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된장과 간장
한국인의 밥상을 풍성하게 해주는 것이 된장과 간장을 포함한 각종 장류다. 김치 없는 식탁도 상상하기 어렵지만 메주가 빠진, 즉 장류가 아예 없는 식탁에서 며칠 동안 밥을 먹기도 쉽지 않을 것이다. 일주일쯤 된장찌개를 먹지 않는다고 생각해보라. 튀김이나 회를 먹는데 간장이 없다고 생각해 보라. 된장 한 숟가락에, 간장 한 방울에 음식의 맛은 전혀 달라진다. 된장과 간장 역시 김치처럼 발효 식품이란 것도 한국의 음식문화를 풍성하게 만든다.
된장과 청국장의 차이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된장과 청국장을 헷갈려 한다. 먼저 콩으로 메주를 쑤어보자. 메주콩을 찧어 네모나게 빚은 다음에 처마에 달아 발효시킨 것이 메주다. 메주는 삼국시대부터 만들었다고 하는데, ‘삼국사기’에 간장과 된장을 뜻하는 ‘밀장시’라는 단어가 나온다. 우리 조상들이 사랑해온 메주를 소금물에 담가 3~4개월간 두면 이번에는 검은 국물(간장)과 덩어리가 생긴다. 이 덩어리에 간장을 부어 반죽하면 된장이 된다. 메주에는 누룩곰팡이(황국균)와 좁쌀곰팡이를 비롯해 1500종이 넘는 곰팡이가 살고 있다.
반면 청국장은 삶은 콩을 고초균이 살고 있는 볏짚에 넣어 발효시킨다. 고초균이 발효시킨 콩 덩어리에 소금과 파, 마늘, 고춧가루를 넣어 반죽하면 청국장이 된다. 청국장은 된장보다 곰팡이나 세균은 적지만 특이한 냄새가 진하게 난다.
재미있게도 지역마다 메주 모양이 다르다. 강원도에서는 메주를 납작하게 빚고, 전라도와 제주도에서는 통통하게 빚는다. 기후 때문이다. 추운 지방에서는 메주에 곰팡이가 잘 피지 않는다. 조금이라도 곰팡이가 잘 생기도록 납작하게 메주를 만드는 것이다. 남쪽 지방은 메주에 곰팡이가 잘 피기 때문에 메주를 통통하게 만든다. 사실 콩 단백질은 별 맛이 없다. 그러나 곰팡이가 콩에 들어 있는 단백질을 분해해 아미노산으로 자르면 감칠맛이 많이 난다. 즉 곰팡이에 따라 된장 맛이 달라지는 것이다.
다 같은 간장이 아냐
간자에는 이름이 많다. 쓰임새와 만드는 법에 따라 2가지의 분류법이 있기 때문이다. 쓰임새에 따라 국간장, 진간장, 조림간장이 있고, 만드는 법에 따라 한식간장, 산분해간장, 혼합간장, 양조간장으로 나뉜다.
한식간장 또는 전통간장은 우리 조상들이 메주를 이용해 간장을 담궈 먹던 방법이다. 전통간장은 색이 옅은 반면 많이 짜서 국물 요리에 쓰면 좋다. 그래서 갓 만든 전통간장을 국간장이라고 부른다. 전통간장을 항아리에 넣어 몇 년동안 발효시키면 맛과 색이 더 ‘진’해져서 진간장이 된다. 하지만 국간장보다 덜 짜다. 즉 전통간장을 만들어서 바로 먹으면 국간장, 몇 년 정도 숙성시켜서 먹으면 진간장이 된다. 진간장에 맛있는 성분을 더 넣으면 조림간장이 된다.
이제 만드는 법이다. 양조간장은 메주 대신 콩에 직접 미생물을 넣어 발효를 시킨 뒤 소금물을 넣어 숙성을 시켜 만든다. 즉 콩 단백질을 미생물로 직접 잘라 아미노산으로 만든 게 양조간장이다. 전통적인 발효 방식을 어느 정도 따라 했다고 볼 수 있다.
반면 묽은 염산을 넣어 콩 단백질을 아미노산으로 잘라 만든 게 산분해간장이다. 전통간장이나 양조간장보다 빠르고 싸게 만들 수 있다. 이런 산분해간장과 아까 말한 전통 방식을 응용한 양조간장을 섞으면 혼합간장이 된다. 즉 옛날에는 한식간장만으로 국간장과 진간장을 만들었다면 지금은 한식간장, 양조간장, 산분해간장 그리고 혼합간장으로 진간장과 국간장을 만든다.
그럼 조선간장, 왜간장은 뭘까. 당연히 전통간장이 조선간장이다. 양조간장이나 산분해간장은 근대화이후 일본에서 건너왔기 때문에 왜간장으로 불렸다. 하지만 이미 우리 기술이 됐는데 지금까지도 꼭 그렇게 부를 필요가 있는지는 의문이다. 빵을 프랑스빵, 포루투갈빵이라고 부르지 않는 것처럼 말이다.
정리하면 간장은 쓰는 용도에 따라 국간장, 진간장, 조림간장 등이 있다. 국에는 국간장, 무침이나 회에는 진간장, 좀더 맛있는 소스가 조림간장이다. 그리고 콩이나 메주에서 어떻게 간장을 만들었느냐에 따라 한식간장, 산분해간장, 양조간장, 혼합간장으로 나뉜다. 이제 좀 더 쉽게 간장 이름을 부르는 방법이 나와야 할 때가 된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