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시조의 맛과 멋(63)
유 준 호(한국시조협회 자문위원)
* 고시조
<적토마 살디게 먹여>
남이
赤兎馬 살디게 먹여 豆滿江에 싯겨 셰고
龍泉劍 드난 칼을 선뜻 빼어 두러메고
丈夫의 立身揚名을 試驗헐가 하노라
남이(南怡:1441~1468)은 조선 세종 때 병조 판서를 지낸 인물이다. 적토마와 같은 준마를 살찌게 먹여 두만강 물에 씻겨 세우고(타고), 용천검과 같이 잘 드는 보검을 선뜻 빼어 둘러메고, 대장부의 공명을 세워 이름을 드날림을 시험할까, 하노라. 하는 시조로 적토마(赤兎馬; 준마)와 용천검(龍泉劍; 보검)을 대구적 구성으로 나타내어 장부의 의기(意氣)를 앞세운 뒤, 그 기개로 입신양명을 보려는 호기가(豪氣歌)이다. 장부의 호방한 기개를 읊은 노래로서 충성스러운 절의(節義)가 넘쳐흐른다. 불세출(不世出)의 쾌남아(快男兒)였던 그의 면모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 현대시조
<어화(漁火)>
유성규
불 밝힌 머언 바다 가난한 마음들이
시들한 등 너머로 물살 되어 퍼지고
모두는 저승을 불러 요정으로 피는 꽃
유성규((柳聖圭1930-2024)은 1962년 자유문학 신인상으로 나와 시조생활을 창간하여 시조 보급에 이바지한 시인이다. 어화란 고기잡이배에 켜 달은 등불이다. 밤새워 어화를 켜 달고 먼바다에서 고단한 고기잡이 노동에 매달려 있는 어부들의 모습이 눈에 선하게 보인다. 지친 어부들의 등 너머로는 배가 지나며 만들어 내는 물살만 하염없이 퍼져나가고 있다. 해변에서 바라보는 어화는 마치 저승의 풍경을 보는 듯 아득하기만 한데, 그 모습은 요정들이 노닐며 피워내는 꽃처럼 밤바다를 아름답게 수놓고 있다. 이승 저승이 하나가 되는 바다의 고운 풍경을 잘 묘사하려 보여주고 있다. 서정적 이미지를 표현한 빼어난 묘사가 일품이다.
<승인 2024.07.04. 11:28 세계한인사회 중심넷『worldkorean.오피니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