 언제나 웃으며 산다
https://youtu.be/5YEkSJNjy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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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개발과 독재와 민주화의 혼돈으로 혼탁하던 70년대.... 이 노래도 앞선 '창문을 열면'과 마찬가지로 아침 라디오 연속극의 시그널 송이다. 1966년 첫 방송후 40여 명의 방송작가가 연속 집필하며 거의 20여년 간을 계속하였다니 모두가 기억하는 노래일 것이다.
세상을 향해 무한 창공을 중력을 잡아채며 날아 올라야 할 10대를 나는 많이 헤매었다. 허송 세월하며 땅만 보고 떠돌아 다녔다. 고교 시절 모종의 사건으로 수차례 유기, 무기정학, 가출, 대학 3수 등등..... 태생이 어리석고 게으르고 유약한 탓이었다. 그런 시간 속에서도 여기 소개한 세 곡을 포함한 노래들이, 그 율려들의 광휘와 그늘과 위무가 그나마 나를 여기까지 떠메고 온 크나큰 힘이었다.
"음악만이 세계어에서 번역할 필요가 없다.
거기서는 혼이 혼에게 호소된다."
---아우레르바하---
첫댓글 *** 박두진님의 시가 여기까지 진화한다!
https://youtu.be/mJ4yQw0Lh7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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