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가 다르고 오늘이 다른 세상
김 성옥
사위가 고요한 초겨울 저녁 창틈으로 어둠이 내린다. 햇살이 숨어버린 창문을 보며 흔적을 감추는 하루를 아쉬워하는 순간 샐폰의 알림 음이 울렸다. Hi ~ 전혀 모르는 사람의 인사는 반갑기보다 겁부터 앞서기 마련이다. ? ~ 물음표를 찍어 놓고 누구인데 카톡을 하는지 황당하다는 댓글을 써 보내고 흔한 스팸 메일이려니 접어 두었다. 나중에 전화기를 열어 보니 한국인이 아니고 중국 사람이라 답 글을 못 읽는다고 쓰여 있었다. 순간 머리를 스치는 기억 하나가 작년 말 싱가포르에 여행 갔을 때 이유 없이 우리 일행에게 식사 대접을 해 준 사람이 아닐까 해서 혹시 싱가포르에서 만난 분이냐고 물으니 본인은 2018년에 다녀왔다 하니 그날의 일도 아니었다. 많은 상상은 숱한 문제를 만들기 십상이다. 하긴 우리는 어떤 전화번호도 교환한 적이 없고 여행객끼리 길거리 음식을 대접받은 것 뿐 이었다. 이런 경우는 전화번호를 어찌 알았는지 심각하게 물으니 폰에 내 이름이 떠서 아는 사람인가 했다나. 하긴 내게도 가끔 생면부지의 사람으로부터 카톡이 오면 반응을 보이지 않고 삭제해 버린 경우가 종종 있긴 하다.
개인의 신상명세를 털어가려는 수법이 만연한 사회에서 당하지 않고 사는 방법에 신경이 날카로워진다, 어쩌다 사기꾼들이 활개를 치는 세상에 우리는 살고 있는 것이다. 그 사기꾼들의 꼬임에 걸려 크고 작은 손해를 겪는 피해자들의 안타까운 사연들이 핫 뉴스로 전해지며 경각심을 불러 일으켜준다. 노래의 가사처럼 테스형 세상이 왜 이러느냐고 나 역시 묻고 싶어진다. 대놓고 넌 나쁜 사람이라고 단정하긴 나름의 예의는 아닌 것 같아 우선 프로필을 보니 그런대로 멀쩡한 인물이었다. 다른 사람의 사진을 대치 할 수도 있겠지 하는 무조건 의심의 마음으로 끝내 버렸다. 곡절 많은 세상에서 비일비재 일어나는 일중의 하나에 신경 쓸 일도 관심가질 일도 아니었다.
얼마 전 내 딸에게도 FBI 라며 마약 사건에 연루되어 있어 조사를 해야 한다는 황당한 전화가 왔다. 마약의 근처도 가 본적이 없으니 놀란 가슴 쓸어내리며 차근차근 대답을 해 주었다고 한다 거래처 은행이 몇 군데이며 잔고는 현재 얼마냐고 물었다고 한다 사실대로 알려주니 당장 다른 곳으로 옮기라며 곧 압수수색이 온다고 친절 아닌 배려를 해 주는 것 같아. 고마운 생각이 언뜻 스치는 순간 남편하고 의논하고 알려주겠다고 하니 직업이며 어디 있느냐고 그럴 여유가 없다고 재촉을 하였다고 했다. 과민상태에서 다행히 정신 차리고 생각하니 이렇게 해서 당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잘못했으면 법대로 할 터이니 걱정 말라며 전화를 끊어버렸다고 했다. 처음 전화를 받는 그 순간엔 예기치 못한 놀라움에 아무 판단이 서지도 않고 억울하여 어떡하나 하는 불안감이 몰아치니 실수도 할 만 하다고 했다.
곡절 많은 험한 세상에 내 자신도 못 믿는 경우도 허다하건만 조금 뒤에 일어날 일도 모르니 지금 이 순간이 얼마나 다행이고 소중한지 알 것 같다. 기쁨을 나누면 질투가 생기고 슬픔을 나누면 약점이 된다는 얼음같이 차가운 현실이 안타깝지 않은가. 그 중국인은 자신은 못 된 사람이 아니라며 이력을 적어 보내주고 직업까지 알려주는데 짜증스러웠다. 묻지 않는 일을 알려주는 건 자신감인가 내 생각이 틀렸다는 걸 확인하려는 것일까. 어쨋든 좋은 사마리아인이길 바란다며 당신은 사기꾼이 아니어도 나와는 전혀 상관없다는 생각으로 나가기 키를 눌러 내 보냈다.
누구도 인간의 심연의 바닥을 본 사람이 없기에 세상에는 속이고 속아 사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 예로부터 열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고 하지 않았는가, 어제가 다르고 오늘이 다른 눈 뜨고 코 떼일 세상에서 나는 속지도 않고 속이지도 않는다는 정신으로 살아 갈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