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지훈이네 대마도 여행기

[홍우종]

지훈이네 대마도 여행기

홍우종 (부) 캠핑을 좋아하나 일년에 1~2회 감. 일본어 약간. 일본 출장 4회 경험.

박경숙 (모) 캠핑을 별로 안좋아함.

홍지훈 (중1)  낚시를 하고 싶어하나 아빠의 무취미로 한번도 못해봄. 불피우기 좋아함.

홍정훈 (초1)  일본가서 장난감 살 꿈에 부풀었으나 실망. 형아와 차안에서 자주 싸움.

일시		내용	비용
2008.07.29	05:15	서울역으로 출발 (택시)	\10,000
	06:00	KTX 타고 부산으로 출발	동반석 \119,800
	09:00	부산 국제여객터미널 도착, 티켓팅, 출국수속, 면세 화장품 수령	택시 \3,000 배 \429,000 항구세 \32,800
	09:50	드림 플라워호 부산 출발
	12:10	대마도 이즈하라항 도착
	12:30	입국수속
	14:00	렌터카 빌림	JPY 17,730
	14:30	편의점에서 도시락 사서 점심식사	JPY 1,540
	15:30	Value 마트에서 캠핑에 필요한 용품을 구입	JPY 5,636
	17:30	이즈하라 고등학교를 들림
	18:00	이사비리 공원에서 족욕탕을 함
	18:15	칸세키칸 호텔 바이킹 저녁식사	JPY 5,500
	19:00	아유모도시 캠핑장에 감
	21:30	취침
2008.07.30	04:50	기상, CHECK OUT	JPY 600
	06:05	이즈하라 반세키칸여관 도착, 선상낚시 합류에 실패
	08:00	이토세 낚시인의 집 도착. 좌대에서 낚시	인당 \15,000 합계 \60,000
	09:15	컵라면으로 아침식사
	12:30	잡은 고기로 매운탕 끓여 점심식사
	13:50	와따즈미 신사 구경
	14:20	신화의 마을 캠핑장 구경
	15:00	신화의 마을을 떠나 미우다로 향함
	15:20	Value에 들러 저녁거리 구입	JPY 4,547
	16:00	민속역사박물관 방문
	18:30	미우다 해수욕장 캠핑장에 도착
	19:30	저녁 식사
	20:40	캠프파이어
	22:50	취침
2008.7.31	07:50	기상
	08:10	아침식사
	09:20	해수욕
	10:30	해수욕 종료, CHECK OUT	JPY 720
	12:30	주유	16.96L JPY 3,500
	13:00	히타카쯔항 근처의 카이칸 식당에서 점심식사	JPY 3,800
	13:40	WAKIMOTO 에서 그릇 구입	JPY 966
	14:00	렌터카 반납
	14:30	시플라워 호에 탑승
	16:00	부산항 도착
	16:10	입국수속
	17:30	광안리 ‘정동진’ 횟집에서 저녁식사
	20:40	KTX 탑승	\136,400 + 반환수수료 \12,000
	23:30	서울역 도착
	24:20	모범택시로 서초동 집 도착	\18,000

TOTAL 경비 : 약 \1,300,000 (교통비 약 \760,000)

여름 휴가를 맞아 집사람, 중1,초1 두아들과 함께 대마도여행을 가기로 맘먹은 것이 바로 전주 7/18, 이미 단체여행상품은 마감된 지 오래였다.  일단 대아해운에 전화로 예약하고 7/29~7/31의 2박3일 일정을 잡았다.  KTX를 타고 부산에서 배로 이즈하라로 들어간 뒤 렌터카를 빌려서 캠핑을 하고 히타카쯔로 나오는 일정이었다. 현지 캠핑장과 렌터카에 전화해서 예약도 했다. 요시나가 렌터카는 나의 일정에 맞는 작은 차가 없고 비싸서 자파렌으로 택했다.  렌터카 캠핑을 위해 많은 짐을 싣고 가려면 차를 가지고 부산을 가야 하는 데 운전하는 일이 부담이 아닐 수 없었다. 게다가 아내는 텐트에서 잔다며 불만이 많았다.  모든 짐은 내가 혼자 운반하기로 하고 설득했다. 그리하여, 고민 끝에 돗자리로 장비를 최소화하여 카트에 싣는 연습도 해보고 확인을 거듭했다.  다행히 KTX에 올라보니 짐을 실을 수 있는 공간이 차량마다 있었다. 아침으로 전날 싸둔 도시락을 먹으며 모처럼의 기차여행을 즐겼다. 그런데, 부산역에 도착하니 시간이 없었다. 바쁘게 여객 터미널로 향해 마감 직전에 시플라워호에 승선 할 수 있었다. 출국 검색 과정에서 부탄가스가 걸려서 압수 당했다.  따로 포장하면 될 줄 알았는 데 무조건 안된단다.

배에 오르자 실내에 빈자리도 제법 있어 단체 외에 개별 출발하는 사람은 드문 듯 했다. 승객들을 둘러보니 자전거 여행을 온 젊은이들 과 단체 관광객이 대다수 이다. 다행히 바다가 잔잔하여 뱃멀미는 겪지 않아도 되었다. 아이들의 소원인 낚시체험을 위해 일본투어 단체 인솔자인 가이드 김성미씨에게 요청하니 내일 아침 반세키칸 여관 앞으로 6시까지 오라고 한다. 인당 3만원의 옵션 투어인데 3시간 동안 배를 타고 나가서 낚시를 한다고 했다.

12시 드디어 이즈하라항에 도착하자 머리 위에서 작열하는 태양이 우리를 맞이했다. 뜨거운 불볕더위는 3일 내내 우리를 따라다니며 뒷목덜미에 아직도 화끈거리는 1도 화상을 남기었다. 

입국심사장은 2층에 있어 좁은 계단으로 끙끙대며 짐을 옮기었는 데 나중에 보니 화물 전용 엘리베이터가 있었다.

입국심사관이 숙소난에 ‘신화의 마을’이라 적은 것을 보고 의아한 듯 예약증을 달라한다. 전화로만 예약해서 그런 것 없다고 하자 뒤쪽을 돌아보며 자기들끼리 얘기 하다 고개를 갸웃거리며 입국도장을 찍는다.  다음날 ‘신화의 마을’에 가보고 왜 그랬는 지 알게되었다.

원래 자파렌의 사무실은 이즈하라에 없다고 해서 렌터카를 3시 경 시내 18은행 앞에서 받기로 했는 데 아래층에 내려오자 자파렌 T셔츠를 입은 두 직원이 있었다. 뚱뚱한 직원은  목에 수건을 두르고 몹시 더운 듯 비지 땀을 흘리며 렌터카 키를 나눠 주고 있었다.  이름을 밝히고 잠시 기다리자 렌터카가 도착하여 직원이 서류를 작성하며 국제운전면허증을 요구 했는 데 이때 큰 실수를 깨달았다. 아차, 국제면허증을 집에 두고 온 것이다. 아찔했으나 잠시 생각을 가다듬고 국제전화가 가능한 곳을 물으니 2층의 대아해운 사무실로 안내한다. 창구 직원에게 사정을 얘기하니 친절하게 국제전화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해주었다.  다행히 처남이 집 가까운 곳에 근무하고 있어서 30~40분 만에 FAX가 도착했다.  하마터면 계획이 완전히 틀어질 뻔한 위기였다. CHECK LIST의 중요성을 절감하였다.  국제면허 받은 것만으로 안심해서 가방에 챙겨 넣는 것을 잊다니…

이제 중요한 것은 상세한 도로 지도를 구하는 것이었다. 2층의 여행자 안내소를 찾으니 분명 근무시간인데 아무도 없다. 그러자, 근처의 의자에서 할머니가 잡담을 하다 슬슬 들어서길래 지도를 달라하니 없다고 한다.  작년에 다녀온 도쿄, 하코네 여행자 안내소 와는 판이한 형편이다. 지도 없이는 여행이 어려운 데, 렌터카 직원에게 요구하자 차에 네비만 있지 지도는 없다고 한다. 일본어 네비는 별로 도움이 안되었다. 아무튼 출발이다.

생전 처음하는 우핸들, 좌통행 운전이었다. 게다가 방향지시등 레버의 위치도 우리와 반대라 실수의 연속이었다. 걸핏하면 깜박이 대신 와이퍼가 움직여서 아이들의 웃음거리가 되었다.  그때가 이미 오후 3시, 점심을 먹기 위해 시내를 다니며 찾았지만 모든 음식점이 2시까지 영업하고 쉬는 중이라 편의점에서 도시락을 사서 차안에서 먹는 수 밖에 없었다.

일단, VALUE 수퍼를 찾기로 했다. 생각과 달리 VALUE수퍼 (현지발음으론 바류- 수파)는 꽤멀리 떨어져 있었다. 20분을 달려 공항근처까지 와서야 찾을 수 있었다. 여기까지 한국사람이 많이 오는 모양으로 수퍼 내에는 회 코너에 한국어로 안내판을 붙여놓았는 데 맞춤법이 좀 이상하긴 해도 반가운 마음이 들었다.  대마도 곳곳에 이같이 한국어 안내판은 흔히 볼 수 있는 것 이었다.

 집사람을 남겨놓고 지도를 구하기 위해 옆에 있는 대형약국수퍼를 들러서 ‘파르’란 쇼핑센터까지 가서 200엔을 주고 살 수 있었다.  지도도 구하고 쌀과 가스도 산 터라 한결 마음이 놓였다. 다시 이즈하라로 돌아와서 이사리비 공원으로 향했다.  그 길에 잠시 ‘대마고등학교’를 들여다 보았는 데 시골 학교인데도 실내외가 매우 정갈하고 교실 건물만한 별관이 여러 특별활동반을 위해 있는 것이 부러웠다.  

 길을 잘못 들어 길가는 아줌마에게 묻자 고맙게도 차를 몰고 앞장서서 안내까지 해주었다.  이사리비 공원은 그냥 평범한 뒷산 공원이다. 그런데 전망이 좋고 무료 족욕탕이 있어 여행객의 발의 피로를 풀 수 있었다.  기둥에 수건함이 있고 한국어 안내판이 있었는 데 내용인즉  앉는 자리를 닦는 데 쓰라는 것이었다.  세심함에 혀를 내두를 지경이다.

저녁은 킨세키칸 호텔에서 부페 (일본식 표현으로 바이킹)를 들었다. 부페라고 하기엔 너무 단출한 메뉴지만 회와 초밥은 그런대로 맛있었다. 내일 아침 낚시 체험을 위해 김성미 가이드에게 전화를 해보았지만 전화기를 꺼놓았는 지 통화가 되지 않았다.  다소 불안하지만 내일 아침 일찍 가기로 마음먹고 예약한 아유모도시 공원으로 차를 몰았다.

길은 험하고 좁았다. 폭이 불과 3 m도 안되어 중앙선이 없는 도로가 대마도에선 아주 흔한 도로이다. 이때쯤 일본 네비에도 다소 익숙해져 도움이 되었다.  ‘현위치’란 보턴을 리모콘에서 누르면 현재 위치가 나오는 데 그걸 종이 지도와 대조해 가면서 운전하니 일일이 묻지 않아도 되어 편리했다.  물론 한국 네비와는 비교가 안될 정도로 간략한 지도이다. 4~50분을 산길을 달리자 문득 길가에 주차장이 나오며 아유모도시 공원에 다다랐다.  흔들거리는 다리를 건너 힘들게 짐을 옮기자 대여 텐트 10여 채가 있고 마침 한국인 부녀 한가족이 캠핑 중 이었다.  관리인은 일찍 퇴근하고 없었다. 집사람이 너무 외롭고 무섭다고 불평을 늘어놓았다.  이 큰 캠핑장에 아무도 없이 두 가족만 있다니…  어쨌거나 늦은 시각이니 대여용 텐트 안에서 자기로 하고 여장을 풀었다.  화강암 계곡을 구경하기 위해 내려가 보니 강원도 계곡에 비해 물이 그리 차지 않다. 내일을 위해 일찍 잠자리에 들었으나  모기가 많아 텐트의 방충망을 치면 바람 한 점 통하지 않아 텐트 내부는 끈끈한 습기로 가득 찼다. 시원한 한국 휴양림하곤 딴 판이다.

누운 채로 잠이 오지 않아 애먹다 4:30에 일어났다. 식구들을 재촉하여 급하게 운전하며 약속장소인 이즈하라의 반세키칸 여관앞에 다다르니 06:05. 늦었다.  잠이 덜 깬 여관 여주인에게 물으니 이미 떠났다는 것, 대실망이다. 전화 통화를 하니 이미 늦었고 아예 20만원에 배를 다시 빌리라고 권한다. 하지만 그건 좀.. 일단 고맙다고 하고 돌아 서려는 데 사정을 알아차린 여관주인이 차를 몰고 나선다. 자기를 따라오면 낚시할 장소와 도구를 빌려주는 데를 알려 주겠다고.  그런데, 마침 낚시도구점은 금일 휴업이라한다. 이즈하라항의 근처로 안내하여 낚시 포인트를 알려준다.  고맙게도 VALUE 수퍼 2층에 가면 싸게 낚시도구를 살 수 있으니 그 근처에 가서 할 수 있다고 설명을 덧붙인다.  이렇게 친절할 데가 있나. 단체 관광객의 일원도 아니고 자신의 여관에 묵은 손님도 아닌데 식전 새벽에 차를 몰고 오가며 몸을 아끼지 않는 태도에서 많은 것을 느꼈다.

VALUE에 도착해서 보니 7:00, 9:00에 문을 열기 까진 많이 기다려야 했다. 물에 빠져 지푸라기라도잡는 심정으로 서울에서 몇 번 통화를 시도한 ‘낚시인의 집’으로 다시 전화를 했다. 그간 전화를 안 받더니 이번엔 제대로 받는다. 알고 보니 관광객이 있어야 사람이 있는 곳이다. 다시 물어 물어 이토세의 한적한 만의 끝자락에 위치한 ‘낚시인의 집’을 찾아 갔다.

 이미 낚시대 4대를 준비하고 우리를 기다리던 김사장님은 아이들에게 미끼 끼우는 법, 릴 다루는 법 등을 자세히 설명을 하며 시범을 보였다. 좌대에 앉아 낚시대를 드리우기 무섭게 달려드는 고기들로 아이들은 환호성을 연방 질러 댔다. 

원래 단체관광객들을 상대로한 좌대낚시는 05:00~07:00에 잠시하고 다른 관광지로 떠난다고 한다. 우리를 맞은 김사장님도 그 일행과 같이 한국으로 가야하기 때문에 잠시 기다리던 중에 우리의 전화를 받은 것이고 운좋게 우리는 여유롭게 낚시체험을 할 수 있게 된 것이었다.  아소만의 아침은 참으로 고요하고 평화로왔다.  진주양식장의 풍부한 먹이 때문에 물고기 반 물 반인 형국으로 순식간에 20마리 가량의 잔챙이를 낚았다.  나는 내 낚시는 던져두고 막내의 미끼 끼우는 일에 바쁘게 움직여야 했다.  김사장님은 바쁜 일정 때문에 차를 몰고 가고 관리를 맡은 부산 아주머니 한분이 오셨다.  알고 보니 김일균 사장님은 아주관광의 사장님으로 대마도 낚시 투어를 개척한 분이라고 한다.  우리 아이들을 귀엽게 봐주신 아주머니는 고맙게도 잡은 고기로 매운탕까지 끓여 내주셨다.  직접 잡은 고기로 끓인 매운탕 속의 고기는 구수하고 쫄깃했다.  바쁜 단체 관광객 일정 사이 빈 시간에 우리가 도착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아쉬움을 남긴 채 낚시터를 뒤로 하고 다시 차에 올라 와따즈미 신사로 향했다.  갈 때는 썰물 때라 모든 기둥 문이 다 지상에 드러나 있었다. 특히 이 곳에는 작은 게가 무척 흔하였는 데, 이것을 정훈이는 몹시 무서워했다. 이곳 사람들이 신성시 하는 기둥 문의 위에 한국인들이 장난스레 돌을 던져 올려놓은 것이 보였다. 오기 전 일본의 고발 TV에 나온 한국관광객의 대마도에서의 행태를 눈으로 확인하니 찜찜하다. 게다가 소원을 적어놓은 목판에 부산의 어느 교회 소속 단체명이 있어 다소 어리둥절 케 했다.

이어서 신화의 마을로 갔다.  사실, 이날의 캠핑장 예약은 두 곳을 했었다.  신화의 마을과 미우다 해수욕장. 두 곳 다 욕심나긴 하지만 일단 둘러보고 정하기로 하고 신화의 마을로 먼저 핸들을 꺽었다.  차에서 내리니 한낮의 태양 아래 인적을 찾기 힘든 을씨년스러운 분위기 였다. 시설은 잘되어 있으나 관리인도 없고 찾는 이 없는 지 오래 인 듯 먼지 앉은 개수대하며 마치 유령의 마을을 보는 듯한 황량함 마저 들었다.  이래서 입국 심사관이 고개를 갸웃거렸던 것이었다. 

 어쨌거나, 놀이터는 최상이었다. 아이들은 타이어 타고 로프를 미끄러지는 놀이를 질리도록 했다.

 아무도 없지만 잔디는 다듬어져 있고 지저분하지도 않은 것으로 보아 관리인의 손길이 닿은 듯 했다.  놀이 후 샤워장을 찾을 수 없어서 화장실에서 대충 등멱을 감았다. 도저히 간밤의 외로움을 다시 겪을 마음이 생기지 않아 좋은 시설에도 불구하고 포기하였다.  예약 취소를 통보하기 위해 전화를 찾아 동전을 넣었으나 작동되지 않아 연락하지 못한 것이 못내 마음에 걸린다. 

저녁거리를 사고 민속자료박물관을 들렀다. 대마도의 역사를 한국어, 일어, 영어로 안내해주는 헤드폰을 무료로 빌려주어 상세히 구경할 수 있었다.  경주 박물관에서 돈을 주고 빌렸던 것이 생각났다.  상고시대부터 대마도의 사람은 한국도 아니고 일본도 아니었던 것 같다. 한국식 빗살무늬 토기가 발견된 것으로 보아 대부분 한국에서 건너간 사람이었던 것이다. 단지 농토가 부족해서 예로부터 기근에 시달렸다고 했다. 물론 그 때문에 조선을 노략질했다는 말은 없었다.  안내 기계의 한국어 발음이 한국어를 배운 일본 여자의 목소리인데 역시 받침 발음을 잘 못해서 어색하게 들렸다.  박물관 입구의 가이드 기계의 사용 안내판의 한국어 표현이 이상하여 얘기 했더니 다시 적어달라고 해서 고쳐줬다. ‘안내가 필요하시면 분부라고 주십시오’라고 되어있었다. 이걸 ‘안내가 필요하시면 요청하여 주십시오’로 고쳐주었다.

다시 382번 도로로 접어 들어 꼬불꼬불 삼나무 숲을 많이도 지나서 미우다 해수욕장에 드디어 도착했다.

마침 일본적십자협회의 중학생이 단체로 캠핑와 있었다.  도착했을 무렵은 저녁때인데 왁자지껄하게 바비큐를 조별로 해먹고 있었다. 나를 선생으로 여기는 지 여기저기서 마주치는 아이들이 ‘곤니치와’하면서 인사를 해왔다. 하얀 양말을 발목까지 당겨서 하나같이 신은 모습에 일본학생이구나 하고 느낄 수 있었다.  이 곳의 임대 텐트는 예상과 달리 비교적 깨끗하고 냄새도 없었다.  내부는 돗자리가 깔려서 침낭만 있으면 자는 데 문제는 없었다.  게다가 침낭과 식기도 돈 만 내면 빌릴 수 있었다. 개인 텐트를 치는 곳은 따로 있었다.  넓은 잔디밭엔 자전거로 혼자 여행하는 한국 아저씨 뿐, 나는 내심 아내가 걱정되어 사람많은 임대텐트를 권했으나 그냥 여기서 우리 텐트를 사용하기로 한다.   저녁을 초밥 등으로 먹고 넉살 좋게 중학생 캠프로 가서 숯을 달라고 청하자 얼른 내준다.  화로를 펼치고 잔디위에서 불을 피우긴 위험해서 바닷가 모래밭으로 갔다. 주변에 아무도 없다. 여기도 아닌 것 같다. 다시 아까 바비큐장으로 올라갔다.  이제 안심하고 불을 피운다.  큰놈은 어려서부터 불피우는 것에 환장한다.  다행히 이곳은 장작이 무한정이니 원없이 피워보라고 했다.  신기하게도 수많은 학생들이 북적이던 곳인데 휴지하나 없다. 이런 저런 얘기를 하며 밤이 깊어가고…

돌아와 샤워장을 찾으니 아뿔사 5시에 문닫는 것이다. 어찌어찌 대충 씻고 텐트로 와서 쓰러지기 무섭게 단잠에 빠져든다.

다음날 아침이 밝고 미우다 해수욕장의 물속으로 몸을 담구었다.  모래밭에서 물벼룩이 조금 귀찮게 물어 대기 때문에 조심해야 했다.  물은 맑고 날씨는 쾌청했다.  넓은 백사장에 수영객은 우리 가족 4명 뿐.  스노클과 핀을 착용하고 동네 수영장에서 갈고 닦은 솜씨를 유감없이 발휘하였다.  그간 양재 수영장에서 수없이 꼬마들과 부딪치며 관리인의 구박 속에 꿋꿋이 연습한 것이 다 이 순간(?)을 위해서였다. 물속에 뛰어드니 이름 모를 작은 물고기가 떼를 이루어 지나가고 바위틈 곳곳에는 성게가 숨어 있었다.  한참을 돌아다니다 바다와 하늘이 맞닿은 곳에 대(大)자로 엎어져 둥둥 떠있노라니 여유롭고 흡족한 기분이다.

한참 놀다 1회용 수중 카메라를 들고 와서 바다 속 풍경을 찍어 대기 시작했다. 즐거운 시간은 금방 지나고 몸을 씻기 위해 온천을 알아보니 오후 1시에 문을 연다고 하여 그냥 해변의 샤워장으로 갔다.  샤워장은 프라이버시를 존중하여 1인실 3개가 있고 내부에 나무바닥이 깔려서 시설 면에서 나무랄 데 없었다.  이 좋은 시설을 우리 가족이 독점하여 쓴다는 것이 미안할 지경이었다.  12시쯤 텐트를 정리하고 가려던 차에 보니 그때서야 몇몇 현지인 가족들과 구조요원도 나와 있었다.  CHECK OUT을 하여 쓰레기 봉투값 120엔 포함 720엔을 지불했다. 

렌터카 반납을 위해 기름을 채우기 위해 주유소를 찾았다.  통이 넓은 일본 전통 작업복에 엄지 발가락이 갈라진 버선을 신은 아저씨가 나와서 주유해준다.  대마도에 왜 왔냐, 이런 시골에 뭐 볼게 있다고 라고 해서 캠핑도 하고 재미있었다고 하니 좀 어이없다는 표정이다. 히타카쯔항으로 출발하여 길을 한참 헤메었다.  도무지 이곳은 직선 도로가 없는 곳이라 평소의 방향감각만 믿어선 안된다. 

대마도의 마지막 점심식사를 작은 동네 식당에서 먹었다.  메뉴판에 한글로 되어있어 반가운 마음에 고등어 정식을 시켰더니 갈치 튀김이 나왔다.  아무래도 이상해서 다시 얘기하니 시간이 없다고 해서 그렇게 했단다.  뭔가 한참 얘기하는 데 잘 모르겠으나 ‘먹고싶으면 다시 해줄께’라고 하여 그러라고 했다. 한참 뒤 다시 나온 것은 또다시 갈치 튀김.  앞의 것은 튀김 옷을 입힌 것이고 뒤의 것은 없는 것이다.  고등어란 단어를 모른 난 메뉴판이 잘못된 것이란 결론을 내리고 묵묵히 먹었다.

부산에 돌아와 오래간만에 부산에서 사업을 하는 대학동창 권강오를 만났다.  입국장에서 집사람과 함께 반갑게 우릴 맞아 광안리로 태우고 가서 회를 실컷 먹게 해주었다.  밥을 먹고 광안리 수변 공원으로 갔었는 데 아, 오전의 한가롭게 노닐던 해변과 대조적으로 바글대는 인파라니. 끈적이는 바닷 바람을 맞으며 수많은 사람들이 앉아 있는 사이로 먹거리 장사꾼 들이 누비고 있었다. 며칠간 사람구경하기 힘들었지만 이건 또 아닌 것 같다.

KTX타고 상경하니 11:30. 합승 택시의 외면을 참다가 열이 받아 모범택시를 탔다. 트렁크가 크고 요금도 별반 차이 없다.

이렇게 꽉 채운 2박3일 대마도 여행은 막이 내렸다. 여행을 준비하며 여행기를 검색하였으나 가족단위로 렌터카를 이용하여 여행한 것은 찾아보기 극히 힘들었다.  대부분 혼자서 자전거 여행한 것이 많았고 우리도 자전거 여행객을 만나볼 수 있었다.  대마도 정보를 수집하기 위해 여행사 사이트와 대마도 부산 사무소 사이트를 많이 참조 했으며 얻은 결론은 자연 탐방, 체험 위주의 여행이라면 해 볼만 하다는 것이었다.  대마도는 젊은이를 구경하기 힘들고 본토에서는 멀리 떨어진 섬이라 캠핑장의 훌륭한 시설을 거의 사용하는 이 없는 듯 하다.  미우다의 샤워장에서 경제대국 일본의 여유를 느낄 수 있었고 여관주인의 몸에 밴 친절 문화에서 다시 한번 감동했었다.  시골 고등학교 학생의 깨끗하게 풀 먹인 교복에서 도농간의 격차가 크지 않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신나아줌마]

실한 대마도 여행기네요. 앞으로 갈 때 참고하면 좋겠어요.

[홍우종]

별것 아닌데 도움이 된다니 기쁩니다.

[오동2]

잘 읽었습니다. 가족을 꾿꾿하게 이끌고 나가시는 모습이 참 보기 좋습니다.

[홍우종]

쑥스럽네요. 가족여행 생각하시는 분들께 참고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퀴리]

대마도도 가고 싶은 곳인데 이렇게 세세히 써주시니 혹시 다음에 대마도 갈때 참고가 될것 같네요. 보기 좋은 가족 모습입니다.

[노랑장미]

너무 재미나게 잘읽엇습니다..감사합니다^^*

[알로하]

정말 좋은 모습입니다 각자 따로국밥인 우리가족 내모습이 너무 부끄럽네요 반성합니다 감사해요

[홍우종]

아이들이 작년에 다녀온 푸켓보다 낫다고 해서 보람을 느꼈습니다. 렌터카, 캠핑을 택하면 비교적 저렴한 경비로 일본 문화 체험이 가능할 것 같습니다. 특히, 본토 운전이 겁나서 미리 연습을 하시려면 적극 추천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