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식이새끼 이야기
과거에 한때 삼식이새끼란 우스갯소리가 유행했었다
하루에 한 끼도 집에서 안 먹으면 영식님
하루에 한 끼만 집에서 먹으면 일식씨
하루에 두 끼를 집에서 먹으면 두식이
하루에 세 끼를 집에서 먹으면 삼식이새끼
스러져가는 남자들의 집안 내 위상을 드러낸 풍자내지는
자조적인 의미가 담긴 우스갯소리였다고 생각한다
그러다가 언젠가부터 이 소리가 주위에서 사라졌다
그런데 아직도 이 우스갯소리가 완전히 없어지지는 않은 듯하다
우리 아파트단지 입주자대표회의 회장을 지내셨던 분이
80대 노인이신데 점심을 집에서 주지 않는다고 한다
그러다 보니 80대 노인이 점심때만 되면 이곳저곳을 기웃거린다
점심만 못 얻어 드시는 게 아니라 아예 집 밖으로 쫓겨난다고 한다
주위에 보면 아직도 이런 남자들이 꽤 많아 보인다
지금은 동네 노인회 회장을 맡아서 하시는데
수시로 모임을 만들거나 아파트 관리사무소 여직원들과 함께
점심식사를 하러 다니신다고 한다
그 노인네의 부인을 보면 아주 곱상하고 얌전하게 생겼다
도저히 남편을 바깥으로 내모는 사람의 인상이 아니다
전에 은행일을 보러 갔다가 마주치는 바람에
집사람의 소개로 인사를 나눈 적이 있다
우리 집사람도 동네일을 아주 오래 했었다
벌써 오래 전 일인데, IMF외환위기 이후에 조기퇴직한 고교동기
당시에 토지주택공사에서 퇴직한 친구가 있었다
현직에 있을 때 일산신도시 개발을 맡아서 했다고 했다
그런데 그 친구가 집에서 쫓겨나 작은 사무실을 내고
매일 집 밖으로 쫓겨난다고 하였다
그 부인이 자기는 남자가 집에 있는 꼴은 못 본다고 하며
집 밖으로 몰아낸다고 큰 소리를 치던 모습이 눈에 선하다
몇 번은 내가 근무했던 사무실로 찾아와 점심을 함께 한 적도 있다
그 친구 사무실이 잠실에 있었고 나는 삼성역 근처에서 근무했었다
혼자 올 때도 있었고 다른 친구들과 함께 온 적도 있었다
불행하게도 몇 해 전에 폐암으로 먼저 저세상 사람이 되었다
이후로 퇴직하는 친구들은 대부분 사무실을 차리거나
아니면 기원을 인수하거나 하면서 바깥에서 시간을 보냈다
여자들끼리 남자들은 집에 있으면 안 된다고 열을 올렸다
당시 동기산악회에 나오는 친구들이 한 60여명 되었는데
부부동반으로 등산을 다니며 건강도 챙기고 친목도 다졌다
참석인원도 많았고 나이도 50대 초반이라 매주 산행을 했었다
2001년도에 처음 산악회가 생겼는데 아직까지 정기산행을 한다
주로 서울근교의 산 들을 매주 순회하며 돌았고
한 달에 한 번은 전체 교우회 산악회에서 주관하는 전국의 명산
주로 전국의 명산 100산을 위주로 한 장거리 산행을 다녔다
북한산, 도봉산, 수락산, 불암산, 사패산, 검단산, 예봉산, 운길산
그리고 잠시 숨을 고른다며 청계산에도 심심치 않게 다녔다
장거리산행으로는 한라산, 지리산, 설악산, 오대산, 소백산 태백산
주흘산, 월악산, 화악산, 백덕산, 월출산, 모악산 등이 머리에 떠오른다
겨울이면 설산산행, 가을이면 단풍산행, 봄이면 꽃산행을 다녔다
더운 여름철에는 주로 계곡물이 있는 코스를 골라서 산행을 했다
전국 곳곳의 명산을 누비고 다녔다
여하튼 당시 유행하던 자조적인 삼식이새끼란 우스갯소리와 함께
퇴직을 하게되면 집 밖으로 쫓겨나는 게 상식으로 통했다
어느 덧 세월이 흘러 나도 퇴직을 하게 되었는데...
다행이 나는 집 밖으로 쫓겨나지도 않았을 뿐더러
밥 세끼를 꼬박꼬박 챙겨준 집사람 덕분에 잘 먹고 잘 살았다
그러다가 몇 년 전 배달된 대학총동문회 월간신문을 읽다가
매일 아침 빵으로 스스로 아침을 해결한다는 선배님 얘기를 보았다
음대학장을 지내셨던 유명한 분이셨다
이후로 나도 그 선배님을 따라서 아침을 빵으로 바꿨다
빵 두 쪽을 토스터기에 굽고 땅콩잼과 딸기잼을 바른 후
두 장의 슬라이스 치즈를 중간에 넣고,
사과를 반으로 잘라 반쪽은 보관하고 나머지 반쪽은 잘게 잘라서
그렇게 빵과 사과로 아침을 대신하고 있다
물론 내가 자작 아침을 마련한다
점심이 메인으로 밥을 잘 차려 먹지만 시켜서 먹을 때도 있다
저녁은 군고구마나 간식 같은 것으로 때우는 경우가 많다
김치볶음밥을 해 먹기도 하고, 계란에 비벼서 먹기도 하고
가끔은 햄버거나 돈까스 등을 사다 먹기도 한다
일부러 의도적으로 하는 것은 아니지만
삼식이새끼가 되지 않기 위해 이렇게 저렇게 머리를 굴린다
벌써 오래 전에 사라진 삼식이새끼 얘기인데도
늘 내 머리를 맴도는 단어가 바로 이 삼식이새끼다
오늘도 나는 삼식이새끼가 되지 않기 위해 잔머리를 굴린다
오늘 점심은 중국집에서 뭘 시켜 먹을까?
오랜만에 잡채밥을 시켜? 아니면 돈까스를 사올까?
이리저리 안 돌아가는 머리를 굴려본다
집사람은 오랜만에 귀국한 조카딸과 처형님과 함께
역삼역 앞의 미네스시라는 일식집에 가서
일식정식을 먹기로 예약이 잡혀있어 나가야 한다
오래전에 내가 개발했던 일식집인데
요즘은 집사람이 훨씬 더 자주 다니는 식당이 되었다
가끔씩은 집사람과 둘이서 가는 경우도 있다
첫댓글 미네스시 가성비 굿입니다.
지기님도 아시는 곳이군요
제가 자주 다녔던 곳입니다
처음으로 지기님께 인사 올립니다
처음 뵙겠습니다
그리고 생신 축하드립니다
오래오래 건강하시기 바랍니다 ^^*
커피 빵 떡 과일까지 챙겨먹는
삼식이 종간나 섹휘도 우리집에 1명있어요
저라고는 절대 말 못해요 ㅋㅋ
그러시군요
동병상련입니다 ^^*
저희 아버지는 지금도 6식이 정도 되십니다
새벽에 들기름에 계란두개. 에 붕어즙
아침 식사
점식식사
4에 간식
저녁식사
10 시쯤 간식으로 안동식혜 한그릇..
참으로 대단하십니다
늘 건강하시기 바랍니다
우리집도 아침간편식
점심에 밥 먹고
저녁도 간편식으로 합니다
서로 편하게요
오늘아침 스프에 빵 커피로 끝했네요
집에서 놀면서
아프다소리까지하면
삼세끼보다 더 업그레이드인데
뭐라 부르는걸까요? ㅎ
점심이 메인이시네요
저희도 그렇습니다
쌀소비가 줄 수 밖에 없네요
아프면 안 되지요
제 대학동기처럼
자다가 조용히 갔으면 좋겠습니다
늘 준비해야지요
댓글 감사합니다
삼식이
영식이
우리집에서는 안쓰는
낱말입니다.
셀프 식사이기 때문입니다.
김치 맛나게 담궈놓고
식자재 대충사다 놓으면
만들고 차려서
먹으라고 대령도 하십니다.
가끔이지요. ㅎ
저도 집사람 외출이 잦아서
주로 혼자서 차려 먹습니나
냉장고가 제 친구지요
설겆이는 전공이구요
군대생활 할 때 숙달했던 기술
맘껏 발휘하는 중입니다
감사합니다
과거 이 나이면 며느리에게 삼시세끼니 대접 받으면 수저 들텐데 뭔 놈의 세상이 할미가 손자밥 자식밥 차리느라 허리가 휩니다 에고
세상이 뒤집어 졌습니다
천지가 개벽을 한거지요
뭔 놈의 세상이 이런지...
댓글 감사합니다
몇십년 직장생활 한 남자들도 힘들었지만
자식 키우고 부모 뒷바라지 하고.
자식들 결혼 시키고 한가 할 쯤에
퇴직한 남편 점심까지는 신경 쓴다는건
좀 그러네요.
시간이 되면 집에서 점심도 차려 주지만
남편 점심 줄려고 모임이나 외출을
안할수는 없어요.
본인들 입장만 고집하면 서로 힘들죠.
저희도 점심은 각자 알아서 먹을때가
많아요.
하지만 아침저녁은 제대로 차려서 같이 먹으려고 합니다~^^
서로의 입장이 다르겠지요
그래도 남자들 고생한 거 생각하면
무조건 밖으로 내쫓는 건 좀 과하다고 봅니다
남자들이 직장생활하며 고생하는 거
여자들이 속속들이 알고나면
그렇게 매정하게 내쫓지는 못할겁니다
처자식을 위해 평생 뼈빠지게 일하고
은퇴 후에 밥 세끼도 제대로 못 얻어먹는
요즘 한국남자들 신세가 참 처량합니다
시내 고급 음식점마다 점심 모임은
주로 노인네 여자들이라고 하네요
남자들은 그런 좋은 식당에 못 갑니다
현재의 봉급지급방식을 바꿔야 합니다
옛날식으로 월급봉투로 줘야 합니다
경제권을 움켜쥔 여자들이 큰소리 치는 세상입니다
한국에서 사는 외국인 들이 하는 얘기입니다
댓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