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년대 펑크는 ‘누구나 할 수 있다’는 아마추어리즘과 ‘스스로 배우라’는 독립성을 모토로 엘리트 뮤지션들에 의해 점령된 록음악계를 질타했다. 레드 제플린, 엘튼 존, 핑크 플로이드, 퀸 등 내로라 하는 당대 스타들이 그들의 ‘처형’ 리스트에 올랐다.
펑크 밴드들은 기본 3코드, 그것을 반복하는 ‘미니멀리즘’과 ‘원시성’으로 화려한 화음-연주력을 경쟁하던 기성 헤비메탈과 프로그레시브 록을 조롱했다. 때문에 ‘아마추어 음악’이라는 혹독한 비난도 받았다. 록계를 경악시킨 펑크 혁명의 생명은 겨우 2~3년에 그쳤지만, 이후 인디록 스래시메탈 얼터너티브록 테크노 하드코어 등에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 1990년대 초 얼터너티브 록을 퍼뜨린 그룹 너바나 음악도 펑크였다. 1990년대 중반엔 그린 데이와 오프스프링 같은 ‘뉴 펑크’ 그룹도 출현했다.
국내에선 헤비메탈에 경도된 록음악계 전통 탓에 펑크를 ‘수준낮은 록’으로 경시했다. 너바나와 그린 데이의 영향으로 1995년부터 급속히 퍼져 인디문화 형성에 밑거름이 됐다. 방송 도중 카메라에 침을 뱉어 파문을 일으켰던 삐삐밴드가 펑크를 실험했고, 인디 출신 크라잉너트는 인기 그룹 반열에 올랐다. ‘스스로 하라’는 ‘DIY(Do It Yourself)’ 모토가 신세대 광고 카피로 유행하고 원색 염색머리가 늘어난 것도 펑크가 미친 영향이다. ( 임진모 팝평론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