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의 안부
안녕하셔요 오랜만입니다 곰팡이 번진 칠월의 장마를 돌려세우고 나니 반가운 당신의 안부에 슬며시 무릎이 당겨집니다 여전히 빽빽한 대나무 숲이고 여전히 무성한 감나무 이파리입니까 당신은 빛을 가리고 살았군요 살구나무 아래 가시 많던 제피나무는 누가 패 갔는지 그 자리가 움푹한 시름으로 보입니다 곁가지가 많던 무궁화나무는 결국 꽃을 지워버렸네요 다리 걸만 건너면 양지편이고 음달이었으니 다리 하나 사이에서 우리는 서로를 자주 바라보았습니다 중동댁 땅콩밭을 그 집 큰 손자가 팔아버렸다고 둘째 아들이 술만 취하면 패악을 부리더만 그 자리 우사가 지어지고 누런 소가 낯선 듯 쳐다보며 되새김질을 합니다 지난 봄 온통 마늘밭이던 길 양쪽이 지금은 모를 낸 지 얼마 되지 않은 터라 초록이 물결처럼 흔들리고 있습니다 마을 앞 큰 새미가 사라지고 그 옆 꽃을 달았던 매화나무도 겹겹 그늘로만 가득합니다 다 가고 없는 텅 비어 버린 골목, 누군가 시멘트를 발라 놓았지만 사이사이가 벌어져 알 수 없는 풀꽃들이 피어 있습니다 고요한 침묵입니다 늙은 적막이 사는,
안녕하셔요 번지 잃은 집
안녕하셔요 매파할매
말라버렸습니다 우물 속으로 뛰어 들던 두레막이 사라지면서 오갈 데 없는 허망이 켜켜이 우물 속으로 뛰어 들었습니다 달빛도 따라 뛰어 들었습니다 빙글빙글 돌던 자전거 바퀴도 정지간의 부지깽이도 넘치던 밥물도 치마 속 오지랖도 던지고 싶었던 지게 작대기도 우물 속으로 뛰어 들었습니다 우물은 말을 잃었습니다
안녕하셔요 술동 아지매
안녕하셔요 가닥 새미
호박넝쿨 우거지는 한골밭에 둥글둥글 호박이 익어가는 팔월입니다
첫댓글 한골이라면 내가 한골에 살다가 나왔지요
예빈씨는 한골에 언제 들어왔는지요
이제는 우물에 두레박이 사라진지 오래지요
모두 수도물이 주방에서 펑펑 쏟아지니 말입니다
늙은 절망이 사는..
마른 우물같은 우리들의 고향 얘기 잘 보고 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