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에서 말한 『주역』과 『서경』에 담긴 중의 의미는 『중용』을 통해 心性과 실천의 문제로 발전해갔다. 『주역』의 ‘중’은 변화 속에 상황에 알맞게 적중하는 것이므로, 그 내면의 바른 모습의 문제로 수렴된다. 반면에 정치이념이었던 『서경』의 ‘중’은 天命사상과 융합하면서 덕 있는 사람의 바른 심성이 곧 천명이라는 것으로 이해되었다. 그러므로 『중용』 1장에서는 “喜怒哀樂이 아직 밖으로 드러나지 않는 상태를 ‘중’이라 하고 그것이 드러나 節度에 맞는 것을 和”*라고 했다. 이렇게 되기 위해서는 지극한 수양이 요구되는데, 『중용』 뒷부분에서 제시하는 신독(愼獨)과 성(誠)은 모두 현실에 맞는 실천을 가능케 하는 그 근본의 바른 내면세계를 이루고자 하는 방법이다.
宋代의 정이(程頤)는 ‘중’을 ‘치우치지 않음’으로 해석하였고, 주희(朱熹)는 ‘치우치거나 의지하지 않으며, 지나치거나 모자람이 없는 것’이라고 했다. 또 주희는 中和에 대한 탐구를 통해 심성의 수양을 논하면서 희·노·애·락의 감정이 드러나기 전에는 ‘敬’을 통해 내면의 바른 모습을 보존하고 기르며, 드러난 후에는 ‘誠’을 통해 반성하고 살피라고 했다. 우주 만물의 이치가 모두 내 마음속에 있는 것으로 본 육구연(陸九淵)은 주희와의 太極에 대한 논변을 통해 極을 ‘중’으로 해석하며 지극한 이치가 모두 내 속에 있다고 하였고, 明代의 왕양명은 『전습록(傳習錄)』에서 ‘중은 天理이며 易理’라 하였다.
송대 性理學이 체계를 갖추고 발전하는 데 많은 영향을 준 불교의 ‘중’과 비교해 보면 ‘불교’의 중은 참모습과 인식의 양면을 말하는 존재와 인식의 문제라면 유가의 ‘중’은 가치문제로서 善을 인식하고 그것을 현실 속에 잘 실천해 가는 것을 중시하였다. 따라서 ‘중’은 정치와 도덕 규범의 문제이며 가치판단 기준으로는 중용으로, 내면의 심성과 그에 따른 실천은 중화로, 상황에 대처하는 상황 윤리는 時中으로 발전해 왔다고 할 수 있다.**
이처럼 혈에서 나온 '중'은 유가의 핵심 사상으로 지금까지도 동아시아인에게 많은 영향을 끼치고 있다. 유가의 중심사상인 '중'에 관한 자료는 방대하다. 주요 내용만을 엄선하여 삼간에 분속(分屬)하여 ‘중’의 본래 의미와 확장‧변화‧응용된 해석까지 살펴본다.
*『中庸』 “喜怒哀樂之未發 謂之中 發而皆中節 謂之和”.
**참조:儒敎事典編纂委員會, 『儒敎大事典』, 1990 ‘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