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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번 글에도 말씀드렸던 것처럼 요즘
심리상담을 받고 있어요.
우연한 기회에 시작하게 되었는데
좋은 상담사님을 만나서 꾸준히 하게되었네요.
이제 종종 기록을 남겨보려 합니다.
이번 주 상담에서 가장 기억에 남았던 단어는
'거대자기'라는 단어였습니다.
제가 심리학을 공부한건 아니라서 정확히 풀어내지는 못하지만 본인을 과하게 인식하는 경우를
이야기 한다 하셨어요.
과잉 보호를 받고 자라거나
자라면서 좌절, 결핍이 별로 없는경우에 많이 생긴다고 하더라고요.
저는 게슈탈트 상담을 하고 있고 이 상담은
그때그때 떠오르는 이야기에서 실마리를 잡아
진행을 하는데 요즘 가장 많이 이야기 하고 있는 것은
저의 중학교 시절이에요.
가장 어둡고 혼란 스러웠던 시기였거든요.
저는 초등학교때까지 매우 가난한 동네에서 자랐어요.
한집 건너 한집이 엄마가 도망갔거나 아빠가 밤마다 술취해 때리는 집이라
저희집은 비교적 멀쩡한 축이었지요.
게다가 알뜰하고 부지런한 엄마 덕에 늘
깔끔하게 다림질된 옷을 입고 다녔어요.
저는 어느 순간 학교에서 똑똑하고-돌아보니 제가 똑똑한게 아니라 아이들이 학습부진이 심했음
깔끔하고 부자인 아이가 되어있었어요.
상대적으로 그당시에는 그랬어요.
늘 학교 대표로 대회에 나가고,
애국조회 시간에는 구령대에 올라가 상을 받는 아이였지요.
전교의 모든 아이들이 친구였고 모든 선생님들이 칭찬을 하는 아이.
그러다가 시내에 있는 중학교에 가게 됐는데 가고보니 저희집이 가난하더라고요?
첫날 담임이 사립초 나온 아이들 손들어,
요 앞**아파트 사는 애들 손들어,
**동 사는애 손들어 하시더니
마지막으로 저희 동네를 불렀어요.**촌 에서 온 애들 손들어. 그러더나 한숨을 팍 쉬더라고요?
그때 손을 들면서 무언가 이상하단 느낌이 들었어요. 뭐가 잘못돼가고 있다 ㅎㅎㅎ
초등하교 당시에 엄마는 없는 돈에 과외선생님까지 붙여줘서 저는 공부도 매우 잘했어요.
과외 족보덕에 공부를 1도 안해도 늘 백점이었거든요.
그런데 귀가 얇은 엄마는 중학생이 되면 대형 학원에 가야한다며 과외를 다 끊어버렸고
대형학원은 저랑 맞지 않았으며
스스로 공부하는 방법을 못 배운 저는
어느틈에 반에서하위권을 맴돌고 있더라고요.
모든게 이상했어요.
나는 분명 모두가 좋아하고, 선생님들의 인정을 받으며, 공부도 잘하던 아이인데
정말 단 몇달만에 신데렐라가 변해버린 모습처럼 초라해졌어요.
가난한 동네에서 온 공부못하는 애...
그때부터 멘탈이 불안정했고 교우관계도 매우 나빠졌어요.
이런 이야기를 들으시면서 상담사님이 거대자기 이야기를 해주셨어요.
좌절이 없는 삶을 살아서 본인을 너무 대단하게 여기고 있다가 그것이 깨지니
많이 혼란스러웠을거라고요. 그 말이 맞더라고요.
그런데 저희 아이가 조금 그래요. 양가에서 너무 귀한아이다보니 이뻐이뻐만 해서 누군가에게 거절당하거나 자기위주로 상황이 돌아가지 않으면 당황스러워하고 화를 내요.
어린이집 선생님은 아이가 섬세하고 예민하니 아이 위주로 이야기를 해주셔라
자존감을 지금 시기에 많이 높여줘야 한다시더라고요.
예를 들어 엄마 바람은 왜불어? 하고 물어보면
" 바람은 우리 단우 시원하라고 불지" 같은 식으로요.
들으면서도 갸웃 했는데 상담사님께서 그렇게 하면 안된다 시더라고요.
오히려 적절한 (수용가능한)수준의 좌절이 필요하다고 해요.
욕구는 수용해주되 좌절이 필요할땐 주는것.
아이가 뭔가를 사달라고 떼를 쓸때
"이게 갖고 싶구나, 엄마도 사주고 싶은데 지금은 다른 일을 해야해서 쇼핑할 시간이 없어. 다음에 다시 보러오자"
같은 식으로요.
말로 과거를 끄집어 내는게 참 어렵고 힘들지만 가끔 이렇게
저와, 아이의 육아에 대한 실마리가 풀릴때 매우 좋아요.
쓰다보니 이걸 왜 쓰고있나 싶은데 다 썼으니 그냥 올리려고요 ㅎㅎ
그럼 멘탈 건강한 주말 되세요!
달곰님, 게시판을 잘 찾으셨나요??
여기는 달콤씁쓸 응접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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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저도 아이 키우면서 제일 어려운 부분이었어요.
사랑하는 내 아이가 좌절 포함 부정적인 감정은 아무것도 모르고 온실 속 화초처럼 최대한 곱게 즐겁게 행복하게 크면 좋겠는데 내가 내 손으로 내 입으로 아이에게 그걸 알게 해주고 스스로 극복하게끔 지켜봐야만 한다는게요.
근데 어차피 내 손을 떠나 혼자 서고 혼자 살아야하는 시간이 올거고 그때 정말 아이가 행복할 수 있으려면 그래야한다는걸 머리로는 이해했는데 실행할때마다 가슴이 찢어졌어요. 애가 13살인데 지금도 그래요. 아마 평생을 그렇겠죠.
더 큰 사랑. 하기 참 힘들더라고요.
우리 아이들에게 그 고통의 열매가 부디 있기를.
단우가 저희 애 어릴때와 비슷한 면들이 꽤 있는데요. 즤 애 상담선생님께서도 비슷한 조언들을 많이 해주셨어요. 일상에서 자잘한 실패를 계속 경험하게 하고 본인이 메인이 되지 않는다는 걸 인식시켜 주라고 하셨었지요. 애 어렸을 때는 부드럽게 인식시켜 줬었구요. 지금은 다 커가지고 엄청 팩폭 날리죠ㅋㅋㅋ
글 보니 요즘 애들 대다수가 거대자기를 가지고 있네요.
요즘 아이들에겐 좌절과 결핍이 필요하다는 말 여러군데서 들어봤는데 곰님글 보니 잘 이해가 가요.
우리가 어릴때도 상담이나 정신과에 대한 생각이 요새같았으면 좋았겠다 생각이 들어요. 저 10대때 책상서랍에 깊숙이 칼 숨겨놓고 산 적 있었는데 정신과상담이나 부모님한테 상의할 생각 하지도 못했어요.
아 그렇구나 같이 이해할 수 있게 앞으로도 상담일기 써 주세요.
사랑을 잘 받아야하는 것 같아요
거대자기란 개념 정말 유용하네요
요즘 아이들은 이런 애들이 정말 많을 거에요..... 시련과 고통이 인간에게 큰 축복이 될 수 있다는 오래된 지혜가 생각나는 글이네요
너무좋네요 거대자기. 너무좌절감만부모가줘도안되지만 너무아이위주로하면 또 좌절감을모르니행복을모를수있고 아이를잘관찰해야겠네요
오은영선생님이아이를잘관찰해야한대여
좋은 경험과 생각 나눠주셔서 감사히 읽었어요♥ 많은 생각을 하게 되네요.
제가 요즘 심리학에 관심 가서 달곰님 글 정독했어요. 책을 보니 결국은 나의 상처와 어린시절을 알아가는 것이 아이를 키우는데도 내가 앞으로 살아가는데도 큰 도움이 되더라고요. 난 결핍이 많았지만 사실 요즘 아이들은 나와 같지 않죠. 그래서 모든 걸 다 해주기보다는 네가 한번 해봐라 실패해도 너의 방식대로 해보라며 독려하는데.. 참 쉽지 않죠.
적절한 좌절과 실패와 결핍은 한 인간이 성장하는데 있어 너무 유용한 보약이죠ㅎㅎ
실패해도 그 전의 실패의 기억과 경험을 되살려 다시 도전하고 장애물은 피해갈 수 있으니깐요.
무조건적인 공감과 지지는 오히려 독약같아요
직접적인 솔루션을 제공해주시는 선생님, 명쾌하고 좋으신것같아요.
상담에서 나의 내면을 이야기하다보면 시작과 끝은 가족, 그중에서도 엄마 그리고 나의 어린 시절이더라고요.
달곰님, 힘든 과정일 수도 있는데 과감하게 과거의 나를 마주하는 용기 대단하세요^^
응원합니다~