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HD 이해하기
또래 아이들보다 유난히 정신이 없고 산만한 아이들을 보면서 “혹시 ADHD가 아닐까?” 걱정하는 부모들이 많다. 어려운 의학용어의 약자인 ADHD는 이제 부모들의 귀에 익숙해진 단어가 됐다. 정말로 산만한 아이들은 다 ADHD일까?
산만하다는 것은 아이가 자라는 중에 나타나는 정상적인 모습이다. 어른들도 누구나 모든 상황에서 100% 집중할 수는 없다. 딴 생각을 하거나 시쳇말로 멍 때리거나 하는 일은 어른들에서도 자주 나타나는 모습이다. ADHD가 있는 아이들에게서 나타나는 산만함은 이러한 일반적인 정상 발달 과정의 산만함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즉, 집중을 해야 할 때, 주의력을 유지해야 할 때, 다른 방해요소가 있어도 참고 집중해야 할 때, 다른 것에 집중력을 쏟아야 할 때, 빨리 집중을 전환해야 할 때 등 주의집중력이 요구되는 다양한 부분에서 산만함이 심하고, 이로 인해 일상생활의 어려움이 생길 때를 말한다. 말하자면, 나이에 맞는 산만함은 어느 정도 용인되는 것이 당연하지만, 그 정도가 지나치다면 ADHD로 볼 수 있다. 유치원생인 아이의 집중유지력과 중학생의 집중유지력을 같은 저울에 놓고 똑같이 비교할 수는 없는 이치이다.
ADHD의 특징과 증상
ADHD는 ‘Attention deficit hyperactivity disorder’를 줄인 말로 우리말로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라고 부르는데, 아동청소년의 정신건강 문제에 있어 가장 흔하고 익숙한 진단명이다. 여기서 오해하지 말아야 할 것은 진단명이기 때문에 ‘장애’라는 단어를 붙이지만, 이 때의 의미는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장애(Disability)’와는 달리 ‘질환의 이름(Disorder)’을 의미한다는 사실이다.
ADHD는 주로 주의력 부족, 충동성, 과잉행동이 핵심 증상이지만 사실은 집중 효율성의 저하나 반응 억제의 어려움 등과 같은 ‘실행 기능(전두엽의 executive function)의 저하’가 가장 특징적이다. 우리의 행동에 대해서 실행 지시를 내리는 전두엽의 기능에 이상이 있기 때문에 ADHD는 단순히 집중력이 부족하거나 행동이 부산스러운 것 이외에 다양한 모습들이 있다.
이를테면 ▲매사에 급하고 참을성과 인내심이 부족한 모습, ▲중요한 일이 무엇인지 모르고 당장 눈앞에 하고 싶은 일만 하여 중요한 일을 마치지 못하는 것, ▲정서적으로 미숙해서 감정과 충동 조절이 어려운 모습, ▲정리정돈이 잘 안되고 제한된 시간 안에 일을 마치지 못하는 모습들이 있다. 또한 ▲무언가를 시작하려는 동기를 가지기가 어렵고 ▲자신의 행동의 문제가 무엇인지 모르며, ▲문제의식이 없고 하나의 목표를 위해 다른 일을 끝내지 못하는 등과 같은 여러 가지의 모습도 포함된다.
단순히 ‘산만한 것’만의 문제가 아니라 이런 인지, 정서, 행동 조절과 관련된 전반에서 어려움을 보이는 것이 ADHD의 증상들이다. ADHD가 발생은 70%가량은 유전적 원인, 30%가량은 환경적 원인과 관련되어 있다고 보고 있다.
ADHD의 다양한 모습들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우리 뇌의 앞쪽 부분에 해당하는 전두엽에 대해서 알아야 한다. 우리 앞 이마의 안쪽에 위치하고 있는 전두엽은 오케스트라의 지휘자와 같은 역할을 하는 뇌의 한 부위로 사람을 가장 사람답게 만드는 실행기능을 담당한다. 이 전두엽은 20대 초반까지 꾸준히 자라면서 발달한다. 최근의 연구 결과들을 보면 ADHD가 다양하고 복합적인 원인에 의해 생기지만 뇌의 기능적, 구조적인 차이와 연관되고 뇌 발달의 성숙 지연, 특히 전두엽 발달의 성숙 지연과 관련되어 있다고 본다(Shaw 등, 2007). 즉, 실행센터 노릇을 하는 전두엽은 계획을 세우고, 여러 가지 일에 우선순위를 세워 처리하고, 시간을 관리하고, 충동과 감정을 조절하고, 반응을 억제하는 등 다양한 실행 기능과 관련되어 있다.
ADHD 자녀 대하기
“도대체 뭐가 문제일까요? 제가 아이를 키우는 방식에 문제가 있었을까요?”
ADHD 자녀를 둔 부모들이 하소연하는 말 중의 하나이다. 많은 부모들이 아이를 키우는 양육 방식이 ADHD를 일으키는지 궁금해하지만 현재까지의 연구 결과로는 양육 태도와 ADHD와의 연관성은 그리 많지 않다. 그렇지만 ADHD 여부를 떠나 비일관적이고 가혹하게 아이를 대하는 태도나 아이의 마음과 몸에 상처를 주는 학대, 방임 등은 아동∙청소년의 발달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다. 심한 경우 마음의 후유증이 커져 아이들이 다양한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ADHD를 가진 아이들은 자주 지적을 받고 야단을 들으며 친구들의 놀림을 받기도 한다. 자신감이 떨어지고 ‘나는 안 돼’라는 생각이 들어 울적하고 의기소침해지고, 매사에 불안해지기 쉽다. 이런 속상함이 때론 화로 표현되기도 한다. 스스로의 잠재능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상처가 깊어져 다양한 문제들이 나타날 수도 있다. ADHD의 모습이 아이들의 건강한 성장 발달을 위해서라도 적극적으로 나서서 꼭 도와주어야 하는 이유 중의 하나이기도 하다.
ADHD는 사실 진단하기가 간단하지 않다. 집중력 검사 하나만으로는 속단할 수가 없다. 그 이유는 ADHD는 단순히 산만한 것만의 문제가 아닐 뿐만 아니라, 다양한 상태가 같이 겹쳐서 나타나기 때문이다. ADHD 단독으로 있을 경우는 30% 정도 밖에 되지 않으며, 70%가량은 ADHD 이외에도 우울, 불안 문제, 틱 증상, 학습 장애 등의 다양한 문제들을 동반하고 있다. 이러한 문제들이 함께 수반되어 있을 때 ADHD를 가진 아이가 보이는 모습은 매우 다양하므로 진단과정에서 세심한 전문지식과 임상 경험이 필요하다.
집중력이 떨어지는 이유도 너무나 다양한 원인들이 있기 때문에 잘 구별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피곤하거나 흥미가 없어도 집중을 못 할 수 있고, 자신의 실력과 맞지 않는 주제일 때에도 집중하기가 힘든 것이 사실이다. 또 아이가 심리적으로 우울하거나 불안하면 집중력이 떨어질 수 밖에 없다. 따라서 집중을 잘 하지 못하고 산만하다고 해서 “넌 ADHD야”라고 섣부르게 판단해서는 안 된다. 같은 이유로 겉으로 보기에 집중을 잘해 보인다고 해서 다른 어려움이 있는 것을 간과해서도 안 될 것이다. 또한 ADHD는 초등학생 때, 청소년기, 어른이 되었을 때의 모습이 모두 다르다는 사실도 알아두면 좋다.
ADHD는 전체 아동청소년의 5~7% 가 진단될 정도로 비교적 흔한 상태이고 전 세계적으로도 비슷한 비율의 아이들이 있다. 한국의 경우 2006년도 조사 결과에서 대략 6.5%가량이 ADHD로 진단되었다. 이 수치에 근거해 도움이 필요한 아동청소년을 추정한 뒤 실제 치료를 받고 있는 아이들의 비율을 보면 대략 11% 정도만이 치료를 받고 있다고 볼 수 있다. 2009년도 미국의 ADHD을 가진 아이들이 50%가량 치료받고 있는 것을 비교해 볼 때, 여전히 한국에서는 ADHD가 과소 진단되고 있고, 도움을 받지 못하는 아동∙청소년들이 많다는 것을 알 수 있다.
ADHD라고 해서 몹쓸 ‘정신병’에 걸린 것도 아니고, 신체적 장애와 같이 치명적 뇌 결함이 있는 것도 아니다. 다만 뇌 회로가 일반적인 아이들보다 조금 다르게 작동할 뿐이다. 긍정적으로 생각해 보자. 에디슨, 윈스턴 처칠,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경우도 어린 시절에는 ADHD의 모습이 많이 있었다! 아이들이 ADHD 증상을 보인다고 해서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다. 인내심과 이해, 꾸준한 치료를 통해 얼마든지 나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ADHD 진단 자체에 회의를 품거나 약물치료에 대한 우려로 부정적인 시각들이 있지만, 한 해 수천 건의 과학적 연구 결과로 ADHD를 가진 아이들을 이해하고 치료하기 위한 다양한 발전이 이뤄지고 있다.
아이들이 건강하게 잘 커갈 수 있도록 ADHD라는 방해 요소는 줄이면서 아이 본연의 장점과 잠재능력을 잘 키울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어른들의 관심이 필요하다. ADHD 아이들은 흙 속에 묻힌 보석과도 같다. 흙을 잘 걷어내어 아이들이 지닌 열정, 에너지, 창조적인 기질들이 빛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은 어른들의 몫이다.
ADHD의 치료
ADHD는 원인을 찾아 이해하면 얼마든지 치료가 가능하다. 저절로 좋아지겠지 하고 방치하면 후유증이 생길 수 있고, 또 만성화되어 치료가 어려워질 수도 있다. ADHD 치료는 증상을 좋아지게 할 뿐 아니라 가족 관계, 또래 관계, 학습 등과 관련된 학교 문제, 의기소침이나 자신감 저하와 같은 정서적인 문제들도 좋아지게 한다. 또한 품행장애와 같은 다양한 행동문제도 예방할 수 있다.
ADHD 진단은 전문적이고 세밀한 과정을 거쳐 진행된다. 치료를 하기에 앞서 가장 중요한 것은 아이의 상태를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다. ADHD 이외의 다양한 정서, 인지, 행동적 특성을 잘 파악하는 것도 간과해선 안 된다. 무엇보다도 ADHD를 떠나 아이 자체의 모습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단지 병의 증상으로 아이의 전체 모습을 파악해서는 안 되며 아이의 기질은 어떠한지, 아이가 좋아하고 싫어하는 것은 무엇인지, 아이의 강점은 무엇인지 등을 전반적으로 알아야 한다.
아이가 ADHD 진단을 받았더라도 다양한 상태의 복합성에 따라 치료의 우선 순위가 달라진다. 예를 들어 의기소침하고 울적한 모습이 있는 우울 증상이 더 심하다면 이를 먼저 치료해야 한다. 만일 아이가 상처 받고 건강한 정서가 자랄 수 없는 환경이 있다면, 이러한 환경부터 변화시켜야 한다.
ADHD 치료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ADHD에 대해 이해를 하고 아이의 모습을 제대로 바라볼 수 있도록 부모님이나 학교 선생님 등 주변의 어른들이 ADHD에 충분히 아는 것이다. 최근에는 ADHD에 관한 좋은 책이나 자료, 교육프로그램들이 많이 나와 있기 때문에 이런 채널을 통해서 충분한 지식을 얻을 수 있다.
먼저 ADHD를 가진 아이들의 특성을 잘 이해했다면 다양한 행동치료적인 방법들을 활용해 아이들을 도울 수 있다. 행동치료적인 방법들을 통해 변화가 필요한 아이들의 행동을 파악하고 바꾸기 위한 방법들, 아이와 의사소통을 하는 방법, 아이의 강점을 키우기 위한 보상 방법과 문제 행동을 고치기 위한 타임 아웃 방법이나 행동치료 방법 등을 배우게 된다. 또한 아이의 상태가 복합적일 땐 놀이치료나 언어치료, 학습인지치료 등을 함께 할 수 있다. 때로는 또래 친구들과 잘 지내기 위한 사회기술훈련을 함께하기도 한다. 예를 들면 친구와 대화하는 방법을 연습한다든지 스스로의 기분, 감정을 잘 표현하고 상대방을 배려하는 방법을 연습하기도 한다. 또한 행동치료에서 ADHD 아이들에게 부족한 전두엽의 실행기능을 보강하기 위한 전략들을 연습한다.
다양한 행동치료와 심리적 치료 방법과 함께 ADHD는 약물 치료가 효과적이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아이에게 약을 먹인다는 것에 대해 부모들의 걱정이 많고 거부감도 심한 편이다. 약을 먹여서 다른 문제가 생기는 것은 아닌지 염려하는 것이다. 실제로 한 통계에 의하면 미국에서는 대략 50% 가량의 ADHD 아동이 약물치료를 하고 있지만, 한국에서는 대략 16% 가량의 ADHD 아이들이 약물치료를 받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전 세계적으로는 14% 가량만이 약물치료를 받고 있으니 약물치료와 관련해서는 아직도 충분한 아이들이 도움을 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물론, 약물치료가 ADHD치료의 최후 수단은 아니다. 또한 약물치료를 한다고 해서 상태가 더 심각하다는 의미도 아니다. 다양한 치료와 함께 통합적 치료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될 경우에는 어느 단계라도 약물치료를 같이 할 수 있다는 뜻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더 옳다. 2002년 미국 국립보건원 연구 결과, 약물치료와 행동치료를 같이 할 경우 치료 성공률은 68%, 약물치료만 단독으로 하였을 경우는 56%, 행동치료만 단독으로 할 경우는 34%의 치료 성공률을 보였다. 즉, 아이의 상태에 맞는 통합적인 치료 프로그램이 가장 효과적임을 알 수 있다.
ADHD는 약물을 복용하는 아이들의 70% 가량에서 효과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약물마다 부작용도 있으므로 아이의 상태에 따른 맞춤 치료가 필요하다. 최근 연구에서는 도파민이나 노르에피네프린과 관련된 유전자의 스타일에 따라 약물에 효과 있는 정도나 부작용의 정도가 달라진다는 보고가 많다. 최근 들어 이 분야에서 많은 과학자들이 노력하고 있으므로, 머지 않은 미래에 효과는 좋고 부작용은 없는 약물을 시행착오 없이 잘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이 나오리라 기대한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사용할 수 있는 약물은 메칠페니데이트(Methylphenidate), 아토목세틴(Atomoxetine), 클로니딘(Clonidine) 등이 있다. 미국이나 유럽에서 사용되고 있는 암페타민(Amphetamine)이나 구안파신(Guanfacine)은 아직 수입되지 않고 있다. 이러한 약들은 뇌신경세포에 작용하여 선택집중력이나 집중유지력에 관여하는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 노르에피네프린 등에 영향을 미쳐 효과를 나타낸다. ADHD를 가진 아이의 증상과 함께 다양한 특성을 고려하여 약물을 선택하게 된다. 신중하게 조절하여 아이의 상태에 약물의 종류와 용량을 맞추게 된다.
ADHD가 있는 아이를 돕는 최선의 방법은 다양한 치료법들을 함께 조합시켜 최적의 방법을 찾는 것이다. 치료가 잘 될 경우 ADHD를 방치했을 때 생기는 2차적인 문제들을 예방할 수 있다.
아이의 행동이 문제이지만 부모님을 비롯한 어른들이 먼저 달라져야 한다. 왜냐하면 어른은 아이들보다 행동이나 인식의 변화를 더 잘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이가 일부러 ‘안 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은 ‘못 하는 것’임을 항상 이해하고, 아이의 상황에 맞추어 부모의 반응을 조율하는 연습이 필요하다. 만약 아이가 여러 번 이야기해도 흘려 듣는다고 고민한다면 말보다는 간단한 글로 적어 아이가 잘 볼 수 있는 곳에 붙여 놓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
거듭 강조하지만 아이의 건강한 발달을 방해하는 ADHD 성향들을 조절하면서 원래 가진 강점과 잠재능력을 잘 펼칠 수 있도록 통합적인 치료 프로그램을 적용하는 것이 ADHD치료에 있어서 가장 중요하다.
ADHD 치료의 시기
언제 치료를 시작할까
ADHD의 다양한 증상들로 인해 아이의 괴로움이 크고, 건강한 발달을 방해한다면 가급적 빨리 치료를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다. 적절하게 치료받지 못해 다양한 문제들이 지속되면 청소년기, 성인기에도 어려움이 지속되기 때문이다. 정식으로 ADHD가 진단되었다면 도움이 되는 치료 프로그램을 바로 시작하는 것이 좋다. ADHD는 발달과정 중에 어려움이 생기는 상태이므로 보통은 어린 시절부터 증상을 보인다. 그러나 가장 많이 진단되는 나이는 만 7~10세 경이다. 학교 생활을 시작하면서 다양한 문제들이 드러나기 때문에 이 시기에 평가를 많이 받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만 3~5세 전후의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 다니기 시작한 아이들 중에도 또래 아이들에 비해 지나치게 부산하고 산만하여 ADHD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병원에 와서 검사를 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실제로 이런 아동들은 행동이 과격하여 유치원 등에서 친구들이나 선생님들과 어려움을 겪을 때가 많으며, 성질 급한 행동으로 종종 다치는 경우도 있다. 부모들 또한 아이를 지도하고 양육하기가 어려워 이로 인한 스트레스가 매우 심해지고 급기야 아이와의 관계가 나빠지기도 한다. 초등학교를 들어가기 전에 ADHD를 진단받았다면 자라면서 읽기 능력이 떨어지거나 학습의 어려움이 생기는 등 아동청소년기 발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자라면서 생기는 다양한 후유증들을 예방하는 차원에서라도 최근에는 빨리 발견하여 빨리 도움을 주자는 것이 세계적인 추세이다.
초등학교에 들어가기 전의 아동이 ADHD로 진단되었다면 우선은 아이의 발달 상태에 대해 이해하고 양육 방법을 훈련하는 부모교육과 행동치료를 먼저 시행한다. 다양한 행동치료, 부모역할훈련과 같은 치료프로그램에도 불구하고 어려움이 지속된다면 장단점을 고려하여 약물치료를 병행하기도 한다(만 6세 이상이라면 약물치료를 가장 먼저 시작하는 것을 대부분의 나라에서 추천한다). 일례로 암페타민(현재 한국에는 수입되지 않음)이라는 약물은 만 3세 이상의 ADHD 아동에서 사용될 수 있지만 대부분의 약물은 만 6세 이상부터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허가를 받아 사용하고 있다. 그러나 만 6세 이전인데 양육에 있어 어려움이 너무 크고, 행동치료 등을 실시해도 달라지지 않으면 조심스럽게 약물치료를 시작해 보기도 한다.
2001년부터 시작된 미국 국립보건원의 연구(PATS : Preschool ADHD Treatment Study)는 장기간 진행되고 있는 임상 연구이다. 이 연구 프로그램은 만 3세에서 5.5세까지의 아동 303명을 대상으로 메칠페니데이트 약물을 복용한 후 효과가 있는지와 안전한지를 확인하는 연구이다. 이 연구 프로그램은 한 그룹은 가짜약(위약)을 먹게 하고, 한 그룹은 진짜 약을 먹여 효과를 비교하는 것이다. 현재까지의 결과로는 약을 복용하면 단기 효과뿐 아니라 1년간의 장기 효과도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물론 실험 대상자의 나이가 어리므로 약물 부작용에 대해서는 전문가와 보호자가 더욱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언제까지 치료해야 하나
아동청소년 ADHD의 약물치료의 경우 통상적으로 1~3년 가량 치료를 한다. 6개월~1년마다 좋아진 모습과 아직도 힘든 모습을 구분하여 잘 평가한 뒤, 약물치료의 장점이 더 크다고 판단되면 지속해서 치료를 실시한다. 미국의 연구진들이 1980년부터 2010년까지 전 세계적으로 진행된 351개의 연구 결과들을 종합하여 분석한 결과를 보면, 2년 이상 약물치료를 꾸준히 한 경우, 나중에 성장하여 학업, 자존감, 직업, 사회적 기능, 운전습관, 중독 성향 등 여러 영역에서 좋은 결과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Monica Shaw 등, 2012).
1970년대까지만 해도 ADHD는 아이들이 커가면서 저절로 좋아지므로 아동청소년기에만 있는 질환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후 지속적인 과학적 연구가 진행되면서 ADHD는 나이가 든다고 자연스럽게 사라지는 것이 아니고 60~70%는 청소년기와 성인기까지 증상이 지속된다는 결론을 얻었다.
물론 이때의 증상은 초등학생 때의 모습과는 다르다. 청소년의 경우는 잦은 반항이나 흡연, 인터넷 중독, 비행 행동 등으로 ADHD 증상이 나타날 수 있고 어른이 되어서는 충동적 성향, 대인관계의 어려움, 업무처리의 어려움 등으로 나타난다. 따라서 ADHD로 인한 어려움이 사라질 때까지 적절한 치료를 하는 것이 중요하고, 어릴 때 치료를 받지 않았더라도 어른이 되어 ADHD로 인한 문제가 지속된다면 치료를 받는 것이 좋다.
성인 ADHD도 치료가 도움이 된다
최근에는 성인 ADHD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아이들의 ADHD는 부주의한 모습이나 충동 성향, 과잉 행동으로 나타난다. 이와 달리 어른이 되면 눈에 보이는 두드러지는 과잉행동은 사라지지만 내면적으로 안절부절 못하거나 회의시간이나 수업시간에 흐름을 끊기도 하고 계속 몰두하는 것이 어려운 증상 등이 특징이다.
그 밖에도 조용한 시간에 차분히 있기가 어렵다거나, 정해진 시간 내에 일을 마치지 못하거나 실수를 자주 한다든가, 여러 가지 일들을 동시에 처리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또 충동성향 때문에 자주 욱하고, 감정 기복이 심하며 동료들이나 가족과 마찰이 생기기도 한다. 성인 ADHD의 경우 충동성향은 운전을 할 때도 자주 나타나 소소한 교통사고나 범칙금을 더 많이 내기도 한다. 자주 직장을 옮기고 일을 체계적으로 하지 못해 승진에 어려움을 겪는다. 겉으로 보기에는 활동적이고 여러 가지를 하는 듯 하지만 제대로 일을 끝내지 못하고 일을 벌여놓기만 하는 경우도 있다.
어른들에게도 약물치료가 도움이 된다. 어른이 먹는 약도 아이들이 먹는 약과 종류가 같다. 아울러 다양한 모습을 스스로 조절하기 위한 인지행동치료도 크게 도움이 된다. 어른들은 주로 조직하기, 계획하기, 여러 일을 한번에 처리하기, 압도적인 과제를 관리하기, 산만성 줄이기, 시간관리하기, 환경 조절하기, 일을 미루는 것을 처리하기, 문제해결 방법 등을 인지행동치료 프로그램을 통해 연습하게 된다.
일상생활에 어려움이 없을 정도로 ADHD가 좋아지면 치료를 중단해도 되지만 어른이지만 어려움이 지속된다면 치료를 지속하는 것이 좋다. 이 때도 아동 ADHD와 마찬가지로 인지행동치료, 생활환경 조절, 약물치료 등 다양한 치료 프로그램들이 개인에 따라 정해진다.
약물치료의 심리적 의미
청소년 삽화 이미지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의 치료방법 중에 약물치료가 있다. 약물치료 이외에도 여러 가지 치료방법들이 있지만, 가장 중요한 치료방법을 꼽으라면 역시 약물치료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부모들은 약물치료에 대하여 근본적 불안감을 가지고 있다. “언제까지 먹어야 하는 건가요?”, “부작용은 없나요?”, “약을 먹고 밥을 잘 안 먹는데 괜찮을까요?”, “이 정도 좋아졌으면 이제 약을 끊어봐도 되지 않을까요?”, “약 말고 다른 치료방법만 써보면 안될까요?” 부모들이 가질 수 있는 자연스러운 ‘걱정’반응이다.
ADHD 약물치료의 생물학적 기전을 살펴보면, 중추신경계 활성도가 정상 범주의 아동청소년보다 낮게 나타나서 그것을 스스로 보상하기 위해 많은 활동량을 보이는 ADHD증상을 개선시키기 위해 중추신경계 활성도를 적절하게 조절하여 정상 수준으로 높인다는데 있다. 약물치료는 신경생물학적인 의미 외에도 심리적으로도 큰 의미를 지니고 있다. 그것은 약물치료를 통해 아이들이 긍정적 관심을 받을 수 있게 하는 기회를 제공한다는 것이다.
관심없이 살 수 있는 사람은 없다
사람은 관심을 받아야 살 수 있다. 자폐증이거나 심한 지적 장애의 경우를 제외하고는 주변의 관심 없이 살 수 있는 사람은 없다. 음식을 예로 들어보자. 가장 좋은 것은 양질의 음식을 섭취하는 것이다. 골고루 영양분을 섭취할 수 있는 식생활이 신체적 건강에 가장 이롭다. 그런데 만약 양질의 음식을 섭취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만약 상한 음식을 먹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면 어떨까? 배탈이 날 것이고 신체적인 부작용이 생길 것이지만, 그런 상황에서도 최소한의 영양분 섭취를 통해 연명해나갈 수 있을 것이고, 우리 몸은 어느 정도 그런 열악한 환경에 적응해나갈 것이다. 그런데 만약 상한 음식이라고 해서 아무것도 안 먹는다면 그 사람은 얼마 못 가 죽게 될 것이다.
심리적으로도 마찬가지이다. 가장 좋은 것은 칭찬을 비롯한 긍정적 관심을 받는 것이다. 긍정적 관심을 받으면서 자란 아동은 성인이 되어서도 심리적으로 안정적이고 건강한 자아정체성을 가질 수 있게 되며, 스트레스 상황에서 감정적 어려움을 경험하더라도 스스로 회복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질 수 있다. 그런데 주의가 산만하고 과잉행동을 보이며, 식사시간에 부산히 돌아다니고, 수업시간에 집중하지 못하는 아동, 성적이 좋지 않고, 부모나 교사가 지시하는 사항을 제대로 수행하지 않고 딴짓을 하는 등의 행동을 보이는 ADHD아동은 증상으로 인하여 칭찬보다는 야단을 맞을 기회가 훨씬 더 많다. 본인이 어떻게 할 수 없는 증상으로 인하여 칭찬보다는 야단을, 긍정적 관심보다는 부정적 관심을 받으면서 성장하게 되면 마치 상한 음식에 적응이 되듯이 아이들은 부정적 관심을 받는 쪽으로 행동의 패턴이 고착되게 된다.
물론 야단을 맞는 것은 싫은 일이겠지만, 무의식적으로 그렇게 해서라도 부모나 주변의 관심을 받는 것을 선택한다는 것이다. 이는 청소년기의 문제 행동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아이들에게 있어 아무런 관심을 받지 못하는 것은, 음식이 상했다고 해서 아무것도 주지 않는 것과 같다. 사회적 동물로서, 인간은 관심을 받지 못하게 되는 경우 심리적으로 죽은 상태와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긍정적 관심을 받을 수 있게 해줘야 한다
‘칭찬 잘하기’를 위해서는 부모의 훈련이 필요하다. 보통의 ADHD 부모들은 자녀의 문제 행동에 대해 지적한다. 그리고 일반적 수준의 행동에는 별 관심과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 물론 잘한 행동에 대해서는 칭찬을 할 것이다. 그러나 잘한 것을 잘했다고 칭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현재 보이는 행동 자체는 남들보다 크게 잘하는 것은 아닐지라도, 이전보다 나아진 부분이 있다면 거의 무조건적으로 칭찬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아이고 우리 ○○이, 오늘은 학교 끝나고 제시간에 왔네. 엄마가 너무 기분 좋은데!” 학교 끝나고 제시간에 집에 돌아오는 것은 어찌 보면 아무것도 아닐 수 있고, 남들이 다 하는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ADHD 아동의 경우 주변 자극에 일일이 반응하느라 그렇게 못 해왔을 수 있다. 그런데, 오늘 그렇게 한 것이라면 그 기회를 놓치지 말고 ‘칭찬’해 줘야 한다. 이때 부모는 다분히 과장된 반응을 보일 필요도 있다.
반대로 긍정적이지 못한 행동에 대해서는 가능한 한 무관심한 것이 좋다. 이를 전문 용어로는 선택적 무관심이라고 한다. 마음속으로는 야단을 치고 싶은 마음이 굴뚝이더라도, 짜증이 머리 끝까지 치밀어 오르더라도, 가능하면 무관심해 보이는 것이 좋다. 그러다가 조금이라도 뭔가 긍정적인 방향으로 변화한 행동을 보이면 그때 긍정적 변화에 대해 언급하며 반응을 보이도록 한다. “아이고, 우리 ○○이, 밥 잘 안 먹고 있어서 엄마가 기분이 별로였는데, 지금은 잘 먹으니 얼마나 좋은지 모르겠네!”.
이쯤 되면 거의 신의 경지에 이르러야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자기 자식이기에, 안타까운 마음에 아무리 이론적으로는 그렇게 하는 것이 좋다는 것을 알아도 감정적으로 반응할 수도 있다. 그러나, 선택적 무관심과 관심은 아이들의 행동수정과 더불어 정서적 안정감에 무척 강력한 영향을 미치는 요소이다.
약물치료는 바로 부모들의 아이 칭찬하기에 큰 힘을 실어줄 수 있다. 아이들의 행동을 교정해 줌으로써 전보다 야단맞는 상황 자체를 줄일 수 있으며, 더 나아가 칭찬받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줄 수 있는 것이다. 이런 환경이 만들어질 수 있다면 ADHD라는 질환을 가지고 있는 아동이라도 건강한 자아정체성을 가지는 성인으로 성장해나갈 수 있게 된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하는데 하물며 사람, 그것도 아이들에게야 더 말할 나위도 없다. 아이들에게 칭찬받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은 주의집중력을 개선해서 성적을 향상시키는 것보다 훨씬 더 중요한 가치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